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soldier chose to survive RAW novel - Chapter 181
제181화
181화
원정군 사령관인 류한석 중장은 매일 아침 일어나면 전날 희생된 자신의 부하들을 위해 기도를 한다.
딱히 종교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멕시코에 오고부터 매일 같이 의식처럼 행하고 있었다.
자신의 이런 기도가 조금이나마 부하들에게 안식을 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계속된 수색과 점령 임무를 지시하는 류한석 중장은 최근 들어 흔들리고 있었다.
부하 장병들이 전사하더라도 어떻게든 시신을 수습해 장례를 치러 주거나 본국의 가족에게로 보내고는 했다.
하지만 폭탄 인간들이 나타나고부터 그것이 힘들어졌다.
폭발력에 따라 시신이 흔적도 남지 않고 사라지고는 하는 것이다.
그렇게 부하의 시신이 온전치 않은 것만으로도 가슴이 아려오는데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것에 밤마다 악몽으로 다가오고는 했다.
하지만 이대로 도망갈 수는 없었다.
자신이 한민족의 희망이라는 생각에 자신의 괴로움을 남들에게 토로하지 못한 채로 홀로 감내해야 했다.
“엔젤을 드시면 정신적으로도 피로가 완화됩니다.”
“됐네.”
일부 간부나 병사들 사이에서 어떻게 구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엔젤을 먹는 이들이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처음에는 강하게 처벌을 하려고 했었지만 엔젤을 먹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기에 심하지만 않으면 애써 눈 감아 주고는 했다.
아니 일부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문제가 발생한 장병에게 엔젤 처방을 해 주기도 했다.
동료가 자신의 눈앞에서 죽는 것을 목격해 미쳐버린 장병이 엔젤을 처방받고서는 정상으로 되돌아오는 것에 엔젤 처방을 중단할 수는 없었다.
죽을 것 같은 부상에서도 엔젤을 먹이면 살 수 있었기에 의무대에는 항상 엔젤이 있었다.
물론 뮤턴트화에 대한 위험성이 높아졌지만 그런 부작용을 감수할 만큼 엔젤은 효과적이었다.
그렇게 엔젤은 인간들에게도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품이 되어가고 있었다.
전날 전사한 장병들에 대한 추모 기도를 끝낸 류한석 사령관은 곧 커피를 들고 들어온 자신의 부관을 보았다.
“향이 좋구만.”
“예. 주민들이 딴 커피입니다.”
“양만 충분하면 본국에 조금 보냈으면 하는구만.”
“병사들에게 지시할까요? 커피나무는 충분한데 인력이 부족해서.”
“됐어. 그런 것까지 시키면 사기도 좋지 않아.”
수용소에 수용한 현지인들 중에 일부로 커피 농장에서 커피를 수확하고 있었다.
그렇게 수확한 커피를 매일은 힘들지만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장병들에게 커피를 제공했다.
혹시나 커피가 변이 유발 물질일까 걱정을 해서 본국의 엔젤 연구소에서 자문까지 구했다.
다행히도 신은 인간들에게서 커피까지 빼앗을 생각은 없었는지 변이를 일으키지는 않았다.
그렇게 현지에서 딴 커피 원두로 탄 커피를 맛볼 수 있는 호사를 누리게 된 멕시코 원정군이었다.
“보고 드릴 것이 있습니다.”
“말하게.”
“특전사령부 소속의 최창수 원사가 어제 늦은 밤에 사령부에 도착했습니다.”
“특전사령부? 거긴 지금 임무 수행 중 아니었나?”
도시의 수색 정찰 임무로 본국에서 특전사령부 소속의 특전사들이 파병되었다.
원정군 사령관인 자신의 지시를 받는 특전사들이었지만 개별 특전사들과 류한석 사령관이 만날 일은 없었다.
“최창수 원사는 특수 임무로 남미로 파병되었다가 낙오되어서 파나마를 넘어 복귀했습니다.”
“특수 임무? 아! 최창수 원사라면 그 친구 말하는 거지? 아리가의 영웅이자 유엔군 호프 팀.”
“예.”
류한석 사령관은 일반 특전사가 아닌 뮤턴트 대응 스페셜리스트인 최창수를 기억해냈다.
“특수 임무 중이었다고?”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특수 임무 관련해서 사령관님께 도움을 요청한다고 합니다.”
“무슨 특수 임무가 있길래? 아니야. 들어오라고 그래.”
최창수 원사 정도 되면 자신도 모를 특별한 임무를 수행할 것이 분명했기에 자신의 부관도 관련 정보를 얻기는 불가능할 터였다.
아마도 본국에서도 창수의 특수 임무에 대해서 아는 바가 거의 없을 터였다.
그렇게 류한석 사령관은 창수와 만났다.
“커피군요.”
창수는 얼마 만에 맛보는 커피인지 모를 커피에 표정이 묘해졌다.
생각보다 보급 문제는 없어 보였다.
물론 커피가 보급을 받은 것이 아니라 현지에서 조달을 한 것임은 알지 못했기에 하는 생각이었다.
“특수 임무를 수행하는 중이었다고 했나?”
“예. 연합군과 합동 임무 수행 중이었습니다.”
“어떤 임무인지 들을 수 있나?”
“엔젤의 원료 물질로 추정되는 것이 있는 장소를 조사하는 임무였습니다.”
엔젤의 원료 물질이라는 말에 류한석 중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임무가 그것이라면 창수 정도가 되는 특전대원이 움직이는 것도 이해가 되는 것이다.
“일반 보병 부대로 전출되었다고 들었었는데 위장이었나 보군.”
“위장은 아니었습니다. 단지 임무의 난도가 너무 높은 데다가 임무를 수행할 자원이 너무 메말라 버렸기에 마지막으로 투입되었던 것입니다.”
“뭐 어차피 상부에서 지시한 것이겠지. 그래. 임무는 성공했나?”
류한석 사령관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창수에 임무가 실패했음을 깨달았다.
엔젤의 원료 물질이라면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확보해야만 했다.
“괜한 질문을 한 모양이군.”
“아닙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엔젤의 원천 원료 물질은 아니었습니다. 무언가를 발견했지만 말씀드릴 수 없는 다른 것을 발견했을 뿐입니다.”
“그런가. 내 듣기로 나에게 임무 수행을 위한 요청이 있다고 하던데.”
“예. 엔젤의 원천 물질이 있는 장소를 알아내었습니다.”
류한석 사령관은 창수의 말에 자신에게는 거부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없음을 알게 되었다.
“위치는?”
“볼리비아입니다.”
“꽤나 멀구만.”
류한석 사령관이 점령한 장소는 파나마 위쪽까지였다.
사실 파나마까지도 아니고 멕시코 남부 지역만 확보해도 충분하기는 했다.
멕시코에서 볼리비아까지라면 수송 헬기로 가기에는 너무 멀었다.
남미의 서부 해안가까지 해상으로 이동해야 했다.
수송기를 동원할 수도 있었지만 착륙을 할 공항의 안전을 장담할 수도 없었다.
“미군에 협조를…….”
“실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미군의 협조였지만 창수는 류한석 사령관의 말에 끼어들었다.
“미군. 아니 미국을 완전히 믿을 수가 없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미국을 믿을 수 없다니?”
창수는 헤인트의 조직원이었던 베루가 했던 말을 해 주었다.
“지금의 사태에 미국이 배후로 있다는 말인가?”
“확실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마피아 따위가 지금과 같은 수준의 일을 일으킬 수는 없어 보입니다. 국가가 개입한 것은 아닐지라도 아주 커다란 집단이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더욱이…….”
창수는 한국의 내부에도 개입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직접적으로는 하지 않았지만 류한석 사령관은 창수가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억측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상황상 국내에서도 엔젤이 꽤나 많이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을 류한석 사령관도 알고 있었다.
‘대체 무슨 목적으로?’
목적이 없을 수도 있었다.
있다고 하더라도 이렇게까지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그렇게 무슨 일에서라고 해도 류한석이나 창수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은 또 아니었다.
“반드시 필요한가?”
“모릅니다. 엔젤의 원천 물질의 확보를 지시받았고 저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저의 임무일 뿐입니다.”
“그럼 해야지. 특전사령부 예하 부대가 와 있네. 수송 방법은 내가 어떻게든 해결해 보겠네. 인원은 그쪽을 통해 준비하게나.”
“감사합니다.”
“본국에 허락은 임무 완료 후에 보고하도록 하지.”
본래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본국도 믿을 수 없었고 미군도 믿기 어렵다면 일단 샘플을 확보하고 난 뒤에 처리하기로 했다.
* * *
아룬과의 약속도 있었기에 창수는 곧바로 멕시코로 파견되어 온 특수전사령부의 사령관에게 인원 요청을 했다.
일반 보병 부대로 전출된 창수였지만 창수가 얻은 정보의 중요성과 특수전사령부 내에서의 창수의 인지도와 위치로 인해 볼리비아에 있는 엔젤을 회수하기 위한 특수임무단이 편성되었다.
은밀하게 회수를 해오기 위해 민간 수송 선박을 이용해 칠레 해안으로 이동한 뒤에 볼리비아 내륙으로 진입하는 루트를 타기로 했다.
특전사 3개 팀과 함께 보병 전투차와 수송 트럭 그리고 소형 전술 차량과 오토바이까지 투입하기로 했다.
회수해 와야 할 엔젤의 원천 물질의 크기를 알 수 없었기에 차량은 필수였다.
마음 같아서는 수송 헬기를 투입하고 싶었지만 헬기를 옮길 만한 수송선이나 해군 선박이 부족했다.
더욱이 은밀한 임무의 특성에도 걸맞지 않았다.
그렇게 수송 수단과 인원이 확정되고 난 뒤에 창수는 멕시코까지 함께 온 동료들을 만났다.
그들의 목적지는 한국이나 멕시코가 아닌 미국이나 본래의 자신들의 고향이었다.
물론 본래의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이 마땅찮았기에 그 대안으로 미국행을 원하고 있었다.
세상이 엉망이 되다 보니 군인의 몸값은 꽤나 귀해졌다.
더욱이 생존 기술을 가지고 있는 특수부대원들의 몸값은 더욱 높을 수밖에 없었다.
설령 엔젤을 한계까지 투약해 언제 뮤턴트가 될지 모르는 상태라고 할지라도 고도로 훈련된 특수부대원들의 가치는 여전히 높았다.
“볼리비아에 있다는 엔젤에 대한 부분은 비밀로 하겠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나 볼리비아에 있다는 엔젤의 원천 물질의 위치를 전 호프의 대원들도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비록 미국 국적도 아니고 미군 소속도 아니었지만 미국으로 가게 된다면 비밀이 유출될 수 있었다.
창수로서도 딱히 강요를 할 수 없는 문제였기에 비밀로 해 주겠다는 말을 믿어주는 것밖에는 할 수 없었다.
“회수 임무가 끝나고 난 뒤에 미군 연락관을 통해 미국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당장 미국으로 갈 수는 없지만 그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는 생각이었다.
수용소에 수용되어 있는 현지인들에 비해 상당히 자유롭고 편안한 대우를 받을 수 있었다.
“키나 씨는 어떻게 하시겠어요? 미국으로 가실 생각이신가요?”
인간의 외모를 하고 있었지만 손에서 불덩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뮤턴트인 키나였다.
물론 외모적으로 너무나도 확연하게 뮤턴트인 포터와는 달리 키나가 뮤턴트라는 사실을 밝히지는 않았다.
인간의 외모가 아니었다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도 없었을 터였다.
키나는 창수를 빤히 바라보았다.
미국으로 간다는 말에 남미에서 따라나선 그녀였다.
어차피 마녀로 취급받았으니 고향에서 그냥 살기도 힘들었다.
‘혼자 살아갈 수 있을까?’
과거 TV에서 미국에 대해서 많이 보기는 했지만 자신이 미국에서 홀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그나마 다른 대원들과 함께 미국으로 갈 수 있겠지만 미국으로 넘어가서 함께 생활할 수 있을지는 또 장담할 수 없었다.
지금 키나에게 가장 믿을 수 있는 이는 눈앞의 창수였다.
“저에게 다른 길이 있나요?”
창수는 키나가 자신과 함께 있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창수는 자신과 함께 있는다는 것이 너무나도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키나가 마법사 같은 존재라지만 그렇다고 무적의 존재는 아니었다.
창수는 불완전 뮤턴트들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기에 키나에게 충고를 했다.
“자신의 능력을 남에게 알리지 마세요. 그리고 원하신다면 미국이 아니라 한국으로 갈 수 있도록 해 줄 수도 있습니다.”
현재 상황에서 미국과 한국 둘 중에 어디가 더 안전할지는 알 수 없었다.
아니 분명 미국이 더 안전할 것이었지만 미국으로 가게 되면 엘리스와 같이 위험한 일에 휘말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벤잔과 함께 가게 해야 했으려나.’
인간의 외모와 이성을 그대로 유지한 채로 기이한 능력을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키나는 매우 흥미로운 실험체일 터였다.
만일 동료로 위험을 함께해 오지 않았다면 키나를 걱정하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그렇게 키나도 일단은 창수가 볼리비아에 갔다 오는 동안 기다리면서 생각을 정리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