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soldier chose to survive RAW novel - Chapter 327
제327화
327화
산업 혁명이 시작되기 전, 전 세계 인구수는 10억 명이 되지 않는다고 추산되어 왔다.
기원전 1만 년 전 400만 명의 인간들이 지구상에서 살아 왔고 서기 1000년까지 2억 명에 달할 정도로 늘었다.
1만 1천 년 동안 50배가 증가한 것이다.
많다고 볼 수도 있었지만, 천 년 만에 2억의 인구는 60억에 도달했으니 서기 1000년 이전의 인구 증가는 꽤나 느린 편인지도 몰랐다.
산업 혁명과 화학 비료의 등장은 인류의 숫자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에 공헌을 했다.
화학 비료는 같은 면적에 더욱 많은 식량을 생산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렇게 늘어난 식량은 보다 많은 숫자의 인간들을 먹여 살릴 수 있게 되었다.
아니, 인간들보다 더 많은 숫자의 가축들을 먹일 식량을 생산하게 되었다.
이미 인간은 화학 비료의 축복으로 70억 이상의 인구를 기아 없이 먹일 수 있을 만한 식량을 생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화학 비료의 축복은 사라졌다.
인간들은 오직 지력에 의지해서 농사를 지어야만 했다.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시작해 아프리카 밖으로 퍼져 나간 이유는 사실 간단했다.
아프리카의 땅의 흙에 영양분이 없기 때문이었다.
아프리카의 붉은 흙은 영양가가 없다.
유기물도 없고 푸석푸석해서 농사를 짓기에 전혀 적합하지 않은 땅이었다.
한때는 울창한 숲이었고 정글이었다고 하지만, 농사짓기에 그다지 적합한 땅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인류는 농사를 짓기 좋은 땅을 찾았고 그중에 가장 좋은 땅이 바로 흑토 지역이었다.
수백만 년 이상 각종 유기물과 영양분이 쌓여 검게 변해 버린 땅은 화학 비료 없이도 식물이 잘 자라는 땅이었다.
하지만 이 흑토 지역은 전 세계에 몇 없었고 대부분의 땅은 휴경을 해서 지력을 올려야만 계속 농사를 지을 수 있었다.
당연히 흑토 지역이 아닌 곳에서는 식량 생산이 급감을 할 수밖에 없었고 필연적으로 인간의 숫자는 18세기 이전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했다.
물론 그것도 뮤턴트들의 번성으로 인해 인간들의 영역이 더 줄어들었으니 거의 14세기 이전으로 줄어들었다.
어떤 지역은 기원전의 인구수로 줄어들 정도였으니 세계 인구는 2억 명 아래로 줄어들었을지도 몰랐다.
“올해 농사도 망했군.”
“거름은 그나마 어떻게든 구할 수 있겠는데 비료는 아무래도 힘들어.”
“비료는 무슨. 거름만 해도 감지덕지지.”
과거 거름은 돼지나 닭의 똥을 퇴비화시켜서 뿌렸다.
특히나 질소질 성분이 많이 들어 있는 닭의 똥은 농사를 지을 때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정도였다.
뮤턴트 사태 전, 흔하게 먹던 닭 요리는 이제 보기 힘들 지경이었다.
그나마도 닭들의 숫자가 적어져 퇴비로 쓸 만큼의 양도 나오지 않았다.
결국 닭이나 돼지가 아닌 인간의 똥으로 퇴비를 만들어야 했다.
그 때문에 농부들은 자신과 가족들의 똥을 훔쳐 가는 도둑들에게서 지켜야 할 지경이었다.
“뮤턴트들 똥이 거름으로 꽤나 좋다고 하던데.”
“뮤턴트들 똥?”
“그래. 저기 숲 너머에 뮤턴트들이 있다고 하더라고. 그놈들 냄새가 꽤나 고약하기는 한데 효과는 좋다고 하더라고.”
“그러다가 잘못하면 저세상으로 갈 텐데.”
“어차피 굶어 죽으나 괴물 놈들한테 죽으나.”
“그건 그렇긴 한데. 그런 놈들 있는 곳에서 농사를 지으면 농사가 더 잘되지 않으려나?”
“방금 전까지 괴물 놈들 걱정하더니!”
동료는 뮤턴트를 두려워하면서 땅 욕심을 낸다며 혀를 찼다.
그렇게 씨알이 크지 않은 작물들을 바라보고 있을 때 멀리서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뮤턴트다! 뮤턴트가 나타났다!”
뮤턴트라는 외침 소리에 농사를 짓고 있던 사람들이 허겁지겁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빨리 뛰어! 빨리! 요새로 빨리 뛰라고!”
사람들은 멀리 보이는 요새로 달렸다.
돌과 목책으로 둘러싸인 곳이었다.
정신없이 도망을 쳐서는 요새 안으로 간신히 들어간 뒤에 숨을 몰아쉬었다.
“다들 무기 들어! 무기! 무기 들라고!”
숨을 몰아쉴 틈도 없이 뮤턴트들과 싸워야 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뮤턴트들이 물러간다!”
고슴도치처럼 요새의 위로 기다란 창들이 솟아 있었다.
뮤턴트들은 그런 고슴도치 성을 보고서는 그냥 물러섰다.
요새의 이곳저곳에서 안도의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는 아무런 피해 없이 끝났지만, 다음번에도 피해가 없을 것이라 확신을 할 수는 없었다.
“자! 다들 농사지으러 가! 빨리!”
방금 전까지 뮤턴트들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느꼈지만 그렇다고 요새에 웅크리고 있을 수는 없었다.
오래지 않아 추운 겨울이 찾아올 것이었다.
추위와 굶주림은 뮤턴트들의 습격만큼이나 두려운 것이었다.
“나 어릴 때 한국식 바비큐를 먹은 적이 있는데 말이야.”
“삼겹살인가 하는 거 말인가?”
“그래, 그거. 그게 참 맛있었던 기억이 나네. 죽기 전에 다시 한 번 더 먹어 볼 수 있으려나?”
그나마 과거의 문명을 기억하는 이들은 사정이 나았다.
나이가 어린 이들은 과거의 풍족했던 문명을 알지도 못했다.
그러니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고대 유적지(?)를 보면 엄청난 규모에 입을 떡하니 벌리곤 했다.
하늘 끝까지 치솟아 올라와 있는 건물들은 인간들에게도 이제 놀라울 지경이었다.
물론 그런 고대의 유적지들은 이제 너무 노후화되어 살기엔 위험하기 짝이 없었다.
아직도 유적지라고 불리게 된 도시에 살고 있는 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도시 밖에서 살고 있었다.
앞으로 수십 년 정도만 지나도 과거의 문명들은 사람들에게서 잊혀 갈 터였다.
물론 노인들은 젊은이들에게 과거의 찬란했던 문명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주고는 했지만, 단순히 듣는 것만으로는 가슴에 와 닿지 않았다.
* * *
중세 시대로 회귀한 듯한 인간들을 멀리서 보고 있는 이가 있다.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은 중세 시대로 돌아온 것 같네.”
“중세 시대의 인간들이 저러했나?”
창수는 곡괭이로 땅을 파는 인간들을 지켜보다가 인간들을 습격하려던 뮤턴트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초기형 뮤턴트들이었다면 앞뒤 안 가리고 돌진을 했을 터였지만, 지능이 생긴 뮤턴트들은 자신들이 불리하다 싶으면 물러서기도 했다.
“뮤턴트들을 보러 가자.”
“걔들은 왜?”
“아담으로 만들려구요?”
빅과 세라핌은 뮤턴트들을 보러 가자는 창수의 말에 의아해했지만, 순순히 창수의 뒤를 따랐다.
숲을 건너 생각보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뮤턴트들의 마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인간들에게 그냥 괴물로 여겨져 뮤턴트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었다.
아니, 하루하루 먹고살기 힘든 인간들이 뮤턴트들의 삶에까지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다.
하지만 창수는 뮤턴트들의 마을 가까이로 다가가 살펴보고서는 뮤턴트들이 인간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크어! 크어어!
쿠어억! 쿠억!
언어인지 아니면 그냥 입 밖으로 내는 소리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뮤턴트들은 의사소통을 하는 듯했다.
아직 인간들처럼 도구를 만들지는 못하는 듯했지만, 인간들이 만든 듯한 도구를 사용해 인간들과 비슷한 집들도 지어 놓았다.
“원시생활 같군.”
“그래. 원시인들로 보이네.”
원시인 같은 문명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현재의 인간들인 중세 시대까지도 충분히 발전 가능할 것처럼 보였다.
창수는 역천을 하기로 결심을 하고 있었다.
“세라핌.”
“맡겨 둬!”
창수의 피로 인해 더욱 강해진 세라핌은 마을에서 뮤턴트들의 몸 안의 엔젤을 전부 흡수했다.
뮤턴트들은 영문도 모른 채로 모습이 변하기 시작했다.
쿠어?
아담으로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뮤턴트들은 당황했지만 이내 스스로를 받아들이는 듯했다.
지능이 있다고 해도 그 지능의 정도가 높지 않았기에 아담이 본래 자신들의 모습이라 여긴 것이다.
그렇게 아담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자신이 방금 전까지 하던 것을 빤히 바라보았다.
인간들을 흉내 내어 농사를 짓고 있던 뮤턴트도 있었고 과일 열매를 따고 있던 뮤턴트도 있었다.
집을 만들고 있기도 했다.
일부는 자신이 하던 것을 기억이라도 했는지 어설프게 따라 하기도 했고 일부는 흥미를 잃고 다른 일을 찾아 움직이기도 했다.
시간이 다소 걸리겠지만 아담들은 자신의 일을 할 것이었다.
물론 다시 엔젤에 노출이 된다면 다른 괴물로 변이를 하게 될 터였다.
고대 인간들에게 신화나 전설 속의 괴물로 여겨지던 뮤턴트가 될 수도 있고 새로운 괴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수백만 년이 지나면 저 아담들이 엔젤 없이도 인간이 될 수 있을까?”
“그게 인간들이 말하던 진화 아니었던가?”
“그래, 맞아. 그게 진화지.”
“그러면 말이야. 수백만 년이나 그 이상의 시간이 지나면 인간도 뮤턴트로 변할 수 있다는 건가?”
“그럴 수도 있겠지.”
현재의 인간들의 눈에 뮤턴트는 끔찍한 괴물의 모습이었지만, 수백만 년 뒤에 인간이 그런 끔찍한 괴물의 모습으로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법은 없었다.
아담도 인간도 그리고 뮤턴트도 진화라는 법칙 아래에서는 같은 존재인 것이다.
그러한 사실을 알았으니 아무런 개입도 하지 않은 채로 그냥 놔둬도 될 일이었지만 창수는 굳이 개입을 하는 것이다.
“수백만 년의 시간 동안 나타날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면 나 또한 막을 생각이 없지만, 누군가의 개입으로 인한 인위적인 흐름이라면 막겠다는 거야.”
“주인은 신이 되고 싶은 거야?”
“그럴 리가.”
“이해하기 힘들군.”
“너도 마찬가지야. 나도 내가 뭘 하고 싶어 하는 건지 모르겠네. 그냥 아들에게 그나마 희망이라도 물려주고 싶어서인지도 모르지. 가자, 세계수의 묘목을 찾으러.”
어딘가의 지명인지도 몰랐다.
대충 중국 남부의 어디쯤이었다.
그곳의 뮤턴트들을 아담으로 만들었다.
전 세계의 모든 뮤턴트들을 전부 아담으로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은 창수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담들이 오랜 시간 뒤에 인간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았기에 인간들에게 보다 위협적인 뮤턴트들을 아담으로 바꿔 놓는 것이다.
그렇게 창수는 서쪽으로 향하면서 만나는 뮤턴트들을 아담으로 바꾸어 갔다.
얼마쯤 서쪽으로 갔을 때인가, 황량한 초원과 사막이 나왔고 그곳에서 생명체가 아닌 불꽃 인간들을 보게 되었다.
“저거 인간 군인들이 하늘 위에서 떨어트린 폭탄에서 탄생한 녀석들이다.”
빅은 불꽃 인간들을 떠올리고서는 창수에게 알려 주었다.
비가 내리면 몸에 붙은 불꽃이 꺼져 사라지는 괴물들이었다.
창수도 대구에서 보았던 것들과 유사하다는 생각을 하며 세라핌을 바라보았다.
불꽃 인간들도 아담으로 만들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몰라, 해 볼게.”
세라핌은 불꽃 인간들의 타오르는 몸에서 엔젤을 추출하려고 했지만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안 되는 것 같아. 일단 뜨거워서 가까이 접근도 안 되고.”
이미 생명체 자체가 아닌 것 같은 불꽃 인간들에게서 엔젤을 추출할 수 없다는 세라핌의 말에 창수도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것이나 다를 바 없는 괴물들이었다.
진화의 법칙과는 전혀 무관하게 탄생된 존재들이었다.
그렇게 모든 생명체들을 다 아담으로 만들어 내는 것은 불가능한 듯했다.
“오! 저기 거대 메뚜기들이네! 저 거대 메뚜기들은 어떤지 해 보자고.”
아프리카에서 중동을 지나 한반도까지 날아와 막대한 피해를 끼친 뮤턴트였다.
이 거대 메뚜기들에게서 엔젤을 추출하자 아담이 아닌 다른 생명체가 되었다.
“저건 뭐지? 주인?”
“삼엽충이군.”
창수는 너무 고대로 올라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거대 메뚜기가 삼엽충과 유사해 보이는 생명체로 변하는 모습에서 이 급격한 진화가 인간에게서만 일어났던 것은 아님을 예상할 수 있었다.
“정말 신이나 외계의 엔지니어가 존재했던 건가?”
창수는 점점 어두워지며 검게 변해 가는 하늘 위를 올려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