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123
제123화. 군기를 잡다(1)
머스크 길드 본부.
천무살제는 초조한 마음으로 수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그가 초조해하는 이유는 대마법사의 등장 때문이다.
도대체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대마법사가 갑자기 나타나 을들의 반란 길드와 제휴를 하였고 소환사와 친분을 다졌다.
함께 사냥을 하며 밤새도록 이야기를 하는 모습도 보였는데 그 과정에서 마법에 대한 지식도 어느 정도 전수를 한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틀 후 대련에 들어가야 하는 천무살제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검을 휘두르는데 감정이 섞이면서 흔들린다.
천무살제는 어떻게 해서든 감정을 다잡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었다.
“길드장님!”
“무슨 일이야?”
천무살제는 검을 잠시 내려놓았다.
사무장들이 단체로 찾아왔을 정도면 뭔가 큰 이변이 발생했다는 뜻이었으니까.
‘설마 또 소환사 때문에 찾아온 건 아니겠지.’
그저 불안한 감 때문에 잠시 사무장들을 쳐다보았을 뿐이다.
그러나 역시.
불길한 예감은 빗나가지 않는다.
“소, 소환사가 오늘 바로 대련을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습니다!”
“뭣이!? 어째서?”
그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분명히 시간이 남지 않았던가?
비록 이틀 정도였지만 그 안에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사무장들의 목소리가 떨려온다.
“아무래도 2차 각성을 하기 전에 대련을 하는 것이 낫겠다고.”
“……!”
천무살제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2차 각성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지존이 되었다는 말이 사실인 것 같았다.
으득.
천무살제는 이를 악물었다.
“오늘 저녁에 대련하자고 해.”
천무살제도 결단을 내렸다.
아무래도 소환사는 자신의 강함을 증명하고 싶어 하는 모양이었다.
오늘, 어떻게 해서든 소환사를 꺾을 것이다.
***
서울 시민공원.
천무살제와의 대련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공원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정부의 허가를 받아 시민공원 한복판에 연무장을 설치하였으며 이 부근은 이미 발 디딜 틈도 없었다.
내가 이렇게 강경하고 급하게 나온 이유는 레베카의 조언 때문이었다.
‘이 기회에 확실히 군기를 잡을 필요가 있어요. 제가 보기에 당신의 실력이면 지금 당장이라도 천무살제를 때려눕힐 수 있죠. 그렇다면 차라리 2차 각성을 하기 전에 밟아버리세요.’
‘어째서 말입니까?’
‘각인이죠. 헌터라는 직업은 아우라가 깨지면 끝장이에요. 당신은 지존이잖아요? 그렇다면 군기를 확실하게 잡아야죠.’
그녀는 미국인이라 한국식 표현을 빌리지는 않았지만, 아우라라는 것은 한국에서 말하는 존재감이 확실해 보인다.
존재감이 죽은 헌터는 헌터로서의 생명도 잃는다고 한다.
레베카는 내가 아시아 전역을 휘어잡기를 원하고 있었고 그 시작점이 바로 한국이었다.
감히 누구도 다시는 대련을 청하지 못할 정도로 박살을 내버리라는 뜻이었다.
‘심각하게 박살을 낼 필요는 없지만.’
어느 정도는 박살낼 필요가 있었다.
분명히 천무살제는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고위 헌터들의 성격이 죄다 뒤틀려 있는 것에 비하면 양반이라 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작은 가면 정도는 쓰고 있었다.
그가 완벽하게 내게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녀의 조언은 그런 작은 가면조차도 깨버리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확실하게 질서를 잡으라는 것.
나무랄 데가 없는 조언이다.
나는 풀 세팅을 마치고 천천히 시민공원을 걸었다.
“와아아아!”
쏟아지는 환호성.
확실히 레베카가 다녀간 이후로 내 위상이 더 높아졌다.
이건 단순히 내가 강하기 때문에 생긴 위상이 아니었다. 레베카의 정치적인 행위로 인하여 더욱 사람들의 지지도가 올라간 것이다.
과연 오랫동안 고위 헌터에 있었던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달랐다.
전생부터 지금까지 레베카는 수십 년을 고위 헌터로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이런 정치적인 행동에 빠삭한 것이다.
‘언젠가 그녀를 내 휘하에 넣고 참모로 써도 되겠는데.’
그녀에게서 배운 것은 당연히 있었다.
강자를 휘하에 넣으면 그만큼 자신의 위상이 올라간다는 것. 레베카도 언젠가는 휘하로 넣고 말 것이다.
그러자면 천무살제와의 대련은 작은 이벤트 정도로 치부할 수 있었다.
저벅 저벅.
나는 좀 더 행동을 무겁게 했다.
친절함과 무거움은 다른 것이었으니까.
천천히 연무장에 올라온다.
천무살제는 이미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지존께서 먼저 대련을 청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제가 2차 각성을 해야 해서 말이지요. 만약 이틀 안에 각성을 못하면 약속을 어기게 되는 건데 그럴 수야 있나요.”
“그런 거였습니까?”
“명색이 지존인데 약속은 지켜야죠.”
천무살제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내 행동이 예전보다 무거워지고 말투도 약간은 바뀌었다는 사실을 인지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자가 무대 밖에 위치한다.
“양측 준비가 끝났는지요?”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천무살제도 마찬가지.
나는 오늘 압도적으로 승리를 하기 위하여 모든 버프를 두르고 최상급 버프 코인까지 쓸 작정이었다.
소환수들은 사용하지 않는다.
그저 육체적인 힘만으로 그를 꺾어버린다.
“시작!”
파아앙!
[최상급 버프 코인을 사용합니다.] [모든 스탯 +100%] [HP/MP 회복력 +100%] [방어력 +100] [모든 대미지 +100] [스펠파워 +30] [지속시간: 60분]휘황찬란한 빛이 터져 나왔다.
뭔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았는지 천무살제가 어마어마한 속도로 쇄도한다.
천무살제가 왜 천무살제일까.
그건 암제의 상위호환이었기 때문이다.
‘살제’라는 호칭에서 볼 수 있듯 민첩에 특화되어 있었으며 암제보다 더한 속도로 적들을 토막 낸다.
그러나 움직임으로 치면 내가 더 빠르다.
[고속 이동 LV. 100을 시전합니다.] [캐릭터의 육체가 200% 빠르게 움직입니다.] [고속 공격 LV.100을 시전합니다.] [캐릭터의 공격속도가 200% 증가합니다.]고속 이동과 고속 공격은 암살숙련에 포함되어 있는 기술이다.
암살숙련 자체가 유니크 스킬이었기에 현재 한계치는 레벨 100이었지만, 각종 아이템에 붙어 있는 스킬 효율 때문에 실제로는 3배 이상 빠르게 움직였다.
움직임에서 천무살제를 압도하자 그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어, 어찌 이런!?”
쾅!
“커억!”
천무살제는 달려오다 카운터펀치를 맞고 나가떨어졌다.
동시에 사람들은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천무살제가 이렇게 한 방에 나가떨어질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하였기 때문이다.
“지, 지금 내가 뭘 보고 있는 거지!?”
“천무살제가 한 방에!?”
당연히 이 한 방에 게임이 끝나지 않겠지만 이 순간을 이용하여 나는 버프를 시전할 수 있었다.
무려 신화 급에 이르는 버프를 말이다.
쿵!
우선 검을 박아 넣고 신성한 권역을 설치한다.
사방 5km 범위에 신성한 권역을 설치합니다.
신성한 권역으로 선포된 지역의 몬스터 약화 20%
신성한 권역으로 선포된 지역의 언데드 약화 100%
신성한 권역으로 선포된 지역에서 시전자의 신성력 60%
신성한 권역으로 선포된 지역에서 시전자의 신성 공격력 60%
“……!”
내 몸에 신성한 힘이 흐르기 시작한다.
양 주먹에 신성력을 두른다.
이 자체만으로도 주먹은 흉기가 된다.
그러나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내게는 다른 신화 스킬이 또 있었기 때문이다.
무형의 파동 LV. 150
적으로 규정된 대상의 HP 지속하락 10초당 15%
적으로 규정된 대상의 움직임 둔화 30%
적으로 규정된 대상의 스탯 -45%
아군으로 규정된 대상의 HP회복 10초당 15%
아군으로 규정된 대상의 속도 +30%
아군으로 규정된 대상의 스탯 +45%
지금 이 순간, 천무살제는 내 적으로 규정되었다.
움직임과 스탯 모두가 느려졌고 HP가 뚝뚝 깎여나가는 것이다.
바로 HP 포션을 복용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
천무살제는 몸을 떨었다.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선배. 그럼 본격적으로 시작을 해 볼까요?”
***
쾅!
“커억!”
천무살제는 이리저리 튕기고 있었다.
한 대 맞을 때마다 뼈가 부러져 나갈 것 같았다.
내장이 다 뒤집히는 느낌.
이제 소환사는 검조차 뽑지 않고 주먹으로 구타를 하고 있었다.
어떻게든 천무살제는 빠르게 움직여 피하려 했지만, 그마저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움직임 자체가 어마어마하게 둔해졌고 스탯도 반 정도는 깎여 나갔다. 가만히 있어도 HP가 쭉쭉 닳고 있었기에 이대로라면 죽을 수도 있었다.
퍼버버벅!
“아아아악!”
‘주, 죽는다!’
두려움이 밀려온다.
소환사는 정말 자신을 죽일 생각인가?
이대로라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진심으로 들었다.
스스슷!
“응?”
힐이 들어온다.
대폭적으로 HP가 회복되며 엉망진창이 되었던 내장이 약간은 회복된 느낌이 들었다.
설마 누군가가 불법적으로 힐을 넣은 걸까?
그때, 그는 소환사의 손을 보았다.
막대한 신성력이 천무검제의 몸을 감싼다.
소환사가 힐을 넣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왜……?”
“이제 시작인데 벌써 뻗으면 곤란하지요.”쾅!
“케엑!”
퍼버버벅!
다시 구타가 시작되었다.
천무살제는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소환사는 아예 괴물이 되었다는 사실을. 도저히 자신의 실력으로는 어찌 할 수가 없는 존재가 되었다는 것을 말이다.
“내, 내가 패했…….”
꽈직!
“컥!”
항복을 선언하려 하였지만, 곧바로 이가 뽑혀 나갔다.
그 이후로 힐이 들어왔으나 뽑힌 이가 자라나지는 않는다. 임플란트를 해야 할 것 같다.
소환사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감히 저를 제쳐버리겠다는 마음은 버리셔야 할 겁니다. 선배. 선배께서는 군기반장으로 있어 주시면 되는 겁니다. 제게 반기를 들 생각을 하시는 것이 아니라.”
“아, 아니.”
꽈직!
“아아아악!”
천무살제는 그저 죽지 않기 위해 버텨야 했다.
피가 난무하는 연무장 위.
사람들은 눈을 크게 뜬 채로 그 광경을 보고 있어야 했다.
소환사는 분명히 말했다.
겉으로 웃으면서 속으로는 칼을 갈고 있는 것을 용서할 수 없다고 말이다.
죽을죄는 아니었지만, 좀 맞아야겠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어느새 천무살제는 눈물까지 질질 흘리고 있었다.
을들의 반란 길드 사람들은 제발 살려 달라고 싹싹 빌고 있는 천무살제를 보면서 속이 시원하게 뚫리는 것을 느꼈다.
“쯧. 천무살제 선배도 속에는 능구렁이가 들었었지.”
“우리 길드장님을 어떻게든 뛰어 넘으려고 대련이라는 꼼수를 쓴 거겠지만, 이게 대련이야? 그냥 결투지.”
“암. 그렇고말고.”
죽도록 맞고 회복되기를 10번.
천무검제는 이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으으. 잘못했습니다.”
“선배. 그러게 가면 같은 거 쓰지 마세요. 불편하잖아요. 그냥 당당하게 제 자리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을 하세요.”
“다, 다음부터는 그러겠습니다!”
“그럼 할 말 하세요.”
“져, 졌습니다!”
“와아!”항복 선언.
드디어 천무살제는 자신의 의지로 패배했다고 발언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