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soldier chose to survive RAW novel - Chapter 324
제324화
324화
가고시마 긴코만 국립 공원에서 다시 기타큐슈로 올라가던 칭수는 규슈의 동쪽 해안가를 따라 올라갔다.
중간중간 재일 한인들의 마을을 습격했던 아담들을 본 창수는 꽤나 의아함을 느껴야만 했다.
재일 한인들의 마을을 습격한 아담들은 상당히 호전적이었다.
하지만 창수가 드문드문 본 아담들은 마치 야생 원숭이들처럼 그다지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진 않는 것이다.
“종에 따라 다른 건가?”
창수가 사냥을 해서는 고기를 모닥불에 굽고 있을 때 냄새를 맡은 아담들이 모여들었다.
아담들은 창수 앞에서 딱히 공격적이지는 않고 모여 앉아서는 입에서 군침을 흘려 대었다.
덩치만 크지 영락없는 야생 원숭이였다.
“먹고 싶은 거냐?”
깍! 깍!
혹시나 아담들 중에 불완전 변이체가 있을까 싶었지만 아담은 변이가 된 것이 아닌 고대인으로 역변이가 된 것이었다.
그렇게 창수도 의미를 알 수 없는 울음소리만 내는 아담들에게 자신이 사냥한 고기를 조금 나눠 주었다.
엔젤과 금가루만 있으면 다시 인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아담이었다.
“한번 실험을 해 봐야겠는데.”
창수는 빈 마을에서 한번 실험을 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건 어떻게 해야 하지? 먹을 걸 안 준 지 꽤나 되었는데.”
창수는 자신이 하나 챙겨 놓은 세라핌을 빤히 바라보았다.
대충 자신의 팔뚝 길이만 한 애벌레인 세라핌이었다.
인간의 몸에 주둥이를 대고서는 안정화된 엔젤을 추출한다고 했다.
문제는 기계 장치가 아닌 생물학 장치였기에 어떻게든 영양분을 공급해 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엔젤이 영양분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익은 고기나 익히지 않은 고기를 주둥이에 대 줘도 먹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아무 인간에게 꽂을 수는 없고.”
굶어 죽으면 창수도 난감했기에 세라핌에게 뭘 먹여야 하는지 고민이 되었다.
결국 자신을 먹이로 줘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창수였다.
“나도 이놈한테 추출당하면 아담이 되는 건가?”
인간이라기보다는 뮤턴트에 가까운 존재였으니 추출이 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냥 내 몸에 갖다 대기는 좀 그렇고 피를 조금 먹여 볼까?”
창수는 그동안 엔젤을 추출하지 않아서인지 세라핌이 홀쭉해져 있다는 생각을 하며 아룬의 검을 꺼내 들었다.
우물을 팔 때도 자신의 손을 다치게 한 아룬의 검이었으니 창수는 아룬의 검날에 손바닥을 살짝 베어내고서는 세라핌의 주둥이에 자신의 피를 떨어트렸다.
우우웅!
세라핌에게 자신의 피를 먹이던 창수는 아룬의 검이 부르르 떨리는 것을 보았다.
“너도 먹고 싶은 거냐?”
피를 먹는 아룬의 검이었다.
정확하게는 핏속의 금속성 성분을 원하는 것이지만 창수의 피에서 아룬의 검은 강렬한 기운까지 흡수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창수의 피를 더욱 갈구했지만 아룬의 검이 창수의 정신력을 지배하기에는 무리였다.
세라핌의 주둥이에도 창수의 피가 흘러들어 갔다.
빅의 생체 세포에서 만들어진 뮤턴트들의 유전자들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으로 인해 창수의 몸 안에는 엄청나게 다양한 뮤턴트들의 힘과 능력이 깃들어 있었다.
그 힘과 능력이 아룬의 검뿐만 아니라 세라핌에게도 흘러들어 가는 것이다.
상처는 빠른 회복력으로 인해 사라졌다.
창수의 피를 흡수한 세라핌의 몸이 아룬의 검처럼 부르르 떨렸다.
“죽었나?”
몸을 부르르 떨다가 축 늘어지는 세라핌의 모습에 창수는 난감해졌다.
괜히 자신의 피를 먹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세라핌이 죽으면 다른 세라핌을 하나 더 구해야 할 터였다.
그렇게 세라핌의 늘어진 몸을 손가락으로 몇 번 찔렀지만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았다.
“일단 내 피는 아닌가 보군.”
움찔!
창수는 축 늘어져 있던 세라핌의 몸이 움찔거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물론 여전히 축 늘어져 있어서 언제 죽을지 알 수 없어 보였다.
“뭐, 이건 됐고. 이제 그만 나오지?”
창수가 수풀 쪽을 바라보자 이내 수풀이 움직였다.
“히히! 주인, 오랜만이야.”
수풀에서 나온 건 빅이었다.
한국도 아니고 일본에서 만나게 된 빅이었다.
창수는 눈에 익은 빅의 모습을 보면서도 이미 그건 빅이 아닌 그 어떤 것이 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터무니없는 것이 돼서 돌아왔군.”
“히히! 그건 주인도 마찬가지인데. 아주 맛있는 냄새가 나.”
“배고프면 먹어.”
아담은 빅이 나타나자 도망이라도 간 것인지 주변에 보이지 않았다.
창수의 곁으로 다가온 빅은 모닥불에 앉아서는 사슴의 다리뼈를 혓바닥으로 핥았다.
“그런데 아까 그건 뭐야? 신기한 놈들이던데.”
“아담이라고 부르더라.”
“아담?”
“인간이 변이하기 전의 존재.”
“인간이 변이하기 전?”
“인간도 고대에 변이체였던 것 같더군. 그리고 방금 전에 있던 그 원숭이들이 인간 이전의 베이스였던 것 같고.”
“아! 그럼 인간도 뮤턴트였다는 거로군. 꽤나 흥미로운데.”
“그동안 뭐 하고 지냈어?”
마치 어제 헤어졌던 것처럼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는 창수와 빅이었다.
“좀 돌아다녔어. 저기 위로도 가고 바다 건너의 서쪽에도 있었고. 참. 나도 재미있는 이야기 해 줄 게 있어.”
“말해 봐. 시간은 남을 것 같으니까.”
“히히! 박충렬이라고 알지?”
“그놈이 왜?”
“아주 고약한 짓을 하고 있더라고.”
“어떤?”
“그러니까.”
빅은 창수에게 자신이 보았던 것들을 이야기했다.
인간의 몸에 극독의 보라색 피가 흐르게 만들고 수만 명의 사람들을 얼음 속에 가둬서는 수만 년 뒤에 부활을 시키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수만 년? 수만 년 뒤에는 왜?”
“이 진화가 수만 년이나 걸릴 거라던데.”
“진화의 과정이 끝나고 난 뒤에 사람들을 되살리겠다는 건가? 인간이 숙주가 되는 것이기에.”
“뭐, 그런 거 같아.”
박충렬의 행동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박충렬도 자기 몸을 꽤나 개조한 모양이야. 완전히 괴물이 되어 있더라고.”
자신의 몸을 뮤턴트로 개조를 했다는 말에 창수는 차라리 그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엔젤을 복용하고 있던 박충렬이었다.
자칫 변이 유발 물질에 노출이 된다면 이성도 없는 뮤턴트가 되어 버릴 수도 있었다.
변이 억제제가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완벽한 것도 아니었고 이성이 남아 있는 불완전 변이체가 될 것이라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분명 실험실에서 수많은 실험 끝에 인간 모습을 유지한 채로 신체 유전자만을 변이시켰을 터였다.
“그리고 대통령 말이야.”
“대통령님?”
“어! 그 양반도 뮤턴트가 되었어.”
“사고인가?”
“글쎄. 사고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거대한 뇌같이 되었더라고. 박충렬이 대통령 사는 곳을 폐쇄해서 사람들이 못 들어가는 것 같긴 한데. 피곤한가, 잠이 들었더라고.”
그 밖에도 빅은 자신이 경험한 이야기들을 신나게 창수에게 털어놓았다.
먼 서쪽 땅의 불타는 괴물들에 대한 이야기나 커다란 메뚜기 떼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기괴한 거미 생명체들과 자신을 보고 싶어 하던 중국인 소녀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참! 악마 같은 놈도 봤어. 제법이긴 했지만 죽여 버렸어.”
“악마?”
“그래. 별로 그렇게 강한 것은 아닌데 실체를 만들었다가 사라지는 능력하고 인간들의 정신을 공격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더라고. 다소 역겨워서 먹지는 않았지만 말이야.”
셀 수 없이 많은 뮤턴트들이 지구상에 바글거리고 있다는 것에 창수는 이 진화의 싸움이 끝나긴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건 뭐야?”
빅은 신기한 듯이 축 늘어져 있는 애벌레를 앞발로 툭툭 건드렸다.
“인간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뮤턴트.”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인간을 어떻게 구해, 이놈이?”
꽤나 징그러워 보이는 모습의 크지 않은 애벌레였다.
“이놈으로 인간을 아담으로 만들 수 있어.”
“아담? 아! 아까 그 원숭이들?”
“그래. 엔젤을 통한 진화가 끝나고 종의 유전자가 안정화되었을 때 이걸로 엔젤을 추출하면 변이 이전으로 되돌릴 수 있을 것같이 보이더군.”
“호오라! 그러니까 수만 년 뒤에 뮤턴트의 엔젤을 이놈으로 추출해 내면 다시 인간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말이로군.”
빅은 창수가 하는 말을 알아들었다.
그리고 그 속뜻도 알게 되었다.
“모든 인간을 뮤턴트로 만들어야 한다는 소리네.”
“그래. 아니, 어차피 가만 놔둬도 그렇게 될 것 같아.”
아등바등 뮤턴트들을 막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살아남고자 하는 인간 개개인들로서는 변이가 되더라도 수만 년을 살아남을 수는 없을 터였기에 인간의 문명과 기억이 되돌아오지는 못할 것이었다.
“그거 나한테 부탁하는 거야?”
창수는 스스로도 별다른 일이 없다면 꽤나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진화의 시대가 끝날 때까지 살아남아 있을지는 장담을 할 수 없었다.
그런 자신에 반해 빅은 수만 년이라는 시간을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박충렬이 현대의 인간들을 냉동시켜 수만 년 뒤에 부활시킬 계획의 마지막을 자신의 두 눈으로 볼 생각이라는 말에서 빅이 그 오랜 시간을 살아남을 수 있음을 안 것이다.
문제는 굳이 그럴 이유가 있느냐였다.
‘예정된 진화를 굳이 역행할 필요가 있을까?’
인간은 멸망하겠지만 인간이었던 존재는 다른 형태로 계속 지구상에서 살아남아 살아가게 될 것이었다.
아담이 그러했던 것처럼.
어쩌면 아담보다 그 전의 존재가 있었을지도 몰랐으니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번 진화의 시대에는 너무 많은 변이 유발 물질들로 인해 예정보다 훨씬 많은 변이체들이 존재하게 되었다.
어쩌면 이번 진화의 싸움은 수만 년이 아닌 수십 수백만 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게 될지도 몰랐다.
아니면 영원히 끝나지 않을 싸움이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문제는…….’
창수는 빅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옆에서 사슴 뼈다귀를 혀로 핥고 있는 빅이었지만 본질은 터무니없는 괴물이었다.
창수조차도 빅의 본질을 완전히 들여다보기 어려웠다.
세계수도 전혀 예상치 못하게 만들어진 존재였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인가.’
기생체인 차성이 창수 자신을 마왕이라느니 하는 말도 안 되는 것으로 불렀지만 인간의 기준으로 본다면 창수는 마왕이라 불려도 될 정도로 괴랄한 존재였다.
“그런데 어디 가는 거야?”
“가족 보러.”
“가족? 무슨 가족?”
“너 없을 때 결혼했거든.”
“결혼? 누구하고?”
“말한다고 아냐?”
“하긴. 그런데 그 가족이 여기 있어?”
“아니, 태평양 너머.”
“태평양? 저기 저 바다 너머?”
빅은 가 보진 않았지만 아주 넓은 바다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
“저긴 너무 넓어서 나도 못 날아가겠는데.”
자신의 몸에 쌓인 모든 힘을 다 소화시킨다면 넘어갈 수도 있을 것 같았지만 아직은 무리라는 생각이 드는 빅이었다.
그만큼 태평양은 넓었다.
“일본 땅 지나서 북쪽으로 넘어갈 생각이…….”
“응?”
창수와 빅은 죽은 듯이 늘어져 있던 세라핌이 기이한 변화를 일으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변이하는 것 같은데?”
“변이라기보다는 변태로군.”
애벌레의 모습이던 세라핌은 급격하게 변화를 일으켰다.
몸에서 고치를 만들어 낸 세라핌은 고치 안에서 변태 과정을 거치는 듯했다.
“본래 이랬나?”
“모르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은데.”
다행히도 다음 날 아침 창수와 빅은 몸체가 인간이었지만 나비의 날개를 가진 요정 같은 모습의 존재가 고치 안에서 태어난 것을 볼 수 있었다.
“피 좀 주세요.”
고치에서 태어난 세라핌은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창수에게 피를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