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131
제131화. 그럼 맞아야지(1)
도쿄대학병원 VIP실.
에리카는 어떻게든 73층을 돌파하려 했지만, 강화 데스 나이트에게 무너졌다.
그 이후에는 기억이 없었다.
도대체 몇 시간이나 흐른 걸까.
눈을 떴을 때에는 깊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정신을 잃었다지만 몸에 크게 이상은 없는 것 같았다.
길드 내에는 사제들도 있었고 고급 포션들도 구비해 갔으니 최대한 치료를 하여 데려온 것 같다.
“하…….”
눈살이 절로 찌푸려진다.
그녀가 실패를 하였으니 한국의 소환사가 올 것이다.
각성의 순간부터 10년 이상 피나는 노력을 하여 이 자리에 올라온 에리카는 운 좋게 신화 직업으로 각성하여 짧은 시간 안에 한국의 지존이 된 소환사가 영 못마땅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천민에 가까웠던 자가 힘을 가지니 설치는 것도 꼴사나웠고 그는 한국인이기까지 했다.
에리카의 집안 자체가 한국인이라고 하면 낮게 보는 경향이 있었고, 그런 의식이 어릴 때부터 머리 깊은 곳에 자리 잡았다.
그런 놈의 지휘를 받는다면?
머리가 벌써부터 복잡했다.
“길드장님! 일어나셨습니까?”
“젠장. 어떻게 된 거야?”
“기억 안 나십니까? 데스 나이트의 공격에 맞아 벽에 부딪쳤고 그대로 기절하셨습니다. 다소 희생은 있었으나 퇴각에 성공하였고 보다시피 병원입니다.”
“그래서 정부는 뭐라는데?”
“내일 소환사가 온다고 합니다.”
“기어이 그렇게 됐네. 지휘는?”
“소환사가 한다고…….”
“그게 말이 돼!?”
에리카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함께 탑에 도전하는 것까지는 이제 어쩔 수가 없다고 쳐도, 소환사의 지휘를 받는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소환사를 초빙하기 위하여 정부가 120억 달러를 썼다고 합니다.”
“……!”
“그 돈이 아니면 절대 오지 않겠다고 했고요. 여기에 한국 정부와도 불리하게 협정을 맺은 모양인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소환사가 공략에 실패하면 협상과 돈은 없는 것으로 하기로 했답니다.”
“흥. 내가 함께하면 분명히 클리어 할 수 있을 텐데 그건 의미가 없는 일이야! 고작 그 따위 녀석이 오는데 돈을 120억 달러나 써? 불합리조약은 또 뭐고.”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길드장님께서 분명히 클리어를 장담하셨지 않습니까. 이번에 못 막으면 탑이 터지고 도쿄는 멸망이에요. 정부에서는 2차 계획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소환사까지 실패하면 거액을 들여 중국 지존을 초빙하려 한답니다. 그 때에는 100억 달러 수준으로 안 끝나요.”
사무장의 얼굴이 매우 어두워졌다.
에리카가 실패함으로 인하여 일본의 국익이 침해가 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뻔뻔했다.
“운이 없었을 뿐이야. 이번에 도전하면 클리어 할 수 있다고.”
“무리입니다. 인정할 건 하셔야죠.”
“소환사가 나를 보좌한다면 어떻게든 가능은 하지.”
“보좌가 아니라 지휘를 받으셔야 한다니까요.”
“어떻게 강자가 약자의 지휘를 받겠어?”
“설마……?”
“그놈은 좀 맞아야 해. 다시는 고개를 뻣뻣하게 세우지 못하도록 말이야.”
***
인천국제공항.
내가 조금 무리하게 일본에 요구를 하였으나 상황이 급박했던 그들은 무조건적으로 수락했다.
결국 실패한다면 모든 조건을 물리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탑이 터지기까지는 4일 남았고, 이틀 동안 내가 노력하여 클리어 하지 못한다면 바로 중국 쪽에 의사를 타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어쨌든.
실패하지만 않으면 15조원에 달하는 금이나 보석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었다. 덤으로 한국 정부가 일본과 유리하게 협정을 맺었다고 하는데 거기까지는 내가 알 바는 아니다.
어차피 곧 있으면 무역 자체가 불가능해질 테니까.
공항 출국장에 모인 사람들.
정부 인사들은 물론이고 내 팬들도 상당수 보인다.
아이러니하지만 요즘에는 아이돌이나 연예인보다 준수한 외모를 가진 헌터가 더 인기를 끌었다.
전생에서도 잘생겼다는 말은 어느 정도 듣고 살았던 만큼 외모는 빠지지 않았기에 인기를 끄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때는 외모 따위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꺄아악! 지존! 여기를 봐 주세요!”
“지존, 사랑해요!”
“…….”
모든 것의 완성은 얼굴이 아닐까 한다.
나는 가볍게 손을 흔들어 주었고 여기저기서 난리를 피웠다.
“지존! 일본의 에리카 씨가 메시지를 보냈어요!”
“메시지요?”
내 극성 팬 중 하나인 강소라 기자가 외쳤다.
“좋지 않은 내용의 메시지인데, 요약을 하면 대련으로 지휘권을 정하자고 하는데요?”
“대련이라. 요즘 뭐 이렇게 대련을 하자는 사람이 많은 건지 원.”
천무살제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물론 그 전에도 여러 사람들이 대련을 빙자한 대결을 청해왔었다. 모조리 쓸어버리고 이 자리에 올라왔고 그건 지금이라고 해도 바뀌지 않는다.
대련을 청한다면 밟아버리면 그뿐.
“아주 좋은 생각입니다. 동의하도록 하죠.”
일본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
한국 정부에서는 전용기를 빌려줬다.
밖에서 비행기를 보면 ‘대한민국정부’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박혀 있었고 거대한 태극기가 한국 정부의 비행기라는 것을 광고한다.
내부도 알차게 꾸며져 있다.
비록 정부 소유의 비행기였기에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꽤 고풍스럽게 꾸며져 있어 여행을 하는데 불편하지는 않았다.
직항으로 두 시간 남짓의 거리.
이제 곧 있으면 에리카와 대련을 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길드 내에서는 관심이 뜨거웠다.
“형님! 이번에는 몇 단계로 가실 건가요?”
“대련에 단계가 있었어?”
“왜, 있잖아요? 저와의 대련이 1단계라고 치면 독왕 누님과는 2단계, 살제 형님은 3단계가 아닐까 싶은데요.”
“그러니까, 처맞는 강도를 말하는 거냐?”
“예! 맞습니다!”
“그거 고민이네. 강도를 높이면 기절해서 같이 못 올라갈 것 아니야?”
“그러니 말이에요. 복수를 하기는 해야겠는데.”
“싸대기로 한다.”
“예?”
“어디 부러지지만 않으면 되는 거 아니야. 싸대기 쳐서 승리하면 그년 꼴도 어지간히 볼만 하겠지.”
“와, 역시 형님이십니다!”
“싸대기 신공이라니!”
길드원들은 에리카가 어떤 식으로 얼굴이 변화할지 내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들도 어지간히 쌓인 것이 많았던 탓이다.
일본인이라서 싫은 것이 아니라 에리카라서 싫은 거다.
만나자마자 강압적으로 나오는 것은 물론이고 무시는 기본이다. 여기에 틈만 나면 욕까지 하고 있으니 그 누가 에리카를 옹호할 수 있을까.
나도 성인군자는 아니었기에 굳이 아니꼽게 나오는 여자를 봐줄 필요는 없었다.
여자라서 적당히 한다?
그건 보통 사람에게나 해당하는 일이었고 그녀는 지존이다.
지존에게는 그에 걸맞은 교육방식(?)이 있는 법이다.
***
도쿄 나리타 국제공항.
이곳 공항은 통제되어 있었다.
어차피 도쿄로 들어오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도시 전체에 대피령이 내려져 있었고 외국인은 물론이고 내국인들도 모조리 도쿄를 빠져 나갔다.
도쿄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라고는 부랑자와 도둑, 군인, 경찰, 헌터들뿐이다.
공항에는 헬기가 대기하고 있었고 소환사가 도착하면 곧바로 탑으로 향할 예정이었다.
탑이 터지기까지 4일.
이틀 안에 소환사가 클리어를 하지 못하면 바로 거액을 들여 중국 지존에게 의사를 타진해야 했으니 시간이 별로 없었다.
묘하게 흐르고 있는 긴장.
일본 지존 에리카와 야마토 길드의 길드원들이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요시요키 외무장관이 땀을 뻘뻘 흘리며 에리카를 말렸다.
“지존! 이번만 어떻게 지휘권을 소환사에게 넘겨주시면 안 될까요?”
“흥! 당신은 자존심도 없어요!? 어떻게 자국 지존에게 타국 지존의 지휘를 받으라고 하는 건가요!? 천민 주제에 함께 싸워주는 것만도 영광이지.”
“그는 PVE 특화 직업입니다. 몬스터를 잡는데 최적화되어 있다는 뜻이에요. 무려 200마리의 소환수 군단을 이끈다는데 지휘를 받으시는 것이…….”
“당신도 맞고 싶어요?”
“……!”
“처맞고 싶냐고요.”
‘하……. 이 쌍년이 진짜!’
에리카의 싸가지는 일본 내에서도 유명했다.
모든 사람들이 떠받들어 주니 인간이 아주 안하무인이 되었다.
요시요키는 간신히 이마에 참을 인을 새긴다.
장관 처지가 아주 가관이다.
예전 같았으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
아무리 헌터들의 권력이 나날이 상승하고 있다지만 공권력을 찍어 누를 수는 없었다.
하지만 멸망론이 대두되고 정말로 세상이 망할 것처럼 보이자 헌터들의 콧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특히나 에리카는 도저히 답이 없을 정도였다.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눈에 보이는 것이 없는 것이다.
‘차라리 밟혔으면 좋겠는데.’
일본의 외무장관으로서 이런 말을 절대 밖으로는 내뱉지 못하지만 이게 그의 진심이었다.
한국의 지존에게 맞아 제발 정신 좀 차렸으면 했다.
언제까지 이렇게 안하무인으로 살아갈 것인가.
쐐애애액!
저 멀리서 비행기 한 대가 착륙하고 있었다.
완전히 봉쇄된 도쿄에 비행기가 올 일은 하나밖에 없었다.
자위대 전투기들이 호위까지 하고 있었으며 비행기에는 큼지막하게 ‘대한민국정부’라는 글자가 박혀 있었다.
잠시 후 비행기에서 탑승 계단이 내려왔고, 그곳에서 줄줄이 헌터들이 내리기 시작했다.
요시요키는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두 사람의 만남이 어떻게 이루어질지 뻔했기 때문이다.
저벅 저벅.
성큼성큼 다가오는 소환사.
두 거인이 마주하였다.
물론 키는 소환사가 5cm 정도 컸다.
여차치고는 장신인 에리카였기에 크게 차이는 나 보이지 않는다.
“또 뵙습니다.”
“하, 천민 새끼가 주제도 모르고. 대련을 받아 주겠다고 했다면서?”
“반말은 그만하시죠.”
“싫은데? 내가 왜 너 따위 천민에게 존대를 해야 하는 건데? 갑자기 지존이 됐다고 출신이 바뀌는 줄 알아?”
“흠. 당신은 교육이 좀 필요할 것 같군. 대련은 지금 하겠나?”
소환사의 말투도 변했다.
하긴.
도와주러 온 사람에게 다짜고짜 욕을 날렸으니 그 어떤 인간이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
토가 가문 자체가 혐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고 하더니 정말로 그런 것 같았다.
요즘 시대에 혐한이라니.
요시요키가 잠시 생각에 잠긴 사이 그들은 대련을 하기로 마음먹고 한쪽으로 나오고 있었다.
양국 지존이 대결을 벌이면 공항 활주로는 어쩌라는 건가?
우두둑.
목을 푸는 에리카.
심판으로는 양측 사무장들이 한명씩 나오기로 했다.
그들은 동시에 손을 내렸다.
“시작!”
파아앙!
온갖 종류의 에너지가 소환사를 휘감았다.
에리카 역시 버프를 사용하였으나 뭔가 부족해 보이는 감이 있었다.
버프가 터지는 동시에 소환사의 몸이 사라졌다.
스스슷.
눈에 보이지 않을 속도.
그리고 경쾌한 타격이 울려 퍼졌다.
짜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