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soldier chose to survive RAW novel - Chapter 178
제178화
178화
“나는 전설이다라는 영화 본 적 있으십니까?”
꽤나 고전 영화였다.
물론 나이가 조금 있는 이들에게는 최신 영화로 여겨지는 시기에 개봉된 영화였지만 창수나 다른 특수부대원들에게 있어서는 꽤나 고전 영화였다.
현시점에서 벌써 개봉이 된 지 20년도 더 된 영화였고 그때라면 다들 10대 초반의 나이였으니 못 본 이들이 대다수일 수밖에 없었다.
“나는 전설이다?”
“예. 그 영화를 보면 주인공이 인간인데 지구상에 유일한 인간 생존자입니다. 물론 중간에 남은 인간 생존자들이 나오기는 하는데 그건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영화 마니아인지 대원 하나가 영화 이야기를 했다.
온종일 걷거나 휴식만을 취하던 이들에게 따분하지 않은 재미있는 이야깃거리에 다들 귀를 기울였다.
물론 위험하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가능한 잡담이었다.
“전염병인지 백신의 이상 반응인지 정확한 기억은 안 나는데 다른 인간들이 전부 괴물이 됩니다.”
“흔하디흔한 재난 영화로군.”
“예. 그렇긴 한데. 그 재난 영화의 주인공은 괴물로 변한 사람들을 정상의 인간으로 되돌리기 위해 괴물들을 잡아와서 실험을 합니다.”
영화 이야기를 하는 대원의 말에 다들 관심을 보였다.
뭔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런데 그 괴물들이 주인공에게 잡혀간 자신들의 동료를 구하기 위해 주인공을 습격합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그들을 통해 자신이 괴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게 뭐야? 갑자기?”
“괴물들을 인간으로 되돌리려고 했던 유일한 생존자인 주인공이 괴물들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정상이 아닌 괴물로 여겨진 거지요.”
영화의 정확한 내용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어떤 주제인지는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가 비정상인 것 같다는 거야?”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뮤턴트들이 인간들보다 많아지면 그러지 않을까요?”
이성은 없이 오직 짐승 같은 뮤턴트들도 있었지만 이성이 있는 뮤턴트들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대원들이었다.
인간은 더 이상 지구의 지배종이 아니었다.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렇다고 순순히 괴물이 되어 줄 수는 없어.”
보지도 못한 고전 영화의 교훈이 뭐든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인간들은 생존을 위해 마지막까지 발악을 해야 했다.
영화의 주인공처럼 지구상에 마지막으로 남는 인간이 될지라도 지구에 인간이라는 종이 있었다는 흔적을 남겨야만 했다.
“그래도 인간이 완전히 멸망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지구 마지막 날에도 희망은 있다는 건가?”
“뭐 억지 희망이기는 하지만요.”
자신들에게 어떤 마지막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알 수 없었지만 다들 희망이 남아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후우! 후우! 후우!”
“포터 괜찮아?”
“예. 괜찮습니다.”
“안 괜찮아 보이는데 엔젤 하나 먹어.”
“괜찮습니다.”
“괜찮긴. 중간에 미쳐버리거나 짐 덩어리 될 거 아니라면 하나 먹어 둬.”
공황 장애.
지금 상황에서는 언제든 찾아올 수 있었다.
설령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그 누구보다 강인하다고 하는 특수부대원들조차 감당할 수 없는 한계에 직면하게 되면 정신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다.
이미 다들 한 번씩은 정신적인 한계에 봉착했다.
한가하게 정신과 의사에게서 심리 상담을 받을 수는 없는 일이었기에 위험함을 감수하면서 엔젤을 먹었다.
이성적으로 무뎌지는 것인지 아니면 정신적으로 강해지는 것인지 심리적인 문제는 사라졌다.
당연하게도 육체적인 문제도 해결할 수 있었으니 엔젤은 필요악이었다.
그렇게 포터는 동료들의 짐이 될 수 없었기에 엔젤을 먹었다.
‘두렵다. 내가 괴물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
지금까지 몇 개의 엔젤을 먹었던 것인지 헤아리지도 못했다.
운이 꽤나 좋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운이 계속 좋을지는 알 수 없었다.
특히나 폭탄 인간을 보았을 때 뮤턴트가 된다는 공포가 극대화되었다.
‘머리에 권총을 대고 러시안룰렛을 하는 기분이다.’
포터는 힐끔 창수와 키나를 바라보았다.
둘은 다른 대원들과는 달리 정신적인 문제를 받지 않는지 엔젤을 먹지 않았다.
그 누구도 대놓고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반 뮤턴트가 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전에 본 드워프처럼.
물론 창수와 키나는 지극히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기에 불완전 변이 뮤턴트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명칭으로 불러야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인간과 뮤턴트의 경계선 사이에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렇게 포터도 창수나 키나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많은 잡생각을 하던 포터는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입안에 엔젤을 던져 넣었다.
목구멍 너머로 엔젤이 넘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위액에 녹아 신체 내부로 빠르게 흡수된 엔젤은 온몸의 세포에 그 어떤 힘을 주입했다.
불안한 듯이 흔들리던 포터의 눈동자의 떨림이 멈추었다.
온몸에서 힘이 넘치고 자신이 해야 할 임무가 선명하게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더 이상의 불안감은 없었고 오히려 조금은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기분이 들었다.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그래. 포터. 선두에서 우리를 이끌어 줘.”
저주받은 약이었지만 엔젤은 만병통치약이었다.
마치 새사람이 된 듯한 포터는 선두에서 지친 동료들을 이끌었다.
언제 뮤턴트들이 나타날지 알 수 없었기에 계속 집중력을 유지해야만 했다.
당연히 힘들고 지치는 일이었으니 가장 상태가 좋은 이가 선두에서 일행을 이끌어 줘야 했다.
그렇게 포터는 선두에 섰다.
“바위산인데.”
“전원 경계!”
나무가 없는 바위산에 접어들었다.
바위산의 어딘가에 뮤턴트가 숨어 있을지 알 수 없었기에 다들 주위를 경계했다.
“후우! 먼지 날리네.”
“비가 꽤나 오래 내리지 않은 모양인데요.”
“뭔가 움직이면 먼지 구름이 날려서 확인하기는 쉽겠네.”
“물 찾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물은 얼마나 있지?”
“아직은 충분합니다. 아껴 마시면 삼 일 정도는 버틸 수 있습니다.”
“그 전에 바위산을 벗어나야지. 가자고.”
먼지깨나 날리는 바위산이었다.
엔젤을 먹은 포터는 선두에서 일행들을 이끌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지.”
하루 만에 바위산 지대를 넘기는 힘들 것 같았다.
결국 적당한 장소에서 야영을 하기로 했다.
뜨거운 햇볕을 피할 수 있는 그늘진 장소에 자리를 잡은 일행들은 야영 준비와 함께 식사를 준비했다.
“시원한 탄산음료가 마시고 싶네.”
“자네 코크 맛이 변했다는 거 알고 있나?”
“코크요?”
“그래. 뮤턴트 사태 전의 코크하고 이후의 코크 맛이 미묘하게 변했어. 물론 지금은 코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지만 말이야.”
탄산음료의 대명사인 코크였다.
“변이 유발 물질이 안에 들어 있는 겁니까?”
“뭐 공식적으로는 아무런 발표도 나오지 않았지만 맛이 미묘하게 변한 것이 그럴 것이라고 하더라고.”
“하! 뭐로 변했을까요?”
“모르지. 하지만 옛날 코크 한 잔 시원하게 마셔 봤으면 좋겠네.”
탄산음료 하나 마음 놓고 마실 수 없는 세상이 된 것에 한숨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렇게 다들 배만 채우고 목만 축이는 식사를 마치고서는 휴식에 들어갔다.
“포터. 이제 그만 쉬어. 경계는 내가 할 테니까.”
“알겠습니다. 수고하십시오. 캡틴.”
엔젤을 먹은 포터였지만 캡틴인 창수보다 감이나 체력이 좋다고는 볼 수 없었다.
그렇게 포터는 바위산의 그리 깊지 않은 동굴 안에 주저앉았다.
풀썩!
엉덩이를 바닥에 붙이자 하얀 먼지가 날렸다.
“콜록! 먼지 어지간히도 날리네.”
“이거 석면 같은데요.”
“석면?”
“예 규산염 광물로 1급 발암 물질입니다.”
“윽! 그러면 이거 들이마시면 암 걸린다는 거야?”
“예.”
암에 걸리기는 싫었는지 엉거주춤 몸을 일으키는 포터였다.
“그런데 걱정 마십시오. 엔젤 먹으면 암도 낫는다고 합니다.”
“엔젤이 암도 치료한대? 그거 확실해?”
“뭐 의학 저널에 발표된 것은 아닌데. 실은 저 암 환자였거든요.”
대원 하나가 석면에 질겁을 하고 있는 포터에게 자신이 암 환자였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정말?”
“그동안 항암 치료나 수술한 적이 없는데 아직까지 살아있으니 엔젤이 암을 치료해 주지 않았을까요? 아프지도 않고.”
과학적인 증거는 없었지만 실증적 검증으로 강한 믿음을 주고 있었다.
그렇게 석면으로 인해 암에 걸리더라도 엔젤을 먹으면 낫는다는 동료의 말에 포터는 다시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후우!”
역시나 석면을 들이마셔도 전혀 걱정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 포터는 음식을 먹어가며 휴식을 취했고 다른 대원들도 별걱정 없이 휴식을 이어갔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포터는 가슴이 답답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크음!”
“왜 그래?”
“아! 아니야. 조금 피곤한 것 같아.”
“엔젤 먹고도 피곤해?”
“효과가 빨리 떨어지나?”
“그럼 들어가서 좀 쉬어.”
“그러지.”
포터는 그리 깊지 않지만 동굴 안쪽으로 들어가서는 몸을 눕혔다.
점차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의식이 점점 멀어지는 것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 * *
“캡틴 교대해 드리겠습니다.”
“그래.”
주변을 경계하고 있던 창수는 교대해 주는 대원에 바위산 아래로 내려왔다.
다들 대원들도 휴식과 함께 자신의 총기를 점검하고 있었다.
전장에서 믿을 것은 동료와 함께 자신의 무기뿐이었다.
그렇게 무기 점검을 하고 있는 대원들 사이에서 키나도 자신에게 지급된 권총 하나를 살펴보고 있었다.
강력한 불덩어리를 쏘아낼 수 있는 키나였지만 호신용 권총 하나를 받았다.
중간중간 대원들로부터 사격 연습도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각자의 일을 하고 있을 때 창수가 물었다.
“포터는?”
“몸이 불편하다고 동굴 안에서 쉬고 있습니다.”
“몸이 불편하다고?”
아직 엔젤의 지속 시간이 꽤나 남아 있을 터였기에 몸이 불편할 리는 없었다.
창수는 뭔가 불길한 생각에 포터가 쉬고 있다는 동굴의 입구로 다가갔다.
“포터!”
안에 있는 포터를 불러 보았지만 포터의 대답 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더욱이 창수의 감에 인기척도 느낄 수 없었다.
뮤턴트가 되었더라도 창수의 감에 잡히지 않을 리 없었다.
‘죽음?’
단 하나 죽는다면 창수로서도 인기척을 느낄 수 없을 터였다.
문제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건강하던 포터가 죽었을 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더욱이 엔젤을 먹었기에 더욱더 건강한 상태일 터였다.
“포터!”
창수가 다급하게 포터의 이름을 외치자 동굴 밖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대원들도 몸을 일으키며 동굴 쪽을 바라보았다.
창수는 그다지 깊지 않은 동굴 안쪽까지 들어왔지만 포터의 모습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 흔적은 있었다.
바위에 포터가 입었을 법한 군복과 군화 그리고 소총이 놓여 있었다.
“포터!”
기괴한 상황에 포터의 이름을 부르던 창수는 화들짝 놀라서는 황급히 동굴의 입구 쪽으로 물러났다.
“캡틴! 무슨 일이십니까?”
“뮤턴트?”
“예? 뮤턴트라니요?”
창수의 시선은 동굴 안쪽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다들 의아한 듯이 창수가 바라보고 있는 곳을 향해 바라보았고 바위 덩어리가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골렘이다.”
창수는 온몸이 바위인 뮤턴트에 이를 악물었다.
무엇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포터가 골렘으로 변이해 버린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