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soldier chose to survive RAW novel - Chapter 338
제338화
338화
인간뿐만 아니라 생명체가 집단을 이루게 되면 우열에 따라 권력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권력을 가진 지배자가 나타나기 마련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을 위에서 군림하는 도시의 지배자는 높은 곳을 좋아한다.
마치 신과 가장 가까운 높은 하늘에 자신을 놓아 아래의 사람들과 스스로를 구분하기 위해서인지도 몰랐다.
그렇게 오늘도 지상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그는 얼마 전에 신의 사자라 칭하는 천사들의 방문을 받았다.
생김새가 지금까지 인간이 믿고 여겨 왔던 천사의 전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어서이지, 실제로 천사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천사나 다를 바 없는 신비로운 외모와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그 천사들은 도시의 지배자의 중요한 고객들 중에 하나였다.
그 천사들에게서 재앙이 찾아올 것이라는 경고를 들었다.
오만한 천사들이었지만 그 천사들의 오만함 속에서 두려움을 읽을 수 있었다.
변이 설계에 의해 신체를 강화했지만, 인간 베이스에서의 강화였기에 완전히 변이되어 뮤턴트가 된 천사들과 차이가 있었다.
일반 천사들은 강화 변이를 한 인간들로도 상대해 볼 만했지만 상위급의 천사들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정말로 신의 사도라 칭할 정도로 강한 뮤턴트가 천사였다.
하지만 그런 천사들의 눈동자에서 두려움이 느껴지며 재앙이라고까지 할 정도라면 자연재해나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바로크 님! 웬 동양인 남자가 바로크 님을 뵙고 싶어 합니다.”
도시의 지배자가 아무나 만날 정도로 한가할 리가 없었다.
당연히 도시의 지배자를 만나고 싶다고 찾아온 이들은 경비들에 의해 대부분 제지를 당하기 마련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귀에까지 들어왔다는 것은 경비들 선에서 해결되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이미 천사들에게서 경고를 들었기에 바로크는 자신의 부하들에게 익스퍼트급 이상의 존재가 찾아오면 자신에게 안내를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렇게 마침내 재앙이라 칭해지는 존재가 찾아온 듯했다.
재앙이라는 경고처럼 도망이라도 쳐야 할 수도 있었지만, 바로크는 자신의 왕국을 버리고 떠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정중히 모셔라.”
“알겠습니다.”
잠시 후에 바로크는 꽤나 이질적인 일행들을 마주하게 되었다.
‘젊은 가족 같은 구성이군. 그리고…….’
가족 같은 구성원이었지만 어떤 존재들인지 감도 잡히지 않는 느낌이 드는 이들이었다.
애완용 강아지조차도 알 수 없는 위화감이 들었다.
그중에 가장 덩치도 크고 우악스럽게 생긴 데런이라는 남자가 제일 약했다.
바로크는 일반인치고는 상당히 강한 편이지만 그래 봐야 인간의 기준에서라고 여겼다.
아무리 인간이 강해도 사자와 표범과 같은 맹수를 맨손으로는 당해내지 못하는 법이다.
“처음 뵙겠습니다. 크린토의 시장인 바로크라고 합니다.”
“강화 인간이군. 제법 강해. 2형 뮤턴트 정도는 가볍게 제압을 할 수 있을 정도야.”
창수의 말에 바로크의 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위화감은 느껴지고 있었다.
적어도 눈앞의 동양인이 일반 인간들과는 다른 무언가라는 것은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감도 잡히지 않았다.
그에 반해 상대는 자신의 속까지 전부 들여다볼 수 있을 정도로 훤하게 보고 있었다.
바로크는 왜 천사들이 재앙이라고 칭한 것인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대한민국 특전사령부 소속의 최창수 원사라고 하네.”
“최창수 원사라고요?”
“아리가의 영웅이요. UN군 산하 호프 팀의 팀장이시기도 하고.”
“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세상이 아직 엉망이 되기 전에 세상을 뮤턴트들로부터 구하던 군인들의 이야기가 꽤나 언론에 오르내렸었다.
그때는 아직 인류에게 희망이 있다며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목적이었을 터다.
문제는 이제 그때가 꽤나 먼 과거의 이야기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헌신을 하던 군인들의 대부분은 죽거나 늙었다.
이제는 하나같이 퇴물이 되어 있어야 했다.
그럼에도 20대 중반도 되지 않았을 것 같은 외모는 엔젤의 변이로 인한 불사나 불노의 능력을 가져서일지도 몰랐다.
물론 불사와 불노라고 해도 머리를 터트려 버리면 별수 없다는 사실을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아주 극히 일부의 경우만이 불사의 능력을 가지는 뮤턴트가 있을 뿐 대부분은 머리가 터지면 그냥 죽었다.
그 일부의 뮤턴트도 어딘가의 연구실에 완전 밀폐된 채로 갇혀 있었으니 언젠가 누군가의 실수로 인해 세상에 나오기 전까지는 알 수 없었다.
그렇게 불사는 아닌 꽤나 오랜 수명을 가진 창수가 적어도 자신보다 나이가 많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아리가의 영웅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엔젤을 유통한다고 들었소.”
“엔젤이 필요하십니까?”
“아니. 엔젤을 만드는 세계수가 필요하오.”
“…….”
창수가 무슨 일을 해 왔었는지는 알 길이 없었지만 특수군에 있었고 UN군에서도 대뮤턴트 대응 부대인 호프 팀의 수장격이라고 하니 꽤나 방대한 정보들과 접촉을 했을 것은 분명했다.
세계수는 아주 극히 일부의 인간들만이 알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명칭은 다르게 불리지만 바로크는 창수가 말하는 세계수가 무엇인지를 알아차렸다.
“생명 나무를 말씀하시는가 보군요.”
“종교를 끌어들일 생각은 하지 마시오. 어차피 신은 존재하지 않으니.”
창수의 말에 바로크는 미소를 지었다.
세계수든 생명 나무든 생명체들의 변이를 일으키는 나무의 존재를 확인할 생각인 창수였다.
“신은 존재하지 않지만, 신이 되고자 하는 존재는 많은 법이지요. 제 눈앞에 계신 분도 그런 분들 중에 하나이신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창수가 자신이 상대할 수 없는 초월적인 존재임은 이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은 완벽하지 않을 것이다.
아직 조물주가 되기에는 부족한 반인반신의 존재.
자신 또한 그런 존재 중에 하나였다.
하지만 생명 나무는 자신을 신으로 선택하지는 않은 듯했다.
“당신 몸이 붕괴되고 있어요.”
바로크는 창수가 아닌 여인의 말에 여인 또한 초월적인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 억누르느라 꽤나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저는 여러분들과 같은 축복은 받지 못한 모양입니다.”
“세계수가 어디에 있지?”
“저기 서쪽 끝 마법사의 땅에 있답니다. 마법사가 땅에 생명 나무의 지팡이를 꽂았고 생명 나무의 지팡이는 마법사의 땅에 뿌리내렸지요. 그곳에는 12명의 사도들이 지키고 있으며 생명 나무의 열매가 맺힐 것이라고 합니다. 그 생명 나무의 열매를 먹으면 신이 될 것이라고 하던데. 과연 누가 신이 될까요? 제가 고귀한 신을 만날 때까지 살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말입니다. 하하! 이거 말이 너무 길었습니다. 아무튼 생명 나무를 보려면 12명의 사도 중에 한 명이 되어야 합니다. 당신의 능력이라면 아마도 가능하실 수도 있겠군요.”
12명의 사도들이 생명 나무를 지키고 있고 생명의 열매가 맺히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말에 창수는 결국 완벽하지 못한 인간이 탐욕에 눈이 멀어 신이 되고자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신이 되고자 한다면 어째서 사람들을 변이시키는 것이지?”
“그건 저도 모릅니다. 사도가 되고자 했지만 선택받지 못한 불완전한 피조물이 진실을 알 수 있겠습니까? 진실을 아시고자 한다면 12 사도들 중에 하나가 되시는 방법뿐일 것입니다. 서쪽으로 가십시오. 그리고 신이 되기 위한 고행을 하십시오. 신이 되고 난 뒤에 세상을 구원하실지 파멸시킬지를 선택하시면 됩니다. 당신과 같은 존재가 세상에는 하나만 있지 않으니까요.”
바로크의 말에 창수는 생명의 열매를 기다리는 자들 각자가 원하는 것이 따로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들 중에 어떤 이는 세상을 다시 돌리고자 할 수도 있었고, 어떤 이는 세상을 멸망시키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을지도 몰랐다.
인간의 마음속을 알 수 있는 방법은 그 어디에도 없었으니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더 이상의 대화는 필요하지 않았다.
창수는 신이 되고 싶어 했지만 신이 될 수 없는 존재에게서 떠나갔다.
신이 될 수 없는 존재가 원했던 일이 무엇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고 알 필요도 없었다.
“당신은 무엇을 원하십니까? 신이 될 수 있지만, 신이 되고 싶어 하지 않는 듯한 당신은.”
창수는 바로크가 있는 도시를 빠져나왔다.
서쪽에 있다는 마법사의 땅으로 가려는 것이다.
“마법사의 땅이라는 곳이 어디인지 짐작이 가십니까?”
창수를 따라 나온 데런이었다.
도시를 떠날 힘이 없어서 도시에 남아 있었지, 힘을 되찾은 이상 도시에 계속 남아 있을 이유가 없었다.
“거기보다 우선 갈 곳이 있어.”
“예? 어딜 말이십니까?”
“폴란드.”
“예?”
폴란드로 갈 것이라는 창수의 말에 놀라는 데런이었다.
폴란드는 자신의 고향이었던 것이다.
“신이 되고 싶어?”
“신이라니요. 제가 어떻게.”
“헤르손이 자네하고 같은 폴란드 사람이었나?”
“예. 같은 부대 출신입니다.”
데런과 함께 호프 팀에서 활동을 했던 과거 동료였다.
“아직 살아 있는지 모르겠군. 자네 고향에서 인간의 삶을 살게. 굳이 고통스러운 삶을 이어 갈 필요는 없어.”
창수는 데런이 지옥 끝까지 따라올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데런은 그의 고향에 데려다주고 마법사의 땅이라는 곳으로 가려는 것이었다.
물론 데런의 고향이 무사할 것이라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자칫 절망을 경험하게 될 가능성이 더 높았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가득하던 도시나 마을도 인적이 사라진 경우가 너무나도 많았다.
그래도 일말의 희망을 포기할 수 없는 건 인간이기 때문이었다.
“가족을 찾아. 설령 찾지 못한다고 해도. 포기하지 말고.”
“…….”
데런도 바로크의 말에서 터무니없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죽음 따위는 두렵지 않았다.
아무 의미 없이 늙어 죽는 것보다 신념에 따라 싸우다가 죽고 싶은 데런이었다.
하지만 창수가 살아 있을지 죽었을지도 모를 가족을 찾으라는 말에 데런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창수는 데런의 고향인 폴란드로 향하기로 했다.
도시를 벗어나자 인적은 보이지 않았고 드문드문 뮤턴트와 들짐승들만이 보였다.
“야생 동물들이 꽤나 많네.”
유독 들짐승들이 많다는 것과 함께 들짐승들의 시체도 드문드문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에 커다란 사슴 하나가 어디가 아픈지 땅바닥에 쓰러진 채로 몸을 버둥거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다친 모양인데요. 치료해도 될까요?”
창수가 가끔 상처를 내고 나타샤의 치료를 받고는 있었지만, 주변에 인적이 없다 보니 자신의 기운을 소모하지 못하고 있던 나타샤였다.
식사를 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기에 굳이 잡아먹을 이유도 없었고 병든 들짐승을 잡아먹는 것도 건강에 좋을 것이 없었다.
나타샤의 말에 창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못 움직이게 하는 것은 나한테 맡기라고.”
행여라도 버둥거리면 나타샤가 다칠 수 있었기에 빅이 앞발로 자신보다 훨씬 큰 사슴의 몸을 밟았다.
그러자 사슴은 뭔가에 꽁꽁 묶인 듯이 움직이지 못했다.
나타샤는 그제야 사슴의 몸에 손을 대었다.
그러고서는 이내 고개를 갸웃거렸다.
“심각한데요.”
“많이 아픈 건가?”
“아니……. 그 정도 수준이 아니에요. 몸 안이 거의 붕괴되어 있는 수준이에요. 도시의 그분도 신체가 붕괴되고 있기는 하지만 이 정도는 아닌 듯하던데.”
형체는 유지하고 있었지만 내부는 완전히 붕괴되고 있는 것에 나타샤는 꽤나 놀랐다.
“치료할 수 있겠어?”
“가능은 할 것 같아요. 대신 기운을…….”
자신의 기운을 전부 다 쏟아내야 할 것 같다는 나타샤의 말에 창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자동 충전이 되는 나타샤였다.
그렇게 나타샤는 자신의 기운을 전부 소모해 사슴을 되살렸다.
문제는 좀 더 안으로 들어가면서 사슴과 같은 상태로 보이는 들짐승들이 더 있다는 것이었다.
창수는 뭔가 있음을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