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138
제138화. 공략준비
8급 SS랭크 던전.
한국에 존재하는 유물 급 던전은 공략이 매우 힘들고 까다로울 것으로 생각됐다.
일본에 나타난 멸망의 탑 보스가 레벨이 80대 중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목숨을 걸 지경이었는데 8급 SS랭크라면 공략 자체가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그곳은 1인 던전.
다른 길드원들의 도움을 받을 수가 없었으므로 극도로 주의가 요구된다.
그 때문에 백승후를 만나보려 하는 것이다.
남산 육군교도소.
여전히 놈은 이곳에 수감되어 있었으나 내가 주는 돈으로 호화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물론 돈은 아무리 많아도 부족한 법이고, 형기 단축까지 내세운다면 협상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생각됐다.
육군교도소 앞에 도착하자 소장이 직접 마중을 나왔다.
“아이고, 지존! 이렇게 저희 교도소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지인을 만나러 왔습니다.”
“백승후 수감자 말씀이시지요?”
“예. 맞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백승후 수감자에게 상당한 편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언제 컴퓨터를 사용하게 해 줄 거냐고 말하는 통에 꽤 곤욕스러웠지요. 일전에 상의가 되었던 내용이지만 법무부와 저희도 담판을 지어야 해서 좀 늦었지요.”
“그 말씀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인터넷을 제외하는 정도라면 가능할 것도 같습니다.”
“그래요?”
“암요. 지존의 지인이라면 그 정도는 해야지요.”
소장은 예전보다 더욱 낮은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 역시 달라진 위상 중 하나다.
예전 같았으면 돈을 먹이고 직접 부탁을 했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이야기를 하기도 전에 줄줄 불고 있었다.
“아, 그리고요.”
“예, 예. 말씀하시죠.”
“백승후와 저는 친한 사이가 아닙니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절친이 아닙니까?”
“절친이요? 그놈이 그래요?”
“분명히 그렇게 이야기하고 다닙니다만.”
“절친은 무슨. 악연일 뿐입니다. 그놈에게서 이용할 것이 있어 돈을 주고 있지만 오히려 원수에 가까웠습니다. 게다가 그 녀석을 감방에 처넣은 사람이 바로 접니다만.”
“……!”
소장은 놀랍다는 듯이 눈을 부릅떴다.
그 반응을 보니 백승후가 대충 어떻게 하고 다니는지 짐작이 됐다.
내 친구라 사칭하면서 돈을 받아먹거나 편의를 제공 받는 것이 틀림없었다.
“편의를 제공하시더라도 그건 제 부탁에 의해서지 절대 백승후의 요구 때문이어서는 안 됩니다. 소장님이시라면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아실 거라고 믿습니다.”
“물론입지요.”
소장의 눈이 반짝거리는 것을 보니 어지간히도 백승후가 골칫거리였던 모양이다.
하긴.
그 인간의 인성이라면 사기를 치고도 남을 것이다.
문제는 백승후가 교도관들뿐만이 아니라 재소자들에게도 사기를 치고 다닌다는 점이다.
내 위세를 빌려 사기를 치는 건 용납 못한다.
엄청난 정보라도 물어다 주면 모르겠지만.
“필요한 일은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허허. 감사합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속았군요.”
“저는 오직 놈을 이용하는 것뿐입니다.”
“명심하겠습니다.”
남한산성 육군교도소 면회실.
일대일 면회가 가능하였으며 영화에서처럼 칸막이가 쳐 있지도 않았다.
내 위세 때문인지 백승후는 결박까지 풀린 상태로 자유롭게 이곳에 올 수 있었다.
“이햐, 이게 누군가! 세계 랭커 아니신가.”
“잘 지내는 것 같군.”
“잘난 친우를 둔 덕에 말이야.”
“친우라.”
“아니었나?”
‘미친 소리 하고 있군.’
나는 희미하게 웃을 뿐이었다.
친구는 누가 친구란 말인가.
그저 정보를 빼먹어야 하기에 놈에게 대가를 지불하는 것뿐이었다.
그걸 상기시킬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애초에 거래로 이루어진 사이지. 아닌가?”
“나는 그 차이를 모르겠는데.”
“네가 고급 정보를 뱉지 않으면 앞으로 교도소 생활이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는 거지.”
“……!”
백승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내 위세로 편안하게 살고 있을 텐데 한순간에 그 생활이 날아간다면 견딜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게 뭐 어쨌다는 말인가.
“너는 내게 대가를 지불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하, 보기 드문 개새끼네. 네놈이 나를 감방에 넣은 것 아니냐.”
“죽이지 않은 것이 다행이지. 그냥 돌아갈까? 지금 내가 돌아가면 아마 힘들 거야. 지금처럼 독방을 이용하기도 힘들 테고.”
“씨발 새끼. 크큭. 원하는 게 뭐냐.”
그래도 다행인 것은 백승후가 자신의 처지를 정확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었다.
인성이야 원래 쓰레기 같은 놈이었기에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유물 던전에 대한 정보.”
“에라이, 천벌 받아 뒈질 새끼야. 그 정도 고급 정보를 그냥 맨입으로 던지라고? 누굴 개호구로 보나.”
“컴퓨터.”
“음?”
“이제 법무부와 이야기가 끝났다. 내 말 한 마디면 바로 들여올 수 있어.”
“진심이냐?”
백승후는 진심으로 고심하고 있었다.
일전에 나는 교도소장과 담판을 지어 컴퓨터 사용에 대한 허가를 받았었지만 법무부 선에서 막힌 적이 있었다.
백승후 역시 지금까지 컴퓨터를 가지고 들어오기 위하여 무난히 애를 썼을 것이다.
하지만 컴퓨터는 뇌물로 어찌 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몇 개월 정도는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야 이, 개새끼야. 존나 양심 없네.”
“나를 친구라고 팔아먹는 놈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그거야.”
“너 같은 친구를 둔 적이 없어서 말이야.”
“부탁하러 온 새끼 맞냐?”
“내가 갑이거든.”
“…….”
백승후는 벙찐 표정을 지었다.
누가 갑인지 상기시켜 주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백승후는 한참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컴퓨터는 진짜로 가져다 줘야 한다.”
“내가 언제 거짓말을 하더냐?”
백승후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마 심사가 복잡하기는 할 것이다.
내가 아니었다면 영웅으로 추앙 받고 있을 테니까.
신화 급 각성자라면 그가 탈영을 했어도 충분히 무마를 시킬 수 있을 정도의 희귀도를 가지고 있었다.
그 때문에 탈영을 결심했을 텐데 나를 만나 잡혔으니 운도 더럽게 없는 케이스라고 볼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난동을 부릴 수도 없는 일.
난동을 부린다 해도 간단하게 제압이 가능했다.
“후, 어쩔 수가 없군. 지금 네놈 정도의 실력이라면 졸개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고. 보스가 문제인데, 그놈은 화염의 악마 데우스다.”
“화염의 악마?”
“엄청난 열기 때문에 고생할 수밖에 없는 던전이거든. 열을 식힐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강구하고 전체 폭발 패턴에 유의를 해야 한다.”
“전체 폭발?”
“이게 데우스의 고유 스킬인데 말이야.”
백승후는 말을 이어나갔다.
유물 던전의 특징은 무엇인지, 보스의 패턴은 무엇인지, 어떻게 대비를 해야 하는지까지.
이야기를 마친 백승후는 씩 웃으며 물었다.
“거기 클리어 하고 나면 뽀찌 있냐?”
“당연히 있지. 기대해도 좋아. 너도 다음에 내가 찾아올 때까지 큰 건수를 생각하는 것이 좋을 거야. 1년 안에 나가게 해줄 수도 있으니까.”
“……!”
백승후의 눈동자가 미친 듯이 흔들린다.
백승후를 출소시키는 것.
예전 같았으면 불가능했겠지만, 세계 랭커가 된 지금은 놈 하나 빼내는 것은 일도 아니다.
백승후는 어떻게 해서든 생각을 짜내야 할 것이다.
나갈 수 있는 기회였으니까.
아직 놈은 지금 인지를 못하는 것 같았다.
세상이 1년 안에 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
백승후가 수감되어 있는 VIP룸.
교도소에 이런 장소가 있다는 것이 믿기 힘들 지경이었지만 이 세상은 돈으로 움직인다.
또한 이런 부탁을 한 사람이 한국의 지존임에야 법무부에서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장관이 수락했고 직접적인 명령까지 내려왔으니까.
물론 인터넷이 되지 않는 컴퓨터를 하나 넣어주는 것쯤이야 교도소장의 재량으로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백승후는 약속대로 컴퓨터를 받았다.
그 안에 들어있는 수많은 영화들과 드라마들. 그리고 게임까지.
비록 이런 꼴이 되었지만 이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웅장하게 들리는 사운드.
최신 영화를 틀어 놓자 이만한 휴식이 없었다.
최대한 좋게 생각하면 출소 후에라도 자신이 가진 지식을 이용하여 어떻게든 빠르게 강해질 수 있지 않나 싶었다.
덜컹.
한참 영화를 보는데 교도소의 문이 열려다.
“4885. 나와라. 운동시간이다.”
“오늘은 됐다. 볼 영화가 한 가득이거든.”
“이 새끼 보게. 수감자면 일정에 따라야 할 것 아니냐.”
“하. 지금 뭐라고 했냐? 나 누군지 몰라? 양민 새끼가. 지존이 내 절친이야. 너 하나 목 날리는 건 일도 아니라고.”
백승후는 교도관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툭툭 밀었다.
이런 놈의 인성은 교도소 내에서도 유명했다.
어찌 된 영문인지는 몰라도 수감되어 있는 다른 죄수들을 찍어 누를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었고, VIP룸에 수감되어 있다는 사실도 알려져 그를 건드리는 사람이 없었다.
무엇보다.
자칭 소환사의 절친이라 하는데다 실제로 소환사가 면회도 하였기에 교도관들까지 그렇게 알고 있었다.
지존의 절친이 아니었다면 이런 식의 대우는 불가능하다고 말이다.
평소였다면 백승후의 협박이 먹혔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따라 교도관의 눈빛이 이상하다.
꽈직!
“켁!”
교도관은 삼단봉으로 백승후를 내리친다.
“새끼가! 4885! 정신 차려라. 네놈이 지존의 절친이라고? 어디서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이미 뒷조사 끝났다.”
“아니, 정말로 나는 소환사의 절친이라고!”
꽈직!
“아아아악!”
“좆같은 소리 말아라. 병신 새끼가 그동안 대우를 좀 해줬더니 지가 뭐라도 된 줄 착각을 하는데 어림도 없는 소리!”
퍽퍽퍽퍽!
백승후는 몸을 둥그렇게 말았다.
‘뭔가 잘못됐다.’
교도관들이 단체로 약을 먹지 않은 이상 백승후를 이렇게 대접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가능성은 하나.
‘소환사, 이 새끼가!’
그놈이다.
소문이 돈 것을 알고 소환사가 직접 해명한 것이다.
그 때문에 교도관들의 눈빛이 달라진 것이고.
소환사의 말이 귓가에 맴도는 듯하다.
‘대우를 받고 싶으면 좋은 정보를 가져와라.’
백승후는 교도관에게 얻어맞고 포션을 마신 후에야 정신을 차렸다. 그 이후에는 강제로 운동에 참여해야 했다.
운동장을 구보하면서 그는 교도관은 물론이고 재소자들의 뒤틀린 눈빛을 받아야 했다.
“야, 그 이야기 들었냐?”
“무슨 이야기?”
“4885 말이야. 저 새끼 저거 사칭이었대.”
“소환사 친구라고 안 했어?”
“친구 같은 소리 하고 있네. 그 뭐야. 저 새끼가 사회에서 정보를 좀 다뤘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정보를 대가로 소환사가 돈을 주는 거라고 하던데?”
“그럼 아무런 사이 아니잖아?”
“교도관들이 따로 말을 하지 않긴 했지.”
“하! 그럼 좆도 아닌 새끼라는 거 아니야.”
“아마도?”
소문의 확산.
백승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발에 걸려 넘어지기 일쑤고 일부러 머리통을 가격하는 재소자들도 늘어나고 있었다.
으득!
숫자에 장사 없는 법.
백승후는 이를 악물었다.
여전히 귓가에 울리는 소환사의 목소리.
‘정보. 살아서 나가려면 강력한 정보를 바쳐야 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