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118
제118화. 레벨 업(1)
구미에 도착하자 한 사람이 탑승했다.
던전에 도착하기 전까지 대략 20분 정도의 시간이 있었는데 그 틈을 이용하여 임서희가 면담을 청한 것이다.
“또 뵙는군요.”
“할 일이 많기도 하지만 길드장님께 결제를 받아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죠.”
“결제요?”
임서희의 눈 밑은 푹 꺼져 있었다.
레몽 길드 내에서 한국을 담당하는 간부였으나 을들의 반란의 규모가 커지고 점점 할 일이 많아짐에 따라 야근을 밥 먹듯이 해서 그렇다.
그녀가 불쌍하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이것도 팔자다.
사람을 믿지 못하는 성격 탓에 인재를 채용하지 않아 일어나는 일.
어쩌면 임서희는 심각한 트라우마를 앓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된 일이 과거에 있었을 수도 있었다.
물론 그거야 그녀의 사정이었고 나는 레몽 길드에서 인재를 채용하고 말고는 관심이 없다.
몰골은 처참하지만 그래도 임서희는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인천에 마련한 무인도 말이에요. 1차적으로 개발이 끝나서 2차 개발에 대한 결제를 받으려 합니다.”
“아, 그랬죠.”
내 대답에 임서희의 이마에 힘줄이 하나 도드라졌다.
레몽 길드에 수수료를 주고 무인도 요새화에 대한 모든 것을 맡겨 두었는데 막상 내가 이제야 생각났다는 듯 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쩌겠나.
최근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고 게임이 본격화에 들어가면서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기에 무인도에 대한 일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
“……우선 1차적으로 도로 포장과 기초공사, 배수로 공사, 하수도 매립, 가스관 매립 등을 했습니다. 어디까지나 이건 1차적인 공사일 뿐이고 2차로 성벽을 짓고 요새화를 시켜야 하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아요.”
“2차로 얼마나 들어갈까요?”
“최소한 1조원 정도는 투입을 하셔야…….”
“하세요.”
“…….”
“돈은 얼마든지 투입해도 좋습니다. 다만 최대한 빠르고 튼튼하게 완성을 시키는 것이 중요해요. 앞으로 6개월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요새화는 3개월 안에 끝을 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비용이 1.5배는 추가돼요. 야간공사는 단가가 높거든요.”
“넉넉하게 2조원을 결제하도록 하죠.”
“음……. 알겠습니다.”
그녀는 서류를 내밀었고 나는 간단하게 사인을 했다.
2조원은 꽤 많은 돈이었지만, 지금이라면 하루 만에도 벌어들일 수 있었다.
게다가 요새를 짓는데 드는 돈을 비용처리 한다면 세금절감도 되었으니 얼마나 건설적인가. 내게 돈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럴 거면 전화로 말씀드릴 걸 그랬습니다. 뭔가 심각하게 논의를 해야 할 줄 알았거든요.”
“죄송하게 됐습니다. 다음에는 전화로 논의하세요.”
“후우.”
뭔가 참을 인을 새기는 듯한 모습.
나는 그녀에게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봉투 안에는 수표 몇 장이 들어 있다.
“수고하라는 의미에서 드리는 선물입니다.”
“잘 쓰도록 하죠.”
그녀는 기계적으로 봉투를 받아 챙긴다.
던전 앞에 도착하자 그녀는 버스에서 내린 후에 뒤따라오던 레몽 길드의 차량에 탔다.
똑똑.
나는 창문을 두드렸다.
부드럽게 열리는 창문.
처참한 그녀의 몰골과는 다르게 차량은 최신 대형 세단이었다.
“더 시키실 일이 있으신가요?”
“가시는 길에 정부에 전화를 좀 넣어주세요.”
“전화요?”
“각 도시의 요새화를 권고한다고 말입니다.”
***
국토교통부.
최근 들어 국토교통부로의 압박이 더욱 심해지고 있었다.
세계에 탑이 생기고 시한폭탄처럼 터지려 하고 있다. 언제 한국도 그런 꼴을 당할지 몰라 전전긍긍했다.
정부의 압박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고 장관의 머리숱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젠장. 탈모가 더 심해진 것 같은데.”
앞머리가 훤하다.
스트레스 탈모에는 백약이 무효하다.
유일한 방법이라면 그냥 자리를 박차고 시골로 낙향하는 것이었는데, 요즘 같아서야 그럴 수도 없었다.
사람 없는 시골에서 살다가 몬스터의 습격이라도 받으면 그대로 세상을 하직해야 했으니까.
이러니저러니 해도 장관에게는 경호원이 있는 서울이야말로 가장 안전한 도시였기에 그냥 버티고 있는 수밖에.
“장관님!”
갑자기 문이 열리자 그는 어색하게 머리칼을 보고 있던 거울을 내려놓았다.
“무슨 일이야?”
“청와대에서 연락입니다!”
“청와대?”
장관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며칠 전에도 대통령에게 불려가 질책을 받았는데 이게 또 무슨 일인가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벌렁거리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전화를 받았다.
“예, 대통령님. 이수병 장관입니다.”
-장관. 지존에게 들은 이야기 없습니까?
“지존이요? 글쎄요. 별말은 없었는데…….”
-그가 각 도시를 요새화 하라고 권고한 사실은 알고 있습니까?
“처음 들었습니다.”
-시기가 좋지 않아요. 지존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고요.
“…….”
이수병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지존이라는 자가 일국의 장관을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제, 제가 어쩌면 좋겠습니까?”
-각 도시의 요새화 방안을 마련하여 3일 안에 보고하세요.
“하지만 대통령님! 3일은 좀.”
-하세요.
전화가 끊어진다.
이수병은 머리칼을 움켜잡았다.
“젠장! 나는 국토교통부 장관이라고! 노예가 아니라!”
“하지만 대통령님의 말씀이 틀린 것도…….”
“김 비서는 대체 누구 편이야!?”
이수병은 길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시 머리가 한 움큼 빠진다.
“아까운 내 머리카락.”
아무래도 대머리가 될 운명인가 싶었다.
***
리치 킹의 성소 앞.
리치 킹의 성소는 7급 S랭크 던전이다.
레벨 75 정도의 몬스터가 튀어나오며 보스는 상당한 레벨을 자랑한다. 그리고 곳곳에 등장하는 데스 나이트까지.
어제까지만 해도 이곳에서 레벨 업을 하며 몬스터를 학살할 생각까지는 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가능하다.
괜히 어제 24조원이나 부어 점검을 한 것이 아니다.
펫이나 동료, 심지어는 정령까지 풀 무장을 하였으며 스킬 포인트도 맥스까지 올려 주었다.
나는 전신 신화템이나 유니크로 무장하였다.
여기에 +4강까지 강화를 마쳤다.
소환수도 강력해질 것이며 숫자도 50%나 증가할 것이었으니 학살이 가능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1만 코인이나 하는 최상급 버프 코인까지 있으니 충분히 며칠 안에 레벨 업이 가능할 것이다.
그 이후 2차 각성까지 하겠다는 계획.
내가 나타나자 취재를 나왔던 기자들이 모여들었다.
이제 이런 광경은 매우 자연스럽다.
지존이라는 자리에 앉으면 항상 관심 속에서 살아가는 것은 당연한 일.
“지존이다!”
“와, 오늘은 운이 좋네.”
모여든 기자들이 바로 질문을 쏟아냈다.
“지존! 얼마 전 이곳을 클리어 하셨는데요. 도대체 무슨 일로 또 방문한 건가요?”
“레벨 업을 하러 왔습니다.”
“정말인가요!?”
기자들은 깜짝 놀랐다.
해외에서야 2차 각성을 하고 레벨을 70대 중반, 80까지 찍은 랭커들이 있었지만, 아직 한국에서는 레벨 70대의 헌터조차 극히 드물었다.
물론 헌터의 강함은 레벨이 아닌 스킬과 스탯, 아이템 등으로 갈린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만, 레벨 역시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몬스터의 레벨이 75에 이르는 던전에 레벨 업을 하러 왔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보통은 쉽게 잡히는 몬스터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예. 레벨 업을 하러 왔습니다. 저도 2차 각성을 해야죠.”
“아! 2차 각성을 하지 않으신 건가요!?”
“예.”
“2차 각성도 하지 않으셨는데 지존이시라니…….”
“그럼 또 뵙죠.”
나는 바로 기자들을 지나쳤다.
언론을 완전히 무시하기는 힘들었지만, 그래도 사냥을 방해할 정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
뒤를 돌아 길드원을 바라본다.
“다들 준비되셨습니까?”
“예!”
“그럼 학살을 시작하죠.”
[리치 킹의 대지에 입장합니다.] [추천 레벨: 70] [공략 실패 시 사망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입장하시겠습니까?] [Y/N] [경고!] [캐릭터의 레벨이 낮습니다!] [경고!] [다시 한 번 고려를 권장…….]어제와 같은 경고 메시지다.
아무도 70레벨을 찍지 못하였으니 나타나는 당연한 현상.
하지만 누구도 두려움에 떨지는 않았다.
처음이 무섭지, 이미 그들은 이곳을 클리어 한 경험이 있었다. 그리고 다들 유니크 급 이상의 아이템이나 스킬을 하나씩 습득하여 강해졌다.
“자, 그럼 갑시다!”
[리치 킹의 대지에 입장하였습니다.] [경험치 보너스 +30%] [드롭 보너스 +30%]내가 리치 킹의 대지를 선택한 이유다.
경험치 30% 보너스도 상당했지만, 드롭 보너스도 30% 증가한다.
이만한 혜자 던전이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물론 내가 레벨 70을 달성하면 이런 효과는 사라지겠지만 그 전까지는 이곳에서 어떻게든 레벨 업을 해야 한다.
아직은 안전구역.
여전히 리치 킹의 대지는 스산해 보였다.
짙은 검은 안개가 깔려 있었으며 끝없이 펼쳐진 무덤은 절로 몸을 움츠러들게 하였다.
그러나 어제처럼 두려움에 떠는 사람은 없다. 모두가 전의를 다질 뿐.
안전구역에 들어왔으니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오늘은 레벨 업을 위한 학살을 해야 했으니 가능하면 신화 소환수를 뽑는 편이 좋았다.
이는 주사위를 굴리는 것과 같았다.
신화 소환수임과 동시에 언데드 계열 몬스터와 상극인 존재가 뽑힐 때까지 계속해서 소환수를 뽑고 캔슬하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행운의 여신이 미소를 짓습니다.] [4급 천사 x40이 소환됐습니다.] [상급천계 기사 x40이 소환됐습니다.] [상급천계 용기사 x20이 소환됐습니다.] [영웅 중형 타이탄 x40이 소환됐습니다.]“와아!”
어제보다 분명히 발전한 형태였다.
게다가 소환수는 50%가 증가하여 150마리가 되었다.
이만하면 소환수 전력만으로도 두 배는 강해진 것이 아닐까.
짙어진 신성과 어마어마한 위용까지.
길드원들은 상당히 놀라고 있는 중이었다.
하루 만에 이렇게 강해진다는 것이 이해불가의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박수철이 혀를 내둘렀다.
“이햐, 형님! 또 성장하셨군요? 도대체 어떻게 하신 거래.”
“노오력을 하면 된다.”
“거 참. 저도 이제 공식 랭킹 8위입니다! 노오력하고 있다고요.”
“더 해야지. 겨우 8위가 뭐냐. 내 오른팔이면 3위까지는 올라와야지.”
“오른팔!”
박수철이 눈을 빛냈다.
오른팔이라는 말에 저렇게 반응하다니. 단순한 녀석.
나는 품에서 신성하게 빛나고 있는 코인을 집어 들었다.
무려 최상급 버프 코인.
도대체 1만 코인이나 되는 녀석의 효과는 어떨까?
코인이 터지자 휘황찬란한 빛이 아군 전체를 뒤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