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soldier chose to survive RAW novel - Chapter 85
제85화
85화
불편함은 아주 서서히 양보를 강요한다.
서 있으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은 것처럼 게으름과 편안함은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듯이 반대로 불편함은 인간들에게 용인될 수준의 양보를 강요한다.
문제는 그 양보가 끊임없이 강요된다는 것이었다.
과거였다면 도무지 용납되지 않을 불편함이 어느덧 일상이 되어 버리고 그것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되어 버린다.
“전에는 약을 한 달 치씩 주더니 왜 이제는 삼 일치밖에는 못 준다는 거야?”
“법이 그렇게 바뀌었어요. 그리고 다 드시지 못한 약은 반드시 폐기하셔야 해요. 폐기할 때는 약국으로 가지고 오세요.”
“내가 그렇게 한가한 사람도 아니고 어떻게 삼 일마다 오나. 전처럼 한 달 치를 줘.”
“안 되신다니까요.”
“안 되긴 왜 안 된다는 거야! 아니! 상비약도 의사 처방을 받아야 되는 것이 어디에 있어!”
“법이 그래요. 잘못된 약을 드셨다가 뮤턴트가 될 수도 있다구요.”
“차라리 뮤턴트가 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네!”
모든 약은 의사의 처방과 함께 안심 캡슐로 포장이 되어 있었고 그나마도 삼일 치 이상을 받을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알약 형태의 일반 상비약인 두통약조차 의사의 처방전과 약국에서만 구입이 가능해졌다.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 비난했지만 평화로운 주택가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뮤턴트를 막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여겨졌다.
그 때문에 엔젤은 마약보다 더 위험 등급이 높은 금지 약물로 지정이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젤은 사람들 사이에서 몰래 유통이 되고 있었다.
한때는 마약을 조사하던 형사들도 마약은 뒷전으로 미뤄두고 엔젤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문제는 일반적인 마약사범들을 잡는 것과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위험한 일이라는 것이었다.
“조심하고. 신호하면 단번에 제압해! 실수하면 죽는다.”
“예.”
엔젤이 유통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강력계 형사들은 경찰특공대와 함께 현장을 급습했다.
“움직이지 마! 머리 박아!”
시작부터 문을 부수고 들어가 권총의 총구를 들이밀고 들어가는 형사들이었지만 이내 의자가 날아드는 것에 몸을 던져 피해야만 했다.
퍼억!
엔젤을 먹은 이들은 초인적인 힘을 낸다.
평소라면 타박상이나 입을 정도의 공격도 온몸의 뼈가 골절을 입을 만큼의 큰 부상을 입게 되거나 잘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사격!”
엔젤을 먹거나 유통한 이들은 현장 사살도 가능했다.
변이 물질을 섭취하는 그 순간 형사들이나 경찰특공대도 감당을 할 수 없는 괴물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탕! 탕! 탕!
머뭇거림 없이 일제 사격이 시작되었다.
엔젤만 먹은 상태였다면 몸은 걸레가 되어 있을 터였다.
그렇게 제압이 되면 다행이었지만 제압되지 않으면 골치 아파진다.
“흐흐흐흐! 천사의 심판을 받아라.”
“막아! 변이하려고 한다!”
등줄기가 오싹한 목소리에 막으라고 했지만 변이가 시작되면 변이를 중단시킬 수가 없었다.
“머리를 노려! 머리를!”
머리를 노리라는 말과 함께 경찰특공대의 대원은 황급히 방 안으로 들어가서는 숨을 몰아쉬고 있는 사람의 머리에 총구를 대고서는 방아쇠를 당겼다.
탕!
사격장의 사격 과녁에는 머리를 줄곧 겨냥해서 맞추기도 하지만 실전에서 사람의 머리를 사격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그건 군대의 저격수들도 마찬가지로 대부분은 가슴 부위를 노리기 마련이었다.
경찰의 경우는 사살이 주목적이 아닌 체포가 목적이기에 생명의 지장이 없는 다리를 조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더욱이 경찰이라고 해서 사람을 죽이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머리를 노려 쏜다는 것은 평생 남을 트라우마가 생기는 일이기도 했다.
그렇게 변이되기 전에 사살할 수 있었다.
“벼…… 변이…….”
사살된 범인은 변이되지 않았다.
인간의 모습으로 머리에 구멍이 뚫린 채로 피를 흘리고 있는 모습에서 경찰특공대대원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수고했어! 밖으로 나가!”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될 대원을 특공대의 팀장은 현장에서 나가도록 조치했다.
“빌어먹을! 그러게 법을 강화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고 했잖아!”
엔젤을 섭취하거나 제조 및 유통하는 자는 최하 3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그것도 첫 번째에서부터 이루어지는 처벌이었으니 다른 범죄에 비해 꽤나 과도한 처벌이라 할 수 있었다.
뮤턴트에 대한 공포에 의해 생긴 특별법이었으니 처벌이 강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엔젤을 단순 복용한 이들도 극렬한 저항을 하게 만들었다.
당연히 처벌이 더 무거운 제조 및 유통은 거의 무기 징역에 해당할 정도였다.
그나마 대한민국은 처벌이 낮은 편이었다.
상당수의 국가에서는 엔젤을 소지하고 있기만 해도 사형에 처하는 곳도 있을 지경이었다.
강력한 처벌로 엔젤을 근절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지만 그것이 가능했다면 지구상에 범죄는 존재하지 않을 터였다.
“변이 물질은 있습니까?”
“후우! 없어. 입안에도 없어. 이놈도 단순 유통책인 것 같아. 이놈들도 뮤턴트가 되고 싶어 하는 놈은 아니야.”
헤인트처럼 입안에 변이 물질 캡슐이 있는지를 확인해 보았지만 그런 것은 없었다.
대부분의 엔젤을 투약하는 이들은 오랜 지병을 치료하기 위한 이들이었다.
각종 희귀병에서부터 암과 같은 난치병까지 엔젤로 치료가 된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그런 그들이었기에 당연히 뮤턴트가 되고자 하는 이들은 없었다.
“차라리 병원 같은 곳에서 확실하게 통제해서 엔젤 치료를 해 주면 될 것을.”
“엔젤 제조법을 모르니 그렇게 되면 그 테러 단체를 인정해 줘 버리는 상황이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겠지. 더욱이 의사들이나 제약회사에서 아주 싫어하겠지.”
“그것도 그렇군요.”
각종 이해관계에 의해서 엔젤의 사용은 힘들었다.
그렇게 제대로 된 사용법도 알리지 않는 덕분에 엔젤과 함께 변이물질을 사용해 사고가 터지는 것이다.
“그나저나 그거 들으셨습니까?”
“그거라니?”
“그 내부가 텅 빈 시체 말입니다.”
“내부가 텅 빈 시체?”
“예.”
“그건 또 뭔데? 하! 세상이 엉망이네. 엉망이야.”
과거였다면 초자연적인 일들은 말도 안 되는 헛소문이라 치부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럴 수가 없었다.
“껍데기만 남은 시체가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내부의 장기와 뼈 및 살이 전혀 없는 가죽이랍니다. 처음에는 고무 실리콘 제품인 줄 알았는데 인간의 피부라고.”
“뮤턴트 중에 그런 놈도 있었나?”
“그건 모르겠습니다.”
얼마나 많은 뮤턴트가 존재하는지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현장에서 뛰는 경찰들조차 기본적인 뮤턴트만을 알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뮤턴트 사건인지 아닌지조차 분간을 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후우! 아무튼 현장 정리하라고.”
“예.”
현장에서 엔젤은 전부 수거가 원칙이었다.
단 하나도 외부로 나갈 수 없었기에 허가된 인원만이 엔젤을 회수하는 임무를 부여받는다.
그렇게 불편함과 익숙함에 젖어들어 사람들은 이제는 뮤턴트와의 공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세상이 되었다.
뮤턴트가 되고 뮤턴트에 의해 희생되는 것은 다분히 운이 없었던 것이 되어갔다.
* * *
불완전 변이 뮤턴트인 넬시아가 탈출하려고 했던 비밀 연구시설에는 또 다른 뮤턴트가 격리되어 연구되고 있었다.
“껍데기만 남기고 전부 먹어치웠습니다.”
“제거 방법은?”
“제거법은 사실상 없습니다. 그나마 동결 방식으로 봉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완전 밀폐를 하는 방법도 있지만 아무래도 밀폐용기가 부식되기라도 한다면…….”
“하! 지가 방사성 물질이야. 뭐야? 얼려서 땅속 깊이 봉인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초고압으로 압착을 해 보고 싶기는 한데 연구를 위해 해당 방법은 유보되어 있습니다.”
마치 유령 같은 놈이었다.
“듀라한. 숙주의 머리가 날아가도 움직일 수 있다고 했지?”
“예. 팀장님. 기생체이지만 숙주의 상태는 중요하지 않은 듯합니다.”
창수가 상주에서 잡은 기체형 뮤턴트를 연구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각국의 정부에서 해당 뮤턴트에 관해서 공동 연구를 원한다고 합니다.”
“빌어먹을 놈들. 빼앗아 가겠다는 건가?”
연구팀장은 인상을 구기며 밀폐된 공간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코드명 고스트를 바라보았다.
기체 형태일 때는 고스트라 부르고 숙수의 몸을 차지했을 때는 듀라한이라고 부르는 신종 뮤턴트였다.
“그런데 저놈이 먹어 치운 신체와 같은 것이 밖에서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저런 놈이 밖에서 돌아다니고 있다고?”
“후우!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런 것 같습니다.”
“분명 최 누구였지?”
“최창수 상사입니다.”
“그래. 그 친구가 다 잡았다고 했잖아.”
저런 괴물은 대체 어떻게 잡은 건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당당히 잡아온 괴물이 한 명 있었다.
뮤턴트에 있어서는 최고의 사냥꾼이라 불리는 최창수 상사였다.
“그런 말은 없었고 상주 전 지역을 차단하고 조사를 했었습니다만…….”
“결국 빠져나갔을 가능성이 있다는 건가?”
“예.”
“미치겠군.”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사람을 습격하고 있는 괴물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해지고 있었다.
이 사실이 국민들에게 알려지기라도 한다면 발칵 뒤집힐 것이 분명했다.
“잡을 수 있겠어?”
“어려울 겁니다.”
“위에서는 알고 있는 거지?”
“그럴 겁니다.”
알고 있다고 해서 대책이나 해결책이 있는 것은 또 아니었다.
그렇게 대한민국 정부에서도 뮤턴트 고스트가 돌아다니고 있는 것에 골머리를 앓아야만 했다.
어떻게든 전담팀을 구성해 고스트를 찾고 있었지만 정말 그 이름처럼 찾아내질 못하고 있었다.
결국 대한민국 정부는 최강의 군인이라는 창수를 불러들이기로 결정을 내렸다.
* * *
“한국으로 복귀?”
“예. 한국 정부에서 정식으로 복귀 요청을 해 왔습니다. 캡틴.”
호프에서 헤인트와 뮤턴트를 때려잡고 있던 창수에게 갑작스럽게 한국으로 복귀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또 무슨 일이야? 이제 그쪽도 전문가들 제법 많아졌을 텐데 왜 이리 오라가라인지.”
“그건 저희도 모르죠.”
뮤턴트 사태 초창기야 뮤턴트에 대해 창수만큼 아는 이가 드물었으니 이해가 갔지만 이제는 대한민국에도 뮤턴트에 대해서 잘 아는 전문가들은 꽤나 늘었다.
아니 전 세계에 뮤턴트 전문가라는 사람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특히나 온라인에서는 아직 등장하지도 않은 뮤턴트를 주제로 토론하는 이들까지 있을 정도였다.
“나 혼자?”
“예. 다른 한국 팀원들은 계속 임무 수행하라는 지시가 내려온 모양입니다. 캡틴만 복귀 명령 떨어졌답니다.”
“그래. 군인이면 까라면 까야지. 후우! 나 없는 동안 잘해라. 괜히 뒤지면 나한테 죽을 줄 알아.”
“하하! 예! 걱정 마십시오.”
“그래. 가면 얼큰한 김치찌개나 먹어야겠네.”
창수는 한국으로 돌아가면 왠지 귀찮은 일이 생길 것 같았지만 호프가 하는 일에 비한다면 간단한 일일 수도 있었기에 휴가를 간다는 생각을 가지기로 했다.
자신의 팀원들이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팀원들도 이제는 제법 실전 경험이 많이 쌓이다 보니 일일이 걱정을 해 줄 것까지는 없었다.
그렇게 창수는 한국으로 복귀하는 군용기에 몸을 실었다.
한참을 비행하고 난 뒤에 한국 땅을 다시 밟은 창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