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105
제105화. 지존을 가르는 대결(2)
푸하하학!
피를 뿜으며 나가떨어지는 검성.
털썩!
장내에 침묵이 흐른다.
크라운 길드 사무장 오진수는 말도 안 되는 광경에 입을 쩍 벌렸다.
“이런 미친!”
검제가 단 한 방에 튕겨져 나갔다.
방패로 막기만 했는데도 반탄력으로 충격을 받는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가정이 맞는 것 같아요.”
크라운 길드의 사무차장 오세희의 말에 모든 사람들의 입이 뻐끔거린다.
크라운 길드 측에서는 오세희만이 소환사의 방패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데미지를 반사시키는 것 같다고.
물론 데미지를 반사시키는 장비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건 미미한 수준이다.
적의 HP를 약간이라도 깎는 것이 전부였지 이렇게 무식하게 반사를 하는 아이템은 없었다.
그런데 소환사의 아이템은 아니라는 것이다.
스킬 때문인지, 아이템 때문인지는 몰라도 확실하게 데미지를 반사시키기에 반드시 그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이다.
그러나 검제는 한마디로 그녀의 의견을 묵살했다.
-그딴 물건이 있을 리가 있나. 데미지를 반사시키는 장비라고 해도 최대 5%가 될까 말까지. 걱정할 것은 전혀 없다.
사무차장의 지위에서 할 수 있는 조언은 다했다.
그 조언을 무시한 대가는 저것이다.
피를 뿜으며 검제가 날아가는 순간, 소환사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소환수를 소환했다.
“허어!”
“저런 미친.”
눈이 아찔한 수준이다.
무려 100명.
게다가 이번에는 병과들이 다 달랐다.
방패와 짧은 검을 사용하는 군단병이 30명, 궁병이 30명, 암살자로 보이는 자들이 30명이다.
여기에 압권은 와이번을 타고 다니는 용기사의 존재다.
“와아!”
그와 동시에 터지는 함성.
그 광경을 바라보던 관중들은 소환사의 이름을 외치며 지존을 갈아치워 달라고 주문하고 있었다.
검제는 빠르게 일어나 자세를 바로 잡아 보지만 이미 늦었다.
어마어마한 숫자의 소환수가 짓쳐 들어갔다.
쾅! 콰과과광!
바로 검제는 수세에 몰렸다.
오진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지금의 상황을 보면 절대 검제가 이길 가능성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퍽! 퍽퍽!
콰직!
검제는 어떻게 해서든 수세에서 빠져 나가기 위해 검을 놀렸다.
그러나 군단병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방패가 갈라지고 어깨가 뚫려도 어떻게 해서든 검제를 밀어 붙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포위된 채로 화살을 쏴 대는 궁병들까지.
검제가 허공으로 치솟으면 수십 개의 화살이 꽂혔으며 용기사들은 수직으로 하강하여 검을 내리꽂았다.
“으아아아아!검제는 발악을 시도했다.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박재성.
사람들에게는 검제로 잘 알려진 남자.
그 역시 원래부터 악한 마음을 품었던 것은 아니다.
하급 헌터로 시작하며 업계의 부조리를 너무 많이 보아왔다.
힘이 없으면 무시를 당하는 세상.
그것은 헌터계에서 통하는 절대적인 진리나 마찬가지였다.
강해지고 싶었다.
악마 소환술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그 때문이었다.
하급 헌터로 활동하며 멸시를 받았고, 상급 헌터들의 갑질로 인하여 길드에서 누명까지 쓰게 되었을 때 깨달았다.
헌터로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힘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그리고 악마와 계약을 했다.
종국에는 마신의 권속까지 되어 엄청난 힘을 손에 넣었다.
검제 역시 빠르게 강해졌고, 앞으로 1~2년 사이에는 전 세계를 손에 넣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소환사가 나타나면서 문제가 생겼다.
검제의 가면이 벗겨졌고 민심이 등을 돌렸다.
그는 소환사를 죽이기로 마음먹었다.
놈이 죽으면 민심도 돌아올 것이고 가면 따위는 착용하지 않고 살아도 되었기에.
“그런데 이게 무슨…….”
서걱! 서걱!
“커어억!”
신음이 튀어 나온다.
소환수 몇은 죽여 버릴 수 있었지만, 놈은 무려 90마리가 넘는 소환수를 가지고 있었다.
놈을 죽일 수 있을까?다가갈 때마다 암살자들이 난리를 친다.
그렇지 않아도 상처가 하나씩 늘어나고 있는 상태.
“어쩔 수 없나.”
이쯤 되니 최후의 일격을 가할 수밖에 없었다.
버티려면 버티겠지만 지금 승부를 보지 않는다면 소환사에게 모든 것을 빼앗길 수도 있었다.
힘이 남아 있을 때 처리해야 한다.
쿠구구구구!
검제는 검을 바닥에 꽂고 마신의 힘을 받아들였다.
“마신이여! 저에게 힘을 주시옵소서!”
-크큭. 그 대가는 알고 있나?
잠시 시간이 멈춘 듯이 느리게 흘러간다.
마신의 권속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 강력한 힘을 얻는다는 뜻도 되었지만, 그들은 대가를 원했다.
영혼의 일부를 내어 주는 것이 계약이었다.
검제가 이토록 인성이 망가진 이유도 영혼이 잡아먹히는 시간이 길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미 망가진 영혼, 아낄 필요는 없다.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네 영혼의 반을 가져갈 것이다.”
꽈드드득!
영혼이 잡아먹히는 끔찍한 느낌.
그러나 온몸에 차오르는 고양감이 느껴진다.
단 한 방이면 된다.
쿠구구구구!
어마어마한 마기가 치솟으면서 검제의 검이 검게 타오른다.
“크큭! 이 정도의 힘이라면!”
반드시 놈을 죽일 수 있다!
검제가 마음을 먹는 순간, 뒤에서 소환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 곁으로 포진한다!”
***
이글이글 타오르는 마기.
이지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눈동자.
악마의 모습이 따로 없었다.
헌터계에서는 기본적으로 악마를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악마에게 영혼을 판 자라는 오명이 붙으면 척살의 대상이 된다.
검제는 스스로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먹었다고 광고까지 하게 되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경악으로 물든다.
내 곁으로 소환수들이 밀집하였다.
포효하는 검제.
“네놈만 없으면! 네 녀석이 문제다!”
콰과과과!
벼락과 같은 검강의 덩어리가 쏟아진다.
단순한 검강?
그런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검제 이상의 경지.
영혼을 뽑아 만들어낸 파괴력은 단숨에 내 몸을 쪼갤 만했다.
하지만 내게도 비장의 무기가 있다.
내게 검강이 떨어지는 순간, 광역 베리어를 쳤다.
단 2초 정도의 시간 동안 모든 공격을 막아주는 실드.
광역 앱솔루트 베리어가 발현됐다.
꽈직!
번쩍!
음산한 기운이 회오리처럼 치솟는다.
순간적으로 주변이 어둠에 휩싸일 정도로 파괴력은 강력하였다.
쩌저정!
그러나 실드는 버텨냈다.
한순간의 힘을 모조리 튕겨낸 것이다.
어둠이 걷히고 희희낙락한 검제의 얼굴이 보였다.
그는 분명히 내가 죽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관중들도 마찬가지였다.
이 정도의 충격이었다면 틀림없이 내가 죽었어야 정상이었다. 그러니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아무런 충격도 받지 않았다.
어둠이 물러나자 검제의 얼굴이 기괴하게 뒤틀렸다.
“어, 어째서!?”
“와아아아! 소환사가 검제의 일격을 막았다!”
“소환사! 소환사!”
누구도 검제를 응원하지 않는다.
하긴, 악마에게 홀린 모습을 보여 주었는데 누가 놈을 응원할까 싶었다.
응원한다면 그놈 역시 악마에게 영혼을 판 자로 낙인이 찍히겠지.
검제가 승리한다면 정부에서 이 사건을 묻어버리려 노력할 것이다. 그 무력 때문이라도 함부로 입을 여는 헌터도 없을 것이고.
하지만 놈의 공격이 막혔다.
“돌격!”
꽈직!
“끄아악!”
퍽! 퍽! 퍽!
방패병들이 놈의 얼굴을 찍어댔다.
항복이라는 말이 나오지 못하도록 입부터 막아버린 것이다.
“사, 살려……컥!”
팟!
그리고 내가 떠올랐다.
검제의 마나 홀이 보인다.
미안한 일이지만, 놈의 마나 홀은 깨져야 한다.
아랫배 부근에 위치해 있으니 관통되어도 죽지는 않을 것이다. 바로 치료를 하면 살 수 있도록 깔끔하게 마나 홀을 관통했다.
퍼억!
“끄아아아악!”
마나 홀이 파괴되자 마기가 사방으로 번져 나간다.
모든 사람들이 검제의 마나 홀에서 검은 기운이 빠져 나가는 것을 보았다.
그 순간, 검제에게서 뭔가가 빠져 나가는 것이 보였다.
이제 검제는 권속이 아니라는 뜻이다.
“아아! 가지 마십시오!”
허우적거리는 검제.
“쿨럭!”
피를 토하고 난리도 아니다.
바로 의료반이 투입되어 검제를 치료하기 시작하였지만 이미 그는 기절해버렸다.
사회자가 외쳤다.
“승자는 소환사입니다!”
“와아아아!”
환호의 물결이 이어진다.
내가 대한민국의 새로운 지존으로 등극하는 순간이었다.
올림픽 주경기장 대기실.
동료들의 축하가 이어진다.
“고생 많으셨어요!”
“축하드립니다, 형님! 이햐, 우리도 지존 길드가 됐군요!?”
“앞으로 새로운 세상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세실리아 역시 축하를 아끼지 않는다.
축하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이세철 국장도 끼어 있었다.
“아주 인상 깊었습니다!”
“아, 국장님. 죄송하게 됐습니다. 검제 놈이 악마와 연관이 있어 폐기하는 수밖에는 도리가 없었죠.”
“괜찮습니다. 이번 기회에 악마를 추출해서 잘된 일이죠.”
악마의 권속은 얼마나 될까?
권속 자체가 그리 많지 않은데 여기서 악마를 선택한 자들은 얼마나 될까 싶었다. 아마 한국에서는 검제가 마지막이 아닌가 싶다.
“지존이 되셨으니 토벌대를 이끄시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아마 그건 그럴 겁니다만……. 검제는 어찌 되는 겁니까?”
“악마 혐의를 적용시켜야죠. 흑마법도 인정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문제가 되고 있는데 악마와 계약을 했다니. 이건 그냥 넘어갈 수가 없는 문제입니다.”
힘을 잃은 검제이기에 이세철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만약 검제가 승리했다면?
그를 재판정에 세워야 한다는 소리는 쏙 들어갔을 것이다.
“검제는 지금 어디 있습니까?”
“치료 중입니다. 우선 응급치료를 하고 병원으로 옮길 예정이거든요.”
“한번 가보도록 하죠.”
검제의 영혼이 돌아왔으려나?
어쩌면 검제가 정신을 차렸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권속이 그를 버렸으니까.
“으아아아!”
하지만 도착을 하기도 전에 치료실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검제의 비명소리였다.
“놔! 소환사 이 새끼! 죽여 버릴 테다!”
굳이 가까이 가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검제는 완전이 이성을 잃어 버렸다.
악마에게 영혼을 판 대가는 참혹했다.
그들에게 버림을 받고 나서도 영혼은 정화되지 않았으니까.
나는 그대로 몸을 돌렸다.
지금 검제와 마주해 봤자 욕밖에 얻어먹지 않는다.
놈은 이제 정부에서 처리할 것이다.
“검제 녀석도 끝장이 났군.”
“감옥에 들어가도 꽤 문제가 될 것 같군요.”
“하하하! 걱정 마십시오. 헌터들로 이루어진 감옥도 있으니 그곳에 집어넣으면 볼만할 겁니다.”
검제의 운명은 그렇게 결정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