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soldier chose to survive RAW novel - Chapter 17
제17화
17화
영국군이 폭도들에 의해 습격을 받은 사건은 곧 칠레에 평화 유지군으로 파견된 다국적군에 알려졌다.
대한민국 국평단과 의료 지원 부대에도 당연히 알려지게 되었다.
“경계 강화하고 폭도 발생 시 대처 상황 숙지토록 해.”
“알겠습니다! 단장님!”
중령 계급의 파견 단장의 지시에 따라 특전사들의 경계는 강화되었다.
언제든 상황 대처를 위해 24시간 비상 대기 체계로 전환되는 것이다.
전투화를 신고 휴식 및 취침이 이루어지고 상황 발생 시 즉시 이동 및 대응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안 그래도 빡빡한 근무와 임무에 지쳐가고 있었지만 누구 하나 불평 한마디 없었다.
괜히 특전사들이라고 부르는 것이 아니었다.
창수 또한 주둔지 경계 근무에 들어가며 선배에게 어떤 일인지를 물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이라고 합니까?”
“칠레 경찰과 함께 순찰 중에 기습 공격을 받은 모양이야.”
“경찰과 순찰이요?”
“그래. 이쪽은 괜찮은데 영국군 주둔지 쪽에서는 마피아 쪽 영역이었던가 보더라고.”
“마피아요?”
창수는 말로만 듣던 마피아라는 말에 놀랐다.
남미의 마피아는 꽤나 유명했다.
물론 지구 반대편에 있는 대한민국에서 남미 마피아는 꽤나 먼 이야기였다.
“지진이 나면서 범죄 조직들도 더 설치는 거겠지. 그래도 설마 지원을 온 외국군까지 공격할 줄은 몰랐는데.”
“되도록이면 사살하지 말라고 하던데.”
“그래. 괜히 재난 지원으로 온 건데 폭도라고는 하지만 공격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니까.”
한국군뿐만 아니라 해외 지원군들도 주둔지 외부 임무가 전부 취소되었다.
각종 대민 활동은 칠레 군경이 담당하기로 했고 제한적인 의료 및 재난 복구 지원을 하기로 한 것이다.
점령군으로 온 것도 아니었으니 괜히 칠레인들과 분쟁을 일으켜서 감정을 상하게 할 필요도 없었고 피해를 볼 이유도 없었다.
“의료지원단으로 들어오는 사람들 몸수색만 하면 되니까 오히려 몸은 조금 더 편하게 될 거다.”
“아이들이 꽤나 실망하겠습니다.”
“어쩔 수 없지.”
보급이 국평단과 의료 지원 부대에 원활하게 이루어지지는 않고 있었지만 가끔 주둔지 밖으로 특전사들이 나갔을 때 근처 마을의 아이들에게 초콜릿과 건빵들을 나눠 주고는 했다.
거기에 더해 축구를 좋아하는 남미 아이들을 위해 축구공과 축구화들을 나눠 주기도 했다.
그런 지원이 당분간은 끊어진 것이다.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야. 칠레 사람들도 우리가 자기들 도와주러 온 걸 알고 있으니까. 워낙에 상황이 좋지 않으니 불만이 폭발한 것이겠지.”
“아무래도 그렇겠지요.”
폭도는 폭도일 뿐 대다수의 칠레 사람들은 아무런 죄도 없었다.
한국에서도 감당하기 힘든 재난이 일어나면 일부는 자신도 모르게 난폭한 행동을 하게 될 터였다.
지진이 일어난 지 거의 한 달이 지나가고 있었지만 여전히 난민들은 자신들의 집으로 돌아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참! 저희 쪽에서도 콜레라 예방 접종 시작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래. 어제저녁에 백신 수송 트럭 들어왔더라.”
“저희도 맞습니까?”
“우리는 한국에서 접종하고 와서 안 맞는다고 하던데.”
“이번 백신은 뭔가 신형 백신이라고 들었습니다.”
“콜레라뿐만 아니라 다른 전염병 예방도 된다고 하더라구. 워낙에 다양한 전염병들이 돌아서 그런다고 하는데 뭐 내가 어떻게 아냐? 의료 쪽에서 잘하겠지.”
지진 초기의 외상 치료는 끝나고 치과 치료부터 각종 질환 치료를 하고 있었다.
가장 먼저 병원의 복구가 이루어져서 칠레 아리가의 의료 서비스가 재개되었지만 모든 것을 잃은 이재민들은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돈이 없었다.
결국 해외 파병 의료부대에서 무상으로 치료를 받아야 했다.
밀려드는 환자들로 인해 의료부대의 군의관과 간호장교들은 전쟁터와 같은 상황이었다.
거기에 더해 예방 접종까지 지원을 해 줘야 하다 보니 창수가 보기에도 과부하가 걸려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한 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헌신하는 군의관들과 간호장교 및 간호병과 병사들이었다.
원활한 의료 지원을 위해 특전사들은 환자들의 몸수색을 하면서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임무에 열중이었다.
* * *
하늘은 가리고 있었지만 한쪽 벽은 무너져 있는 한 건물 안에 여러 명의 남녀가 신음하며 누워 있었다.
당장에라도 병원에 가야 할 듯했지만 병원에 간다고 해도 진료를 받을 수 있지도 않았고 진료를 받을 돈도 없는 이들은 고통을 참고만 있어야 했다.
몇몇 외국군 의료부대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다지만 끝도 없이 서 있는 줄을 보면 고개가 절로 내저어질 뿐이었다.
“안토니. 제발. 제발.”
“으! 으으!”
당장에라도 숨이 끊어질 것 같은 남자의 옆에서 눈물을 참아내고 있는 여인은 신을 원망할 기운도 없었다.
인간을 더욱 단단히 해 주기 위해 신은 시련을 내린다지만 아리가 지진은 인간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벅찬 지진이었다.
“엘리자베스! 가지고 왔어.”
“빅토? 뭘 가지고 왔다는 거야?”
“진통제. 힘들게 구했어.”
엘리자베스라는 여인은 남편의 친구이자 자신의 친구이기도 한 남자가 가지고 왔다는 진통제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마약을 안토니에게 줄 수는 없어!”
“하지만 안토니가 계속 고통스러워하게 놔둘 수는 없잖아. 그리고 단순한 마약이 아니야. 중독성은 줄인 거라고 했어. 안토니의 치료 순간이 올 때까지 버티게 해 줄 수 있다고.”
너무나도 고통스러워하는 환자들에게 마약성 진통제를 투약하는 것은 의료 행위에서도 있는 것이다.
물론 의사의 처방에 따라야 했지만 의사 보기가 너무나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엘리자베스는 떨리는 눈동자로 자신의 남편을 바라보았다.
식은땀을 연신 흘리며 고통스러워하는 남편이었다.
고통이라도 줄여주는 것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엘리자베스는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듯했다.
“어째서. 어째서.”
“너무 걱정하지 마. 많이 사용하지 않으면 된다고 했어.”
“흐윽! 흐으윽! 미안해. 미안해.”
고개를 돌려 외면을 하는 엘리자베스에 빅토는 힘들게 구해 온 약을 자신의 친구에게 투약했다.
조심조심 용량을 지키기 위해 빅토의 이마에서도 땀이 흘러내렸다.
자신은 친구의 고통을 덜어주려는 것이지 친구를 마약 중독자로 만들려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이름도 처음 들어본 신형 약이라는 진통제가 안토니의 몸에 들어갔다.
“엘리자베스! 이것 좀 봐!”
“보기 싫어.”
“아니. 안토니의 상태가 괜찮아지고 있어.”
“뭐?”
신형 진통제를 주사한 지 몇 분 되지도 않았는데 고통스러워하던 안토니의 상태가 눈에 띌 정도로 좋아진 것이 보였다.
물론 치료가 된 것이 아니었기에 결국 치료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적어도 고통스러운 듯이 몸부림을 치지는 않는 모습에 엘리자베스와 빅토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렇게 상태가 좋아진 것처럼 보이는 안토니의 주변에 있던 환자의 가족과 친지들은 빅토에게 자신들에게도 진통제를 조금 달라는 부탁을 했다.
빅토는 난감해했지만 주변의 환자들도 다 알고 지냈던 마을 주민들이었기에 거절을 할 수가 없었다.
더욱이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해온 물건이었기에 부담이 없었다.
일부는 빅토에게 돈을 주면서 더 구해 달라는 말을 할 정도였기에 돈도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그렇게 다음 날 아침까지 신음하던 환자들은 편안한 표정으로 잠을 잘 수 있었다.
“엘리자베스.”
“으음.”
“엘리자베스.”
사랑하는 남편의 병간호를 하던 엘리자베스는 자신을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에 눈을 떴다.
“안토니?”
“엘리자베스.”
“안토니! 괜찮아? 어디 아픈 곳은 없고?”
“괜찮은 거 같아.”
며칠째 사경을 헤매고 있던 안토니는 놀랍게도 의식을 회복해 있었다.
치료는커녕 고통이라도 줄여주는 것만 생각하고 있던 그녀로서는 놀라운 일이었다.
“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안드레오!”
“맙소사! 신이여! 감사합니다!”
의식을 차린 안토니뿐만 아니라 어제 빅토에게서 진통제를 맞은 사람들 전부가 의식을 회복하고 깨어났다.
의식이 깨어난 것뿐만 아니라 몸을 일으켜서는 일어설 수 있을 정도였다.
다들 기적이 일어났다며 기뻐했다.
“안토니. 정말 아프지 않은 거야?”
“그렇다니까. 다 나은 것 같아.”
“하……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치료를 한 것이 아니라 그냥 진통제를 주사한 것뿐이라는 사실을 자신의 남편에게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을 했다.
분명 진통제로는 고통만 줄이는 것이었다.
절대 치료가 될 리는 없는 것이다.
“안토니. 병원에 가 보자.”
“병원은 무슨 병원이야. 우리가 돈이 어디에 있다고 그럴 돈이 있으면 먹을 것을 사는 것이 나아.”
안토니는 자신의 몸이 완전히 회복되었다며 병원에는 갈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럴 돈으로 가족의 식량과 식수를 구입하는 것이 더 나은 일이었다.
“하지만 치료가 된 것이 아니야. 그냥 진통제를 맞았을 뿐이라고. 저기 한국군 병원이 있다고 했어. 거기 가서 진료를 한번 받아보자.”
“그럴 필요 없다니까.”
“제발. 그리고 애들 예방 접종도 해 준다고 했어.”
“예방 접종?”
안토니는 귀찮게 하는 아내에 짜증을 내려다가 아이들의 예방 접종을 해 준다는 말에 자신의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자신 또한 전염병인지 뭔지로 고생을 했다.
아이들에게까지 이런 고생을 시키고 싶지 않은 안토니였다.
아내의 진통제라는 말에 그 진통제가 마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효과가 무척이나 좋은 듯했지만 그런 약을 아이들에게 맞힐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래. 알았어. 내가 아이들 데리고 병원 가 볼게.”
“고마워. 진료도 꼭 받아 봐. 알았지?”
“그래.”
여자 혼자 돌아다니기에는 길거리가 너무나도 위험했다.
그렇기에 성인 남자인 자신이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는 예방 접종을 받고 오려는 것이었다.
더욱이 잘만 하면 식량 박스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안토니의 사례처럼 신종 약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퍼져 나갔다.
중독성은 높지 않고 진통 효과는 무척이나 큰 신종 약은 사람들에게 엔젤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아니 더 이상 마약이라고 하지 않을 정도였다.
그렇게 엔젤이 풀리고 있었지만 그 실태에 대해서 아는 이들은 없었다.
효과가 좋다는 말에 엔젤을 만들어 낸 이들조차 얼마나 많이 유통되는지 모를 정도였다.
엔젤은 맞은 환자들은 하루에서 이틀 내로 모두 일어섰다.
그리고서는 활발하게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물론 그들도 자신들이 치료가 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어디가 아프십니까?”
“열이 나고 배가 아팠는데 지금은 괜찮습니다. 진통제를 맞았거든요.”
“진통제요? 흐음! 잠시만요.”
외견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환자였지만 진료를 한 의사 및 각국의 군의관들은 환자의 진료를 보고서는 추가적인 진통제와 해열제 처방을 했다.
정밀 진료를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여력은 없었다.
진통제와 해열제도 많은 양을 줄 수 없었다.
환자의 자연 치유력으로 회복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 현재로써는 최선이었다.
“돌아가기 전에 예방 접종을 받고 가세요.”
“아! 예! 감사합니다.”
“다음!”
다른 의약품들은 부족했지만 예방 접종 백신은 남아돌았다.
글로벌 제약회사에서 생산한 엄청난 양의 백신이 지원되고 있었다.
오죽하면 지진 피해를 본 아리가 주민뿐만 아니라 길거리에 돌아다니고 있는 강아지까지 맞혀도 남을 정도라고 할 정도였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복합 백신 접종을 받기 시작했다.
그 누구도 이 백신이 문제를 일으킬 줄은 몰랐다.
콜레라 백신은 꽤나 오랜 옛날부터 안전성이 검증된 백신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효과를 높이기 위해 최신 기술이 적용이 된 신형 백신이었지만 안전성은 의심할 이유가 없었다.
다만 그 백신이 특수한 약과 반응을 했다는 것이 문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