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soldier chose to survive RAW novel - Chapter 310
제310화
310화
대마도는 제주도의 약 40% 정도의 크기를 가진 섬으로 한국인의 생각보다는 그리 작은 섬이 아니었다.
물론 대부분 산지여서 가용할 수 있는 평지는 많지 않았다.
뮤턴트 사태 전 3만 명 정도의 원주민들이 살고 있던 곳으로 한국과 일본의 사이가 좋을 때는 부산에서 꽤나 많은 한국인 관광객들이 여객선을 통해 관광하던 곳이었다.
일본 내에서 8번째로 큰 섬인 대마도였지만 일본인들 사이에서는 그다지 알려져 있지는 않았다.
일본명인 쓰시마의 위치뿐만 아니라 이름도 모를 정도로 일본인들에게 있어서는 관심 밖의 섬인 것이다.
그렇기에 뮤턴트 사태가 터지고 대마도는 한국과 일본 모두에게 버림받은 섬이 되었다.
물론 한국이 대마도를 보호해 주어야 할 이유 따위는 없었지만 의외로 많은 숫자의 대마도인들이 일본 해처리 사태가 터지고 부산으로 밀항을 했다.
대부분 수용소행이었지만 대마도에 그대로 남아 있다가는 굶어 죽을 수밖에 없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외부에서 곡물이 들어오지 않고 그나마 있던 경작지는 도시화되며 아스팔트로 뒤덮여 버린 것이다.
섬이기에 물고기를 잡을 수도 있었지만 섬에 남은 선박용 기름이 동이 난 지 오래였다.
설령 기름이 남아 있다고 해도 대마도를 탈출할 때나 써야 했지 물고기를 잡기 위해 쓸 수는 없었다.
더욱이 바다가 얕은 바다도 아니어서 먼 옛날처럼 무동력 선박으로 물고기잡이를 할 만한 곳도 아니었다.
물론 살기 위해서라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법이었다.
대마도의 일본 최북서단 기념 공원인 사오자키 공원에 올라왔다.
등대도 하나 있었기에 가파른 절벽을 기어 올라온 창수는 버려진 공원을 둘러보았다.
바닥은 돌로 쌓아 놓아서 관리가 안 된 지 꽤나 되었음에도 상태가 나쁘진 않았다.
물론 풀과 나무들이 자기 멋대로 자라고 있어서 꽤나 을씨년스러웠다.
날씨가 좋을 때는 부산이나 거제도가 보일 터였다.
창수는 사오자키 공원을 살펴보다가 빛바랜 안내판을 찾을 수 있었다.
일본어로 적혀 있었지만 안내판에는 내륙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길들이 표시되어 있었다.
“이거 온통 수풀이라 길을 찾을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
대마도 전체 지도가 아니라는 것이 다소 아쉬웠지만, 공원의 길을 돌아 공원 밖의 아스팔트 길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도 그랬지만 관리되지 않은 아스팔트 도로는 곳곳이 깨져 있었고 군데군데 풀들이 자라 있어서 어떤 곳은 이곳이 도로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그렇게 도로를 따라 도시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뱀이 많네.”
창수가 가장 먼저 본 살아 있는 생명체는 뱀이었다.
지구상의 생명체 중에 인간들에게 피해를 많이 본 동물 중에 하나가 뱀일지도 몰랐다.
먹이 사슬의 높은 곳에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나름 뱀은 생태계에서 꽤나 중요한 위치에 있다.
하지만 징그럽고 혐오스러운 모습으로 인해 사람들에게 많은 배척을 받고 있었다.
그래서 뱀은 도심지에서는 거의 박멸되다시피 했다.
농경지에서도 발견이 되면 대부분 죽일 정도였다.
그렇게 인간이 사라지고 난 뒤 뱀들은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물론 뮤턴트의 식사가 되기도 했고 늘어난 멧돼지들의 한 끼 식사가 되기도 했지만, 대마도에서는 상당히 많은 뱀이 서식하고 있는 듯했다.
그렇게 독이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창수는 뱀들을 웬만해서는 건드리지 않은 채로 계속 도시 쪽으로 향했다.
그렇게 도로를 내려오자 바다와 맞닿은 강이 나타났다.
왼쪽으로는 버려진 선착장이 있었고 오른쪽으로는 작은 마을이 있었다.
그리 크지 않은 마을이어서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도로를 따라 조금 더 내려오자 한때는 농경지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평지가 보였다.
물론 평지는 버려져서는 수풀로 잔뜩 우거져 있었다.
“여길 개간하면 제법 쓸 만할 것 같은데.”
그다지 크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잘 관리하면 쓸 만해 보일 듯했다.
일본 본토까지도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대마도도 그다지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특히나 인간이 없는 버려진 섬이라면 뮤턴트들이 지내기에 좋을 것이다.
그렇게 부지런히 도로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일단 과거 대마도에 대해서 들었던 것을 떠올려 한국 전망대가 있는 곳으로 가 보기로 했다.
대마도가 일본보다는 한국에 더 가깝기에 한국 전망대가 있는 대마도 북쪽 끝으로 가면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렇게 창수의 걸음으로 얼마 되지 않아 북쪽 끝의 한국 전망대가 있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중간중간 작은 마을이나 시설들이 있었지만 역시나 인적은 찾을 수 없었다.
아직 일부분밖에는 보지 않았지만 완전히 버려진 섬으로 생각을 했다.
그렇게 계속 도로를 따라 대마도의 외곽 해안 도로를 걷던 창수는 대마도 북부에 있는 히타카츠항에 도착하고서는 알 수 없는 위화감을 느꼈다.
“흔적이 있다.”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 있었던 흔적은 남아 있었다.
그것도 계속 머물렀던 흔적이었다.
창수는 건물들의 내부를 살폈다.
낡고 오래되어 보였지만 내부는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 있었다.
분명 누군가가 살고 있다는 확신에 창수는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마을뿐만 아니라 뒤편의 산속에서도 사람이나 뮤턴트의 흔적은 없었다.
꽤나 기이한 일이었지만 창수는 별로 당황해하지 않았다.
“결국 바다로군.”
창수는 인적의 원인이 바다 쪽에 있다고 봤다.
아무것도 없는 섬이 아닌 것이 다소 아쉬웠지만, 일본으로 건너가려면 현재로서는 대마도를 거쳐 가야 했기에 이 섬의 주인일지도 모를 존재들과 만나 봐야 했다.
물론 대화가 통하는 상대일 때의 일이었다.
그렇게 창수는 아직 해가 남아 있었지만 히타카츠항이 내려다보이는 건물 옥상으로 가서 바다에서 올 자들을 기다렸다.
해가 지고 보름달이 밤하늘 위에 떠올랐을 때 검은 바다 위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왔군.”
항구 위로 무언가가 올라왔다.
숫자는 상당했다.
끊임없이 올라오는 검은 물체들은 어느덧 항구를 가득 채웠다.
형태는 꽤나 기괴했다.
물론 뮤턴트들 중에 기괴하게 생기지 않은 뮤턴트가 드물었지만, 이번에 본 뮤턴트가 가장 기괴해 보였다.
“뱀인가?”
덩치는 인간만 했다.
다리는 없었고 두 개의 팔은 길쭉한 몸통에 달려 있었다.
하지만 다리는 존재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뱀의 신체에 인간의 팔이 달린 뮤턴트였다.
창수는 이 뱀인지 도마뱀인지 모를 뮤턴트들이 인간의 말을 할 수 있는지를 살폈다.
거리가 다소 있었지만 언어를 사용한다면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참이 지나도록 커다란 뱀의 머리에서는 길쭉한 혀만 날름거리며 입 밖으로 나올 뿐 성대에서부터 나오는 소리는 없었다.
창수로서는 다소 실망스러운 일이었다.
“저 정도의 집단이라면 분명 지능이 높을 뿐만 아니라 의사소통이 가능할 텐데.”
바다 위에서 나온 뮤턴트들은 히타카츠항의 건물들로 들어갔다.
그러고서는 잠이라도 자는 듯 밖으로는 돌아다니지 않는 것 같았다.
잠에 빠져든 뮤턴트들을 보고 창수도 한숨 자기로 했다.
지금 뮤턴트들에게 다가가 봐야 우호적인 반응을 보지 못할 것이었다.
낮 동안 계속 바닷속을 헤엄쳐서 피곤할 것이 뻔한 뮤턴트들도 신경이 곤두서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다음 날 새벽 뱀 인간들이 신체의 비늘을 부스럭거리며 깨어나려는 것에 눈을 뜬 창수는 바다로 나가는 히타카츠항 입구로 걸음을 옮겼다.
뮤턴트들이 바다로 나가기 전에 대화를 나눠 보려는 것이었다.
* * *
창수가 대마도까지 내려갔을 때 지리산에는 완연한 봄이 되어 있었다.
인간이 더 이상 관리를 하지 않았지만, 그동안 지리산 곳곳에 심어 둔 나무들은 인간의 보살핌 없이도 잘 자라고 있었다.
“예쁘네.”
“그러게. 인간 놈들. 이건 마음에 들어.”
벚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뮤턴트들도 멍하니 벚꽃 구경을 하며 감탄을 했다.
“저기 남쪽에 가면 온통 산이 벚꽃으로 뒤덮여 있대.”
“아! 들었어. 엄청 많다며.”
참 꽃나무들을 많이도 심어 놓은 대한민국이었다.
다만 이제는 꽃구경을 할 사람들이 없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저놈들 또 온다!”
“전투 준비! 전투 준비!”
도무지 포기하질 않았다.
분명 경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들은 약탈을 하기 위해 공격을 해 왔다.
인간들에게 붙잡혀 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다시 인간들의 아지트를 공격해야 했다.
상당히 많은 숫자의 인간들이 약탈자들에게 붙잡혀 있었다.
어떻게 인간이 같은 인간들을 그토록 참혹하게 대할 수 있는지 뮤턴트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
뮤턴트이기는 하지만 본래는 인간이었고 군인이었다.
“약탈자들에게서 사람들을 구해 낸다.”
창수의 부재에도 아룬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적극적으로 지리산 일대의 약탈자들의 아지트와 마을에서 사람들을 해방시키기로 결정했다.
사실 아룬은 인간들에 대한 적개심을 가지고 있었다.
어린 나이에 불완전 변이 뮤턴트가 되기도 했고 미군에게 끌려가서는 철저하게 이용만 당해 왔다.
더욱이 마지막에 가서는 믿었던 동료들에게 배신까지 당했었다.
창수와 함께하면서 그나마 협조적이었지만 여전히 인간에 대한 불신은 강했다.
그런 아룬이 인간을 구하기 위해 약탈자들을 공격하자는 것은 인간을 구하기 위한 것보다 약탈자들을 처단하기 위한 것이었다.
다른 대원들도 아룬의 뜻에 동의를 했다.
“내가 군인이 된 것은 사람을 지키려는 거지, 사람 같지도 않은 쓰레기를 지키려는 것이 아니야.”
“맞아! 그리고 계속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어! 싸우자고!”
약탈자들을 완전한 적으로 규정하기로 한 것이다.
전이었다면 되도록 약탈자들도 죽이지 않기로 했겠지만, 이제는 가차 없이 죽이겠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뮤턴트 대원들뿐만 아니라 뮤턴트들과 인간들까지 동원해 약탈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미노 녀석은 끝까지 참여를 안 하겠대?”
“최 원사님 말만 듣잖아, 그놈. 더욱이 인간은 잡아먹지 않는다고 끝까지 우겨서 말이지.”
“하여간 꽉 막힌 놈이야.”
“그래도 여기 지킬 애라도 있어서 다행이지.”
“지키긴, 또 어디로 싸돌아다닐 테지!”
“뭐 어쩔 수 없잖아. 그나마 차성이 녀석이 적극적으로 도우니까 말이야. 그놈도 최 원사님 말 외에는 듣지 않는 놈이라서.”
“흥! 마왕군인지 X랄인지. 하여간 그놈도 미친놈이야!”
다들 미노와 차성은 도무지 말릴 수가 없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렇게 하루 종일 지리산 아래를 날아다니며 약탈자들의 마을이나 아지트를 알아내 온 차성의 정보로 방어만 하던 뮤턴트들은 적극적으로 공격을 했다.
“항복을 하면 살려 준다! 항복해라!”
“뮤턴트다! 뮤턴트가 나타났다!”
목책을 부수며 약탈자들의 마을 안으로 들어온 뮤턴트들은 약탈자들에게 항복을 하면 살려 주겠다고 했지만, 인간들은 뮤턴트들이 항복을 한다고 인간을 살려 주지 않을 것이라 믿었기에 항복 따위는 없었다.
인간을 잡아먹는 뮤턴트들이었다.
뮤턴트들을 결코 믿을 수 없었다.
그렇게 싸우다가 도망을 칠지언정 항복 따위는 없었고 결국에는 학살로 진행되었다.
그렇다고 뮤턴트들도 아무런 피해가 없는 건 아니었다.
서로가 서로를 죽이고 죽으면서 점차 증오는 커져 나갔다.
복수가 또 다른 복수를 낳는 악순환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앞으로 수백 년 이상, 아니 어쩌면 수천 년 동안 이어질 인간과 뮤턴트들의 싸움이 한반도에서 자라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