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soldier chose to survive RAW novel - Chapter 176
제176화
176화
“온다!”
“응?”
러시아 군인인 장기예프는 낯선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서는 목소리가 들린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서는 천사처럼 예쁜 여자아이가 귀여운 강아지 한 마리를 안고 있었다.
‘뭐지?’
자신이 들은 목소리는 분명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귀여우면서도 군침 도는(?) 강아지가 사람 말을 했을 리는 없었기에 장기예프는 자신이 잘못 들었거니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내 잘못 듣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빅님. 괜찮을까요?”
“이 모습으로는 무리겠지만 변이하면 충분해.”
“저도 변이할까요?”
“너 어차피 먹어도 더 이상 효과가 없잖아.”
“그렇긴 해요.”
여자아이와 강아지가 분명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너무 놀라서는 몸이 굳은 장기예프에 밍밍은 빅을 가슴에 안은 채로 일어섰다.
러시아의 야수 군인들을 따라오기는 했지만 빅이나 밍밍이나 야수 군인들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렇게 문을 열고 나가자 어느덧 어두운 밤이 되어 있었다.
“이봐! 방금 강아지가 말을 한 거야?”
“빅님. 땅이 떨려요.”
“그래. 제법 큰 놈이군. 지금까지 만났던 놈들 중에 가장 큰 것 같아.”
아직 거리는 있는 듯했지만 땅이 흔들리는 느낌은 전해지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 뒤 감이 좋은 야수들 일부가 이 대지의 떨림을 느꼈다.
“온다.”
“그놈인가?”
“갑자기 왜?”
이미 몇 차례 상대를 했었다.
처음에는 가지고 있던 무기들을 쏟아부었다.
러시아도 계속된 혼란에 무기가 바닥을 보였다.
설마 세계 2위의 군사 강국인 러시아가 무기가 바닥이 날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몰락하고 있던 러시아에 뮤턴트 사태는 경제에 사망 선고를 내려버리는 것이었다.
전염병 사태에서도 버텼던 러시아 경제는 뮤턴트로 인해 완전히 사망해 버리고 말았다.
그렇기에 러시아 정부는 압도적인 물량의 무기가 아닌 야수 병사들을 만들어 내기에 이르렀다.
무기가 없어도 야수 병사 개체의 전투력으로 뮤턴트들을 처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2형 뮤턴트 정도까지도 충분히 상대를 할 수 있는 야수 군인들이었다.
“그놈이 온다! 그놈이 와!”
시베리아의 거대한 침엽수들이 우지끈하는 소리와 함께 부서졌다.
하늘을 다 가릴 정도로 높게 치솟은 침엽수들의 위로 거대한 덩치의 검은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매머드!”
야수 병사들이 본 것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거대한 덩치로 인해 야수 병사들은 그것을 매머드나 맘모스로 불렀다.
가장 거대한 육상 동물.
물론 백악기나 쥐라기 등 공룡시대로 넘어간다면 그보다 월등하게 거대한 육상 생물체가 존재했다.
수십 미터를 넘어 몸길이 백 미터가 넘어가는 초거대 생명체도 있었지만 다행히도 지금 모습을 드러낸 괴생명체는 몸길이 20m 정도에 높이는 5m에서 6m 정도 되는 것이었다.
사실 매머드나 맘모스는 눈앞의 괴생명체보다는 덩치가 작았다.
최대 높이도 4m이었고 몸길이도 10m 정도나 될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눈앞에 나타난 괴생명체를 매머드라고 불렀다.
크어어어어어어어!
어디가 입인지는 알 수 없었다.
온몸이 거칠고 긴 털에 뒤덮여 있어서 입뿐만 아니라 눈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어디서 나오는 소리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대기를 진동시키는 울음소리에는 견디기 힘든 위압감이 깃들어 있었다.
사실 눈앞에 5m가 넘는 움직이는 거대한 것이 있다면 누구나 몸이 굳고 머릿속은 하얗게 변해 버릴 것이다.
거기에 몸이 절로 떨리는 울음소리까지 듣는다면 다리에 힘이 풀려서는 주저앉아 버릴 것이 분명했다.
“막아!”
“오늘 끝을 본다!”
세르게이 소령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매머드와의 싸움에 종지부를 찍겠다고 결심했다.
그런 세르게이 소령의 외침에 야수 병사들은 울부짖었다.
“크르르르르!”
“커엉!”
“우어어어어!”
사실 할 필요는 없는 울부짖음이었다.
자신들의 모습의 형태가 맹수로 변하기는 했지만 이성은 인간의 것이었고 행동도 인간의 것이었다.
하지만 다들 전투 상황에 돌입하면 각자의 외모에 따른 맹수의 울부짖음을 행하고는 했다.
세르게이 소령은 자신의 부하들의 행동에 기가 찼지만 그게 좋다고 하는데 딱히 말릴 수도 없었다.
그렇게 맹수들은 거대한 매머드를 향해 달려들었다.
날카로운 손톱으로 몸을 할퀴었다.
피부가 두껍고 질긴 코끼리라도 깊은 상처를 입힐 만한 위력이었다.
군용 대검보다 단단하고 날카로운 이빨로도 물었다.
치악력 세기로 유명한 악어나 하이에나보다 더 강력한 위력이었으니 생명체에게는 치명적인 공격이었다.
하지만…….
“제길! 네놈의 털은 뭐로 만들어진 거야!”
“조심해!”
거칠고 두꺼우며 긴 털.
야수들의 손톱도 이빨도 이 거친 털을 뚫고 들어가질 못했다.
“털들을 잘라내! 전부 잘라내 버려!”
털 안쪽의 피부를 드러내야만 했다.
그렇게 몸을 덮은 털들을 잘라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야수 병사 하나가 털들에 몸이 엉켰다.
“사…… 살려 줘!”
매머드의 털에 엉킨 야수 병사는 잡아먹히는 듯이 털 안으로 말려 들어갔다.
“바에스키!”
동료의 몸이 매머드의 몸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에 다들 구하려고 했지만 깊은 늪에 빠져들어 가는 것처럼 털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연신 털들을 뜯어내었지만 털은 얼마나 두꺼운지 좀처럼 속이 보이지 않았다.
계속된 공격에도 효과는 없이 동료들만 잃고 있었다.
“기름을 뿌리고 불을 붙여! 완전히 태워 버려!”
처음에는 샘플이나마 얻으려고 했다.
엔젤에 대한 연구도 아직 그 끝을 알 수 없었지만 매번 새롭게 나타나는 뮤턴트들도 연구를 할 것이 가득했다.
세상이 망하는 와중에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하겠지만 적을 알아야 적에 대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장 야수 병사들도 엔젤과 뮤턴트에 관해서 연구하는 와중에 만들어진 것이었다.
일본에서 등장했던 뮤턴트들을 조종하는 뮤턴트에 대한 소식은 아직 생존해 있는 국가들의 첫 번째 연구 과제이기도 했다.
그렇게 뮤턴트 샘플은 절대적으로 확보해야 할 중요한 연구 재료였다.
화르륵!
샘플 확보는 포기한 채로 매머드의 거대한 몸에 기름을 뿌리고 불을 붙였다.
순식간에 거대한 불덩어리가 만들어졌다.
그 열기에 접근조차 힘들었다.
“쓸데없는 짓을 하는구만.”
“그러게요.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어 보이는데요.”
빅은 불을 붙여 버린 야수 병사들에 혀를 찼다.
“약해 빠진 놈들이 괜한 짓만 하고 있어.”
매머드는 야수 병사들의 공격을 받으면서도 빅과 밍밍이 있는 곳으로만 다가왔다.
“이봐! 위험해! 비켜!”
매머드가 밍밍에게로 향하는 것에 야수 병사들은 밍밍에게 도망을 치라고 외쳤다.
“겁에 질려서 몸이 굳어버린 건가?”
충분히 그럴 만했다.
당장 자신들만 해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겁이 절로 날 만한 위용이었다.
그렇게 몸이 굳은 밍밍의 몸을 잡아 뒤로 빠지려고 했다.
“불이 꺼지는 것 같네요.”
“그러게 안 타는 놈인가 보군. 결국 저 냄새 나는 털을 다 뜯어내야겠군.”
“조금 큰데 괜찮으시겠어요?”
“최대한 몸을 부풀려 봐야지. 저놈 먹으면 나도 꽤나 커지겠는데.”
밍밍은 자신의 몸을 잡으려는 야수 병사의 손을 슬쩍슬쩍 가볍게 피해 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밍밍의 바로 앞까지 도달하는 매머드였다.
털은 불에도 잘 타지 않는지 기름 부분이 다 타자 절로 꺼지고 있었다.
그렇게 매머드는 밍밍을 잡아먹으려는 듯이 덮쳐왔다.
하지만 밍밍은 그런 매머드를 농락하기라도 하는 듯이 몸을 움직이며 피했다.
“제 능력으로는 어떻게 못 할 것 같아요.”
“그래. 이놈 꽤나 많은 뮤턴트와 인간들을 잡아먹는 놈이다.”
“그럼 빅님하고 같은 건가요?”
“흥! 이런 잡종 따위를 나하고 비교하다니!”
빅은 자신과 비슷한 섭취 능력을 가진 매머드에 화를 내고서는 밍밍의 품에서 바닥으로 뛰어내렸다.
그렇게 매머드의 근처에서 한가하게 대화를 나누며 몸을 피하는 밍밍과 빅에 야수 병사들은 비현실적인 위화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런 위화감은 이내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작은 비글 강아지가 갑자기 거대한 몸으로 커지기 시작했다.
매머드만큼 큰 것은 아니었지만 3~4m에 달하는 키에 길이도 10m는 족히 넘을 만큼 커졌다.
“사실 더 커질 수도 있지만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지.”
빅은 자신을 잡아먹으려고 다가오는 매머드의 몸을 앞발로 움켜쥐었다.
거대한 덩치에 밀릴 법도 했지만 빅은 조금도 밀리지 않았다.
“그 털 안쪽을 보자.”
빅은 날카로운 이빨로 매머드의 털을 뜯어내기 시작했다.
야수들이 안간힘을 써도 불가능하던 일을 빅은 너무나도 쉽게 뜯어내었다.
그러는 중에 매머드는 빅을 털 안으로 잡아끌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그제야 매머드는 자신이 건드린 것이 터무니없는 것이었음을 깨달았다.
이성은 없이 오직 먹어치우는 포식성만 남은 괴물이었지만 터무니없는 상대에 대한 공포는 남아 있는 듯했다.
“도망가려는 거냐? 어림도 없다.”
덩치 차이로 끌려가는 것에 빅은 자신의 등에서 거대한 날개를 드러내었다.
날개를 펼쳐 자세를 잡자 매머드는 더 이상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게 되었다.
그렇게 빅은 연신 주둥이를 움직여서는 매머드의 거칠고 긴 털들을 뜯어내었고 마침내 속살을 볼 수 있었다.
“털이 빠지니 볼품이 없구나.”
이리저리 털을 뜯어내 보니 빅의 몸과 크게 다를 바 없을 정도로 덩치가 작아졌다.
“먹는 것이 아니라 흡수하는 거였나?”
털 아래의 신체에는 수많은 뮤턴트와 야생 동물 그리고 인간들이 뒤엉켜 있었다.
마치 키메라처럼 수많은 몸을 바느질로 이어 붙여 놓은 것 같았다.
잡아먹힌 야수 병사도 털 안쪽에 달라붙어 있었다.
“하급의 뮤턴트로군.”
뮤턴트의 DNA를 완전히 흡수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빅과는 달리 그냥 덩치만 커지는 뮤턴트였다.
물론 먹어치울 뮤턴트나 인간들이 많은 곳이었다면 최악의 괴물이 될 만했다.
덩치가 얼마나 커질지는 알 수 없었지만 수백 미터가 넘게 커지며 지구 역사상 가장 큰 덩치가 될 수도 있을 터였다.
문제는 하필이면 빅을 만났다는 것이었다.
“보자. 본체는 안쪽에 있는 듯한데.”
매머드의 털 안쪽의 피부에서 소화액 같은 것이 흘러나와 빅의 몸에 달라붙었지만 빅은 아랑곳하지 않고서는 겉의 뮤턴트들의 몸을 파헤쳤다.
그렇게 한가운데에서 뮤턴트의 본체인 심장을 발견했다.
“오! 이놈인가 보군. 맛있게 먹어 주마.”
빅은 매머드의 본체를 먹어치웠다.
빅에게는 하찮은 능력이었지만 여러 뮤턴트들의 DNA를 모으다 보면…….
‘완전체? 뭐가 되긴 될 것 같군.’
빅도 자신이 무엇이 될지는 짐작할 수 없었지만 뭐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아주 멀리 있는 주인에게로도 충분히 찾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빅은 매머드의 본체를 먹어치우고서는 경악하고 있는 야수들을 바라보았다.
“맛은 있을 것 같지만 주인과의 약속이 있기에 살려주마.”
“빅님. 다른 곳으로 가실 건가요?”
“흐음! 등에 타라. 밍밍. 간만에 날아보자.”
“예.”
밍밍은 빅의 거대한 등 뒤에 올라탔다.
이내 빅은 자신의 날개를 펄럭이고서는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그렇게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는 빅의 모습에 야수들은 다리가 풀린 것인지 땅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이 미친놈의 세상.”
이미 자신도 코스믹 호러의 한 부분이 되어 버렸음에도 불구하고 더한 코스믹 호러를 목격한 그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