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soldier chose to survive RAW novel - Chapter 234
제234화
234화
추운 겨울도 점차 지나가고 있었다.
남쪽에서부터 찾아온 봄바람은 동장군을 점차 북쪽으로 밀어내며 북상을 했다.
움츠렸던 사람들은 집 밖으로 나와 산과 들판에서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은 추위를 견디며 이제 막 땅 위로 솟아오르고 있는 쑥과 냉이를 캐냈다.
시베리아 한복판에서도 먹을 것을 찾아 생존을 했던 잡초 같은 민족이었다.
한평생 도시 속의 아파트에 살았던 아이들도 할머니 할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생존의 기술을 배우고 있었다.
“이건 먹을 수 있는 거고. 이건 먹을 수 없는 거다. 처음에는 구분하기 힘들겠지만 자주 보다 보면 구분이 될 거야.”
“예.”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뭐가 다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앗! 할아버지! 저기!”
“응?”
손주가 가리킨 방향에 들개 한 무리가 보였다.
“먼저 건들지만 않으면 괜찮을 거다. 하지만 천천히 내려가자꾸나.”
인간들에게 버려진 개들이었다.
산골 깊은 곳의 시골이라면 아직 개를 키우는 집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도시나 조금 큰 마을에서는 더 이상 인간과 개는 공존할 수 없는 관계가 되어 있었다.
이제는 완전히 야생에서 들개화된 개들이었으니 꽤나 위험했다.
들개들도 산 아래에서 냉이와 쑥을 캐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만 볼 뿐이었다.
겨우내 멧돼지와 고라니 등을 잡아먹으며 지내오던 들개들이었다.
간혹 뮤턴트들을 사냥해 먹어 치우기도 했다.
다른 국가에 비해 한반도에 뮤턴트의 숫자가 적은 것은 이 들개들 때문이었다.
물론 다른 국가 지역에도 들개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고 야생화된 들개들도 뮤턴트의 식사거리였다.
아무리 들개들의 사냥 실력이 좋다 한들 뮤턴트들에게는 무리였다.
하지만 한반도의 들개들은 다른 지역의 들개들과는 달랐다.
한반도의 들개들은 마치 호랑이처럼 뮤턴트들을 잡아먹고 있었다.
그렇게 인간들도 사냥감으로 보는 들개들이었지만 한반도의 들개들은 기이하게도 인간을 딱히 적대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런 경험에 의해 사람들도 들개를 자극하지만 않으면 안전하다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
오히려.
“뮤…… 뮤턴트다! 도망쳐!”
뮤턴트라는 누군가의 외침에 쑥과 냉이를 캐고 있던 사람들이 혼비백산해서는 도망을 가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육상형 뮤턴트들은 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일본과 한반도 그리고 러시아 연해주 쪽에 주로 모습을 보이는 뮤턴트인 하피는 인간들을 습격하고는 했다.
그렇게 순식간에 날아드는 하피를 보고 사람들은 살기 위해 도망을 쳤다.
들판에서 쑥과 냉이를 캐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군인들도 있었지만 혼란스러운 와중에 사람들을 모두 도울 수는 없었다.
그렇게 무질서하게 도망을 치는 사람들 속에서 쑥을 캐던 여자아이 하나가 넘어졌다.
주변에 누구 하나 여자아이를 도와줄 만한 사람은 없었고 하늘 위에서 넘어져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여자아이를 발견한 하피는 손쉬운 먹잇감에 곧바로 낚아채기 위해서 날아들었다.
이대로라면 또 한 명이 희생될 것 같았다.
“아!”
커다란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드는 하피를 보며 여자아이는 입 밖으로 아무런 소리도 낼 수 없었다.
커다란 발톱에 찔린다면 제대로 저항도 하지 못한 채로 목숨이 끊어질 것 같았다.
그렇게 두 눈을 질끈 감으려는 순간 하피의 몸을 들이박는 검고 하얀 물체가 있었다.
분명 하피가 자신의 몸 안에 날카로운 발톱을 박아 넣어 숨통을 끊어 놔야 했는데 몸이 아프지 않자 여자아이는 눈을 떴다.
하피의 목을 물고 있는 보더콜리 한 마리를 볼 수 있었다.
하피에 비해 덩치가 작았지만 퍼덕거리는 하피의 움직임에도 꿈쩍을 하지 않는 보더콜리였다.
보더콜리는 엄청난 치악력으로 하피의 몸과 머리를 분리해 버렸다.
귀여워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무시무시한 능력에 여자아이는 덜덜 몸을 떨었다.
과거였다면 여자아이도 눈앞의 귀여운 보더콜리를 키웠었다.
하지만 사람도 먹을 것이 없는 지금 애완용 개에게 식량을 나눠 줄 수 없어 대부분의 애완견들이 사라졌다.
“미…… 미안해.”
여자아이는 자신이 지키지 못한 강아지가 자신에게 복수를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세상을 지배하며 수많은 동물들에게 나쁜 짓을 저지른 업보일지도 몰랐다.
그렇게 하피에게서는 죽지 않았지만 들개에게 죽을 것이라 생각을 하며 다시 두 눈을 질끈 감는 여자아이였다.
할짝!
“앗!”
축축하고 부드러운 무언가가 자신의 무릎을 핥는 느낌에 여자아이는 눈을 떴다.
방금 전 커다랗고 무서운 뮤턴트의 몸과 머리를 분리해 버린 강아지가 어느 사이엔가 피가 흐르고 있는 여자아이의 무릎을 핥아 주고 있었다.
그렇게 상처를 핥아 준 보더콜리는 마치 여자아이를 지켜주는 듯이 주변에 있다가 군인들이 달려오는 것을 보고서는 뒤돌아 산속으로 향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여자아이는 어느덧 자신에게 달려온 군인들의 목소리에 자신이 살았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괜찮니?”
“아! 예. 괜찮아요.”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가…… 강아지가.”
“뭐?”
“귀여운 강아지가 구해 줬어요.”
군인들은 여자아이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여자아이가 바라보고 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서는 보더콜리 한 마리가 기분 좋은지 꼬리를 흔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들개가 뮤턴트를 죽였다고?”
“소문으로 듣기는 했지만 황당할 정도네.”
“그러게 말이야.”
군인들은 여자아이를 데리고서는 물러섰다.
언제 다시 하피가 나타날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들개들에게서 뮤턴트로부터 구해지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처음에는 터무니없다고 믿지 못했지만 일부 사람들은 개들과 다시 교류를 시작했다.
물을 구하기 힘든 산속이기에 물을 길어다 주는 사람들도 있었고 자신의 먹을 것을 나눠 주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 사람들의 대부분은 과거 개를 키웠던 사람들이었다.
더욱이 개중에는 고양이도 있었고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디서 구했는지 고양이들이 좋아할 생선이나 캣닢들을 구해다 주기도 했다.
물론 인간들을 도와주기는 했지만 경계심 가득한 개와 고양이를 도시로 데리고 오기는 힘들었다.
여전히 식량은 부족했고 사람들은 많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들개나 야생 고양이가 인간들을 공격하지는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랬기에 산속을 수색하던 군인들도 들개와 야생 고양이들은 공격하지 않았다.
오히려…….
“뮤턴트다!”
“들개들이 뮤턴트의 공격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뭐? 들개들이 공격을 받아?”
“예! 어떻게 할까요?”
토착화된 뮤턴트들은 아무리 토벌을 해도 계속 나타났다.
그렇기에 한반도의 70%의 산지 전부를 안전하게 확보하기는 어려웠다.
들개들이 뮤턴트를 사냥한다고는 하지만 뮤턴트를 사냥하는 들개들의 숫자가 아직은 많은 편이 아니었다.
그렇게 뮤턴트들에게 공격을 받고 있는 들개들이 있다는 말에 과거 애완견을 끔찍이도 아꼈던 수색대의 지휘관은 뮤턴트들로부터 들개들을 구하라는 다소 이해할 수 없는 명령을 내렸다.
“들개들을 구하라고요?”
“그래! 들개들을 구해!”
지휘관의 명령에 당혹스러웠지만 수색대 병사들은 들개들을 공격하고 있는 뮤턴트들을 기습했다.
“발사!”
탕! 타탕! 탕! 탕! 탕!
다행히 들개들에 시선이 쏠려 있었기에 뮤턴트들을 포위해서는 머리를 정확하게 조준하여 일거에 처리할 수 있었다.
요란한 총소리에 들개들은 화들짝 놀랐지만 자신들을 공격하고 있는 뮤턴트들이 쓰러지는 모습을 보았다.
“애들 놀라니까! 접근하지 마라!”
지휘관의 외침에 따라 경계는 했지만 군인들이 들개들에게는 총구를 겨누지 않았다.
그렇게 자신들에게는 공격을 할 의사가 없다는 모습에 들개들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안심해! 너희들을 다치게 할 생각은 없으니까.”
수색대의 지휘관은 들개들이 당연하게도 자신의 말을 알아들을 리는 없다고 생각을 했다.
물론 똑똑한 애완견들은 일부 주인의 말을 알아듣기는 했지만 의사소통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대답을 기대하고 한 말은 아니었지만 들개 무리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맙다. 인간.”
“…….”
군인들은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는 듯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누구야? 장난친 놈이.”
자신들 중에 누군가가 장난을 친 것이라 생각을 했다.
들개가 말을 할 리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내 경악스러운 일이 일어났다.
“이 도움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군.”
“개…… 개가 말을 한다!”
“그…… 그냥 개가 아니야! 골든 레트리버야!”
한 군인이 그냥 개가 아니라 골든 레트리버라며 정정을 해 주었다.
물론 그 군인은 다른 군인들의 알 수 없는 시선을 받아야만 했다.
그렇게 자신들의 앞에 다가온 골든 레트리버는 분명 사람의 말을 하고 있었다.
“지금 사람의 말을 한 거니?”
“인간들이 사용하는 언어라면 맞다.”
“맙소사! 뮤턴트화된 거로군.”
들개들이 뮤턴트들을 사냥하는 모습은 꽤나 자주 목격되었지만 다들 추측만 할 뿐이었다.
그 추측 중에 하나가 뮤턴트화였다.
“저게 뮤턴트화라고? 그냥 진화 아니야?”
“진화?”
“그래. 뮤턴트가 이성을 갖고 사람 말을 한다고 들은 적은 없는데.”
“그렇긴 하네. 그럼 개들이 진화한 거야?”
몇몇 군인들은 아주 오래전 고전 영화가 되어 버린 혹성 탈출과 같은 영화가 떠올랐다.
물론 원숭이가 아닌 개들이 인간을 지배하는 광경이 떠올랐다.
“우리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도와주도록 하지. 그분께서 그대 인간들과의 분쟁을 원치 않으신다. 우리 또한 그대들이 우리를 적대하지 않는다면 그대들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다.”
수색대의 지휘관은 지금 도무지 믿기지 않았지만 골든 레트리버가 말을 하는 광경을 영상으로 담으려고 했다.
그러다가 문득 골든 레트리버가 그분이라는 말을 한 것을 떠올리고서는 물었다.
“그분이라니? 그분이 누구지?”
“우리들의 기원이자 근원이신 분이다. 그 이상은 말을 해 줄 수 없다. 나 따위가 그분의 허락 없이 그분의 정체를 밝히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그분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뮤턴트화된 들개들의 기원이라고 하자 군인들은 머리가 복잡해졌다.
왠지 터무니없는 뮤턴트가 존재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혹시 구미호 아니야? 구미호?”
“구미호?”
“그래. 보통 이러면 구미호던데.”
“그것보다 백호 아닐까?”
“한반도에 호랑이가 어디 있냐!”
“모르지. 괴물도 있는데 호랑이가 있는 게 이상한가!”
“그렇긴 하네. 아무튼 기가 차네. 기가 차.”
군인들은 뮤턴트화된 들개들과 조우했고 그 정보를 상부에 보고했다.
들개들과 동맹이 될지 적대적인 관계가 될지는 상부에서 결정을 하게 될 것이었다.
이성을 가진 들개들에 대한 보고는 한반도 곳곳에서 이루어졌고 한국 정부는 고심을 해야 했지만 추위가 물러가면서 국경 장벽 너머에서 다시 거미 뮤턴트의 새끼들이 포착되었을 뿐만 아니라 함경도 지역에서 거미 뮤턴트의 고치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들어야만 했다.
거미 뮤턴트들만으로도 버거운 현재 들개 뮤턴트들까지 상대할 여력은 없었다.
나중에 들개 뮤턴트들을 토벌하더라도 지금은 아니었다.
전군에 산속의 들개들에게 적대적인 대응을 하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