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soldier chose to survive RAW novel - Chapter 209
제209화
209화
창수는 수송선으로 돌아가야 했었나 하는 후회가 되었다.
일단 적당한 건물에 들어가 문과 입구들을 막고서는 밤을 보낼 준비에 들어갔다.
“기관총 거치하고 하룻밤만 보내자.”
“알겠습니다.”
다들 아직도 방독면을 착용하고 있었다.
다행히 날씨가 선선해서 갑갑함은 덜했지만 섬이어서 바다의 짠내와 소금기로 몸이 간지러운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해가 지고 하늘 위에서는 별빛 조명이 쏟아져 내렸다.
“평화로운 시기에 여행으로 왔다면 평생 잊지 못할 만한 풍경이네.”
“사실 우유니 소금 사막도 풍경만큼은 끝내줬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지. 딱히 두 번 가 볼 만한 곳은 아니지만 말이야.”
밤하늘의 별빛 조명이 언덕바지에 세워져 있는 모아이 석상을 비췄다.
5미터는 족히 넘을 커다란 석상의 모습은 현실이 아닌 것 같은 풍경을 자아냈다.
다들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 모아이 석상을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몇 시야?”
“한국 시간 기준으로는 저녁 7시쯤입니다.”
이스터섬이 한국과 몇 시간 정도의 시차가 있는지는 알지 못했지만 대충 밤 열두 시쯤 되었겠거니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해가 지고 꽤나 시간이 지나도록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무리 집중력이 좋다지만 긴장이 풀릴 만도 했다.
“아무래도 그냥 이주한 것 같습니다.”
“귀중품이나 생필품들이 그대로 남아 있어.”
이주를 한다고 해도 귀중품이나 생필품을 전부 놔두고 떠나는 경우는 없었다.
더욱이 물자가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해진 세상이었으니 이주를 하더라도 자신들의 물건을 하나라도 더 가져갈 것이었다.
“그럼 최 원사님께서는 여기 사람들이 저기 저 사람 크기의 모아이 석상이 되었다고 생각하십니까?”
“몰라. 하지만 정상적인 상황은 아닌 듯해. 뭐든 믿기 어려운 세상이니까.”
창수는 답답한 세상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자정을 넘긴 시간이 될 때쯤 칠흑과 같이 어두운 해안가에서 무언가 검은 그림자들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원사님!”
“뭐야?”
“바닷속에서 뭔가가 나옵니다.”
“바닷속? 뭔데?”
창수는 야투경으로 바다를 살폈다.
그러자 수많은 검은 그림자들이 바다에서 육지로 기어 나오고 있었다.
역시 뭔가가 있다는 생각에 다들 정신을 바짝 차릴 때 창수의 목소리에서 맥이 풀렸다.
“꽃게잖아.”
“예?”
“게라고 바다게.”
바다에서 육지로 게들이 기어 나오고 있다는 말에 다들 맥이 풀리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다시금 창수의 말에 몸에 힘이 들어갔다.
“뮤턴트다.”
“예?”
“뮤턴트야. 게 뮤턴트.”
“게 뮤턴트라니요?”
게 뮤턴트도 있느냐는 말에 창수는 한숨을 내쉬며 대답을 했다.
“크기가 2미터쯤 되는 게라면 뮤턴트지. 그게 정상인 게냐!”
창수의 말대로 바다에서 육지로 기어 나오고 있는 게의 크기는 인간보다 컸다.
갑각류 중에서 가장 크다는 야자집게도 최대한 커 봐야 1미터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보다 두 배 이상의 크기를 가지고 있는 게였으니 그 정도라면 그냥 뮤턴트라고 여겨도 될 터였다.
지구에는 생각보다 많은 생물체가 살고 있었고 동물원이나 식물원에서 구경하는 종류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해외에서 꽤나 기상천외한 동식물을 만나게 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런 낯선 동식물들을 뮤턴트라고 여기는 경우도 종종 일어나고 있었다.
그렇게 진짜 뮤턴트인지 아니면 지구상에 본래부터 존재했던 것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터무니없이 큰 게라면 뮤턴트라 여기는 것도 이상하지는 않을 터였다.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래. 족히 수천 마리는 넘을 것 같은데.”
항구 쪽은 완전히 거대 게 뮤턴트로 뒤덮여 버렸다.
워낙에 숫자가 많았기에 거대 게들을 잡는 것은 어려워 보였다.
“아무래도 후퇴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거대 게가 얼마나 공격성을 가지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체격만으로도 위협적이었다.
그렇게 섬의 중앙 쪽을 통해 보트가 있는 동쪽 해안가까지 가면 될 듯했다.
창수 또한 전투보다는 생존이 우선이라 생각을 하며 후퇴를 결정하려는 순간 대원들의 눈에 기이한 광경이 들어왔다.
“어? 저기 생존…… 생존자들이!”
낮에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던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생존자들이 거대 게의 옆을 태연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저게 뭐야?”
“원사님. 쟤들 집 안으로 들어가는데요.”
거대 게들은 몸을 비틀어서는 건물 안으로 기어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에 사람이 건물 밖으로 나오는 것이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광경들이 펼쳐지고 있었다.
“우리 건물 쪽으로 게들이 옵니다!”
항구 쪽의 시가지에서부터 점차 게들이 들어가고 남은 게들은 해안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내륙의 집으로 기어 들어왔다.
그렇게 빠른 속도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느린 속도도 아니었다.
“어떻게 하죠?”
바다에서는 거대 게들이 계속 기어 나오고 있었고 육지에서는 점차 거대 게들 사이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었다.
창수도 지금과 같은 광경은 처음이었다.
뮤턴트 연구자들이 보았다면 이중변이라느니 아니면 역변이로 본래의 인간 모습으로 되돌아오는 것은 아니냐며 흥분했겠지만 창수와 대원들의 입장에서는 공포스럽기만 한 광경이었다.
“건물 뒤에 비트 파 놨지?”
“예.”
“일단 그리로 들어가자!”
“알겠습니다! 야! 빨리 움직여! 빨리!”
황급히 건물 밖으로 나가 땅속의 비트 안으로 숨어들어 갔다.
비트 입구에서 조심스럽게 건물로 다가오는 뮤턴트들을 바라보았다.
거대 게들은 자신들의 집이 이상하다는 것을 이내 알아차렸는지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내 어쩔 줄을 몰라 하다가 거대한 집게발로 문을 열고서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옷을 입은 상태의 한 남자가 건물 밖으로 나가서는 시가지 쪽으로 달려갔다.
건물 안에서도 뭔가 어수선한 분위기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순간순간 창문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얼굴이 보였다.
‘대체 뭐야? 뮤턴트 상태였다가 다시 인간으로 되돌아온 건가? 어떻게? 그게 가능해? 불가능하다고 들었는데!’
창수는 비트 안에서 거대 게였다가 인간으로 변한 것 같은 사람들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가지에서 칼이나 몽둥이와 같은 무기를 든 사람들이 몰려왔다.
“이봐! 라이나! 침입자가 있다고?”
“뮤토 씨! 집에 누군가가 있었어요!”
“뭐 없어진 것은 없고?”
“없어진 것은 없는데. 집이 어질러져 있고 입구나 창문을 가구들로 막고 있었어요.”
“섬 안으로 누군가 온 건가?”
“어떻게 하죠?”
“찾아야지.”
이스터섬은 망망대해 위의 섬이었다.
가장 가까운 육지까지 5,000km 가까이 떨어져 있었다.
다른 섬들과도 엄청나게 멀리 떨어져 있었기에 그 누구도 쉽게 올 수 없는 장소였다.
그런데 누군가 섬에 들어온 흔적이 있었다.
이스터섬의 다른 주민들도 자신들의 집에 누군가 들어왔던 흔적이 있음을 확인했다.
알 수 없는 불청객을 찾아 남자들이 섬의 곳곳을 뒤지기 시작했다.
“해가 뜨기 전에 찾아야 한다! 해가 뜨기 전에!”
여자와 아이들 그리고 노인들은 각자의 집에 들어가 문과 창문을 잠갔다.
그리고 남자들은 손에 흉기를 들고서는 섬의 곳곳을 돌아다니며 불청객을 찾아다녔다.
그 숫자가 족히 수백 명은 되었으니 고작 다섯밖에 되지 않는 창수와 특전사들은 비트 밖으로 나올 엄두도 나지 않았다.
“해안가를 뒤져 봐! 타고 온 배가 있을 거야!”
“혹시 뮤턴트면 어쩝니까?”
“뮤턴트였으면 벌써 공격해 왔겠지! 아무튼 찾아!”
다들 섬 곳곳을 돌아다니며 창수와 특전사들을 찾았다.
“최 원사님. 어떻게 하죠?”
“대기해. 해가 뜨면 왠지 바다로 다시 돌아갈 것 같으니까.”
“바다로요?”
“그래. 아까 해가 뜨기 전에 찾으라는 말을 들은 것 같아.”
창수는 왠지 해가 뜨면 섬의 주민들이 거대 게가 되어 바다로 돌아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체 어떤 방법으로 그게 가능한 거지?’
마음 같아서는 비트에서 나가 물어보고 싶을 정도였다.
창수가 군인이 아닌 연구원이었다면 분명 비트에서 나가 이스터섬의 주민들에게 어떻게 한 것인지를 물었을 터였다.
그렇게 촛불 아래가 가장 어둡다고 자신들의 주거지 아래에 비트를 파고 숨은 창수와 특전사들을 찾아내지 못하고 섬의 주민들은 섬을 샅샅이 뒤졌다.
“여기 보트가 있습니다!”
“보트?”
나름 숨겨 놓는다고 숨겨 놓았지만 섬 주민들이 보트를 찾아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보트는 찾았지만 섬에서 제법 거리가 있는 수송선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어두운 밤이었고 수송선에서도 등화관제를 하고 있어서 섬 쪽에서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다.
물론 태평양을 건너왔을 것으로 여겨지지 않는 작은 보트에 바다 어딘가에 태평양을 건너온 선박이 있을 것이라 예상을 했다.
“보트가 여기 있다는 것은 아직 섬 어딘가에 침입자들이 있다는 거다. 찾아! 해가 뜨기 전에 반드시 찾으란 말이다!”
“알겠습니다!”
그다지 넓지 않은 섬에서 아직도 침입자들을 찾아내지 못했다는 것에 섬의 주민들은 답답해졌다.
이스터섬의 주민들은 밤새도록 창수와 특전사들을 찾았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그리고 동쪽 바다에서 해가 뜨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다시 거대 게로 변해서는 바다로 향했다.
그렇게 바다로 향하는 거대 게들의 모습을 비트 속에서 숨어 지켜보던 창수는 비트에서 뛰어나와서는 허겁지겁 바다로 향하고 있는 거대 게 한 마리의 등껍질을 잡아서는 몸을 뒤집어 버렸다.
육지 쪽 깊숙한 곳이 집이었던 것인지 다들 바닷속으로 들어갔거나 해안가에 도착을 해 있을 때도 아직 육지 쪽에 있던 바다 게였다.
바둥! 바둥!
창수에 의해 몸이 뒤집히자 버둥거리던 거대 게는 간신히 몸을 뒤집었지만 창수는 그때마다 몸을 계속 뒤집었다.
커다란 집게발로 위협적으로 공격해 왔지만 창수에게는 느렸다.
그렇게 이미 해는 뜨고 동료들은 전부 바다로 갔으며 몸을 뒤집어도 몇 번이나 다시 몸을 뒤집히는 것에 거대 게는 더 이상 발버둥을 치지 않고 포기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부글! 부글! 부글!
창수는 몸을 뒤집은 채로 입에서 하얀 거품을 물고 있는 거대 게를 보고서는 특전사 대원에게 지시를 했다.
“가서 바닷물 좀 떠 와.”
“아! 바닷물 고문하시게요?”
“…….”
사람한테야 바닷물이 고문일 터였지만 바다에 사는 게에게 바닷물이 고문일 리가 없었다.
그렇게 창수에게 뭐 저딴 놈이 다 있냐는 눈빛을 받은 대원 하나는 얼굴을 붉히고서는 바다로 뛰어갔다.
그렇게 몸이 말라 가는 거대 게에게 바닷물을 부어 주고서는 창수는 다소 온순해진 거대 게에게 물었다.
“잠깐 이야기 좀 하자. 괜찮지?”
도무지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는 창수였다.
다른 대원들도 마찬가지였고 수송선에서도 보고를 받고서는 충격을 받은 것인지 섬의 비밀에 대해서 알아내길 바랐다.
거대 게 뮤턴트로 변했지만 이성은 남아 있는 듯했다.
겁을 먹은 듯한 바다 게는 창수의 말에 움찔 몸을 떨면서 창수의 말을 알아듣는 듯했다.
다만 여전히 하얀 거품이 흘러나오는 입의 구조상 도저히 인간의 말은 할 수 없는 듯했다.
하지만 방법은 다 있었다.
“글 알지? 아! 참. 영어. 나 스페인어는 말로 할 줄은 알아도 글자는 몰라서.”
창수의 말에 거대 게는 고민을 했다.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하는 것이다.
꼬르르륵!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와 함께 입맛을 다시는 커다란 덩치의 특전사 대원을 본 거대 게는 몸을 빠르게 끄덕였다.
게는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