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soldier chose to survive RAW novel - Chapter 282
제282화
282화
거대한 시가지가 끝도 없이 펼쳐진다.
수많은 건물들이 거대한 미로를 연상시킬 만큼 가득 들어차 있는 곳이 바로 대한민국의 수도권이었다.
수천만 명이라는 인구가 모여 사는 곳이었다.
이제는 그렇게 많은 인구는 없었지만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창수는 거대한 미로 같은 수도권 안으로 들어서며 깊은 밀림보다 더한 답답함과 불안감을 느꼈다.
‘대체 얼마나 많은 인충들이 이곳에 있을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아래쪽에서는 띄엄띄엄 있던 검문소들도 수도권에 도착을 하자 촘촘히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군인과 경찰로 보이는 무장 병력들도 수시로 도로를 순찰하고 있었다.
그런 무장 병력들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지켜보는 이들로 하여금 안심은 할 수 있을 듯했다.
창수는 검문소마다 똑같은 신고를 했다.
시간은 그때마다 지체되었다.
아침 일찍 출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점심때를 넘어 오후가 되어 있었다.
과거였다면 벌써 서울에 들어왔어야 했다.
중간이 군인들을 흉내 내고 있던 인충들이 있었지만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지나고 있었다.
“충성! 최창수 원사님! 지나가십시오!”
창수의 신분을 확인한 검문소의 대원들은 하나같이 두 눈을 반짝이며 창수를 바라보았다.
창수에 대한 과장된 소문을 믿고 있는 것 같았다.
창수에 대한 소문이 다소 과장이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창수를 눈앞에서 보면 존경의 눈빛을 보내고는 했다.
그렇게 다른 이들보다는 비교적 빠르게 검문이 끝나고 검문소를 통과할 수 있었다.
몇 번이고 귀찮을 만큼 검문소들을 지나 마침내 창수는 서울의 입구인 만남의 광장을 보게 되었다.
서울을 방문하는 이들과 서울 밖으로 나가는 이들이 스쳐 지나가는 곳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북적이던 곳에는 군인 막사와 군장비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리고 한쪽에는 뮤턴트가 있었다.
“통제를 하기 시작한 거미 뮤턴트인가?”
인간들 근처에 있었지만 거미 뮤턴트들은 공격성을 보이지 않으며 얌전히 있었다.
거미 여왕을 사로잡으면서 일부 거미 뮤턴트들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고 들었다.
인간 병사들이 접근하기 위험한 장소에 투입된다고 들었다.
물론 충분히 숫자가 많은 것도 아니었고 인간들도 마냥 멍청하진 않아서 일정 숫자 이상으로 늘리지 않았다.
자칫 양날의 검이 되어 자신들의 목을 죄어 올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인간들은 매번 같은 실수를 하고는 한다지만 인간들이 아직 지구상에서 멸종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결정적인 실수는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영화 속에서나 보던 터무니없는 실수를 현실에서 하진 않았다.
그렇게 창수는 검문소에서 시간을 지체하기는 했지만 도로에서는 그다지 시간을 많이 지체하진 않았다.
도로 정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 된 것이다.
만남의 광장을 지나 서울 시내 안으로 들어오자 또다시 과거에 보았던 것처럼 격벽들로 미로가 되어 있는 서울 시내를 볼 수 있었다.
그래도 과거의 실수를 하지는 않으려는지 격벽들 속으로 인간들만이 통과할 수 있을 만한 통로를 만들어 두었다.
종종 차량이 지나갈 수 있는 장소도 준비해 두어서 문제가 생겼을 때 빠르게 이동을 할 수 있도록 설계가 되었다.
물론 그건 긴급 상황에서였기에 창수는 저번처럼 빙빙 돌아서는 청와대로 가야만 했다.
“최창수 원사님이시군요. 바로 청와대 안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저번과는 달리 이번에는 바로 청와대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아직 해가 지지는 않았지만 저녁 무렵이 되어 가고 있을 시간이었다.
청와대 안도 완전히 요새가 되어 있었다.
청와대 입구부터 크고 두꺼운 벙커가 만들어져 있어서 허가되지 않은 존재가 들어오려고 한다면 온몸이 벌집이 될 것을 각오해야만 했다.
“이쪽을 통과해 주시겠습니까?”
X-레이 투시기를 지나가고 나면 체온과 함께 각종 검사를 통과해야 했다.
“체온이 조금 높으시네요.”
“엔젤의 부작용으로 알고 있습니다.”
“예. 최창수 원사님의 특이 사항은 보고받았습니다. 일단 무기를 전부 맡겨 주셔야겠습니다. 대통령님을 뵙고 나면 돌려 드리겠습니다.”
“예.”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기에 이번에는 별다른 의심을 하진 않았다.
오히려 무기를 들고 들어가라고 한다면 더 의심이 들었을 터였다.
더욱이 무기가 없다고 해서 창수의 전투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맨몸의 상태로도 어지간한 뮤턴트 정도는 가볍게 처리할 수 있었다.
그렇게 청와대 입구의 탐색대에서 신체 검사를 받고 나서야 창수는 청와대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걸음을 천천히 걸어 주십시오. 빠르게 걸으시면 총알이 날아옵니다.”
“안 그래도 청와대 들어오기 전부터 뒤통수가 근질근질하긴 했습니다.”
“예. 저도 처음에는 하루 종일 누가 저를 쳐다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뭐 실제로도 쳐다보고 있을 테구요.”
창수의 말에 안내를 맡은 이는 쓴웃음을 지었다.
허튼짓을 하려고 하면 뒤통수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게 될 것이었다.
그렇게 청와대 본관 건물 쪽으로 걸어서 뒤통수가 몇 번이고 뚫리는 듯한 불쾌한 느낌을 받으며 건물 입구에 도착했다.
그렇게 건물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한 번 더 몸수색을 받은 창수는 그제야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물론 건물 안으로 들어오고 나서도 자신의 곁에서 감시 겸 길 안내를 해 주는 일개 분대 규모의 군인들에게 둘러싸여야만 했다.
다소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인충들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아직 일반에 인충이 완전히 공개가 된 것은 아니었다.
인충의 특성이 일반인들에게 공개가 되었을 때 벌어질 상황에 대해 정부 내에서도 우려를 한 것이다.
그렇게 군인들에게 조심스럽게 공개가 되었지만 예상보다는 큰 동요가 일어나지 않았다.
뮤턴트 사태가 벌어지기 전이었다면 무정부 사태가 벌어질 만큼의 충격이었을 터였지만 뮤턴트 사태가 백신의 역할을 해 주었다.
이미 군인들도 인간과 같은 외형을 가진 뮤턴트가 등장을 할 것이라 예상을 하고 있기도 했다.
시기의 문제일 뿐 결국 인간들은 지구상에서 멸종을 하게 될 것이라 예상을 했다.
그나마 인간답게 죽겠다는 생각으로 현재를 살고 있을 뿐이었다.
“이곳에서 잠시 대기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대통령이 창수의 일정에 맞춰 움직일 수는 없으니 창수가 대통령의 일정에 맞춰야 했다.
그렇게 대기실에서 숨을 돌리면서 창수는 자신을 감시하는 군인들에게 물었다.
“요즘 서울 상태는 어떻습니까?”
“간간이 뮤턴트가 나타나는 중입니다만, 크게 문제가 터지진 않고 있습니다. 남쪽은 어떻습니까? 최 원사님.”
창수도 그렇지만 서울 쪽의 군인들도 다른 지역의 소식을 알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창수는 생각보다 차분한 군인들의 표정에 남쪽 상황에 대해서 사실대로 이야기를 해도 상관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부의 정보 통제로 인해 치가 떨리던 창수였다.
때로는 너무 많이 아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전혀 모르고 있거나 잘못 알고 있는 것이 더 문제라고 생각했다.
“인충들이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그 정도입니까?”
“군인으로 위장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창수의 말에 별생각이 없던 군인들도 몸을 움찔 떨고서는 창수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군인으로 위장을요?”
“예. 검문소에서 군인으로 위장을 하면서 사람들을 유인해서 습격을 하는 일이 있습니다. 피아식별 문제를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후우! 그렇군요. 지역 간 이동이 금지되어 있기는 하지만 전혀 움직이지 못하도록 할 수는 없으니. 검문소를 위장하고 있다면. 후우!”
“인충의 지능이 그 정도로 높습니까? 그래도 뮤턴트 아닙니까.”
한 군인이 인간의 지능보다 더 뛰어난 것 같은 뮤턴트에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물어왔다.
“뮤턴트도 본래 인간이었으니까요. 뮤턴트로 변이된다고 해도 인간의 지능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없습니다.”
흉악하게 생긴 뮤턴트라도 결국에는 인간에게서 변이된 괴물이라는 창수의 말에 다들 표정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혹시 멕시코로 간 사람들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 있습니까?”
창수은 아사달에 대한 정보를 이들은 알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질문을 했다.
“아! 아사달 말씀이시군요. 후우! 인충들이 나타나고 나서 이민선들의 출항이 정지가 되었습니다.”
그 정보는 창수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인충들이 한반도 밖으로 나가게 할 수는 없었다.
물론 한반도 밖에서 인충들이 발생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었다.
인충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알지 못하고 있었고 엔젤과 특정 변이 유발 물질에 노출되면 생기는 것이 뮤턴트였기에 한반도 밖에서도 우연에 의해 인충이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설령 인충이 아니더라도 인충과 유사한 인간의 외형을 닮은 뮤턴트가 나타난다면 동일한 위기가 찾아오는 것이다.
“아사달 쪽은 미리 젊은 남자 개척자들을 보내고 그 뒤로 아이가 딸린 젊은 여자들을 보내서 이제는 더 이상 이민자들을 보내지 않아도 될 겁니다.”
“예? 그게 무슨 말이죠?”
창수는 한 군인의 말에 의아한 듯이 물었다.
“아. 모르셨나 보군요. 하긴 모르실 만도 하겠네요. 비밀이기는 했지만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던 것이긴 했으니까요. 정부에서 처음부터 한민족들의 존속을 위해 전 세계로 한국인들을 보낸 것이니까요.”
창수는 혹시나 했던 것이 사실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박충렬이 자신에게 감춘 비밀이었다.
한반도가 위험해질 수 있으니 자신의 아내와 아이를 아사달로 보내라는 박충렬의 말이 귓가에 어른거렸다.
창수도 그것이 더 안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혜은에게 이야기를 했지만 설마 처음부터 그렇게 설계된 계획이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만일 그 사실을 알았다면 혜은과 자신의 아들을 보내지 않았을 것이었다.
멕시코라고 해서 마냥 한반도보다 안전하다고만 볼 수 없었다.
이곳에서 새로운 위기가 계속 생기는 것처럼 아사달에서도 마찬가지일 터였다.
오히려 더 위험할 수도 있었다.
창수가 자신이 알지 못했던 비밀 작전에 이를 악물고 있을 때 대기실의 문이 열리고 창수를 불렀다.
“최창수 원사님. 대통령님께서 보기를 원하십니다.”
분노로 머릿속이 차갑게 식어 갔지만 눈앞에 있는 이들에게 분노를 풀 수는 없었다.
그들도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치며 자신의 가족과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발악을 하는 이들에 불과했다.
창수와 다를 바 없는 이들인 것이다.
오히려 지금 자신을 만나자고 부른 대통령이 원흉일 수 있었다.
창수는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안내원을 따라 대통령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무기는 회수당했지만 일반인에 불과한 대통령을 죽이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았다.
“들어가십시오.”
“예.”
열린 문 안으로는 머리카락이 하얗게 세어 버린 노인이 있었다.
“대통령님. 최창수 원사입니다.”
“오! 최창수 원사. 만나서 반갑네!”
나이에 비해 나이가 더 들어 보이는 대통령이었다.
오늘내일 죽어도 이상할 것이 없어 보일 만큼 초췌한 그의 모습은 그가 무척이나 마음고생을 많이 하고 있음을 느끼게 해 주었다.
분명 엔젤을 통한 강화 물약을 투약받고 있을 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업무량과 스트레스는 신체가 감당을 할 수 없는 수준인 듯했다.
“아! 그러고 보니 단둘이 대화를 나눠 보진 않았지만 우리 구면이었지.”
창수에게 훈장을 수여할 때 본 적이 있었다.
표정을 알아보기는 힘들었지만 창수의 살짝 놀란 표정에 김석호 대통령은 창수가 무슨 생각인지 알아차린 듯이 미소를 지었다.
“자네는 전에 봤을 때와 전혀 달라지지 않았구만.”
“죄송합니다.”
“허허! 뭐 죄송할 것이 있겠나. 아무튼 자네를 한번 만나 보고 싶었다네.”
손만 뻗으면 김석호 대통령의 목숨을 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창수에게도 지켜야 할 이가 너무나도 많았다.
그리고 눈앞의 대통령을 보자 그도 자신의 탐욕으로 그런 짓을 저지른 것은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김석호 대통령도 창수에게 지금의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있는지를 물었지만 창수가 신적인 존재가 아닌 자신과 다를 바 없는 인간임을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