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soldier chose to survive RAW novel - Chapter 272
제272화
272화
생태계에서 자손을 남기며 생존을 이어 가는 것은 강자가 아닌 적자이다.
적자가 흔히들 강자라는 생각이 들게 하기도 하지만 적자는 강자일 수도 있었지만 강자가 아닌 경우도 있다.
뮤턴트는 포식자들이다.
인간들이 어설프게 분류한 대로 등급에 따라 힘의 우열은 있을지언정 인간들뿐만 아니라 같은 뮤턴트들도 잡아먹는 포식자들이었다.
하지만 생태계에서 포식자들만 존재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포식자들의 식량이 되어 줄 피식자들이 필요했다.
포식자들보다 피식자들이 더욱더 많아야 생태계가 유지가 되는 법이다.
그전까지는 인간이 뮤턴트들의 피식자가 되었다.
온 지구를 뒤덮을 정도로 많은 숫자의 인간들이었으니 뮤턴트들은 숫자가 적은 동물들보다 인간들을 먹이로 삼는 것이 훨씬 쉬웠던 것이다.
하지만 인간들의 숫자가 줄어들었다.
100억 명을 넘보던 인간들의 숫자가 족히 10분의 1 이하로 줄었으니 지구상에서 인간을 보는 것이 이제는 조금 어려워지고 있었다.
이대로 인간들의 숫자가 더욱더 줄어든다면 뮤턴트들도 인간보다는 다른 피식자를 필요로 하게 될 것이었다.
그렇게 뮤턴트들로 채워지고 있다고 생각이 드는 세상이었지만 텅 비어 가는 지구 위에는 멸종을 해 가던 동물들이 다시금 번성해 나갔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그리고 인간이 밟고 지나가 단단했던 땅 위로도 온갖 식물들이 자라났다.
바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수백 년 동안 바다를 오염시켰기에 단시간에 회복이 되기는 어려웠지만 다양한 물고기들이 번성을 해 나갔다.
지구 내외적인 급격한 변화만 없다면 인간이 지배했던 세계보다 훨씬 다양하고 풍부한 생태계가 이루어질 것이었다.
비록 그것이 인간들에게는 끔찍한 결과물로 보일 터였지만.
“저런 동물 본 적 있나?”
“글쎄. 잘 모르겠는데.”
“뮤턴트인가?”
“뮤턴트면 우리를 보자마자 달려들어서는 온몸을 갈기갈기 뜯어먹었겠지.”
“말을 왜 그렇게 무섭게 해.”
“뭘 무섭게 해. 그냥 사실대로 말을 하는 거지.”
“이 양반. 눈치 좀 봐 가면서 말을 해.”
“눈치 볼 게 뭐가 있어.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모를 판국에.”
“하긴 그렇긴 하네. 자네 말도 맞아. 아무튼 저놈은 뮤턴트도 아니면 뭐지?”
“몰라. 어디 동물원에서 탈출이라도 했나 보지.”
“그런가? 하긴 우리가 못 본 특이한 동물 놈들도 많다고 하긴 하더라.”
뮤턴트라면 인간들을 공격해서 잡아먹었을 터였지만 인간들을 공격하지 않고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었다.
뮤턴트가 풀을 뜯는다는 소문은 들어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물론 포유류처럼 보이는데 알을 낳는다거나 도마뱀과 같은 양서류나 파충류 같은데 새끼를 낳기도 했다.
생물학자들이 본다면 뒷목을 잡을 만한 기괴하고 이해할 수 없는 생물들이 지상에 나타나고 있었다.
아니 지상뿐만이 아니었다.
하늘에서도, 바닷속에서도, 그리고 보이지는 않지만 땅속에서도 수많은 뮤턴트 생물들이 나타나고 있었다.
인간들에게야 자극적인 육식 뮤턴트들이 목격되어서는 관심을 받았지만 서서히 육식이 아닌 다른 것을 먹이로 삼는 뮤턴트들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저놈들 생각보다 온순해 보이는데.”
“왜? 잡아서 길러 보려고?”
“뭐, 못 할 것 어디 있겠나? 못 기르면 잡아먹으면 되지.”
“잡을 수나 있겠나?”
“일단 해 보고 난 뒤에 생각하자고.”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다른 점은 행동의 틀을 깬다는 것이었다.
두 손의 자유를 얻음과 동시에 도구를 사용할 수 있게 된 인간들은 매우 다양한 행동 양식들을 가지게 되었다.
동물을 사로잡아 사육을 하는 것도 이 다양한 행동 양식 중에 하나였다.
그리고 당연히 식물을 기르는 농사도 인간을 강자라기보다는 적자라고 하는 생존에 매우 적합한 존재로 만들었다.
그렇게 인간들은 뮤턴트인지 아니면 기존에 존재했던 동물들인지 모를 생물들을 사로잡아 사육을 하거나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맛있군!”
“정말 맛있는데.”
인간이 가축을 키운 첫 번째 이유는 가축의 노동력을 이용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맛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소도 돼지도 그리고 말과 닭까지 대표적인 가축들은 공통적으로 매우 맛있다는 것이었다.
가축화하기가 불가능에 가깝다는 얼룩말이나 일부 동물들은 까다로운 습성보다 고기가 맛이 없다.
굳이 가축화를 시킬 필요성이 없을 만큼 맛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인지도 몰랐다.
대표적으로 가축화가 어렵다는 얼룩말이 그렇게 맛이 있었다면 인간들은 어떻게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얼룩말을 가축으로 만들었을 것이었다.
“이건 맛없다.”
“그래. 맛없네.”
인간들은 공격적이지 않은 뮤턴트들 중에 맛이 있는 것과 맛이 없는 것을 구분했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죽어 가며 복어를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었듯이 독이 있는 뮤턴트도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려고 했다.
독이 있어도 일단 고기가 맛이 있다는 것은 죽기 전에 확인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인간들은 뮤턴트들을 사로잡고 번식 방법을 알아내어서는 가축화를 시작했다.
소와 말 그리고 돼지 등의 가축화된 동물도 있었지만 세상이 멸망에 가까운 상황이 되다 보면 기존의 가축들은 잠시 동안이나마 인간들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순간 거의 전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기 마련이었다.
가축들을 다시 기르고 싶어도 기를 가축들이 없는 것이다.
그렇게 마을 단위로 수십 마리의 뮤턴트들을 생포해서는 번식을 시켜 나갔다.
하지만 지역에 따라 인간은 더 이상 최상위 포식자가 아니었다.
어떤 지역에서는 인간들의 세력이 강해서 뮤턴트가 나타나는 족족 사살을 하고 있었지만 인간들의 숫자가 줄어든 지역에서는 뮤턴트들에게 완전히 밀려 버린 곳도 있었다.
그렇게 인간이 완전히 사라지거나 사라져 갈 위기에 처한 곳도 있었다.
“인간들의 마을이다.”
“인간들을 잡아먹자.”
“허기진다.”
두꺼운 나무와 튼튼한 바위들로 성벽을 쌓아 두었지만 인간들의 마을을 주시하는 뮤턴트들에게는 조금 성가시기만 한 장애물에 지나지 않았다.
얼마든지 성벽을 넘어 인간들을 학살하고 잡아먹을 수 있었다.
“잠시만 기다려라.”
이번에도 인간들을 공격해 인간들을 잡아먹을 때였지만 뮤턴트들을 이끄는 우두머리는 자신의 부하들을 말렸다.
“왜 그러나? 허기진다. 당장 인간들을 먹고 싶다.”
불완전 뮤턴트는 아니었다.
인간이었을 때의 인격은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자신들이 본래는 인간이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뮤턴트로서의 인격이 확실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불완전 변이로 인해 정체성이 흔들리는 것과는 달랐다.
“이번 인간들을 잡아먹으면 그다음에 또 얼마나 굶주려야 할지 알 수 없다.”
“무슨 의미냐?”
아무런 지성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일부 뮤턴트들에게서 지성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개체가 발견되었다.
“인간들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
“그래서?”
“더 이상 인간들을 먹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말도 안 돼! 그럼 우리는 뭘 먹어야 하나?”
인간들이 없어지면 더 이상 자신들이 먹을 것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것에 무척이나 놀랐다.
이번 인간들의 마을을 찾은 것만 해도 열흘이 넘었다.
처음에는 아무 곳에서나 인간들을 찾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점점 인간들을 찾기 힘들어졌다.
“인간들이 다른 먹을 것을 기르듯이 우리도 인간들을 길러야 한다.”
“인간들을 길러? 어떻게?”
“인간들을…….”
“대장. 인간들을 공격하는 놈들이 있다!”
경쟁 개체인 듯이 한 무리의 뮤턴트들이 인간들의 마을을 습격해 왔다.
자신들의 것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생각에 지성이 있는 뮤턴트들은 다급해졌다.
“우리도 인간들을 잡아먹어야 한다! 이러다가 우리 먹을 것이 없어진다!”
다른 뮤턴트처럼 인간들을 지금 공격해 잡아먹어야 한다고 주장을 하는 부하 뮤턴트의 말에 대장 뮤턴트는 생각을 달리했다.
“인간들을 지켜라!”
“뭐?”
“인간들은 우리 것이다. 우리가 인간들을 지키고 기른다.”
대장 뮤턴트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잘 이해가 가진 않았지만 자신들의 것을 건드리는 경쟁 뮤턴트들에게는 분노의 감정이 생겼다.
그렇게 대장 뮤턴트의 명령에 따라 인간들의 마을을 공격하고 있는 뮤턴트들에게로 달려들었다.
여간해서는 잘 죽지 않는 뮤턴트였기에 인간보다 상대하기가 꽤나 까다로웠다.
하지만 자신들의 인간을 가만히 빼앗길 수는 없었기에 지성이 있는 뮤턴트들은 맹렬하게 뮤턴트들을 공격했다.
“뭐…… 뭐야? 저놈들은?”
“모르겠습니다. 다른 종의 뮤턴트 같습니다!”
“저 괴물 놈들이 왜 같은 괴물들과 싸우는 거지?”
“그 이유는 모르겠습니다만 지금이 기회 같습니다! 도망을 치든 아니면 싸우든요!”
“도망을 치기는…….”
도망을 친다고 해 봐야 도망을 갈 곳도 없었다.
근처에 몸을 위탁할 마을이나 성이 있으면 좋았겠지만 근처에는 없었다.
차라도 있다면 멀리라도 갈 수 있었지만 걸어서는 힘들었다.
결국 뮤턴트들끼리 서로 싸우다가 전멸을 해 주는 것이 가장 좋았지만 한쪽이 살아남는다면 그쪽과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 것 같았다.
그렇게 싸움은 결국 한쪽에는 패배로 다른 한쪽에는 승리로 끝나기 마련이었다.
죽거나 도망을 가 버리는 다른 종의 뮤턴트들과 싸움에 승리를 했지만 상처투성이인 뮤턴트들을 보며 인간들은 다음 싸움을 각오했다.
“다들 무기를 들어라! 오늘 여기서 죽든가 아니면 내일의 해를 본다!”
물러설 곳은 없었기에 다들 무기를 움켜쥐었다.
더 이상 보급이 되지 않는 열병기는 고철이 된 지 오래였다.
설령 총기와 총알이 있다 한들 뮤턴트들에게 사용하느니 자살을 할 때 사용을 하는 것이 더 나았다.
그렇게 대부분 창이나 화살과 같은 구시대의 무기를 들고서는 전투를 대비했다.
훌쩍!
한 뮤턴트가 너무나도 쉽게 성벽 위로 뛰어올라 왔다.
뮤턴트에 이름을 붙이는 행위는 인간이 뮤턴트보다 우월하고 오래 생존을 할 때였다.
종이 다른 뮤턴트들을 전부 한데 뒤섞어 뮤턴트나 그것도 아니면 몬스터라고 통칭을 해 버리고 있었다.
그렇게 자신의 피인지 아니면 방금 전까지 싸워 왔던 뮤턴트의 피인지 알 수 없는 피로 물든 괴물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인간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우리가 너희들을 지켜 주겠다.”
“…….”
뮤턴트의 입에서 흘러나온 인간의 언어에 다들 멍하니 뮤턴트를 바라보았다가 서로서로를 바라보았다.
“우리에게 제물을 바쳐라. 그런다면 너희를 다른 괴물들로부터 지켜 주마.”
거래.
오직 지성체만이 가능한 지극히 고등의 대화 방법이었다.
힘으로 강제로 빼앗을 수 있었지만 서로의 이득을 위해 거래를 하는 것이다.
“우…… 우리를 잡아먹지 않고 지켜 주겠다는 말을 한 것이오?”
“그렇다. 우리가 너희를 지켜 주고 너희는 우리에게 식량을 바쳐라.”
“만일 거절한다면?”
“그럼 지금 여기서 전부 죽이겠다.”
협박은 아주 효과적인 대화 수단이었다.
인간들로서는 기가 막힐 일이었지만 성벽 위로 다른 뮤턴트들이 하나둘씩 올라오면서 최후의 승자는 인간들이 아닌 뮤턴트가 될 것으로 확신되었다.
결코 거절을 할 수 없는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리 나쁜 거래는 아니었다.
인간들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뮤턴트들을 대신 상대해 주겠다는 약속을 받은 것이다.
“알겠소. 우리에게 거부할 힘은 없어 보이는구려.”
“크크크크! 그렇다면 먹을 것을 바쳐라.”
인간들은 자신들이 기르던 가축을 바쳤다.
뮤턴트 가축보다는 인간들이 더 좋았지만 인간들의 숫자가 그다지 많지 않았기에 좀 더 인간들이 늘어날 때까지 기다려 주기로 했다.
물론 살 수 없을 만큼 아프거나 너무 늙은 인간들을 한 번씩 받아가서는 잡아먹었다.
병든 인간의 살은 그다지 맛있지는 않았지만 인간들의 뇌는 먹을 만했다.
그렇게 인간들과 뮤턴트들의 공생이 이루어지는 곳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