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111
제111화. 유물
“유……물?”
처음 들어보는 등급은 아니었다.
분명히 20년 동안 헌터계에 있으면서 유물 등급의 아이템이 있다는 소리는 들었다.
하지만 이건 거의 전설처럼 내려왔었다.
[유물 급 아이템? 신화 아이템 몇 배의 효율을 낸다고 하던데. 하나만 있어도 랭커까지는 금방이라고. 그런데 뭐 거의 도시전설 수준이지.]아는 선배에게 들은 이야기다.
회귀를 하기 전의 나는 철저하게 정보를 통제 받았다.
귀동냥으로 이런저런 정보들을 끌어 모았지만, 겨우 사체 청소부가 알 수 있는 정보에는 한계가 있었다.
어딘가에 유물 급 아이템이 있더라.
누군가가 유물 급 아이템을 취했다고 하더라.
한마디로 카더라 통신에서 나오는 말들이었고 사실로 확인된 바는 없었다.
지금까지 신화 급 아이템이 끝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유물 급이라니?
“그게 정말이냐?”
“아직 유물 급에 근접할 수 있는 헌터는 없는 것으로 알지만, 확실히 존재하기는 하지.”
놈은 싱글벙글이다.
컴퓨터나 태블릿 PC가 그렇게 중요한가?
이 정도면 더 많은 요구도 들어줄 수 있었다.
하지만 먼저 사실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도대체 어떤 유물이 있지?”
“아이템들이지. 소모품부터 시작해서 액세서리도 있지. 내가 알기로 유물은 총 5개가 존재한다.”
“허. 5개씩이나.”
“네놈 같은 사체 청소부들은 알지 못했을 정보겠지만, 세계 랭커들은 유물의 존재를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었어. 나는 비록 갖지 못하였지만, 한국에도 하나 존재했었다. 그걸 놓친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지. 너도 알다시피 시스템 상점에는 유물이 존재하지 않거든.”
당연히 알고 있다.
사실 신화 급 아이템도 정가를 주고 구입하라면 도저히 구매하지 못할 수준이다.
말이 100만 코인이지 이걸 금액으로 환산하면 실로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다.
유니크 급과 신화 급의 가격 차이를 생각하면 유물 아이템이 시스템에 있다고 해도 구매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걸 어디선가 획득할 수 있다면?
“우선 하나를 알려 줄 수는 있다. 첫 번째는 그냥 맛보기로 알려주는 것이지만, 두 번째부터는 내가 여기서 나가야만 알려 줄 수 있겠는데.”
놈이 입을 씰룩거렸다.
내가 도저히 거부하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거다.
“아직은 무리다. 너를 빼내는 건 말이야.”
“과연? 곧 있으면 멸망이 시작될 것 같은데? 그때가 되면 가능하지.”
역시나.
놈은 머지않아 멸망이 시작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사실 예상 못하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기도 했다.
“후우. 그래. 그 유물은 어디에 있는데?”
“서울에 있기는 한데 말이야. 문제가 좀 있지.”
“문제라면?”
“8급 SS랭크 던전이거든.”
“음.”
“아직까지 그 던전에 다른 회귀자들이 손을 대지 못하는 이유는 그 때문일 거야.”
“허, 참.”
“어떤가? 이 정도면 컴퓨터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겠지. 아! 돈도 좀 필요하고.”
“얼마를 원하냐?”
“많이는 아니고. 한 백 억 정도?”
분명히 유물 정보에 대한 대가치고는 적은 금액이다.
게다가 아직 내 실력으로는 클리어를 하지 못할 수준이기도 하고.
놈과 면회를 마친 후에는 교도소장과 만나 담판을 지었다.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는 선에서 컴퓨터를 백승후에게 설치해 주기로 했다. 그 안에 게임과 드라마 등을 꽉 채우는 것은 내 몫이었고 말이다.
끼이익!
쿵!
“그럼 살펴 가십시오!”
교도소 앞까지 배웅을 내오는 소장.
아마 자신의 승진 문제까지 내가 해결해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저러는 걸지도 모르겠다.
오후에 찾기로 한 신화 아이템 한 점.
분명히 신화 아이템으로 도배하는 것만으로도 스탯에는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역시 유물 급이라는 것이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았다.
“빠르게 강해져야 할 이유가 더 늘었군.”
***
길드 회의실.
식사를 마친 후에 1시가 되자 회의실이 가득 찼다.
이제 길드 회의실에는 모든 길드원을 수용할 수 없었다. 워낙에 그 숫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현재 길드원의 숫자는 700명 수준.
여기에 길드 병합을 원하고 있는 몇몇 길드들을 흡수하고 나면 순식간에 천 명이 넘어가버릴 것이다.
길드의 간부들, 그리고 각 조의 조장들까지만 회의에 참석하였다.
나는 오늘의 목표를 설정했다.
“오늘은 7급 S랭크 던전을 클리어 할 계획입니다.”“7급 S랭크라고요?”
웅성웅성.
사람들은 이게 대체 뭔 일인가 싶어 고개를 갸웃거렸다.
7급이라는 수치는 해당 던전의 레벨을 말한다.
즉 70레벨 대의 몬스터가 튀어 나온다는 뜻이었고 S급이라는 의미는 몬스터의 등급을 말하는 것이었다.
최소한 70레벨 대 헌터들이 몰려가야 클리어가 가능하다는 뜻이었다.
물론 세계 랭커들의 레벨은 그 정도 수준에 올라와 있었지만, 대부분의 헌터들의 레벨은 50 정도였다.
검제의 레벨도 60대 후반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아무리 생각을 해보아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아직 한국에는 7급 던전이 존재하지 않았다.
독왕이 일어났다.
“동생. 우리에게 7급 던전은 무리가 아닐까? 잘못하면 몰살당할 수도 있어.”
“맞습니다, 형님. 누님 말씀이 지당해요. 7급 던전이 한국에 있다는 소리도 못 들어 봤지만, 이 전력으로 들이받으면 죄다 중상이죠.”
“다들 조용히 해보세요. 길드장님이 그것도 모르겠어요?”
“…….”
세실리아의 한마디에 모두 합죽이가 되었다.
그녀의 말대로 현재 전력으로 그곳을 들이박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이다.
하지만 내게는 새로운 스킬이 있었다.
“그곳이 언데드 던전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제가 새로운 스킬 하나를 얻었거든요.”
“……!”
“그 스킬이라는 것이 대체 뭔가요?”
“가서 직접 보시죠. 언데드 던전이기에 여러분들도 충분히 클리어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사냥이 가능하다는 전제에서 생각해 보시죠.”
“그게 가능하다면 광렙이 가능하고 버는 돈도 어마어마할 것이며 클리어 보상도…….”
사람들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길드장인 내가 같은 길드원들을 몰살시킬 거라고는 누구도 생각할 수 없었다.
지금은 길드를 성장시키고 덩치를 불려 나가야 할 때였지 무리하게 도박이나 감행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강권한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기회!?”
“순식간에 성장할 수 있는…….”
사람들의 눈이 몽롱해진다.
내가 가능하다고 말하면 가능한 것이다.
“길드장님을 믿습니다!”
“믿습니다!”
“가 봅시다!”
짝짝짝짝!
사람들은 흥분해서 박수까지 쳤다.
이것으로 사기 문제는 해결되었다.
충분히 사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미친 듯이 레벨 업을 하기 위해 움직일 것이다.
30인승 버스가 25대 가량 움직였다.
길드가 향하는 곳은 구미시.
길드장의 말에 의하면 구미시에 7급 S랭크 던전이 있다고 한다.
길드원들의 최소 레벨은 40대 초반.
그들이 레벨 70대 몬스터를 사냥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직접 사냥은 무리더라도 경험치를 조금씩 나눠 먹는다고 쳐도 급속한 성장이 예상되었다.
버스 안에서는 한창 그에 대한 이야기 중이었다.
“그게 정말일까? 우리가 레벨 70대 몬스터를 사냥할 수 있다는 말.”
“지존이 거짓말을 할까. 쯧. 생각이라는 걸 좀 해라.”
“가능하니 말씀하신 거겠지.”
기대감이 가득한 얼굴.
세실리아가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타박했다.
“믿음이 부족하시네요.”
“예?”
“우리는 지존을 믿기로 결의했어요. 그 결의가 다 사라진 건가요?”
“그건…….”
“절대 사냥 못할 일은 없으니 걱정 마세요. 오히려 감사해야 해요. 기회를 주셨으니까.”
“성녀의 말씀이 맞습니다. 우리는 믿음이 부족했어요.”
사제들은 성호를 그었다.
신을 믿는 자들이 그렇게 말을 하니 길드원들도 잡생각을 버렸다.
자신들도 모르게 성호를 그었다.
“믿습니다.”
“멸망의 때가 왔을 때 믿을 수 있는 건 실력뿐이에요. 지존께서는 그 길을 열어 주시는 거고요.”
“멸망……. 성녀께서는 멸망론을 믿으시나요?”
“믿어요.”
사람들의 얼굴이 굳어진다.
분위기가 매우 진지해졌다.
성녀가 이렇게 말을 할 정도라면 정말로 세간에 떠도는 소리들이 현실로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었다.
멸망의 때가 온다면.
길드장은 그들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줄 것이다.
또한 그때를 대비하여 길을 안내해 줄 것이 틀림없었다.
***
구미시 산동면 문수산 입구.
삼림문화생태 근린공원을 배후에 둔 이곳은 평소 꽤 많은 사람들이 찾는 등산로였다.
하지만 얼마 전 문수산 부근에서 몇 마리의 몬스터들이 사살되었고 잠시 금역으로 지정되었다.
괜히 등산을 하다가 몬스터의 습격을 받으면 일반인들은 도망을 치거나 죽을 수밖에 없었다.
한 번 몬스터가 나타난 곳은 사람들이 찾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곳을 간만에 많은 사람들이 찾았다.
급작스럽게 성장을 이룩한 을들의 반란.
나는 700명이나 되는 대 인원을 모조리 끌고 왔다.
들어가면 최소한 이틀은 사냥을 해야 했기에 다들 두툼한 배낭을 메고 있었다.
우리들이 도착하자 자연스럽게 많은 기자들도 나타났다.
다만 예전과 달라진 것은 쓸데없는 날파리가 꼬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소한 한국 땅에서는 을들의 반란을 뛰어 넘을 수 있는 세력이 없었다. 내가 지존에 올랐기에 시비를 걸 만한 인물이 없는 것도 한몫했다.
짝! 짝!
나는 손뼉을 쳐서 사람들의 시선을 모았다.
기자들도 내 지위 때문인지 함부로 접근하지 못했다. 접근하려 하면 길드원들이 막아서기도 했고.
“우리는 빠르게 강해져야 합니다. 뭔가 변화가 시작되고 있어요. 저는 세간에 떠도는 소문을 믿지는 않습니다. 인류가 멸망할 거라고 이야기들을 하지만 거기까지는 너무 간 것이 아닌가 싶군요. 하지만 뭔가가 오고 있기에 대비는 해야 한다고 봅니다.”
웅성웅성.
뒤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분명히 멸망론은 일축하였지만, 몬스터에 대비해야 한다고는 이야기했다.
이 정도면 정부의 입장은 충분히 대변해준 것이다.
그들이 바라는 지존의 역할이란 이런 거겠지.
지존이 이렇게 말을 하고 있었기에 국민들은 안심할 것이다. 앞으로 1년이 지나면 나도 멸망을 입에 담을 것이지만.
아직은 아니다.
“그러니 최선을 다해 레벨 업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7급 S랭크 던전을 클리어 하고 나면 을들의 반란 역시 세계적인 길드가 되었음을 모두가 알게 될 겁니다.”
“……!”
“7급 던전이라니!”
“그것도 S랭크?”
뒤에서 소란이 일어난다.
기자들 들으라고 한 소리였다.
나는 가볍게 문수산이라고 쓰인 바위를 깨부순다.
콰광!
“헛! 바위를 왜…….”
많은 사람들이 내 행동에 당혹스러워 했지만 곧 드러난 던전 입구를 보며 눈을 부릅떴다.
누구도 이곳에 던전 입구가 있으리라 생각을 못한 것이다.
미래에서 온 자들이 이곳을 개방하지 않았다는 건 최소한 한국에서는 여길 클리어 할 만한 수준을 갖춘 회귀자가 없다는 뜻이었다.
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외쳤다.
“오늘 이후, 세계는 한국의 전력에 놀라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