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soldier chose to survive RAW novel - Chapter 336
제336화
336화
수백 킬로를 넘게 걸어 도착을 한 곳은 온전해 보이는 도시였다.
생존을 위해 극도의 이기주의가 되어 버린 세상이었지만 아직 유지되는 질서는 남아 있는 듯했다.
물론 그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질서의 구성원들은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도시 안에서 소란 피울 생각 하지 마시오. 만에 하나 소란 피우다가 걸리면 추방 정도로는 안 끝날 테니까.”
성인 남자와 여자 한 명씩과 소녀 한 명 그리고 애완동물로 보이는 강아지 한 마리의 일행이었다.
남자는 칼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런 세상에 칼 정도는 호신용으로도 쓰지 못할 생필품 정도였다.
안전한 곳을 찾아 떠돌아다니는 일가족 정도로만 보였다.
자유 도시라 불리는 곳이었지만 누가 보더라도 수상해 보이는 인간들은 들여보내지 않았다.
그렇게 가드들로부터 출입을 승인받은 창수의 일행들은 자유 도시 크린토에 도착을 했다.
과거에는 어떤 이름의 도시인지는 알 수 없었다.
아니, 굳이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사방에서 흘러들어 온 국적도 인종도 다른 인간들에 의해 크린토라는 그 유례를 알기 힘든 이름으로 그냥 불리고 있을 뿐이었다.
근방에는 뮤턴트가 보이지 않았다.
뮤턴트가 없는 것인지 아니면 크린토를 다스리는 자가 무척이나 유능해 뮤턴트를 보이는 족족 제거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아침 해가 뜨고 저녁 해가 질 때까지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 것에 다들 안도하고 내일의 멸망을 기다리기만 할 뿐이었다.
그런 도시 속에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과거 문명이 지구를 뒤덮었을 때는 사람들에게 복지도 주어지고 했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바랄 수 없었기에 각자 먹고살 수 있는 일을 찾아 하고 있었다.
“이봐! 이 도시에 처음 왔나?”
도시에 처음 온 얼뜨기들을 맞이해 주는 이는 이방인에게는 매우 위험한 존재였다.
반반한 외모의 여인은 인류가 멸망을 할 때까지 존재할 사창가에 팔아먹으면 될 것이었고 다부진 남자는 고된 노동 현장에 팔아 버리면 될 것이었다.
소녀 또한 당장이든 아니면 조금 더 시간이 걸리든 요긴하게 쓰일 곳이 있었고 그들의 애완동물은 한 끼 식사로 인간들에게 이로움을 주게 될 것이다.
“내가 머물 곳을 알고 있는데.”
속마음은 어찌 되었든 막막해하는 이방인 가족들을 향해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다가온 사내는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다만 상대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에는 너무 최악의 괴물들이라는 것이었다.
가장 약해 보이는 애완동물마저 자유 도시를 잿더미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뮤턴트였다.
“필요 없어.”
“하하! 이러지 말라고. 아내와 딸을 길거리에서 자게 할 수는 없지 않나. 더욱이 나쁜 인간들에게…….”
사내는 창수의 눈동자와 마주했다.
잔잔한 눈동자 속으로 깊고 깊은 심연이 보였다.
순간 사내는 온통 세상이 어둠으로 물들고 그 어둠 속에 홀로 내팽개쳐져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입 밖으로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내는 풀썩 길바닥에 주저앉았다.
“하아! 하아! 하아!”
창수의 무리는 사내에게서 몇 발짝 떨어져서는 계속 걷고 있었다.
주변에 있던 다른 사람들이 의아한 듯이 사내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봐! 한스! 뭐 하는 거야?”
“어?”
“몸이 안 좋나?”
“아니. 방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창수에게 다시 접근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다.
본능적으로 다가가서는 안 된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사내 외에도 다른 이들이 창수의 일행에게 접근했다.
그때마다 노려봐 줘야 하기는 했지만 커다란 문제는 없었다.
그렇게 창수는 식당으로 보이는 곳으로 들어갔다.
“돈은 있소?”
“금이면 계산을 할 수 있나?”
“당연한 소리.”
달러나 돈들은 휴지 조각이었지만 금이나 은은 세상이 멸망을 해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 가치를 증명해 내고 있었다.
창수는 작은 금 조각 하나를 보여 주며 말을 했다.
“선불인가?”
“뭐, 굳이 선불로 안 해도 계산을 안 하면 가져갈 것이 많아 보이는군.”
나타샤나 세라핌을 힐끔 보는 식당 주인이었다.
나타샤가 안고 있는 강아지도 가격이 나갈 것이었다.
“머무를 방까지 부탁하고 싶군.”
“알겠소. 며칠 머무를 것이오?”
창수는 금화 하나를 주인에게 던져 주었다.
어디서 만든 금화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냥 버려진 도시를 돌아다니다 찾은 금화였다.
금화를 받은 식당 주인은 자신의 이빨로 금화가 맞는지를 확인했다.
“좋군.”
생각보다 돈이 많은 손님이었다.
순간 두들겨 패서 가진 것을 다 빼앗고 여자와 강아지를 차지해 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세상이 달라졌다.
인간이지만 뮤턴트이고 뮤턴트이지만 인간인 기괴한 돌연변이들이 넘쳐나는 세상이었다.
황야에 혼자 돌아다니는 작고 연약해 보이는 여자아이를 조심하라는 말이 농담이 아닌 세상이었다.
“돌연변이인가?”
금화는 손가락으로 구부려져 있었다.
웬만한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창수가 했다는 것을 알기에 허튼수작 부리지 말라는 경고로 받아들였다.
그렇게 창수의 일행이 식탁에 앉자 잠시 뒤에 식사가 나왔다.
나타샤가 기운을 채워 준다지만 식사는 또 다른 문제였다.
인간도 뮤턴트도 위장을 가지고 있었고 그 위장을 채워야만 했다.
그렇게 야생 동물의 고기를 불에 구워 먹기만 하다가 제대로 된 음식이라는 것을 먹게 되었다.
“후추로군.”
소금 간하고 후추까지 들어가 있는 제대로 된 음식이었다.
물론 고기는 무슨 동물의 고기인지 알 필요는 없을 터였다.
두족인들의 도시에서도 제대로 식사를 했지만, 또다시 제대로 대접을 받게 되자 다들 문명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식사를 하고 있을 때 한 노인이 다가왔다.
창수는 배고픈 노인이 적선을 부탁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노인의 입에서 뜻밖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최 원사님?”
“…….”
창수는 분명 외국인이었지만 자신을 알아보는 노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고생이 많았는지 꽤나 짙은 주름살이 얼굴 가득 새겨져 있었다.
하지만 얼핏 보이는 과거의 흔적들이 보였다.
“데런 중사?”
“아!”
창수가 자신을 알아보자, 노인은 탄성을 터트렸다.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흘렀다.
물론 노인이 나이에 맞지 않게 다소 늙어 보이는 외모를 하고 있었지만, 군인이란 자고로 나이보다 더 나이 들어 보이는 법이었다.
“여전하시군요. 최 원사님.”
“자네가 어떻게?”
웬만한 일에도 감정의 동요가 없는 창수였지만 이번에는 예외였다.
자신의 부하.
과거 UN군 산하 호프 팀에서 활동하던 당시의 부하 팀원 중에 하나였던 것이다.
워낙 위험한 일들을 했었고 부상자와 사망자도 많았으며 세계 각국의 특수부대원들이 모였다가 다시 본대로 돌아가곤 했기에 짧게 같은 팀원으로 있었지만, 창수는 자신과 한 번이라도 작전을 같이했던 팀원들을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 팀원 중에 반년 가까이 같이 팀원으로 활동을 했었으니 잊어버릴 리 없었다.
“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팀장님을 다시 뵙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눈물을 흘리는 노인의 모습에 창수는 황급히 그를 자리에 앉혔다.
“데런. 자네 고향이 이곳이었나?”
“헤헤! 여기 우크라이나였던 곳입니다. 저는 폴란드 사람입니다만, 지금 폴란드로는 돌아갈 수가 없어서요.”
“왜? 뮤턴트 때문인가?”
창수의 기억에 데런은 강인했던 남자였다.
“헤헤! 몸이 이 상태여서 말입니다. 그나저나 최 원사님은 변한 것이 하나도 없으십니다.”
처음 호프 팀에서 만났을 때와 변한 것이 없는 창수였다.
잘 봐줘야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창수였다.
서양인들의 눈으로는 20대 초반으로 볼 수도 있을 정도였다.
꼬르르륵!
그동안 제대로 먹지 못한 것인지 데런의 배에서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났다.
당황해하는 데런의 모습에 창수는 같이 식사를 하자는 말을 하고서는 식당 주인에게 음식을 더 가지고 오라는 말을 했다.
돈이 얼마나 들더라도 전우를 배불리 먹여야만 했다.
“데런! 일단 먹게!”
“아…… 아닙니다. 부담 드리려고 한 것이 아닙니다.”
“부담은 무슨! 어서 먹게. 명령이야!”
더 이상 호프 소속도 아니었고 자신의 부하도 아니었지만, 창수는 데런에게 명령이라며 식사를 할 것을 지시했다.
그런 창수의 말에 데런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면서도 허기짐을 참지는 못했다.
그렇게 꽤나 지저분하게 식사를 하는 데런이었다.
오랫동안 제대로 먹지 못해 위가 놀랄 수도 있었지만, 창수의 눈빛에 나타샤가 식사 중인 데런의 몸에 손을 대었다.
한때는 100kg이 넘는 거구였다.
지금은 바람 빠진 풍선 같았지만, 나타샤는 그 풍선 안에 바람을 충분히 넣어 줄 수 있었다.
그렇게 식사가 이어지면서 데런의 왜소하던 몸이 부풀어 올랐다.
굽었던 허리도 펴지고 빠져 있던 이빨도 하나둘씩 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놀라운 기적과도 같아서 다른 식탁에 있던 손님들도, 그리고 음식을 가져다주는 식당 주인도 당황을 해야 했다.
오늘내일할 것 같던 노인이 건장한 중년으로 한순간에 변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기름진 음식을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로 연약했던 위장도 강철마저 소화시킬 수 있을 만큼 강해졌다.
우걱! 우걱!
연신 입 안으로 음식을 집어넣던 데런은 어느 순간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그렇게 행동을 멈추고서는 창수를 빤히 바라보았다.
창수는 다른 이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따뜻한 눈빛으로 데런을 바라보고 있었다.
전장에서 웬만하면 자신의 등을 맡기지 않던, 아니, 맡길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창수였음에도 동료는 자신의 목숨만큼이나 소중했다.
그런 동료의 모습이 시간을 되돌린 듯 되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데런은 식사를 아예 멈추고 뒤늦게 자신의 몸을 살폈다.
젊음.
마치 어렸을 때 보았던 만화책에서처럼 젊음이라는 소원을 이룬 것 같았다.
물론 젊음은 아니었다.
본래 데런이 가졌어야 할 노화의 진행에서 최대치까지의 한도였다.
나타샤라고 해서 노인을 어린아이로 만드는 능력까지는 없었다.
“에…… 엔젤입니까? 최 원사님?”
“변이가 되지는 않을 거야. 걱정하지 않아도 돼.”
호프 때도 창수는 꽤나 신비로운 존재였다.
엔젤의 도움 없이도 초인의 힘을 낼 수 있었던 존재였으니 자신을 회복시킨 것이 이상하진 않았다.
“감사합니다. 최 원사님.”
목소리가 굵고 남자다워졌다.
팔뚝은 여인의 허리만큼 굵어져 있어서 그 누구도 시비를 걸어올 수 없을 것 같았다.
“고마워할 것은 없어. 밥값을 하긴 해야 할 거야.”
창수의 말에 데런은 새하얗게 새로 난 이빨을 보이며 미소를 지었다.
밥값으로 목숨을 내놓으라고 해도 내놓을 수 있는 데런이었다.
“말씀만 하십시오.”
“식사 다 했으면 좀 씻지. 자네 몸에서 나는 냄새는 나도 어찌할 수 없을 것 같구만.”
“끄응! 죄송합니다.”
몸이 회복된 것이지 몸의 청결까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더욱이 거적때기 같은 옷도 문제였다.
그나마 너덜너덜한 옷 사이로 단단한 근육이 가득 차 있는 것이 돋보이기는 했다.
“가지고 가서 씻고 옷도 좀 맞추고 오게. 정리할 일도 있으면 정리하고.”
창수는 데런에게 금화 하나를 던져 줬다.
금화 하나가 어느 정도의 가치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정도면 충분했다.
데런은 창수가 준 금화를 바라보았다.
꽤나 큰 가치였다.
이대로 도망을 가도 되었지만 데런은 도망을 가도 상관없다는 눈빛의 창수를 보며 몸을 일으켰다.
“내일 아침에 찾아뵙겠습니다. 팀장님.”
“그럼 내일 보지.”
데런은 창수에게 군대식으로 경례를 하고서는 창수가 자신의 경례를 받자 식당을 나가려다가 식당 주인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경고하는데, 쓸데없는 짓은 하지 마라.”
으르렁거리는 데런의 목소리와 힘에 기가 질리는 식당 주인이었다.
데런은 그렇게 식당을 나서며 자신을 그동안 괴롭혀 왔던 이들을 떠올렸다.
떠나기 전에 손을 봐줄 이들이 있었다.
지금이라면 그다지 어렵지 않을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