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soldier chose to survive RAW novel - Chapter 215
제215화
215화
인간이 뮤턴트였을지도 모른다는 보고를 받은 김석호 대통령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충격적인 보고를 받아야 했다.
“그러니까. 뮤턴트로 변했다가 다시 인간으로 변하는 개체가 있다는 건가?”
“예. 이번에 실제로 확인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그럼 전에는 그런 개체가 있다는 사실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는 건가?”
“죄…… 죄송합니다. 확실한 것이 아니었기에 보고를 드리지 못했습니다.”
그런 중요한 정보가 있었음에도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것에 김석호 대통령은 보고자를 무섭게 노려보았다.
이미 헌법이 정해 준 임기가 지난 김석호 대통령이었다.
원하지 않던 계엄령 선포 후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여전히 대통령의 직위를 수행하고 있었지만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때려치우고 싶었다.
그렇게 계엄 대통령으로 권력 자체도 막강했다.
다행히 지금까지 잘해 오고 있었기에 국민들의 탄핵 시위는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지금 줄줄이 보고되는 사항들은 탄핵 정도가 아니라 김석호와 수뇌부들의 목숨이 걸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지금 장난치자는 건가?”
“아닙니다. 대통령님! 그게 해당 개체가 남미에서 일부 발견이 되었다는 보고가 올라왔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보고도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남미? 남미라면.”
“예. 최창수 원사의 보고 내용 중에 일부 유사한 뮤턴트 개체에 대한 보고가 있었습니다. 물론 완전히 유사한 형태는 아니고 인간과 유사한 형태의 뮤턴트였지 자유자재로 뮤턴트였다가 인간이었다가 변화하는 개체는 아니었습니다.”
김석호 대통령은 최창수라는 이름이 얼마 전 엔젤의 원천 물질을 확보했던 군인임을 떠올렸다.
“최창수 원사가 그 친구지?”
“예. 최초 뮤턴트 사태가 터졌던 아리가 지역의 영웅이라는 친구입니다.”
“흐음! 그 친구가 참 대단한 일을 해 줬어. 언제 한번 청와대로 부르게. 격려라도 해 줘야겠구만.”
“정말 좋은 생각이십니다.”
이미 한 번 창수를 만나 봤던 김석호 대통령이었다.
다만 그건 훈장을 주기 위해 불러서는 악수만 했을 뿐이었다.
제대로 대화를 나눠 본 적도 없었기에 이 기회에 창수와 대화라도 나눠 보려는 생각이었다.
“대책은 있나?”
“현재로서는 없습니다.”
인간이었을 때는 인간의 체온과 다를 바 없었다.
변이가 되고 난 뒤에야 체온이 인간보다 높고 신체 및 유전자적으로 변화가 일어났다.
그렇기에 인간인 상태에서는 유전자 검사를 해도 소용이 없었다.
설령 유전자 검사를 통해 찾아낼 수 있다고 해도 수많은 사람들을 전부 검사할 수 있을 만한 능력이 현재 대한민국에는 없었다.
그럴 자원도 능력도 없는 것이다.
“마치 늑대인간이나 뱀파이어 같군.”
인간들 사이에 숨어 살며 인간들을 먹이로 삼는 괴물들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엔젤의 원천 물질을 손에 넣었으니 분명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겁니다. 연구원들이 엔젤과 변이 유발 물질 간의 결합을 방해하거나 분리하는 방법을 연구 중입니다.”
보고자의 희망 섞인 말에 김석호 대통령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실소를 터트렸다.
“왜? 우리들도 전부 원숭이로 되돌리려는 건가?”
“예?”
“아니. 우리도 뮤턴트라며. 우리의 신체 유전자가 변이된 것이라면 그 기술을 사용하는 즉시 우리도 변이 전의 개체로 돌아가게 되는 거 아닌가? 인류의 완전한 말살 기술이 눈앞에 보이는구만.”
“…….”
김석호 대통령에 의해 해당 기술이 만들어져도 결코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려 볼 수 있었다.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해 봐도 왠지 그럴 것 같다는 생각에 그 결과를 확인하고 싶지 않아졌다.
“처음부터 이상했네. 왜 인간이 황인과 백인과 그리고 흑인으로 구분되는지. 그게 어쩌면 변이 때문일 수도 있다는 것 아닌가.”
“설령 인간이 변이된 뮤턴트라고 할지라도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유전적 안전성을 가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현재 변이체를 추가 변이할 수 없다고 합니다. 결국 인간이 뮤턴트라면 변이가 되지 않아야 합니다.”
뮤턴트는 엔젤과 변이 유발 물질로 추가 변이를 시킬 수 없었다.
그에 반해 인간은 변이가 되었기에 기존 학설은 인간은 뮤턴트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물론 변이가 된 지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 유전적 안전성이 완성되고 난 뒤에는 추가 변이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추측을 하고 있었다.
“후우! 그래. 우리가 뮤턴트이든 뭐든 무슨 상관인가. 살아남는 것이 우선이지. 방법을 찾아. 사람들 틈에 숨어 있는 더러운 피를 찾아 박멸을 해.”
“알겠습니다.”
인간은 순수한 존재여야만 한다.
지극히 인간 우월주의적인 생각이었지만 인종이나 성별에 따른 우월주의가 아닌 인간 우월주의는 인간으로서 너무나도 당연한 생각이었다.
그렇게 혹시라도 인간들 사이에 숨어 있는 인간인 척하는 뮤턴트들을 찾아내어 박멸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쉽지 않다고는 하지만 해내야만이 인간이 살 수 있는 길이라 여기는 것이다.
* * *
휴가를 나온 창수였다.
개인 차량은 이용할 수 없게 된 세상이었지만 창수는 그동안의 공로로 인해 승용 차량을 한 대 이용할 수 있게 허가를 받았다.
공무용 번호판을 단 차량 한 대로 고향인 전주까지 내려온 창수는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후우! 세상 망하기 전에 이사한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네.”
전기와 수도 그리고 가스 중에 가스는 일단 거의 중단되다시피 했다.
미국에서 가스를 얼마간 받고 있었지만 그것도 점점 줄어들고 있었고 비축량도 아껴 가며 써야 했다.
전기나 수도도 당연하게도 계획 송전 및 급수 제한이 되고 있었다.
생활이 불편해졌지만 그래도 이제는 다들 익숙해져 가고 있는 듯했다.
창수는 트렁크에 싣고 온 각종 생필품들을 챙겨서는 부모님이 있는 집으로 들어갔다.
“어머니! 아버지! 저 왔어요!”
“차…… 창수니? 아이고! 네가 살아 있었구나! 살아 있었어!”
하나뿐인 아들이 살았는지 죽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군인이 될 수 있는 나이대의 남자들은 대부분 군대로 떠났고 집에 남아 있는 이들은 노인과 여자 그리고 아이들뿐이었다.
그나마 젊은 여자들도 식량을 어떻게든 얻기 위해 집단 농장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경우엔 당연하게도 정부에서 기초적인 교육과 함께 생존을 위한 교육과 방법을 실습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집에 남아 있는 이들은 대부분 노인들이었다.
언제 뮤턴트가 나타날지 알 수 없었기에 밖에 돌아다닐 수도 없었고 집 근처와 배급을 할 때만 학교나 관공서 건물로 걸어갈 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노인들은 자신들의 자식들이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그로 인해 노인들의 절망감이 커져 자살을 하는 이들이 늘고 있었지만 정부에서도 딱히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었다.
현실적으로 노인들을 부양하는 것이 불가능했기에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몸은 어떠세요?”
“니네 엄마가 조금 아프기는 하지만 나야 괜찮지.”
“나는 괜찮아. 너는 어디 아픈 곳 없지? 아이고! 우리 아들 왔는데. 잠시만 기다려 봐라. 어디 먹을 것이 많지가 않아서.”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 아들을 배불리 먹이고 싶었지만 냉장고는 텅 비어 있다시피 했다.
일주일에 한 번 여름에는 삼 일에 한 번씩 식량을 조금씩 배급받지만 간신히 굶어 죽지 않을 정도였다.
배급도 노인들보다 어린아이들이나 청년들에게 많이 돌아가고 있었다.
집단의 생존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노인들도 알고 있었기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자신들의 먹을 것을 내어오는 어머니의 모습에 창수는 서글픔을 느꼈다.
그나마 자신이 해외에서 경험했던 끔찍한 경험들에 비한다면 한국은 무척이나 안전한 곳이었다.
“제가 물건 좀 가지고 왔어요.”
창수는 자신이 잔뜩 가지고 온 생필품들과 통조림들을 꺼내었다.
“우리 주려고 안 먹고 모은 거니? 그러지 말어.”
젊은 남자들이 뮤턴트와의 전쟁에 투입되었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었다.
당연히 험한 일을 하니 먹는 것도 잘 나올 것이었기에 창수가 자신에게 배급되는 것을 아끼고 모아 챙겨 온 것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런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창수는 걱정하는 어머니에게 가지고 온 물건들을 전해 주었다.
묻고 싶은 것이 너무나도 많았지만 차마 물을 수 없었고 말해 주고 싶은 것이 너무나도 많았지만 차마 말해 줄 수 없었다.
그렇게 창수는 며칠 동안의 휴가 동안 집에서 고쳐야 할 것을 고치고 자신의 힘으로 부모님에게 회복 물약을 투약했다.
엔젤이나 회복 물약으로도 노화는 어쩔 수 없었지만 부상과 질병은 치료할 수 있었다.
다음에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 장담을 할 수 없었기에 최대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전부 해 주고 떠날 생각이었다.
“그런데 저기, 창수야.”
“예?”
“저기 혹시 결혼할 생각 없니?”
“결혼이요?”
창수는 갑자기 결혼을 할 생각이 없냐는 어머니의 말에 당황을 했다.
외동아들인 자신이었기에 결혼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이런 세상에 결혼을 한다는 것도 불가능했고 일단 결혼을 할 여자도 없었다.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언제 죽을지 알 수 없었기에 아내가 될 여인에게 미안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결혼.”
“여자도 없고 결혼을 어떻게 해요. 이런 세상에.”
“아니지. 이런 세상이니까 더 결혼을 해야지.”
창수는 어머니가 무척이나 불안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대를 잇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모양이었다.
창수는 난처함에 어떻게 마음 상하지 않게 거절을 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 너도 나이가 되었고 하니 결혼을 해라.”
“아버지. 여자도 없는데 무슨 결혼이에요.”
“여자야 만나면 되는 거고.”
“예?”
창수는 의아해졌다.
자신이 모르는 뭔가가 있는 듯했다.
“그래. 네 나이가 찼으니까 결혼을 하면 일 년 동안 휴가를 받을 수 있대. 그리고 아기가 생기면 다시 삼 년 동안 휴가를 또 받을 수 있고. 그리고 난 뒤에 집 근처에서 출퇴근하면서 복무할 수 있다고 하더라.”
“그게…….”
“여자야 동사무소에서 맞선을 봐 준다더라. 그렇게 결혼을 하면 돼.”
모든 남자들이 최전선에서 뮤턴트들과 싸우면 미래 세대가 태어나지 못하게 되는 건 당연했다.
여자들도 주변에 남자가 한 명도 없는 것에 이대로 늙어가다가 죽을 수 있다는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생존의 위기에 종족 보존의 욕구가 생기는 것은 둘째 치고 여자도 남자와 결혼을 해서 아이를 가져야 배급의 양이 늘어나기도 했고 자신을 보호해 주는 남편의 존재로 안정감을 가질 수 있었다.
무엇보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지게 되면 정부에서 주택을 무상으로 제공했다.
현재 대한민국은 자신이 거주하는 주택 외의 2주택 이상은 전부 정부가 몰수해 갔다.
돈도 가치가 없어져 버린 세상이었기에 부동산의 가치도 없는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그렇게 노인들이 죽고 빈집들은 신혼부부들에게 무상으로 제공되고 있는 것이다.
남자도 여자도 생존을 위해서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아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창수는 계속 자신에게 결혼을 하라고 하는 어머니의 모습에 당황을 했다.
그리고 다음 날 어떻게 안 것인지 주민자치 센터에서 직원이 나왔다.
“최창수 씨죠. 휴가가 언제까지입니까? 휴가 기간이 짧을 것 같아서 명단을 가지고 왔습니다.”
“예?”
“일단 열 분 중에서 세 분 정도만 골라 주시면 만남의 시간을 갖도록 해 드리겠습니다.”
창수는 불쑥 자신에게 마치 이력서 같은 여인들의 프로필들을 내미는 주민자치 센터의 직원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내가 6.25를 경험해 보지는 않았지만 그때도 다들 결혼하고 애 낳고 그렇게 살았다.”
창수는 아버지의 목소리에 정신이 어질어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