The strongest soldier chose to survive RAW novel - Chapter 143
제143화
143화
미국으로 돌아가지도 못한 채로 창수와 타국의 대원들은 남미의 임시 격리소에서 하염없이 대기해야만 했다.
“벌써 한 달째인데 언제쯤 돌아갈 수 있는 건지.”
“그러게요. 한국 사정은 뭐라고 못 들으셨습니까?”
“글쎄. 잘 모르겠어. 여기 관리하는 애들도 잘 모른다고 하니까.”
“위성 통신이 될 텐데요.”
세상이 망했다고 한탄하며 말하고는 했지만 강대국들은 아직 국가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로마 제국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닌 것처럼 세상도 하루아침에 망하지는 않았다.
물론 망했을 때는 어느 순간 망해 있는 세상에 홀로 던져져 있을 것이 분명했다.
“일단 조금만 기다려 보자고.”
다행히 식량과 각종 생필품은 풍족하게 지급이 되고 있었다.
그것이라도 부족했다면 250파운드가 넘는 덩치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그나저나 우리가 고대의 생물 병기를 꺼낼 뻔했었다니. 지금도 충격이야.”
“그러게 말입니다. 뮤턴트가 그걸 막고 있었구요.”
창수도 꽤나 충격인 진실에 씁쓸해졌다.
진실을 전부 알게 된 것은 아니었지만 엿본 이들은 한 달이 지나도록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물론 일부는 그것이 진실이 아니었다며 부정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진실이 무엇이든 뮤턴트로 인해 인류는 멸망의 길을 걷고 있었고 군인인 자신들은 그것을 막아야만 했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아?”
“모르겠습니다. 그냥 명령대로 계속 싸워야겠지요. 다만 또다시 강화 물약으로 변이가 되었으니 우리는 확실하게 폐급으로 분류될 것 같네요.”
“그래.”
창수의 대답에 특전사 선임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수많은 강화 물약을 사용해 왔다.
언제까지가 허용치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느 순간 괴물로 변해 버려서는 동료들을 공격할지 장담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나도 자네처럼 물약을 먹거나 엔젤을 먹지 않아도 과거보다 육체적으로는 강화된 것 같아.”
창수는 선배를 바라보았다.
이제 나이는 40대가 넘어 육체적으로는 쇠퇴를 해야 할 나이였다.
물론 여전히 몸 관리를 잘하고 있었기에 20대 못지않은 근력과 지구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나이는 어찌할 수 없는 법이었기에 전성기의 힘과 체력을 유지하려면 더욱더 필사적인 노력이 필요했다.
그렇게 현장보다는 후방의 책상으로 가거나 전역을 해야 할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현역으로 뛰어도 될 것 같은 선배였다.
“물약 없어도 아직 현역인데. 벌써 퇴물 소리를 들어야 하는 것이 조금 아쉬워.”
“한국으로 복귀하면 일선 부대로 가실 거지요?”
“글쎄. 불러주는 곳이 없다면 그렇게 되겠지.”
다른 특수부대나 기관이라면 강화 물약을 사용하게 될 터였으니 퇴역 군인들은 전역을 해야 할 터였다.
하지만 세상이 이리되어서는 퇴역을 해 봐야 할 일이 없었다.
다들 도망을 다니다가 죽는 것보다 일선에서 싸우다가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일단 강화 물약 없이도 일반 현역보다 월등한 전투력을 보여줄 터였다.
잡담 말고는 딱히 할 일이 없는 곳이었기에 다들 그렇게 모여서는 아무런 결과 없는 대화만으로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창수는 미군 장교의 호출을 받았다.
한국 팀뿐만 아니라 호주 팀의 대원 중에 가장 우선적으로 호출된 창수였다.
미군 장교의 옆에는 소속이 의심스러운 사내가 함께였다.
창수는 그에게서 국정원 출신의 박충렬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정보국 쪽 인물들은 영 내 취향이 아니란 말이지.’
뭔가 자신에게 거래를 해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서 오십시오. 캡틴 최.”
“이제 격리가 해체되는 겁니까?”
“아닙니다. 최종 격리는 3개월입니다.”
“아직 두 달이나 남았군요. 그런데 왜 벌써부터 저를 보고자 하시는 겁니까?”
창수는 그제야 격리 기간을 알게 되었다.
푸른 고사리에 대해서 알고 있는 창수였기에 격리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공감을 했다.
자칫 푸른 고사리의 포자 하나라도 유출이 된다면 뮤턴트 사태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참상이 일어날지도 몰랐다.
그 때문에 매일 같이 격리지와 지하 유적지로 들어가는 입구를 소독하고 있었다.
“저희는 캡틴 최의 능력을 매우 높게 사고 있습니다.”
“저의 능력이라. 저는 한국군 소속입니다.”
창수의 단호한 말에 상대방은 당연하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창수가 조국을 배신하고 미국으로 국적이나 소속을 옮길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격리 기간이 지나고 나면 아시겠지만 당분간은 비밀로 해 주시겠습니까?”
“한국 쪽 소식입니까?”
“예. 한국 정부에서도 일시적으로 정보 통제를 요청한 사항입니다.”
“일단 들어나 보지요. 내 조국이 괴물 놈들에게 망해서 사라진 것이 아니라면.”
창수의 말에 미국 쪽 국토정보국 요원은 자신의 옆의 군인을 힐끔 바라보았다.
자국군 장교에게도 비밀인 사항인지 미군 장교는 표정이 미묘하게 바뀌었다가 결국 별수 없이 몸을 일으켜서는 밖으로 나갔다.
“얼마나 대단한 비밀이기에 자국군 장교에게도 비밀인 것입니까?”
창수가 뮤턴트 전쟁의 영웅이기는 하지만 고위 장교도 아니고 그냥 원사 계급의 현장 대원일 뿐이었다.
자신에게 엄청난 비밀을 알려줄 이유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후우! 조금 민감한 사항이 있어서입니다. 일단 한국군이 한반도를 통일했습니다. 아직 완전 수복은 하지 못했지만 시간문제입니다.”
“그건 좋은 소식이군요.”
창수는 자신도 압록강에 도착해서 압록강 물을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구 반대쪽에서나마 기쁨을 간직하기로 했다.
“그리고 한국 정부는 한반도를 폐쇄하기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폐쇄요?”
“예! 압록강에서 두만강까지 거대한 장벽을 세우기로 했습니다.”
뮤턴트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 쪽의 인적 물적 자원의 교류도 끊겠다는 의미였다.
창수는 그런 폐쇄 정책이 성공을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차피 창수가 결정을 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 고개를 내저었다.
“중국 쪽에서는요?”
“중국은 핵을 사용했습니다.”
“핵이라.”
일본에서 넘어간 범죄조직이 결국 사고를 친 모양이었다.
창수는 무고한 사람들이 아주 많이 희생을 당했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저희의 분석 결과 효과는 그다지 좋지는 않을 듯합니다. 중국 대륙의 뮤턴트화는 시간만 늦췄을 뿐입니다.”
“그래서 뭘 말하고 싶으신 겁니까?”
“한국 정부가 유라시아 대륙에서 오래 버티는 것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유라시아 대륙 전체가 뮤턴트에게 점령될 것이라는 소리입니까?”
“예.”
창수는 너무나도 단정적으로 말을 하는 것에 기가 찼다.
“지금 저희를 한국으로 돌려보내 주지 못하겠다는 말입니까?”
창수는 살기를 띤 눈빛으로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인간 따위는 단번에 죽일 수 있는 힘과 스피드를 가진 창수였다.
“일단은 그렇다는 말씀과 함께 미합중국 정부는 한국 정부와 모종의 거래를 했습니다. 물론 그 거래가 무엇인지는 캡틴에게도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창수는 미국 정부와 한국 정부가 모종의 거래를 했다는 말에 스스로 생각해도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다.
“뭐 한국인들을 전부 북미로 이주라도 시키겠다는 겁니까? 어차피 한국 가 봐야 소용이 없으니 그냥 미국으로 가서 미국 일이나 돕고 기다리라는…….”
창수는 자신의 말에 미소가 진해지는 남자의 모습에 입을 다물어야 했다.
정말로 그런 듯했다.
‘그게 가능해? 한두 명도 아니고 수천만 명을?’
땅덩어리야 충분했다.
문제는 옮기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는 것이었다.
더욱이 미국 정부가 그래야 할 이유와 필요성이 있느냐 하는 문제도 있었다.
‘왜 하필 한국이야? 미국에 인구가 부족한 것도 아닐 것이고.’
한국 대단해를 외치기에는 무언가 부족했다.
창수는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의 구미를 당기게 할 만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창수에 미국 정보 요원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다가 창수에게 이야기했다.
“언제까지 비밀로 하실 수 있으실 것이라 보십니까?”
“예?”
“엔젤이 나오기 전.”
“…….”
“캡틴의 믿기지 않는 능력. 마치 영화 같더군요.”
창수는 자신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것에 결국 들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저를 연구하고 싶다는 말이신가요?”
“하하! 캡틴의 데이터와 샘플은 이미 다 분석이 되었습니다.”
이미 몇 번이나 혈액 검사를 한다고 피를 뽑아갔고 각종 검사들을 다 받았던 창수였다.
한국의 육군 정보국부터 기무사령부와 국정원에서도 창수의 신체 데이터를 철저하게 분석했다.
물론 엔젤이나 그와 유사한 성분들은 나오지 않았지만 창수의 입대 전 기록과 정보들을 전부 뒤졌다.
당연히 창수가 전통 무예의 유일 계승자가 아니라는 사실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창수가 입대 전 생동성 실험을 했다는 것도 알아내었다.
날짜별로 어떤 생동성 실험을 했는지 전부 파악을 한 것이다.
물론 그런 생동성 실험대로 한다고 해서 창수처럼 믿기 어려운 능력을 가질 수 있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더욱이 이미 엔젤이나 강화 물약이 등장한 이상 창수의 능력은 크게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영웅인 당신을 실험할 만큼 우리의 욕심이 많진 않습니다. 안심해도 좋습니다. 캡틴.”
창수는 정보 요원의 눈에서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 정부는 어차피 좁은 한반도에서 전 국민을 수용할 수 없습니다. 결국 처음에는 일부나마 미국과 호주로 분산 이주하게 될 겁니다. 마지막에는 북미로 오게 되겠지요.”
“…….”
“미국 정부는 북미 대륙을 인류 최후의 낙원이자 보루로 만들고자 합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이 있는 겁니까?”
“멕시코.”
“멕시코?”
“한국민들이 정착하기에 딱 좋은 곳이 아닐까 합니다.”
창수는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그게 무슨?”
“한국인들이 미국에 흡수되길 원치 않을 것 같아서요. 멕시코 사정에 대해서 들으셨습니까?”
창수는 미국 정부가 대체 뭘 꾸미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창수가 멕시코로 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군이 넘어오기 전에 몇 가지 해 주셔야 할 일이 있습니다. 물론 격리 기간 동안은 여기에 있으셔야 합니다. 그리고 제안을 거절하신다면 이 일에 대해서는 발설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멕시코의 사정은 어떻게 된 거지요?”
“아! 멕시코 정부는 공식적으로 사라졌습니다.”
뮤턴트의 기원이 남미에서 시작되었고 중미의 멕시코는 엔젤과 뮤턴트로부터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곳이었다.
미국도 남부 지역은 뮤턴트들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었다.
‘한국을 방패막이로 삼겠다는 건가?’
창수는 미국이 한국을 이용하려 하려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조국과 자신의 민족을 위해서 손에 더러운 피를 묻혀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나마를 끊어 놓았지만 남미에서 계속 넘어오는 엔젤과 뮤턴트들을 한국군으로 막겠다는 미국 정부의 계획이었다.
당연히 생존해 있는 멕시코 주민들도 자신들이 감당하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