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soldier chose to survive RAW novel - Chapter 153
제153화
153화
한때는 전 세계가 하나의 마을이라며 지구촌이라는 말을 했다.
지구 정 반대 지역의 뉴스도 그날 당일에 알 수 있을 만큼 정보 통신 기술이 발전했다.
거기에 더해 몸으로 이동하는 것도 하루면 갈 수 있을 정도로 교통 또한 발전했다.
“에이! 말도 안 돼!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맞아! 지구가 그렇게 크다는데 어떻게 하루 만에 갈 수가 있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 어느덧 아이들에게는 믿기 어려운 현실이 되어갔다.
몇 년 전만 해도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전 세계의 정보들을 습득했던 아이들이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스마트폰은 있지도 않았고 흙바닥에서 뛰어다니며 또래들과 놀아야 했다.
운 좋게 멀쩡한 축구공이라도 있다면 다행이었다.
다만 축구공이 있어도 축구 규칙은 알지 못했다.
층층이 쌓은 철책과 목책 안의 작은 마을 속에 축구장을 만든다는 사치를 부릴 수 없었다.
찬란하게 빛나던 문명과 과학 기술 등은 점차 로스트 테크놀로지가 되어 가고 있었다.
가장 많은 정보를 얻어야 할 아이들이 전 세대들보다 훨씬 적은 정보를 얻기 시작한 것이다.
이대로 100년만 지난다면 거의 대부분의 기술과 문명은 사라져 버릴지도 몰랐다.
“와! 피부색이 우리하고 달라.”
“정말이네. 저게 동양인이라는 건가?”
“그런데 저 키 작은 사람은 뭐지?”
“다른 땅에서 온 사람은 우리하고 다르게 생겼나 봐. 검은 피부 가진 사람도 있다고 하던데. 눈처럼 흰 피부를 가진 사람도 있고.”
“아! 나도 들었어. 우리 아빠가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살았대. 대도시에 가면 볼 수 있다고 하더라.”
“나도 대도시 한번 가보고 싶다.”
청소년 정도까지는 현대의 문명을 기억했지만 나이가 어린 소년 소녀들의 세상은 마을 그 자체에서 머물고 있었다.
그런 소년 소녀들은 자신들의 마을에 들어온 낯선 이방인들을 신기한 듯이 바라보았다.
물론 조금 나이가 있는 이들은 이방인들에 복잡한 심경이었다.
뮤턴트 사태가 일어나기 전이었다면 사람들의 마을 방문을 걱정해야 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방인들에게 극도의 경계심을 가져야만 했다.
그나마 위기에 처한 마을을 구해 준 이방인들이었기에 경계를 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오히려 의심 없이 저희를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군복을 입고 있는 창수였다.
그런 창수의 옆에서 중세 시대를 연상케 하는 갑옷을 입고 있는 벤잔이었지만 벤잔의 복장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이는 없었다.
“난쟁이지?”
“목소리 좀 줄여. 그래도 마을의 은인인데. 난쟁이 처음 봐?”
“아니 보기야 했지. 문제는 TV에서였지만.”
“하긴 나도 TV에서나 봤지. 실제로는 처음이네.”
마을에서야 평범하게 생긴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이들은 지구상에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음을 알고 있었다.
다 TV나 인터넷으로 알 수 있는 정보들이었다.
키가 작은 난쟁이도 있고 키가 2m도 더 되는 거인도 있었으며 저 위의 미국에는 터무니없이 큰 뚱보들도 있는 세상이었다.
그런 세상에서 벤잔의 다소 기묘한 체형은 신기하기는 했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일단 불완전 변이가 뭔지 모르는 마을 주민들에게 있어서 자신들에게 덤비지 않고 얌전하게 말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뮤턴트는 아닐 거라고 생각하게 했다.
“그런데 어디 군인이신지요?”
“아. 저는 한국군 출신입니다. 유엔군에서 평화 유지군으로도 활동했습니다.”
“아! 유엔군 소속이셨군요.”
행여라도 자국군인가 해서 걱정을 한 마을 주민들이었다.
정부가 사실상 붕괴되었다.
아니 정부는 살아 있었다.
단지 정부의 행정력이 사라졌을 뿐이었다.
정부의 행정력이 사라진 상황에서 정부는 마피아들이나 반군과 크게 다를 바 없어졌다.
군대와 행정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당연하게도 돈이 필요했다.
요즘 세상에야 돈보다는 식량이나 생필품들이 더 유용했지만 아무튼 행정력이 사라지면서 자신들을 보호는 못 해주는데 세금이라며 식량과 물품들을 강탈해 가기만 하는 정부의 군대를 환영할 리 없었다.
그렇게 한때는 정부라 불렸던 무장 세력이 생겨났다.
그런 정부군에 시달려온 마을들로서는 차라리 자국과 연관이 없는 유엔군이 다행일 정도였다.
물론 유엔군도 본국과 연락이 된다면 다행이지만 지역에 고립된다면 무장 단체에 불과했다.
창수 일행의 인원이 많았다면 유엔군 소속이라고 해도 경계를 많이 했을 터였다.
마을을 구해준 영웅답게 창수와 벤잔은 후렌타라는 이름의 마을로부터 극진한 대접을 받을 수 있었다.
지구촌 어디나 물자와 식량이 부족했지만 마을 주민들로서는 최대한의 성의를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그런 창수와 벤잔의 옆에는 마을의 지도자와 자경단의 대장이 달라붙어서는 마을 밖의 정보를 얻고자 했다.
“혹시 어디서 오신 겁니까?”
“아! 저는 페루에서 작전 임무를 수행하다가 낙오를 해서 멕시코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아! 그러시군요. 한국군 소속이라고 하셨는데.”
“예. 한국에서 하와이 거쳐서 미국에 갔다가 페루로 이동했었습니다.”
딱히 비밀일 것도 아니고 설령 말을 한다고 해서 정보가 유출될 일도 없었기에 창수는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물론 자신이 했던 임무에 대해서는 동료가 된 벤잔에게도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괜히 지하 유적지에 대한 정보가 사람들에게 알려져서 좋을 것은 없었다.
“미국 쪽은 사정이 어떻습니까?”
과거부터 남미에서 미국으로 불법 이주하는 이들이 많았다.
지금도 목숨을 걸고 미국행을 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언제 어디서 뮤턴트들이 나타날지 알 수 없었기에 머뭇거려지고 있었다.
더욱이 미국이라고 해서 다를 것은 없다는 생각들도 있었다.
“미국의 사정 말씀이십니까?”
“예. 미국 쪽은 뮤턴트로부터 안전합니까?”
“지금 세계에 안전한 곳은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하와이도 뮤턴트들에 의해 큰 피해를 보았습니다.”
“아! 하와이가.”
미국 땅인 하와이였다.
누구나 한 번쯤은 가보고 싶은 관광지이기도 한 곳이 뮤턴트들에 의해 망했다는 소식에 다들 탄성을 내질렀다.
물론 하와이가 어떤 곳인지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어린 소년, 소녀들은 고개만을 갸웃거릴 뿐이었다.
어차피 하와이가 멀쩡하더라도 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시피 했다.
“그럼 미국도 뮤턴트들이 득실거린다는 말씀이십니까?”
“그 부분까지는 저도 다 아는 건 아니라서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후우! 그렇군요. 그러면 한국은?”
그냥 호기심이었다.
뮤턴트 사태가 일어나기 전 한국 문화는 전 세계를 휩쓸고 있었기에 나이가 어느 정도 된 이들은 한국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한국은 북한과 통일이 되었습니다.”
“아! 북한! 알고 있습니다. 두 개 나라로 찢어져 있다고 했었는데. 결국 통일이 되었군요.”
“잘 되었네요.”
다들 잘 되었다고 했지만 그다지 희망이 밝지는 않다는 것을 창수도 알고 있었다.
‘자칫 남미 위에 한국이 이주해 올 수도 있었으니.’
한국에서 떠나온 지 거의 2달이 다 되어 가니 한국 사정이 어찌 되었는지 창수도 알 수 없었다.
과거에야 두 달 정도라면 별다른 큰 사건이 일어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한두 달 만에 나라가 사라져 있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렇게 창수는 아는 것이 거의 없는 벤잔과는 달리 마을 주민들에게 꽤나 시달려야만 했다.
마치 판타지 세계의 음유 시인처럼 세상사의 이야기들을 폐쇄된 마을 주민들에게 알려주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가로 오랜만에 술을 대접받을 수 있었다.
더욱이 창수는 마을 주민들로부터 제대로 된 커피까지 대접받을 수 있었다.
“콜롬비아 커피가 유명하다지만 우리 에콰도르 커피도 무시 못 한답니다.”
“향과 맛이 아주 깊네요.”
“하하하! 예! 한번 맛보면 다른 커피는 입도 못 댈 정도이지요.”
창수는 허풍이 꽤나 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맞장구를 쳐주었다.
그리고 확실히 커피에 대해서 잘 모르는 창수도 꽤나 깊고 풍부한 맛에 감탄하고 있었다.
현지에서 마시는 커피와 바다 건너 몇 달이 지난 커피 원두의 차이는 무척이나 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대접을 받고 좋은 잠자리까지 가질 수 있었다.
창수에게 꽤나 많은 외부의 정보들을 얻은 마을 주민들은 창수와 벤잔이 잠들어 있는 사이 회의를 했다.
“아무래도 한국군인 말에 따르면 미국행은 위험할 것 같습니다.”
“그래. 여기도 그렇지만 미국이라고 해서 별다른 것은 없어 보여. 무엇보다 이 많은 인원들이 전부 움직이기에는…….”
살아남아 있는 마을 주민들이라고 해 봐야 오백 명이 되지 않았다.
과거였다면 그리 많은 숫자라고 하기도 어려웠지만 지금은 마을 자체 내에서 유지하기에 벅찬 인원들이었다.
과거 미국행을 하던 불법 이주자들인 캐러밴들은 지나가는 국가들에서 식량이나 생필품을 조금이나마 지원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지원은커녕 가지고 있는 것을 빼앗기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더욱이 뮤턴트라도 만나면 목숨을 위협받아야 했다.
“저 군인들 여기 남을까요?”
“아니. 내일 바로 떠난다고 하더군. 임무 때문에 멕시코까지 가야 한다고 해.”
“후우! 걸어서 갈 거리가 아닐 텐데.”
“뭐 캐러밴들은 걸어서 안 갔나? 다 걸어서 가고 그랬지.”
“하긴 그렇긴 하네요. 그런데 아까 뮤턴트들 쓰러트리는 실력은 대단하던데.”
“그렇지?”
마을을 포기하고 숲속으로 도망을 가야 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었다.
하지만 단 두 명이서 수십 마리의 뮤턴트들을 너무나도 간단히 처리해 버렸다.
“그들한테 그 부탁을 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 부탁? 설마 그?”
“예. 식량을 조금 주겠다며 부탁을 해 보는 겁니다. 뭐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일이고 만일 그 두 군인이 골칫거리를 해결해 주면 우리도 큰 도움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마을에는 하나의 골칫거리가 있었다.
그 골칫거리가 어쩌면 마을로 뮤턴트들을 불러오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고 있었다.
“흐음! 확실히. 알겠네. 한번 이야기나 해 보지.”
마을의 지도자는 다음 날 아침 창수에게 찾아갔다.
“좋은 아침입니다.”
“예. 잠은 푹 잘 자셨습니까?”
“하하! 예! 간만에 잘 잤습니다.”
창수는 외부의 환경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신체를 가지게 되었지만 정신적인 피로감은 신체가 강화되었어도 어떻게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좋다고 볼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푹신한 침대에서 잠을 자자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었다.
더욱이 아침마다 일어나 식사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최고급 호텔 서비스 같은 기분이었다.
“오늘 떠나신다고요?”
“아! 예. 더는 폐를 끼칠 수도 없으니까요.”
“아이고! 폐는요. 전혀 아닙니다. 그런데 가시는데 식량은 충분하시겠습니까?”
“마을에서 챙겨주신 것도 있고 가면서 조달을 해도 됩니다.”
“그래도 멕시코까지 가시려면 꽤나 멀어서 시간도 많이 걸리실 텐데. 후우! 저희도 마음 같아서는 좀 더 드리고 싶습니다만.”
창수도 마을의 사정은 두 눈으로 봐서 알 수 있었다.
당장 어제만 해도 창수를 위해 마을에서는 크게 부담을 한 것이었다.
“아닙니다. 너무 부담가지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래도. 후우! 그 마녀만 아니었어도.”
“예?”
창수는 마을의 지도자가 한 혼잣말에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어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저희가 시달리고 있는 골칫덩이가 있는데. 제가 실수로 혼잣말을 해 버렸군요.”
“골칫덩이라니요?”
창수의 말에 마을의 지도자는 창수의 눈치를 보며 머뭇거리다가 깊은 한숨과 함께 말했다.
“실은 마을로 뮤턴트들이 계속 오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 전에도 뮤턴트들이 몇 번 몰려왔는데 그때는 무기도 어느 정도 충분해서 물리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무기도 바닥이 나 가기에…….”
“뮤턴트를 조종하는 존재가 있다는 말입니까?”
이미 일본에서 뮤턴트들을 조종하는 상위 뮤턴트를 상대해 봤던 창수였다.
이곳이라고 해서 없으리라는 보장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존재를 마을에서는 마녀라고 부르는 듯했다.
“예. 마녀입니다. 분명 마녀가 마을을 없애려고 뮤턴트들을 보내는 것입니다!”
“마녀라니…….”
창수는 뭔가 마녀사냥의 느낌이 들었지만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