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soldier chose to survive RAW novel - Chapter 326
제326화
326화
빅은 세계수의 묘목이 있는 곳에 대해서 아는 듯했다.
동쪽이 아닌 서쪽으로 가야 한다는 빅의 말에 창수는 서쪽을 바라보았다.
“역시 유럽 쪽인가?”
“서쪽에서 온 자들이 엔젤을 팔더라고.”
더 이상 엔젤이 돌아다니지 않아야 했지만, 여전히 엔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엔젤이라는 명칭보다 진화의 가루라고 해야 할지 모를 일이었다.
누군가가 세계수의 묘목을 가지고서 계속 엔젤을 공급하게 된다면 혼란은 결코 끝이 나지 않을 터였다.
아내와 아들을 찾아 서쪽으로 가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고 떠나 왔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은 세상을 구하는 용사가 아닌 소중한 사람들과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일개 군인에 불과했다.
몇 번이나 반복된 진화인지.
그리고 앞으로도 얼마나 계속될 진화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일개 개인인 자신이 그 진화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어 보였다.
인간은 용도 폐기된 존재들이었다.
수많은 뮤턴트들 중에 진화의 경쟁에서 승리를 한 존재가 나타나 지구를 지배하며 번성해 나갈 것이었다.
하지만.
“인간은 생각보다 끔찍한 존재들이다.”
세계수를 손에 넣은 집단들은 한국이나 일본 그 외의 국가의 연구원들처럼 수많은 실험들을 했을 터였다.
그들은 스스로 신이 되려는 것인지도 몰랐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흘러갈 진화의 흐름을 자신들의 욕망으로 좌지우지할 것이 분명했다.
신이 되고자 하는 자들은 자신들이 지배할 피조물이 굳이 인간이 아니어도 된다고 생각할지도 몰랐다.
뮤턴트와 처절할 정도로 싸워 왔던 창수였다.
뮤턴트가 적이었다.
수많은 동료들뿐만 아니라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이 변이되고 죽어 갔다.
감정이 메말라 간다고 분노와 증오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계속 엔젤이 유통되고 있다고?”
“그래. 계속 누군가가 엔젤을 가지고 와서는 팔더군. 아! 그 때문에 그들이 금을 원했나?”
빅은 서역 상인이 엔젤을 팔 때 금을 받아 갔던 것이 이해가 되었다.
물론 그 서역 상인들이 엔젤과 금을 이용해 아담을 인간으로 만드는 법을 아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다.
물론 안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었다.
인간을 아담으로 만들었다가 엔젤과 금으로 변이를 시킨다고 해도 본래 인간이었을 때의 기억은 없는 것이다.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여전히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했다.
막을 수 있다면 막아야 할 일이었다.
그리고 빅이나 창수에게는 그럴 힘이 있었다.
당장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을 볼 수는 없지만, 그들이 살아 갈 미래를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이다.
“서쪽으로 가자.”
어차피 지구는 둥그니 서쪽으로 가도 미국으로 갈 수 있을 터였다.
세상의 혼란을 야기하는 존재들의 음모를 막고 난 뒤에 미래를 안겨 주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창수의 힘으로 막을 수 없을지도 몰랐다.
세계수의 묘목을 손에 넣은 집단이 얼마나 대단한 것을 만들어 내었을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어쩌면 정말로 신을 만들어 냈을지도 몰랐다.
물론 실제 신이라기보다는 초월적인 힘을 가진 뮤턴트일 터였다.
그런 것이라면 창수나 빅 모두 신과 같은 괴물이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창수는 빅과 세라핌을 데리고서는 일본에서 중국으로 넘어갔다.
하늘을 뒤덮을 만큼 거대한 괴물로 변한 빅은 창수를 자신의 등에 태우고서 동중국해 정도는 가볍게 넘어갈 수 있었다.
“단번에 유럽까지는 못 넘어가는 거냐?”
“나는 기러기가 아니라고. 그리고 방금 그 덩치를 유지하는 것도 엄청나게 힘들다고. 힘을 너무 많이 쓰면 허기지거든.”
평소 빅이 작고 귀여운 강아지의 몸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이유 때문이었다.
코끼리가 자신의 몸을 유지하기 위해서 하루 250kg의 먹이를 먹는 건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더욱이 몸 안에 흡수한 뮤턴트들의 정보를 완전히 소화시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고. 웬만해서는 그 거대한 몸으로 변할 생각이 없으니까, 유럽까지는 걸어갈 거야.”
결국 별수 없이 세계수의 묘목을 찾는 일은 직접 걸어서 해야 할 듯했다.
* * *
결국 캐나다로 넘어갈 수 없었다.
한반도의 수십 배는 될 만한 거대한 면적에, 수십 미터짜리는 오히려 작다고 볼 만한 거대한 나무 뮤턴트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본래 세계수의 묘목에서 나온 더스트는 오직 인간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인간들이 더스트를 가공하며 만들어진 엔젤은 인간들뿐만 아니라 다른 동식물들에게도 변이를 촉발했다.
더욱이 엔트라 불리는 거대 나무 뮤턴트들은 누군가에 의해 추가적인 변이 유도가 있었다.
물론 일반인들은 그런 사실을 알지 못했기에 엔젤에 의한 변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리고 일부 인간들은 다르게 생각을 하기도 했다.
“신께서 노하셨다! 인간들의 죄악에 신께서는 천벌을 내리는 것이다!”
인간은 감당을 할 수 없는 진실을 마주하게 되면 때로는 외면을 하기도 했다.
모든 것은 신의 결정이니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은 꽤나 진부한 것 중에 하나였다.
문제는 스스로 자신이 신이나 신의 아들이라 주장을 하는 것이다.
“구원을 원하는 자! 나에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구원할 것이다! 아마겟돈이 왔다! 마침내 신의 징벌을 어리석은 죄인들에게 내릴 때가 되었다!”
죽음도 두렵지만 죽음 이후 세계의 벌도 인간에게는 두려운 법이다.
아무리 둘러봐도 살길은 없어 보였으니 죽음 뒤에 올 천국에서만큼이라도 살아남기를 원하는 인간들이 들끓었다.
죽음 뒤로는 아무것도 없다고 외쳐 봐야 소용이 없었다.
처음에는 두려움에 떠는 사람들을 이용하려는 속셈이었지만, 계속된 세뇌는 사람들을 선동하려는 자 스스로에게도 이루어졌다.
“나는 신이다! 오직 나만이 너희를 구원할 수 있다!”
정말로 스스로를 신으로 여겼다.
정상적인 세상이었다면 일부는 미쳤다고 여기겠지만 지금은 정상적인 세상이 아니었다.
아니, 정상적인 세상에서도 이 비정상적인 외침을 비정상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인간들이 넘쳤다.
그러니 비정상적인 세상에서 비정상적인 외침을 다들 이해하지 못했고 이해하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
“이 모든 죄악은 신을 믿지 않은 자들 때문이다! 신을 믿지 않은 자들에게 죽음을!”
“죽음을!”
“죽음을!”
제정신으로는 도저히 버틸 수 없는 세상에 휩쓸리는 것은 생각 이상의 안정감을 준다.
북미에 생긴 사이비 종교만 127개였다.
세계 최강대국이라고 불렸던 미국의 적은 외부도 뮤턴트도 아니었다.
바로 멍청하기 짝이 없던 내부의 인간들이었다.
흔히들 미국은 소수의 천재들이 이끌어 나간다고 한다.
다수의 미국인들은 망가진 소파에 앉아 프라이드치킨과 감자튀김을 먹으며 스포츠 방송에 빠져 사육당한다고들 한다.
생각보다 상식도 부족하고 지능까지도 떨어지는 세계 최강의 강대국은 그렇게 유지가 되어 왔다.
하지만 더 이상 세계 최강의 강대국은 존재하지 않았고 어리석은 사람들은 집단을 파괴하는 독이 되었다.
“휴거다! 휴거! 마침내 약속되었던 휴거가 왔다!”
“이 모든 것은 화성의 외계인의 침공 때문이야! 화성에 핵 미사일을 쏴야 한다고!”
“필 게이트가 세상에 바이러스를 심은 거야!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백신을 사용하면 괴물들이 전부 사라질 거야! 내 말을 들어! 백신을 사용해야 한다고!”
“아니야! 그게 필 게이트가 원하는 거야! 우린 일론 마스크의 우주선을 타고 화성으로 가야만 해! 두지! 두지를 구입하면 화성으로 가는 우주선의 티켓을 살 수 있다고 했어!”
온갖 비상식적인 주장들이 퍼져 나갔다.
그 가운데 신을 언급하는 것은 꽤나 진부했지만 그만큼 강렬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인간의 몸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건 인간이 아닌 뮤턴트에 가까웠다.
정상적인 인간을 파괴하는 비정상적인 인간이 된 것이다.
미국 정부는 이 비정상적인 흐름을 막을 수 없었다.
막강한 군대까지 투입을 했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민간 총기가 존재하는 곳이 미국이었다.
죽이고, 죽이고, 또 죽였다.
미국 정부는 엔젤의 유통을 거의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통제하는 것에는 성공을 했지만, 자국민들을 통제하는 건 실패했다.
10년에 한 번씩 대규모의 흑인들에 의한 약탈이 벌어지는 곳이 미국이었다.
이번에도 대규모 약탈이 벌어졌다.
대규모 약탈이 벌어질 때는 미국의 경찰도 손을 놓고 있을 수밖에 없을 정도다.
문제는 이번에는 한 지역에서 일어난 것이 아니라 미국 전역에서 벌어졌다.
대규모 축제와 같은 약탈과 스스로 신이라 칭하는 이들에 의한 살인 행위.
그렇게 미국은 붕괴되었다.
물론 모두가 다 비상식에 몸을 던진 것은 아니었다.
많은 이들이 미약한 힘이나마 뭉쳐서 스스로를 지키려고 했다.
하지만 이런 혼란에서 살아남기는 쉽지 않았다.
사람들은 절망 속에서 진정한 구세주가 나타나 주기를 간절히 갈망했다.
그리고 그런 진정한 구세주가 나타났다.
“현!”
거의 완벽에 가까운 엔젤에 대한 통제를 해내었던 미국 정부가 붕괴되고 그에 대한 반작용 덕분인지 엔젤이 물밀듯이 밀려들었다.
국경 지역에서나 나타나던 뮤턴트들이 미국 본토 깊숙한 곳에서도 나타났다.
물론 가장 위협적인 것은 127개의 사이비 종교 단체에서 어떻게 입수를 한 것인지 모를 엔젤을 통해 만들어 낸 괴물이었다.
거기에 더해 자신을 따르지 않는 인간들에게 엔젤과 변이 유발 물질을 섞은 물질을 살포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창궐하는 뮤턴트들에게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있을 때 아직은 앳되지만 몸은 청년이 된 남자가 활약을 하기 시작했다.
북미 남쪽에서 북서쪽까지 용사라 칭해지는 존재의 소문이 미국 전역에 퍼졌다.
그 용사가 실제로 존재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절망 속에서 한 줄기 희망이 되기에는 충분했다.
다른 이들에게 현이라 불리는 청년이 그런 용사들 중에 한 명이었다.
용사가 있다는 소문은 의외로 한 곳이 아닌 여러 곳에서 들렸다.
믿기 어려울 만큼 강한 아이들의 등장은 괴물들과의 싸움에서 인간들을 지켜 주는 구세주의 등장으로 여겨졌다.
현은 뮤턴트들을 전부 쓰러트리고 자신의 동료들을 돌아보았다.
“다들 괜찮아?”
“그래!”
“가논 놈! 정말 지독해!”
제법 많은 뮤턴트들의 습격에도 다들 무사한 동료들은 가논이라는 알 수 없는 이름을 중얼거리며 이를 갈았다.
“가논을 쓰러트려야 이 지옥이 끝날 거야.”
“맞아. 가논을 쓰러트려야 해. 이대로면 결코 끝나지 않을 거야.”
현은 동료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가논은 인간이었다.
전에는 존경받는 성직자라고 했다.
하지만 갑자기 자신이 신에게 선택받았다며 사람들을 선동했다.
그러고서는 세상을 정화해야 한다며 기묘한 약으로 사람들을 괴물로 만들기 시작했다.
군대에서 가논을 쓰러트리려고 했지만 군대도 막지 못했다.
가논에게 아주 특별한 괴물이 있다고 했고 가논의 광신도들은 그 특별한 괴물을 신의 화신이라 부르며 가논을 숭배했다.
진부한 3류 RPG 게임의 스토리 같았지만, 현실은 게임 시나리오 작가의 치밀하게 짜인 연출을 기대할 수는 없었다.
광신도가 있고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세상을 지옥으로 바꾸고 있을 뿐이었다.
현은 용사이기 때문에 싸우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싸울 뿐이었다.
단지 자기 혼자만이 아닌 소중한 이들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것이다.
“가논을 쓰러트리자.”
“그래. 현.”
현과 동료들은 그렇게 함께 싸우기로 했다.
그런 모험이 수많은 용사의 모험 중에 하나로 살아남은 사람들의 입을 통해 퍼져 나갔다.
하지만 가논을 쓰러트려도 세상의 평화는 찾아오지 않았다.
또 다른 가논들이 온 세상에 존재했고 현은 계속 싸워야 할 운명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그 싸움의 끝에 또 다른 진실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당장은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