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114
제114화. 리치 킹의 대지(3)
이게 대체 뭔 저주인가 싶었다.
얼마 전에 일본에서 웨이브가 일어나서 신도시 하나가 작살났다.
그것도 도쿄 근처에서 일어난 일이라 다행이었지 잘못하면 일본의 수도가 망가질 뻔했다.
그 난리가 끝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 난리가 일어났다는 말인가?
“무슨 큰일이요?”
“탑이 생겨났는데 10일 안에 클리어 하지 못하면 대폭발이 일어난다고 예고되었다고 하더라고요.”
“대폭발!”
갑자기 입맛이 달아나는 느낌이다.
프롤로그 3단계에 해당하는 재앙.
한 달 안에 그 일이 벌어질 거라고는 생각하고 있었다.
2단계의 재앙은 이미 각국에서 벌어졌다.
일본처럼 각국의 도시들에서 웨이브가 발생하면서 상당한 피해를 입고 만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가 바로 기간제 탑의 등장이다.
현재 헌터들의 최고 수준에 맞춰진 탑들이 나타나며, 클리어 하지 못한다면 도시 하나가 파괴되는 참극이 일어난다.
하필이면 탑도 도쿄에 나타났다고 한다.
“대폭발이 일어난다고는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그게……. 도쿄 시민들에게 시스템 메시지가 떴다고 해요.”
“허, 참.”
수도 하나를 날려버리겠다는 협박이다.
문제는 이런 탑이 세계 곳곳에 생겼다는 것이다.
“미국, 중국, 인도, 이탈리아, 사우디까지. 총 5개의 탑이 생겼어요. 총 80층이고…….”
“80레벨 대 몬스터까지 나온다는 뜻이겠군요.”
“네. 맞아요.”
한국에 나타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다.
만약 서울에 탑이 나타났다면 어떻게 됐을까.
어느 국가든 수도가 무너지면 극심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한국은 특히나 타격이 심하다.
한국이야말로 수도에 올인 한 국가가 아니던가.
모든 문명의 발달이 수도에서부터 시작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녀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우선 한국이 아니라는 점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다.
물론 일본이 망하는 것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좋은 것이 아니다.
‘어차피 인류가 멸망 지경에 이르면 헌터를 중심으로 사회가 재편되지. 그러니 일본도 최대한 살려내야 한다.’
남은 시간은 앞으로 10일.
세계 최고 기록은 분명 75층이다. 얼마 전에 미국의 헌터들이 75층을 돌파했다고 한다.
거기까지 올라가는데 걸린 시간은 5일.
그렇다면 최대 8일 정도를 잡는 것이 맞았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어찌하고 있답니까?”
“방금 들어온 소식이라 거기까지는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한국 사람들은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될 거라는 사실이다.
“다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일본에서 한국에 도움을 청할 가능성은 충분해요.”
“그 미친 여자를 다시 봐야 한다는 뜻인데.”
“차라리 잘된 일 아닌가요? 지금의 지존이라면 충분히 에리카를 찍어 누를 수 있을 것 같은데.”
사람들이 눈을 반짝인다.
에리카가 거슬리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 오만방자한 여자를 밟아 버리고 원정대의 지휘권을 갖는다.
한국 정부에서도 내가 지휘를 하는 것이 속 편할 것이고 일본 측에 많은 것을 뜯어낼 수 있을 것이다.
막대한 보상금을 지급할 것이 뻔한 일.
수도가 무너질 사태였으니 최소한 5조 원 정도는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영향력도 확대를 할 겸, 만약 일본에서 연락이 오면 돕는다고 하세요. 단, 최대한 많이 뜯어내야 합니다.”
“네! 그렇게 전할게요.”
이야기는 끝났다.
하지만 그 대가로 라면이 팅팅 불어 있었다.
“이 정도면 라면이 아니라 죽인데?”
“뭘 그래요? 양도 많아지고 좋지.”
우리들은 라면 죽을 퍼먹기 시작했다.
각성하고 난 이후 가장 좋은 점은 먹성이 엄청나게 좋아졌다는 것이었고, 그로 인하여 가리는 음식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다음날 오전.
우리는 보스의 방을 향하여 전진하였다.
이미 이곳 던전은 관심 밖이었다.
적들의 힘이 50%나 약화되었기에 보스도 손쉽게 처리할 수 있을 거라고 봤다.
굳이 내가 신경 쓰지 않아도 길드원들이나 소환수들이 길을 뚫고 있었다. 아니, 길을 뚫는 수준이 아니라 사방으로 적들을 초토화하며 움직였다.
“형님. 우리 힘만으로 탑을 클리어 할 수 있을까요?”
“글쎄다. 탑 하나하나가 던전 급으로 넓다는 것을 생각하면 좀 무리가 있지 않을까 하는데.”
“그래도 한 60층까지는 무리 없을 것 같은데요?”
박수철의 말이 맞다.
60층이 아니라 60층 중반까지는 우리들의 전력만으로 처리하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일본에서 그리 나오지는 않을 거다.
처음부터 적절하게 드림팀을 구성하여 올려 보낼 것이 틀림없었다.
나는 1세대 길드원들과 구 천사 길드의 길드원, 상위 헌터들을 추려 100명 정도만 데리고 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일본에서 어떻게 나올지는 보고 판단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어째서 도쿄에 그런 일들이 생기는 건지.”
“그건 모르지.”
다들 일본에 대한 이야기뿐이었다.
중국 놈들이야 워낙에 헌터의 숫자가 많으니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미국도, 인도도 마찬가지다.
이탈리아가 좀 문제가 되겠지만 주변국의 도움을 받으면 클리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본은?
해외에 도움을 요청해 보고 안 되면 한국행을 택할 것이다.
각국에 탑이 치솟고 있는 상황이었고 소규모 웨이브들도 계속해서 일어날 것이었으니 고위 헌터들을 뺀다는 생각은 못할 거다.
그렇다면 남은 건 한국이다.
한국은 비교적 고요한 분위기였으며 탑이 치솟지도 않았다.
내가 없어도 천무살제가 소규모 웨이브 정도는 처리를 해줄 것이었고 말이다.
“에리카 그년은 어떻게 박살을 낼 겁니까?”
“뭘 어째? 지휘권을 걸고 한 판 붙자고 해야지. 생각 같아서는 폐기해 버리고 싶은데 그럴 수는 없겠지.”
은퇴까지는 무리더라도 다시는 기어오르지 못할 만큼 쥐어 팰 생각이다.
그 정도면 정신을 차리겠지.
어느덧 우리는 보스의 방 앞에 도착했다.
보스의 방은 결계로 막혀 있었다.
내부에서 외부로 나오지 못하도록 말이다.
짝! 짝!
주변의 몬스터들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자 나는 사람들을 한곳으로 모았다.
“이제 보스입니다. 지금까지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왔지만 보스는 다르죠. 무려 리치 킹입니다. 그것도 상당히 강화된 버전이죠.”
방금 전까지만 해도 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들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곳은 70레벨 대의 보스가 도사리는 곳이다.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신성한 권역을 설치하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방심할 수는 없다.
“마음의 준비가 되셨다면 입장하겠습니다.”
“예!”
[리치 킹의 성소에 입장합니다.] [추천 레벨: 75] [공략 실패 시 사망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입장하시겠습니까?] [Y/N] [경고!] [캐릭터의 레벨이 낮습니다!] [경고!] [다시 한 번 고려를 권장…….]무려 권장레벨이 75였다.
하지만 무시하고 입장한다.
이곳도 클리어 하지 못한다면 일본으로의 지원은 무리다.
레벨 80대의 보스를 깨부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보아야 했다.
어떻게 보면 연습게임인 셈일까?
‘아니지. 지금은 연습게임도 안 되는 거야. 언데드들이니까.’
사실 레벨 80대의 보스를 상대한다는 것이 벌써부터 부담이기는 하다.
하지만 오늘 어떤 아이템을 얻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신화 급 아이템 중에서도 내게 유리한 옵션이 나온다면 80레벨 대의 보스도 상대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밉상이기는 해도 일본의 지존까지 보조를 해 준다면.
‘그 여자가 죽는 건 나와 상관없는 일이기도 하고.’
바로 신성한 권역을 설치한다.
사방 3km 범위에 신성한 권역을 설치합니다.
신성한 권역으로 선포된 지역의 몬스터 약화 10%
신성한 권역으로 선포된 지역의 언데드 약화 50%
신성한 권역으로 선포된 지역에서 시전자의 신성력 30%
신성한 권역으로 선포된 지역에서 시전자의 신성 공격력 30%
다시 봐도 사기적인 버프였다.
좁은 공간에 신성력이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신성력에 리치 킹이 바로 반응한다.
-산 자들이여, 곧 필멸자의 굴레를 벗으리라!
“죽여 버리겠다는 말을 참 고상하게도 하네.”
먼저 소환수들이 우르르 몰려간다.
리치 킹은 연신 언데드를 일으켰다.
머리 위로 신성탄이 무수하게 떨어진다.
신성탄은 오직 마기를 가진 자들에게 효과가 있다.
쿠구구구!
빛이 사방으로 퍼지자 언데드들이 휘청거린다.
휘청거리는 놈들의 머리에 화살이나 각종 마법, 그리고 검이 틀어박혔다.
곧이어 나타나는 데스 나이트 다섯 기.
“형님! 위험…….”
꽈직!
쿠아아앙!
이번에도 소환수들이 나섰다.
천계 기사들이 달라붙어 데스 나이트들을 박살내기 시작한다.
천사들이 힐을 넣으며 보조했다.
타이탄들은?
리치 킹의 진로를 방해하며 놈의 심기를 긁어내고 있었다.
“자! 그럼 레이드를 시작해 봅시다!”
마기에 침식된 대지.
그러나 신성력이 덧씌워지면서 언데드의 모든 능력이 저하되었다.
거대한 낫을 휘둘러 내려치는 언데드 킹에게서 탄식이 흘러나온다.
-어찌하여 여신 년의 냄새가……. 네놈! 여신의 권속이더냐!
“…….”
콰직!
방패로 낫을 튕겨낸다.
그때마다 여지없이 리치 킹의 팔에 금이 갔다.
동시에 뼈가 수복되기는 하였지만, 데미지가 누적이 되다보면 언젠가는 무너질 것이 틀림없었다.
놈은 끈질기게 달라붙었다.
나는 드래고니안을 타고 있는 상태였고 지상에서는 데스 나이트 십여 기와 수많은 언데드들이 길드원들과 대결을 벌이고 있었다.
힐끔 저 아래를 바라본다.
거대한 덩치를 가진 타이탄을 필두로 차근차근 적들의 숫자를 줄여 나가고 있었다.
그에 비하여 리치 킹은 제법 힘에 부쳐 보였다.
이대로 밀어버리면 리치 킹은 오직 광폭화만 조심을 해도 될 것 같았다.
레벨 75에 이르는 놈이었지만 무려 능력치가 50%나 삭감이 되는 바람에 실질적인 레벨은 65 정도로 하락되었을 것이다.
그 때문에 계속해서 밀려나는 것이다.
리치 킹이 외쳤다.
-네놈만 죽여 버리면 여신의 구린내가 가신다는 뜻!
콰과과광!
낫이 수십 개로 갈라지며 사방을 노려온다.
그럴 때마다 사용하는 스킬이 있었다.
“앱솔루트 베리어.”
카가가가강!
낫이 모조리 튕겨져 나갔다.
리치 킹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네놈 설마?
리치는 마법에 능통한 자다.
지금도 마찬가지.
마법과 낫질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러나 나도 놀고만 있지 않았다.
놈에게 흑마법이 있다면 내게는 신성 마법과 백마법이 있었다.
또한 상처를 입을 때마다 엘레스트라가 힐을 걸어주고 있었다.
천사 펫도 간간히 데미지를 입히고 있어 리치 킹의 누적 데미지는 시간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었다.
-궁극의 마법을 익힌 것이더냐.
“궁금하면 지옥에 가서 잘 한 번 생각해 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