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soldier chose to survive RAW novel - Chapter 314
제314화
314화
증오는 또 다른 증오를 낳는다지만 가만히 증오를 받아내는 건 미련한 짓이다.
더욱이 생존을 위한 증오는 생존을 위한 원동력이 되고는 한다.
물론 이 생존이라는 것이 죽음과 맞닿아 있기는 했다.
살아남고자 아무리 발버둥을 쳐 봐도 죽음의 신은 계속 곁에서 서성이고 있는 것이다.
“인간들을 죽여라! 인간들을 죽여!”
“대장! 저항하는 인간들만 죽이라고 했는데요!”
“저항 안 하다가 갑자기 저항을 하잖아!”
“그렇긴 한데 그래도 혼난다구요!”
“제길! 저항하는 인간들만 죽여라!”
뮤턴트들은 무기를 든 인간들을 죽였다.
인간들 또한 자신들을 공격하는 뮤턴트들을 상대로 처절하게 싸웠다.
“무기를 들어! 무기를 들란 말이다! 저 역겨운 괴물 놈들이 달려오는 것이 보이지 않나!”
몰려오는 뮤턴트들을 상대로 살아남기 위해 싸워야만 했다.
그렇게 약탈자들은 자신들이 노예로 삼았던 이들에게도 무기를 쥐여 주었다.
지금까지 자신을 착취하고 괴롭히던 약탈자들이었지만 눈앞의 뮤턴트들이 우선이었다.
“싸워라! 싸워! 살아남으면 노예에서 벗어나게 해 주겠다!”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처음부터 노예도 아니었지만 뮤턴트와 싸워 이기면 자유인이 되게 해 주겠다며 조잡한 무기를 든 노예들을 앞으로 밀었다.
마지막까지 이용해 먹으려는 추악한 짓이었지만 달려드는 뮤턴트들을 상대로 목숨을 걸고 싸울 수밖에 없었다.
작고 약한 뮤턴트였다.
충분히 상대를 해 볼 만했다.
“죽어라!”
과거의 유산이 되어 가고 있었지만 무기는 많았다.
녹이 슬기는 했지만, 철물점이나 슈퍼 그리고 대형마트를 잘 뒤져 보면 날붙이들은 제법 구할 수 있었다.
녹이 슨 건 조금만 다듬으면 되었다.
총과 같은 무기를 구하는 건 어려웠지만 식칼이나 쇠파이프 그리고 망치 같은 무기는 구하려고 하면 구할 수 있었다.
그런 무기로 자신의 허리 정도밖에 오지 않는 뮤턴트 정도는 충분히 상대를 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변이는 생명체의 급격한 진화를 의미했다.
진화가 무조건 강해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인간보다 훨씬 강하고 빠르며 더 영리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고블린들은 왜소해 보이는 덩치를 가지고 있었지만 침팬지와 같은 근력과 민첩성을 가지고 있었다.
높다란 장벽을 기어 올라와 인간의 몸을 움켜쥐고서는 세차게 흔들어대면 팔은 떨어져 나갈 것처럼 덜렁거렸다.
“아아악!”
“저항하는 인간 죽여라!”
“저항하면 죽인다!”
수십 마리의 고블린들이 인간들의 몸을 향해 팔을 휘둘렀다.
머리를 터트리지 않아도 신체의 뼈 몇 개만 부러뜨려도 전투력을 상실하고 만다.
물론 뮤턴트도 완벽한 것은 아니었다.
퍼억!
인간의 근력은 동물들 중에서 그다지 강한 축은 아니었지만 도구를 사용하는 능력에 있어서는 최고였다.
일부 뮤턴트들도 도구를 사용할 수 있었고 고블린들도 제법 도구 사용이 능숙했지만 인간만큼 정밀하게 도구를 컨트롤하지는 못했다.
“던져! 던지라고!”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물건을 투척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매우 정확하게.
돌멩이든 단검이든 아니면 잡스러운 물건이든 날아오는 물건에 맞으면 고블린들에게는 충분히 타격이 되었다.
“머리를 노려! 머리를!”
머리가 깨지고 뮤턴트의 피가 흘러내렸다.
비틀거리는 뮤턴트들을 향해 인간들은 연신 흉기를 휘둘러 대었다.
그렇게 인간들만 죽는 것은 아니었다.
뮤턴트들도 죽어 나갔다.
뮤턴트들은 분명 약탈자들에게 납치된 사람들을 구하려고 했다.
나름 평화롭게 살고 있던 뮤턴트들을 먼저 공격한 것은 약탈자들이었고 여전히 약탈자들은 뮤턴트들의 마을을 공격하고 있었다.
하지만 인간들에게 뮤턴트들은 당연하게 박멸을 해야 할 괴물에 불과했다.
약탈자들에 의해 노예의 삶을 살지언정 뮤턴트들에게 구해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뮤턴트들의 공격으로 아이러니하게도 노예들은 해방이 되었다.
“이겼다! 우리가 이겼다! 뮤턴트들이 물러난다!”
피해가 너무 크자, 물러나는 뮤턴트들이었다.
물론 안심할 수는 없었다.
언제 더 강한 뮤턴트들이 몰려올지 알 수 없었다.
“약속대로 우리를 노예에서 해방시켜 주는 거요?”
화장실에 갈 때와 나올 때의 생각이 달라진다지만 약탈자들은 자신들만으로는 뮤턴트들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만일 거부를 한다면 그때는 뮤턴트들과의 싸움에서 노예들이 싸우려 하지 않을 것이었다.
아니, 그 전에 노예들이 반항을 할 것이 분명했다.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약속은 지킨다. 괴물 놈들로부터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지.”
“좋소! 우리를 풀어 주시오!”
“다들 사람들을 풀어 줘!”
도망을 가지 못하도록 묶어 놓은 족쇄를 풀고 자유인으로 풀어 주었다.
아직 원한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함께 목숨을 걸고 싸운 전우애를 느끼게 되었다.
‘일단 살아남는 것이 우선이다. 살아남는 것이!’
뮤턴트들의 공격은 인간들을 뭉치게 만들었다.
“우리 엄마! 우리 엄마 찾아줘요!”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리 엄마! 괴물들이 데리고 갔어요! 우리 엄마 구해 주세요!”
“제길! 괴물 놈들!”
“지금 당장 구하러 갈 거요?”
“끄응! 지금은 힘들 것 같은데.”
간신히 뮤턴트들의 공격을 막기는 했지만 다들 다치고 지쳐 있었다.
여자들도 약탈자들에게 있어서는 노예였지만 더 이상 노예는 의미가 없어졌다.
지리산 지역에서 멀리 있는 곳에는 여전히 약탈자들이 사람들을 노예로 부리고 있었지만 지리산 인근은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렇게 뮤턴트들에게 납치된 여자들을 구하러 가야 했지만 머뭇거렸고 일부 사람들은 그런 약탈자들의 머뭇거림을 참지 못했다.
“당신들이 구하러 가지 않겠다면 우리만이라도 가겠소!”
“이봐! 거기가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알고 가는 건가!”
“시끄럽소!”
납치된 여자들을 구하기 위해 사람들이 뮤턴트들을 쫓아갔다.
그렇게 약탈자들이 아닌 사람들이었지만 다시 평화로운 터전에서 살아가고 있던 뮤턴트들에게는 침공으로 받아들여졌다.
인간들 사이에서도 사소한 오해로 큰 싸움이 되기도 하는 법이었으니 같은 종이 아닌 존재들로서는 대화로 해결되지 않을 문제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인간과 뮤턴트들은 끊임없이 싸우게 되었다.
이제는 그 누구도 멈출 수 없는 싸움의 순간에 창수가 돌아왔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농사나 짓고 식량을 모으던 뮤턴트들이 군사 훈련을 받고 있었다.
점점 춥고 길어지는 겨울이었기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꽤나 부지런해야만 했다.
인간도 뮤턴트도 생각보다 많은 자원을 필요로 했기에 길고 긴 겨울에 대비를 해야만 했다.
“약탈자들이 공격해 왔습니다.”
“무슨 소리야? 약탈자들이라니?”
“인간들이 터널을 습격해서 뮤턴트들을 죽이고 여자와 아이들을 끌고 갑니다.”
약탈자들에게서 구출된 사람들로부터 약탈자들에게 지옥 같은 생활을 겪었다는 이야기를 듣는 창수였다.
감정이 메말라 있는 창수로선 딱히 분노가 치밀어 오르지는 않았지만, 약탈자들에게서 구해진 사람들과 뮤턴트들로부터 전해지는 강렬한 분노와 증오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살아남기 위해 싸웠던 것을 탓할 수는 없었다.
자신이었다고 해도 싸웠을 터였다.
다만 이 싸움을 단번에 끝낼 수 없다면 끊임없이 피를 흘려야 한다는 것은 분명했다.
뮤턴트들과 일부 인간들의 편에서 인간들을 전부 죽일 것이 아니라면 싸움에서 도망쳐야 했다.
“대마도로 간다.”
“예? 대마도라니요? 대마도라면 바다 건너 아닙니까?”
“그래. 대마도에 갔다 왔어. 넉넉하진 않았지만 쓸 만한 땅이더라고. 무엇보다 인간들도 없다.”
인간들이 없다는 말에 싸움에 지친 뮤턴트들은 반색을 했다.
힘겹게 일군 터전을 버리고 떠나는 것이 마음에는 들지 않았지만 인간들에 대한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는 것은 꽤나 만족스러운 일이었다.
“대마도가 작은 섬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큰 섬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 큰 섬은 아니지.”
지금 당장이야 뮤턴트들의 숫자가 많지 않다지만 그래도 지리산 곳곳에 퍼져 있는 뮤턴트들을 전부 모으면 족히 천은 넘었다.
고블린들의 번식 속도도 생각보다 빨랐고 인충들도 생각보다 빠르게 늘었다.
더욱이 그동안 구출된 인간들의 숫자도 상당했고 뮤턴트 들개들도 제법 모여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대마도가 감당을 할 수 없을 만큼 숫자가 늘어나게 될 것이었다.
그렇게 대마도에서 고립되는 것은 아닌가 걱정을 하는 뮤턴트 대원들이었다.
무엇보다 섬이라면 퇴로가 없었다.
한반도도 사실상 섬이나 다를 바 없었지만 좁은 섬에 비한다면 훨씬 나았다.
“하지만 인간들과 계속된 싸움을 하며 지낼 수는 없잖아. 여차하면 일본 쪽이나 중국 쪽으로 넘어갈 수도 있어. 더욱이 겨울의 추위가 조금이나마 덜 하기도 하고.”
창수의 말에 일부 뮤턴트 대원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한반도 땅도 마냥 안전하지 않아.”
“무슨 일 있으셨습니까?”
“부산 쪽에 해처리가 생긴 것 같아.”
“해처리요? 어떤?”
“일본 도쿄 쪽의 그놈들인 것 같아.”
일본 도쿄의 뮤턴트라는 말에 일부 뮤턴트 대원들이 긴장을 했다.
“구울 말씀하시는 거죠?”
“그래. 나중에 코드명이 정해졌었는데. 구울로 정해졌었던 것 같군.”
“그놈들 정신 지배 능력이 있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래. 같은 종은 통제를 하고 다른 종도 신체의 일부를 조종할 수 있다. 근접전에 있어서 꽤나 까다로운 놈들이야. 생각을 읽는 것도 같고. 무엇보다 마더라는 것이 있으면 거의 무한정 늘어날 수도 있어.”
“골치 아프네요. 그놈.”
“여차하면 뮤턴트들과 사람들을 대마도로 이주시키고 우리가 부산의 해처리를 처리해야 할 수도 있어.”
군대로부터 버림받았지만, 아직 군인의 의무를 저버리지 않는 창수였다.
이미 창수도 알고 있었다.
대한민국 정부가 자신의 아내와 자식을 자신에게서 빼앗았다는 사실을.
물론 정부로서도 누군 되고 누군 안 되는 예외를 두기 힘들었기에 창수에게 언질을 하지도 않았다.
다른 군인 가족들도 마찬가지로 태평양 너머에 던져졌을 것이었다.
그들에 대한 생존은 오직 운명에 맡겨 둔 채로 꽤나 잔인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곳에서 더 이상의 인간다움은 없었다.
영화에서처럼 신파극도 없었고 비장함도 없었다.
누구에게도 하소연을 할 수조차 없었다.
“그럼 언제 떠나는 겁니까?”
“준비가 되는 대로 떠날 거다. 떠나고 싶은 이들만.”
모두를 다 책임져 줄 수는 없었다.
그럴 마음도 없었다.
자신이 해 줄 수 있는 마지막이었다.
“저는 떠나지 않을 겁니다.”
“대장. 미안하오. 나도 떠날 수 없소.”
하지만 창수는 다른 뮤턴트 대원들의 분노가 자신의 생각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약탈자들의 행동에 대한 분노, 이전에 인간들이 자신들을 같은 인간이 아닌 괴물로 여겼을 뿐만 아니라 마지막에는 전부 죽이려 했다는 사실을 견디지 못했다.
거기에 더해 뮤턴트들은 자신들의 기본이 되는 인간에 대한 무의식적인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엔젤에 의해 과거 인간이 자신들의 변이의 베이스가 되는 고대종을 멸종시킨 것처럼 뮤턴트들도 자신들의 베이스가 되는 인간들을 멸종시키고자 하는 무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이번 문명에서는 다소 과도한 변이 유발 물질이 존재했을 뿐이었다.
그렇게 인간의 수명은 다했고 새로운 종이 지구를 지배해야 할 시기가 온 것이지만 인간 또한 그리 간단히 자신들의 자리를 내어 주려 하지 않았다.
어쩌면 인간들이 자신들의 영광된 자리를 계속 유지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다만 과거의 인간이라는 종과 다소 달라질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