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13
제13화. 성좌 퀘스트(4)
사령분지.
붉은 오크 부락에 형성된 히든 랜드로, 이곳에서는 강화된 몬스터들이 등장한다.
레벨이 다른 곳보다 높은 위험지역이었으므로 시스템에서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다.
[히든 랜드 사령분지에 입장하시겠습니까?] [모든 몬스터들의 레벨이 +3 상향조정됩니다.] [파티 플레이를 권장합니다.] [솔로 플레이 시 사망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입장하시겠습니까?] [Y/N]망설임 없이 Y를 찍고 입장한다.
내가 애초에 온 목적이 바로 이곳 사령분지이기 때문이다.
사령분지의 숨겨진 보스의 방에 입장하게 될 때 신화 스킬이 랜덤으로 떨어진다.
오크 영웅의 무덤 아래.
무덤도 평범한 조작으로는 열리지 않고 퍼즐을 맞추듯 그 위에 새겨진 토템을 돌려야 한다.
‘저 끝에 있군.’
결국에는 이곳을 뚫고 나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곳에 존재하는 몬스터들은 밀도 자체가 다르다.
레벨도 높을뿐더러 암속성을 가지고 있어 안 그래도 희귀한 사제와 동행하지 않는다면 큰 피해가 예상된다.
그 때문에 우글거리는 몬스터들에 비하여 헌터들은 보이지 않는다.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킥킥! 킥킥킥!”
퍽! 퍽!
유령과 같이 움직이는 사내.
얼굴까지 면갑으로 덮고 있어 겉으로 보기에는 성별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목소리만 들어 보면 대략 20~30대 남자로 추측된다.
그는 이리저리 쏘다니며 깊은 곳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쯧.”
길드원으로 끌어들이면 좋고, 안 되면 할 수 없고.
그보다는 이곳으로 몰려오고 있는 언데드 오크들에 신경을 쓴다.
어느덧 열 마리 이상이 다가왔고, 바로 자이언트 베어를 출격시켰다.
[자이언트 베어 소환시간: 123분]두 시간이면 충분하다.
자이언트 베어 다섯 마리와 언데드 오크 열 마리가 부딪쳤다.
쾅!
“음?”
오크들의 뼈가 박살나고 몇 마리는 부서져 내렸지만 대부분이 살아남아 자이언트 베어에게 각종 무기를 박아 넣고 있었다.
“저 충격을 견뎌낸다고?”
손쉽게 클리어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지만, 내가 너무 세상을 쉽게 본 모양이다.
조금씩 자이언트 베어의 몸에 상처가 나고 체력이 깎여 나간다.
오크들이 거대한 곰을 창으로 찌르고 검으로 벤다.
[자이언트 베어(1)가 크리티컬 피해를 입었습니다!] [HP가 10% 감소합니다.]“이건 꽤.”
이제야 전투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사령분지에 접어들기 전에는 학살에 가까웠지만 이곳에 들어서 소환수가 상처를 입는 것을 보니 제대로 된 싸움이 시작된 것 같다.
꽈직!
물론 이 정도로 자이언트 베어들이 무너지지는 않았다.
여전히 레어 소환수는 강했고 지진을 일으켜 돌격, 밟아 뼈를 부숴 나가고 있었다.
앞발에 어깨라도 찍히면 바로 탈골이 되어 뼈마디가 떨어져 나간다.
끼긱! 끼리릭!
문제라면 놈들의 속성이다.
암속성, 다른 말로는 죽음의 속성을 가진 놈들이었으므로 머리가 부서지지 않는 이상 끈질기게 달라붙어 데미지를 입혔다.
그러다 보니 나 역시 보조를 맞출 필요가 있었다.
각종 보조 마법을 날리며 상점을 뒤졌다.
내게는 캐쉬상점 권한이 있었지만, 코인이 없는 관계로 각성자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칼츠 상점을 열어 쓸 만한 아이템이 있는지 살폈다.
신성의 주문
전 파티원 신성 대미지 +5
지속시간: 60분
가격: 10.000 칼츠
“더럽게 비싸지만.”
무려 가격이 만 칼츠.
원화로 환산하면 천만 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그래도 한 시간 동안 전투를 수월하게 보조할 수 있다면 마땅히 사용한다.
신성의 주문서를 구입한 후에 바로 찢는다.
[전 파티원의 신성 대미지가 +5 증가합니다.]나를 비롯하여 소환수들의 몸이 신성으로 빛난다.
그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신성한 발톱질이라고 해야 하나.
자이언트 베어가 그대로 발톱을 내리긋자 신성력이 스며들면서 오크 언데드의 몸에서 연기가 났다.
이건 명백하게 신성 대미지가 들어가고 있다는 뜻.
그러자 사냥이 조금 손쉬워진다.
‘조금씩 나아간다.’
학살 수준은 아니었지만 조금씩 전진하면 그럭저럭 빠르게 사냥이 가능한 수준이다.
[경험치가 500 올랐습니다.] [경험치가 500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괜찮은데?”
언데드였기에 떨어지는 아이템은 보잘 것 없는 수준이었지만 경험치가 두 배다.
그러다 보니 레벨 업을 하는 속도도 꽤 빨랐다.
사냥은 안정권으로 접어들었다.
지속적으로 자이언트 베어의 체력이 깎여 나가고 있었지만, 이 정도는 1서클 회복 마법인 ‘힐링’으로 어떻게든 버틸 수 있는 수준이었다.
이대로만 간다.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면서 오크 언데드들을 죽이고 경험치를 쌓는다.
오늘 안에 레벨 30을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
레어 소환수가 아니었으면 사령분지를 정복하는 것이 어려웠겠다고 내심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데,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광경이 멀지 않은 곳에서 펼쳐졌다.
“킥! 끄아악! 살려줘!”
콰앙!
유령기사가 여러 마리의 오크 언데드들에게 얻어맞고 있었다.
결국 이렇게 됐다.
깝죽거리는 꼴이 뭔 사단을 내도 낼 거라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저렇게 다구리를 맞고 있을 줄이야.
어느 날 비명횡사한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을 지경이다.
“구해야 하나?”
몹시 상황이 위급해 보인다.
잠시 유령기사를 정말로 길드로 들여야 할지 생각을 했지만, 결론은 ‘그래도 유령기사 정도면…….’ 이었다.
사냥에 미처 주변을 보지 못하는 것은 어떻게든 정신교육을 하면 되는 일 아닌가?
만약 그래도 바뀌지 않으면 그때는 할 수 없는 거고.
우선은 구하고 본다.
인벤토리에서 길이 3미터에 달하는 기병창을 꺼냈다.
흡혈의 지팡이는 등에 잘 동여맸다.
기병창은 지옥마경에서 혹시나 몰라서 주워두었다.
소환수를 이용하면 랜스 차징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흑색 기병대의 창
등급: 매직
물리 데미지: 25
마법 데미지: 5
내구도: 30/30
추가 옵션
랜스 차징 관통력 +30
힘 +5
체력 +1
제국 흑색 기병대가 사용하던 창.
창기병의 혼이 담겨 있다.
길이만큼이나 묵직하다.
어차피 잡탕 캐릭터로 키울 생각을 했기에 지금껏 올린 3개의 레벨을 힘에 밀어 넣었다.
기병창이 조금은 가벼워진 느낌이다.
“자! 그럼 가볼까?”
***
대한민국 최대 세력을 보유하고 있는 크라운 길드.
크라운 길드는 그 명성만큼이나 거대한 건물을 소유하고 있었다.
무려 50층에 이르는 건물 내에는 각종 부서들과 헌터들을 위한 편의시설들이 빼곡하게 지어져 있었으며, 최고층에는 길드장의 집무실이 있다.
크라운 길드의 길드장은 ‘검제’로 불리는 박재성로, 공식적으로 대한민국 랭킹 1위에 등록되어 있다.
크라운 길드의 최대 목표는 세계 최강의 길드를 만들어내는 것.
그러다 보니 닥치는 대로 인재를 쓸어 모으는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어제 나타난 신화 스킬 보유자는 당연히 박재성이 직접 신경을 썼다.
소환사 강한성은 어떻게 해서든 길드로 끌어와야 할 인재다. 본인은 길드를 창설한다고 하였지만, 아직 창설 전이었기에 가능성은 있다고 판단됐다.
집무실에서는 실시간으로 강한성이 움직이는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콰아앙!
후두두둑
자이언트 베어들에 의하여 뼈가 박살나서 떨어져 나가는 광경이 가히 압권이다.
거대한 덩치를 가진 자이언트 베어는 그 무게 체급만큼이나 힘이 무지막지했다.
거기에 더해서 갑옷까지 입혔더니 그만한 탱커가 없었다.
“허어.”
쏟아지는 마법들.
강한성은 고작해야 1서클에 불과한 마법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더블 캐스팅을 하며 보조를 하고 있는 모습에 혀가 내둘러졌다.
“분명히 소환사라고 하지 않았나?”
“마력이 있다면 어떻게든 하급 마법을 익히는 정도는 가능합니다.”
사무장 오진수 역시 놀랍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최대한 침착하게 설명했다.
“그건 그렇다고 쳐. 레벨 20이라는 것이 믿기지가 않는데.”
“어제까지만 해도 분명히 레벨 20이었지요. 이건 헌터협회에서 확인을 한 내용입니다.”
“그런데 저렇게 무식한 놈들을 다룬다고?”
“신화 스킬의 영향이 아닐까 싶어요.”
“신화 스킬이라. 아무리 신화 스킬이 대단하다고 해도 레벨 20에 저런 식으로 사냥한다는 건 말이 안 돼. 우리가 놓치는 뭔가가 있다.”
“……확인해 보겠습니다.”
그들은 강한성이 사냥하는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철저하게 소환수를 움직여 박살내는 모습.
사냥은 꽤나 안정적으로 보인다.
한 번에 서너 마리의 언데드 오크를 불곰이 밟고 지나가기도 했다.
한참 흥미롭게 소환사를 지켜보던 와중, 드론이 유령기사를 잡아냈다.
유령기사 역시 크라운 길드에서 눈독을 들이는 인재였다.
항상 유령처럼 떠돌기에 좀처럼 종적을 잡을 수가 없었는데 여기 나타난 것이다.
-살려줘!
“…….”
“허, 참.”
유령기사는 복날 개 맞듯 언데드 오크들에게 두드려 맞고 있었다.
그 특유의 날쌘 움직임이 아니었다면 진즉에 목이 날아갔을 것이다.
이렇게 아까운 인재를 날려야 하는가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 사냥을 하던 강한성이 거대한 기병창을 꺼내 들더니 돌격했다.
“저, 저게 지금 뭘 하는 짓이지? 마법 계열 각성자가 돌격을 해?”
“어……. 그게.”갑옷은 호신용이라고 생각했다.
누가 봐도 그렇다.
소환사는 소환수를 다루는 직업이지 직접 돌격을 하는 직업이 아니다.
뒤에서 보조만 해도 충분한데 왜 위험하게 직접 돌격을 할까.
황당한 상황이 눈앞에서 벌어졌다.
무엇보다.
강한성의 돌격이 잘 먹히고 있다는 것이다.
검제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역시 직접 만나봐야겠군.”
두두두두!
6기(?)의 불곰들이 달려가며 언데드 오크들을 날려버린다.
흡사 거대한 트레일러가 아스콘을 쳐서 날려버리는 것 같은 광경이다.
‘기병창을 사용하는 건 꽤 오랜만인데.’
회귀를 하기 전에 수많은 무학들을 탐독하였고, 그중에는 분명 마상창술도 있었다.
[제국 기사단의 마상창술]이라는 무학으로, 말 위에서 창을 다루는 방법에 대해 기술되어 있었다.딱 한 번 기병창을 사용해 본 뒤로 마력이 없으면 도저히 사용할 수 없겠다 싶어 머릿속에만 저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마어마한 양의 마력을 가지고 있는 지금.
자연스럽게 마나 로드가 그려지며 창술이 펼쳐졌다.
꽈직!
-크리티컬!
-크리티컬!
창끝에 푸른 마나가 맺히자 관통력은 몇 배로 늘어난다.
화려한 창술로 언데드의 머리통을 찍어낸다.
꽈직! 꽈직!
유령기사 근처에 모여 있던 언데드를 쓸어내는 동안 자이언트 베어들은 나와 유령기사를 둘러싸며 벽을 형성한다.
유령기사의 상태는 엉망진창이다.
반쯤 부서진 투구며 움푹 들어간 갑옷이며, 일반인이라면 진즉 사망했을 정도의 중상이다.
‘아깝기는 하지만.’
바로 성수를 구매하여 먹여 주었다.
유령기사는 겨우 정신을 차렸다.
싸우는 모습만 봐서는 제정신이 아닌 놈 같았는데 의외로 차분한 목소리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유령기사는 간신히 몸을 일으켜 허리를 접었다.
나이는 대략 20대 중반 정도.
‘진정 아까 그놈이 맞는 건가.’
내 또래로 보였으며 맑은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된 건가요?”
“사냥에 너무 심취한 나머지 가끔 이렇게 폭주를 하네요, 하하.”
“소속은 없으시고요?”
“네, 네.”
“은혜를 갚고 싶으시다면 저희 길드로 오시는 건 어떤가요?”
“어……. 받아 주시는 건가요?”
“수칙만 잘 따라주시면 됩니다.”
“생명의 은인께서 권유를 하시는데 거절하면 예의가 아니죠. 부족한 몸이지만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어렵지 않게 인재 하나를 획득했다.
의외로(?) 유령기사는 예의바른 청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