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122
제122화. 버스(3)
제4안전구역.
그녀는 엄청난 속도로 버스를 태워 주었고, 결국 나는 레벨 69를 달성하였다.
사냥은 자정이 다 될 때까지 이어졌고 새벽이 되어서야 우리는 안전구역에 베이스캠프를 꾸렸다.
길드원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동안 나는 레베카와 멀리서 대화를 나누었다.
“오늘 감사했습니다.”
“뭘요. 같은 권속이시니 당연한 일이죠. 그리고 지금이야 제가 더 강하지만 소환사님을 보니 머지않아 저를 쫓아오실 것 같은데요? 딱 한 급 위라고 생각하셨죠?”
‘귀신이네.’
내 눈동자는 살짝 흔들렸을 것이다.
그녀 정도 되는 사람이라면 타인의 미세한 감정마저 충분히 잡아낼 수 있을 것이다.
“대략 1~2주 정도면 쫓아올 수 있다고 계산을 하셨을 테고.”
“그건 아닙니다.”
“그럼 한 달?”
“……예.”
“그거 봐요. 그러니 이건 도움이라고 말할 수도 없어요. 오히려 시간이 흐르면 제가 도움을 받아야 할 테죠.”
“허험. 그건 그렇고…….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말씀하세요.”
레베카는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마치 내 속을 다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화제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
“지혜의 권속은 저를 포함 셋이라고 했죠. 그럼 나머지 한 명은 누구인가요?”
“레드 나이츠를 아시죠?”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영국 지존이고 세계 랭킹 4위인데.”
“그 분이요.”
“예?”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히 레드 나이츠 레일리는 기사다.
방패와 장검을 다루며 탱커와 근접 딜러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그녀라면 기사와 관련이 되어 있는 권속이 아닐까 싶었는데 예상이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다.
“도대체 왜 기사가 지혜의 권속이 되었는지.”
“레일라가 마검사이기 때문이죠.”
“정말인가요?”
처음 듣는 이야기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천생 기사와 같은 움직임을 보였고 한 번도 직접적으로 마법을 사용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마검사였다니.
“정확하게는 버프에 특화가 되어 있는 마검사라고 할까.”
“그런 이유라면.”
“신체강화와 온몸에 버프를 두르고 싸우게 되면 랭킹 2~3위까지 노릴 수 있을지도 모르죠. 물론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녀가 지혜의 권속이었다니……. 꽤 신선한 정보였습니다.”
“우리들은 연합을 해야 하고 동맹을 구성해야 해요. 다음에는 영국에서 만나도록 해요.”
“영국이요?”
“우리들이 연합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편이 좋아요. 그래야 악신의 권속들이 함부로 못하죠.”
“세상이 급변하겠군요.”
“이미 급변하고 있어요.”
새벽이슬이 차갑게 내리고 있었으나 그녀와는 한 시간 이상 대화를 하였다.
앞으로의 협력관계에 대하여, 그리고 본격적으로 세상이 멸망하기 시작하면 어떤 식으로 행동을 해야 할지 이야기했다.
***
콰과과광!
오전부터 사냥이 빡세다.
레베카는 단 두 시간만 자고 일어나 사냥을 재개하였고, 나는 몇 시간 동안 그녀를 쫓아다니면서 죽자 살자 레벨 업을 했다.
그리고 마침내.
[경험치 10,000을 획득합니다.] [경험치 10,000을 획득합니다.] [경험치 10,000을 획득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몸에 광채가 흘렀다.
레벨 70이 되었다는 의미였고, 주변에서는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짝짝짝!
“형님, 축하드립니다!”
“레벨 업을 하셨군요!”
목표레벨을 달성하자 레베카가 다가온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게 다 대마법사님 덕분입니다.”
“자, 그럼 나가도록 할까요?”
목표를 이루고 나니 칼이다.
하긴.
그녀는 바쁜 사람이었고 방한을 하여 이렇게 하루 시간을 내어 준 것도 대단한 인심을 쓴 것이었다.
지금 같이 급변하고 있는 세상에서는 시간이 금이라고 말할 수 있으니까.
자신을 단련하지 않고 타인을 위해 시간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큰 희생인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던전 입구.
여전히 이곳에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는데 오늘은 특히나 더 그랬다.
언론인들이야 늘 스토커처럼 나를 쫓아다녀 별개라고 할 수 있었지만 헌터관리국에서 사람들이 대거 몰려온 것이다.
‘아주 몸이 달았는데.’
충분히 이해는 되었다.
헌터 불모지인 한국에 세계 랭커가 찾아왔는데 그냥 넘어가면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어떻게 해서든 친분을 다져야 하는 것이 그들의 일.
이세철은 아주 사람 좋은 얼굴로 몸을 낮추고 달려왔다.
“아이고, 대마법사님! 한국 방문을 환영합니다! 미리 말씀을 해 주셨다면 전용헬기로 모셨을 텐데요.”
“이러실 필요는 없어요.”
“무슨 말씀을! 이대로 돌아가시면 전 세계가 비웃을 겁니다. 대마법사님의 강림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제 모가지도 날아갑니다.”
‘극한직업이 따로 없는데.’
왜 웃음이 나오는지.
이세철 국장은 장관급 인사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머리가 땅에 닿을 정도로 허리를 굽히고 있었다.
그녀가 이대로 돌아가면 정말 목이 날아갈 것처럼 말이다.
“저와 매직 길드는 소환사님과 그의 길드 을들의 반란과 제휴했으니 너무 이러실 필요 없다는 뜻이에요.”
“……!”
그녀의 폭탄선언.
그 말에 이세철 국장은 물론이고 가만히 이쪽을 주시하고 있던 기자들도 깜짝 놀랐다.
당연히 분위기가 고조되고 불타올랐다.
인천국제공항.
구미에서 출발한 차량은 인천에 도착할 때까지 한 번도 쉬지 않고 이동하였고, 그 뒤를 호위차량과 언론인들의 차량이 뒤따랐다.
대마법사는 국빈으로 대우를 받았고 경찰이 동원되어 신호기를 잡고 신호를 뚫어주기까지 하였다.
이는 세계 랭커들이 얼마나 대우를 받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중요한 표본이었다.
강소라 기자는 그 광경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대단해. 일반인이 국빈까지 올라갈 수 있다니.”
“일반인이라니요? 귀족이지.”
카메라맨은 혀를 찼다.
헌터가 어째서 일반인이던가?
거기에 더하여 랭커들은 귀족 중의 귀족이었고, 일국의 지존이라면 대통령조차 함부로 하지 못하는 힘을 갖는다.
세계 랭커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공식적인 랭킹이 5위에 랭크되어 있는 대마법사의 방문은 한국 헌터계에서는 역대급이라고 할 만한 사건이었다.
한국은 헌터 불모지다.
국내에서야 천무살제 등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포장이 되고 있었지만 세계무대로 나가면 소환사도 간신히 말석을 차지할 정도였다.
그러니 대마법사의 방문은 강소라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대단한 의미를 담고 있었다.
여기에 더하여 이변이 일어났다.
“매직 길드의 길드장이 먼저 찾아와서 을들의 반란과 제휴를 하다니. 이게 있을 수가 있는 일인가요?”
“우리 소환사님이 뭐 어때서?”
강소라가 눈을 빛냈다.
이상기 카메라맨은 본능적으로 눈살을 찌푸렸다.
소환사를 사모하는 모임, 일명 ‘소사모’의 부회장이 그녀였다. 웬만한 덕질로는 불가능한 자리다.
이건 팬심의 영역을 넘어섰다.
마치 소환사를 신처럼 신봉을 하고 있는 것이다.
“소환사님 정도나 되니까 저 여자가 달려드는 거지. 얼마나 위대해 보였으면 참지 못하고 한국까지 날아왔겠어?”
‘그건 아닌 것 같은데.’
대마법사씩이나 되는 사람이 소환사에게 반해서 찾아왔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뭔가 이유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강소라는 소환사에게 완전히 눈이 멀어 객관적으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기자님.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하는데요. 객관적으로 기사를 쓰지 못하시면 잘려요.”
“흥. 내가 바보인 줄 알아? 기사는 객관적으로 쓰지.”
‘전혀 아닌 것 같은데.’
그녀는 열심히 키보드를 두들겼다.
기사 제목이 큼지막하게 나오자 이상기는 눈을 의심했다.
[소환사와 대마법사의 은밀한 만남. 구미에서 인천까지 가는 차 안에서 무슨 일이?]***
레베카는 무려 전용기를 가지고 왔다.
길드에서 운영하고 있는 전용기였으며, 미국 정부에서 반 이상의 비용을 보조한다고 한다.
나는 괜스레 이세철 국장을 노려봤다.
“허험. 그렇지 않아도 정부에서 소환사님을 위한 전용기를 제작 중에 있습니다!”
“뭐라고 안 했는데요.”
“험험.”
아무래도 전용기가 있으면 이동하기가 편리하다.
한국 내에도 여러 공항들이 있고 급하면 공군비행장을 이용해도 된다.
설마 세계가 멸망할 지경에 이르고 있는데도 공군비행장 하나 개방하지 못할까. 그건 시간문제로 보인다.
어쨌거나.
지금은 레베카를 배웅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어마어마하게 몰려든 사람들.
이는 세계 랭커가 얼마나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척도였다.
“이것도 나름 괜찮아요.”
“네?”
“세계 어디를 가나 인기를 누릴 수 있잖아요. 각종 편의는 물론이고. 아,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세계 랭커가 되면 받을 수 있는 혜택의 지극히 일부에 불과해요.”
“한 달 정도 수련하고 랭커에 도전하도록 하죠.”
“좋은 생각이에요.”
여기까지 오는 동안 그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하여, 그리고 미래에 대하여 걱정했고 또한 세 길드가 모여 하나의 축을 이루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략 한 달 정도 후에는 내가 영국으로 날아가 세 길드가 친목을 다지기로 약속하였다.
그 안에 세계 랭커가 되면 좋은 일이었고.
그녀가 천천히 다가와 포옹했다.
“오오!”
이러면 사람들이 오해를 하지 않으려나?
그녀가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오해하라고 하는 일이에요.”
“예?”
“저와 친분이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서죠.”
“정치적인 행위라는 뜻인가요.”
“그렇게 봐도 무방하죠.”
세계 랭커와 친분이 있다는 사실을 과시한다.
그녀가 이렇게 해주면 한국을 떠나고 난 후에도 내게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단순한 포옹이 아니라 이는 아시아 전체에 영향력을 심어주기 위한 정치적인 행동이었다.
신선한 충격.
하지만 그녀의 말이 맞다.
내가 아시아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면 언젠가는 구심점이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멸망을 막고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인들 못할까.
그것도 모자라 레베카는 내 이마에 입술을 댔다.
“와아!”
이제는 환호성까지 터져 나온다.
촤륵! 촤르르륵!
기자들이 다 보는 가운데 이런 짓을 했으니 내일 신문에 어떻게 대서특필이 될지 두려울 지경이었다.
그녀는 전용기 계단을 다 올라 뒤를 돌아보았다.
“다시 만나는 날까지 행복하세요!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게요.”
그렇게 폭탄발언을 하고 사라지는 그녀.
순식간에 기자들이 몰려들어 아우성을 쳤다.
“소환사님! 대마법사님과 무슨 관계신가요!?”
“혹시 연인으로 발전할 수 있는 관계인가요!?”
“아, 그게 말이죠.”
전용기는 이륙을 하는 중.
하지만 그녀가 남기고 간 폭탄은 수습이 불가능할 지경에 이르러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