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107
제107화. 새로운 지존(2)
웅성웅성.
대한민국의 지존이 바뀌었고, 그는 지금 자신의 장기인 소환을 하기 위하여 마력을 끌어 모으고 있었다.
천무살제를 비롯한 헌터들은 긴장되는 눈으로 전방을 주시하고 있는 중이다.
어떤 소환수가 튀어 나오느냐에 따라 전투의 방향이 바뀔 수 있었다.
가능하면 강력한 소환수가 나와 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이는 천무살제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소환수가 튀어 나오건, 소환수가 나오는 순간 게임은 끝이지.”
“후우. 길드장님은 이 순간에도 소환사와 전투를 생각하고 계신 건가요?”
“으하하! 그건 당연하지. 나도 노력해서 지존 한 번 되어봐야 하는 것 아니겠어? 그러자면 열심히 부딪치는 수밖에 없고.”
천무살제의 본심이었다.
그가 죽자 살자 대련을 하고 다니는 이유는 지존이라는 칭호를 달아보기 위해서다.
그 때문에 검제에게 그렇게 매달렸던 것이고.
지금 보니 천무살제가 살짝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은 강력한 소환수가 나와 적들을 상대해주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소환사의 전력을 가늠해 보기 위해서였다.
앞으로 있을 대련에서 조금이라도 우위를 점해보기 위해서 말이다.
“나온다!”
파아앙!
신성력에 가까운 빛이 흘러나왔다.
“저, 저건?”
“신성력이 섞인 마력이라니. 이럴 수가 있나?”
사제들의 웅얼거림이 들렸다.
어찌 된 영문인지 소환사의 마력에는 신성력이 섞여 흐르고 있었다.
확실히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지금의 경지에 오른 것이 아니라는 듯이 찬란한 빛을 뿌렸다.
그리고 드러난 소환수들.
“성기사단이다!”
“성기사?”
순백의 갑옷을 입고 있는 자들이 질서정연하게 서 있었다.
가슴팍에는 십자가가 그려져 있었으며 온몸에서 신성력을 뿌리고 있었다.
저게 성기사가 아니면 무엇일까.
성기사들이 대략 50명, 그 뒤로 신성궁수들이 20명, 사제가 20명, 그리고 아까 봤던 용기사가 10명이다.
하나같이 신성 계열이었으며 그들이 서 있는 땅은 정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천무살제는 그 광경을 보며 몸을 떨었다.
“역시 소환수가 나오면 끝이야!”
“하……. 길드장님. 이 상황에서도 전투나 생각하시는 건가요?”
“그럼? 흥분되지 않아?”
“전혀요.”
누구도 소환사와 싸울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다.
세계 랭커라면 모르겠지만 한국 땅에서 소환사와 싸울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건 천무살제도 마찬가지.
“역시 소환수가 나오면 끝이야. 대련할 때에는 소환수를 뽑지 말라고 요청을 해야 하나.”
“그게 말이 되나요? 소환사에게 소환을 하지 말라니. 그냥 패배해 달라는 소리에요?”
“아니야! 소환사는 소환을 하지 않고서도 충분히 강해!”
“그렇기는 하지만…….”
헌터들은 더욱 위축되었다.
천무살제는 아무런 생각 없이 말을 뱉어내는 것뿐이었지만 소환사가 소환을 하지 않고서도 강하다는 말은 온몸을 진저리칠 만큼 두려운 일이었다.
감히 누가 소환사와 대적할 수 있을까.
여기저기서 흘러나오는 소리들.
“도대체 저런 괴물이 어떻게 튀어나온 거지?”
“혹시 천신에게 영혼을 팔았나?”
“그게 말이 되냐?”
하다못해 개소리까지.
그만큼 소환사의 위치가 독보적이라는 뜻이었다.
***
‘오늘은 운이 좋은 편인데.’
사람들 앞에서 소환을 했다가 해제하기를 반복하면 그만큼 모양 빠지는 일도 없다.
이제 나는 지존의 자리에 있었고 행동 하나하나에 사람들은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할 것이다.
20년 동안이나 이 바닥에 있었던 나는 지존의 역할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일국의 구심점이며 권력의 축이 된다.
지존이 분별력을 잃고 날뛰면 멸망은 가속화될 뿐이며 구심점을 잃게 되었다.
또한 지존은 항상 선봉에 서야 했다.
그저 호칭 하나 바뀐 것이라 말할 수도 있었지만, 지존의 역할은 생각보다 막중했다.
“소환수들이 탱커의 역할을 할 테니 여러분들은 밖으로 튀어 나가는 적들을 섬멸해 주시면 됩니다. 위급한 상황이 오면 포지션을 변경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제가 메인 탱커가 되겠습니다.”
“괜찮겠습니까?”
천무살제가 물었다.
소환사가 탱커의 역할을 해도 되냐는 뜻.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저는 항상 그렇게 합니다.”
“그렇다면 뒤를 든든하게 받치겠습니다!”
“그러시죠.”
천무살제는 내게 대단한 호감을 품고 있는 것 같았다. 조금은 부담스러울 만큼이나 말이다.
“내 역할은 뭐야?”
녹안을 가진 여자.
그녀의 부근에는 헌터들이 텅 비어 있었다.
원래 자신의 길드원이었던 사람들을 제외하면 접근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독왕의 과거 이력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
“누님은 후방에서 딜을 해주세요. 독으로 쓸어버리면 된다는 뜻이죠.”
“흐응. 뭔가 좀 싱거운데?”
“애초에 웨이브라고는 해도 여러 가지 몬스터들이 뒤섞여 있는 형태입니다. 60레벨 대 몬스터가 많은 것도 아니고요. 안전제일이죠.”
“동생이 그렇게 말한다면.”
독왕이 순순히 물러나는 모습에 헌터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후우. 이거야 원. 나는 저 스토커 근처에만 있어도 오금이 저리는데 소환사는 아기 다루듯 하네.”
“그래도 지존인데, 당연하지 않아?”
“그럼 검제에게는 왜 그렇게 대들었는데?”
“그건…….”
독왕의 기행은 유명했다.
게다가 독을 다루기에 상당히 까다로웠는데 검제조차 독왕이라면 학을 떼며 도망치기 일쑤였다.
그런 여자가 내게 고분고분하니 이상하게 보이기도 하겠지.
나는 그들에게 한마디 했다.
“본성이 악한 분이 아니에요. 그저 길드를 확장시키다보니 독하게 되었을 뿐이지.”
“아, 예.”
“역시 동생밖에 없어!”
엄지를 척 올리는 독왕.
역시 그녀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슬금슬금 물러난다.
“케륵. 케르르륵.”
우리가 먼저 공격을 시작하자 몬스터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동면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가장 약한 고블린부터 오우거, 심지어는 언데드까지 뒤섞여 있는 모습.
던전에서는 이런 장면을 볼 수가 없었다.
몬스터들은 나름대로 자신의 종족대로 무리를 지었으니까.
다만 레벨 50 이하의 몬스터들은 헌터들이 나설 필요도 없었다.
성기사들은 온몸에 버프를 두르며 전진했다.
“여신을 위하여!”
쾅!
콰과과과!
성기사들의 오러가 사방으로 뿌려지고 후방에서는 신성 마법이 날아간다.
땅이 갈라지며 폭음이 대기를 찢었다.
강렬한 파장이 한 차례 흐르면 몬스터들은 그 자리에 결박되기도 하였으며 그렇게 움직이지 못하는 놈들은 궁수들의 좋은 표적이 되었다.
거기에 더하여 용기사들의 강습까지.
물 흐르듯 이어지는 연환계에 나조차 감탄을 터뜨릴 지경이었다.
‘여신이 개입을 하면서 소환수들도 영향을 받았나?’
천계와 관련된 소환수들이 많이 튀어 나왔다.
물론 이건 좋은 의미다.
신성력을 사용하는 소환수들은 몬스터와 상극이었으니까.
이쯤 되니 헌터들이 나설 필요도 없었다.
“빠져 나가는 몬스터들을 남겨서는 안 됩니다. 우리 선에서 최대한 처리하도록 하죠.”
“예!”
어쩐지 헌터들의 목소리에는 더욱 힘이 들어가 있었다.
양구군 천봉산 아래 상황통제실.
상황통제실이라고 이름을 거창하게 붙였지만 이곳에서는 물자를 지원하고 혹시나 모를 사태를 인지하여 전방으로 통신을 보내는 역할을 했다.
어차피 지휘는 지존이 한다.
헌터관리국이라고 해도 지존의 권리를 침해할 수는 없었다.
헌터관리국 자체가 헌터를 지원하는 역할이라고 할까.
그들의 가장 큰 업무는 헌터의 숫자가 줄지 않도록 관리하고 해외로 유출되는 헌터를 줄이는 것이다.
물론 위험이 발생하면 그걸 케어 하는 역할도 한다.
정부의 의뢰는 모두 헌터관리국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이곳에는 수많은 모니터들이 설치되어 있었고, 그 안에는 소환수들이 바삐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소환수들은 순식간에 천봉산을 정리해 나가고 있었다.
모니터를 바라본 이세철 국장은 혀를 내둘렀다.
“소환수는 역시 몬스터들에게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군.”
“그건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몬스터 관리부장 박재춘은 말끝을 흐렸다.
전 세계적으로 소환수의 숫자는 적었지만, 그렇다고 그들에 대한 소식을 접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소환사들은 세계적으로 많은 활약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어떤 소환사들도 강한성에 비하지는 못한다.
“소환사가 더 발전한다면 일인군단이 되는 것도 가능할까?”
“가능하지 않을까요?”
소환사는 사령술사와는 다른 존재였다.
사령술사가 비교적 약한 언데드를 최대한 끌어 모아 군단처럼 부린다면 소환사는 그 하나하나 개체가 강력했다.
불과 100명에 불과한 소환수들이 천봉산을 통째로 밀어버리고 있는 것을 보면.
“소환수 하나와 언데드 군단의 교환비가 100:1은 되려나요?”
“그 정도는 가능한 것 같아. 1:100으로 붙는다면 몰라도 저렇게 밀집된 존재들이라면 1만의 언데드를 막아내는 것도 가능할 것 같은데.”
무엇보다 언데드는 신성력에 취약하다.
소환사는 이제 단일 개체만 소환하는 것이 아니라 몇 가지 병종을 조합할 수 있었다.
단일병종보다는 병종의 조합이 강력한 것은 병법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천봉산이 밀리는 건 순식간이었다.
하지만 산 정상까지 올라갔을 때, 상황이 변했다.
쿠구구구구궁!
“허억!”
“저, 저건 발락 아닙니까?”
무려 10미터나 되는 거대한 몸체를 가진 지옥의 수문장.
헌터들은 위기에 봉착한 듯 보였다.
쿠구구구!
산 전체가 흔들린다.
발락은 마치 화산분화구에서 나오듯 용암을 쏟아내며 올라왔다.
그 거대한 덩치에 헌터들이 침을 삼킨다.
사실 거대 보스가 나올 거라고는 어느 정도 예상을 했지만 설마 발락이 튀어 나올 줄은 몰랐다.
레벨 70대의 S랭크 보스.
주변에 마족들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단일 개체라는 점에서 못 잡을 놈은 아니었다.
아직 이 세계는 프롤로그를 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니 헌터의 최고 레벨이 넘는 몬스터가 튀어 나오지는 않는다.
결국 이걸로 유추할 수 있는 사실은 전 세계 최고 레벨은 70대라는 뜻이었다.
-인간들이여, 멸망의 때가 도래하였노라!
또 다시 거론되는 멸망.
웅성웅성.
예상대로 헌터들이 동요하고 있었다.
나는 방패를 앞세우고 튀어 나갔다.
“개소리 말아라!”
-여신의 개인가. 천계로 올라가 치마폭에나 싸여 있을 일이지 여기까지 내려와 죽음을 자초하는구나!
“신성모독은 거절한다!”
평소였다면 쌍욕을 날려 주었겠지만, 공개적인 자리였기에 최대한의 인내심을 발휘하였다.
나는 약속대로 메인탱커의 위치에 섰다.
발락의 거대한 검이 그대로 내려찍힌다.
콰과과광!
꽈직!
데미지 반사.
이 사기적인 아이템 효과에 의해 발락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재미난 것을 가지고 있구나?
“앞으로 더 재미있을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