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132
제132화. 그럼 맞아야지(2)
“켁!”
에리카의 몸이 허공에 뜬 채로 붕 날아간다.
지금 나는 풀 버프 상태.
거기에 더하여 각종 스킬을 만땅으로 찍어 놓은 상태였다.
이를 위하여 가지고 있던 코인을 몽땅 털어 넣기까지 하였다.
보통의 경우라면 스킬 포인트를 이렇게 찍어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막대한 칼츠를 투입해야 하니.
오죽하면 헌터들이 돈을 벌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보면 신들의 상점은 사기 그 이상의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유니크 스킬인 암살숙련이 130까지 찍혔고 여기에 아이템들이 가지고 있는 효과와 합쳐지자 몸이 솜털보다 가벼워졌고 손바닥으로 치는 힘은 바위보다 묵직했다.
털썩.
“…….”
앞니가 빠져 피가 줄줄 흐르고 있는 에리카.
여기에 더하여 코피까지 났으며 입술은 찢어졌다.
볼은 퉁퉁 부어오르기 시작하고 멍이 들었으니 그 파괴력을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그녀는 잠시 멍한 상태로 엎어져 있다가 벌떡 일어났다.
“이런 천민 새끼가……!”
짜악!
“아아아악!”
내 몸은 그대로 사라졌다.
만약 무협에 빠진 사람이 있었다면 이걸 보고 이형환위라고 표현했을 정도의 움직임이었다.
나 역시 암살숙련을 130까지 찍고 나서 이렇게 본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사용자인 나조차 놀랄 정도였으니 에리카를 비롯하여 구경을 하던 사람들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놀라는 것이 당연했다.
“방금…… 보였어?”
“허어. 전혀 못 봤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소환사는 소환을 하는 직업 아니었나? 뭐 저리 무식하게…….”
야마토 길드의 길드원들은 입을 쩍 벌린 채로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이건 일반적인 대결이라고 볼 수 없었다.
어떻게 싸대기를 때리는 것만으로도 이런 충격을 줄 수 있을까.
헌터 약소국으로 분류되고 있는 일본이라고 해도 이런 광경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에리카는 다시 쓰러지고 일어났으며 달려들고 또 날아갔다.
짜악!
“씨바아알!”
짜아악!
“개 같은 천민…….”
짜악!
“개좆같은!”
짜아악!
“꺄아아악!”
맞고 일어나고, 맞고 일어나고의 반복.
이는 내가 적절하게 조절을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진심으로 모든 힘을 실어 싸대기를 때렸으면 모가지가 꺾여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럭저럭 맞을 만하게 때렸기에 일어나서 달려들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는 넘어지려 하는 그녀를 붙들었다.
짝! 짝! 짝! 짝! 짝!
“아악! 그만! 그마아아아안!”
“싸대기 맞는다고 안 죽어.”
“쿨럭! 제발 그만 좀…….”
“뭘 그렇게? 항복도 안 했는데.”
“항…….”
꽈직!
항복이라는 말을 하려는 순간 그대로 그녀의 입을 뭉개버렸다.
“……!”
그 광경을 보고 있던 일본 정부 사람들이 발을 동동 굴렸다.
특히나 외무장관은 우리 길드 사람들에게 매달려 빌고 또 빌었다.
“제발 소환사님을 좀 말려 주십시오!”
“이거 왜 이러세요. 대련이 끝난 것도 아닌데.”
“이건 대련도 뭣도 아닙니다! 저희 지존이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고 있는 겁니다!”
“뭘 모르시네? 맞는 것도 요령이 있어야 맞거든요. 저러면서 한 방을 준비하고 있는 거죠. 모르시겠어요?”
하필이면 외무장관이 붙든 사람이 독왕이었다.
독왕의 성격이야 정평이 나 있었다.
나쁜 사람은 아니었지만, 본인에게 피해가 가는 순간 지구 끝까지라도 찾아가 복수를 할 사람이었다.
짜자자자작!
경쾌하게 소리가 울려 퍼지고 에리카는 바닥에 쓰러져 꿈틀거렸다.
“그레이트 힐링.”
스스스슷!
순식간에 에리카의 얼굴이 복원되고 있었다.
부었던 뺨이 가라앉았고 멍도 빠졌다.
물론 빠진 이는 복원되지는 않았지만, 핏자국을 제외하면 그다지 싸웠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던 것이다.
에리카는 눈을 반짝이며 달려들었다.
“개 씨발 새끼! 뒈져!”
꽈직!
“아아아악!”
이번에는 주먹으로 남은 앞니를 모조리 날려버렸다.
하얀 이들이 허공으로 뿌려지고 에리카도 긴 호선을 그리며 나가 떨어졌다.
“그레이트 힐링.”
“씨바아아알!”
퍼어어엉!
이번에는 마법을 사용해서 날려버린다.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려드는 에리카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진짜 독한 년이네.”
***
퍼버버버벅!
“꺄아아악!”
“그레이트 힐링.”
퍼버버벅!
“케에에엑!”
“힐링. 힐링. 힐링!”
신성력과 마나가 난무한다.
처음에는 에리카도 항복할 생각을 하는 듯 보였으나 소환사가 치료와 구타를 반복하니 악에 받쳐 더 달려들었다.
박수철을 비롯한 사람들은 그런 에리카의 모습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저거 완전히 미친년 아닙니까? 이만하면 항복할 때도 됐는데.”
“뭔가 아니꼬운 거지. 자기보다 못한 사람에게 농락당하고 있다고 생각을 할 테니까.”
“왜 저렇게 심사가 꼬였대요?”
“낸들 알겠어? 나름 지존이라고 여기고 있었는데 겁나 처맞으니까 억울한지 뭔지.”
“하. 저래 봤자 고통만 가중될 뿐인데.”
박수철과 독왕의 말대로 에리카는 제정신이 아닌 사람처럼 달려들었다.
그렇게 버티고 있는 에리카도 독했지만, 전혀 흔들리지 않고 구타를 이어가는 소환사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야마토 길드의 사람들은 할 말을 잃고 있는 상태.
소환사의 집념이 대단하다고 느낀 것이다.
“부길드장님. 말려야 하는 것 아닙니까?”
“아니야. 저 인간은 독기를 좀 빼야 할 필요가 있어.”
“아무리 그래도 우리 지존인데…….”
“우리 지존? 아무리 우리 지존이라고 해도 저 개 같은 성격 못 고치면 매일 괴로울 거다.”
심지어 같은 길드 사람들도 포기한 인성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되는 점은 에리카의 눈에서 드디어 독기가 빠지기 시작하였다는 것이다.
치료와 구타를 반복하면서 정신적으로도 타격을 받는 것인지 눈에 두려움이 일기 시작했다.
결국 항복이라는 소리가 나오려 하였는데, 그때마다 소환사가 에리카의 입을 후려쳐서 절대 항복이라는 말을 못하게 했다.
시간은 흘렀고, 소환사의 일방적인 구타가 거의 20분을 이어질 즈음.
완벽하게 에리카의 눈동자가 굴종했다.
이제야 소환사는 만족한 표정을 지었고 그녀에게 물었다.
“자, 이제 생각이 바뀌었나? 내게 지휘권을 넘길 수 있겠어?”
“그건…….”
“그래? 그럼 여태 맞은 만큼 더 맞고 다시 물어볼게.”
“히이익! 드, 드릴게요!”
“정말이야?”
“네, 네!”
“대련은…….”
“졌습니다!”
동시에 소환사는 그레이트 힐링을 몇 번이나 사용했다.
엉망진창이 되었던 에리카의 얼굴이 복원되었다. 그러면서도 소환사는 주먹을 들어 다시 구타를 시도할 준비를 하였는데 혹시라도 에리카가 굴종하지 않으면 다시 팰 것처럼 보였다.
이번에는 에리카도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소환사는 손에 묻은 피를 엘레스트라를 이용하여 닦아낸다.
“자, 그럼 가 볼까요?”
공포.
에리카는 사람이 맞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공포를 일으키는지 처음 알았다.
차라리 죽었으면 죽었지, 굴종은 하지 않는다고 다짐했지만 압도적인 폭력 앞에서는 부질없는 짓이었다.
단순한 고통은 참을 수 있다.
하지만 소환사는 상상을 초월하는 방법을 시도했다.
때리고 치료하기의 반복.
처음에는 신성 마법만 사용하다가 나중에는 치료수인 엘레스트라까지 불러 패는 동시에 힐링을 하니 그녀의 정신은 산산조각나기 직전이었다.
항복을 받아내고서도 마찬가지.
담담한 눈으로 지금까지 맞은 만큼 더 맞자고 하였을 때에는 오줌을 지릴 뻔했다.
헬기를 타고 탑으로 가는 내내 에리카는 몸을 떨었다.
그녀의 앞으로 소환사가 다가와 어깨를 짚는다.
“히이익!”
절로 몸에서 경기가 일어났다.
소환사의 손이 몸에 닿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치게 싫었다.
강력하게 자리 잡힌 트라우마.
에리카의 집안 자체가 정치와 관련이 깊었고, 각성한 이후에는 남자들을 두들겨 패고 다닐 정도로 힘이 좋아졌으니 성적으로 수치심을 느끼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하도 맞아서 생긴 PTSD.
“에리카. 나도 원래 이런 사람 아니야. 알지?”
“그, 그럼요.”
“우리 잘해보자고. 지금 상황이 좋지 않아. 오늘 이렇게 탑을 함께 클리어 하게 되었지만 앞으로는 더 많은 날을 보내게 될 거야.”
에리카는 본능적으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 인간과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 거라고?’
“세상은 무너지고 있어. 앞으로 더 심해지겠지. 그러니 잘해보자고.”
에리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어깨에서 소환사가 손을 떼자 그제야 숨을 쉬기가 편해졌다.
도쿄의 탑에 도착하여 오르기 전.
소환사가 뒤를 돌아왔다.
“아, 그리고 다들 깜빡하신 모양인데, 저는 소환사입니다. 2차 각성도 했죠. 소환을 사용했다면 더욱 쉽게 이겼을 겁니다.”
“…….”
사람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소환사의 말이 맞았다.
소환사가 소환이 전문이어야지 어찌 일반 딜러처럼 싸운다는 말인가.
200마리에 이르는 소환수들이 줄줄이 뽑혀 나오는 순간, 소환사와 전투를 벌여 승리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
도쿄 멸망의 탑 70층.
우리는 무려 300명으로 된 팀을 꾸렸다.
을들의 반란 측에서 150명, 야마토 길드에서 150명이다.
여기까지 오는 내내 몬스터의 공격은 없었다.
멸망의 탑은 몬스터가 리스폰 되는 지역은 아니었다.
일단 클리어를 하고 나면 해당 층에는 어떤 몬스터도 존재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다만 70층까지 올라오는 것이 일이었다.
올라갈수록 마기가 짙어진다.
71층에 올라가자 진득한 마기가 느껴졌으며 72층에서는 마기가 유형화 되어 돌아다니기도 하였다.
이쯤 되자 죽어 있던 몬스터 사체들이 일어나 공격을 하기 일쑤였다.
73층으로 향하는 입구.
나는 잠시 멈추어 손뼉을 쳤다.
짝짝!
“지금부터는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여러분들은 포위망을 뚫고 달려드는 놈들만 처리를 해주시면 됩니다.”
사람들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에리카를 손봐주지 않았다면 결코 순한 양처럼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직 압도적인 힘을 보여주었기에 가능한 일.
나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바로 소환수를 뽑았다.
[행운의 여신이 미소를 짓습니다.] [3급 천사 x50이 소환됐습니다.] [3급 천계전사 x100이 소환됐습니다.] [대형 타이탄 x50이 소환됐습니다.]“허! 웬 천사들이 저렇게.”
“본 적 있어. 요즘 소환사는 천사들과 함께 전투한다고 하더라고.”
“그게 말이 되나?”
“저래서 소환사가 신화 등급인 거지.”
야마토 길드원들은 혀를 내둘렀다.
우리 길드원들이야 하도 이런 모습을 보아 와서 적응이 된 상태였지만 실제로 천사들을 눈앞에서 마주하게 되면 절로 경외감이 드는 것이 당연했다.
마지막으로 드러난 대형 타이탄 50기.
어마어마한 덩치를 가진 타이탄들은 그 어떤 것이라도 찢어 죽일 것처럼 흉흉한 기세를 뿌리고 있었다.
나는 에리카를 한 번 노려봤다.
부르르!
그녀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런 괴물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었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면 절로 공포감이 드는 것이다.
이만하면 갑과 을이 확실하게 각인됐다.
“자, 빨리 클리어를 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