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139
제139화. 준비(1)
그날 저녁.
길드 본부 앞에서 웬 외국인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본 외무장관과 수행비서들이었다.
원래부터 장관급 인사들의 엉덩이가 이렇게 가벼웠던가?
아니다.
이제 나는 한국의 지존을 넘어 아시아에서도 명성을 날리고 있는 중이다. 여기에 더불어 세계 랭킹 10위에 올랐다.
이는 공식적인 기록일 뿐이고, 중국의 지존을 찍어 누르고 나면 8위까지 상승할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일본에서 내게 신경 쓸 이유는 충분했다.
요시요키 장관이 나를 찾아 온 이유는 아마도 약속한 금과 보석들 때문일 것이다.
“지존을 뵙습니다.”
“장관께서 이 누추한 곳을 다 찾아 주시고 영광입니다.”
“하하……. 지존께 영광이라는 말을 다 듣고. 제가 더 영광입니다.”
그는 깊게 허리를 굽혔다.
일본인 특유의 과례.
물론 그게 나쁜 건 아니다. 이 정도로 허리를 깊게 숙인다는 것은 그만큼이나 내게 잘 보여야 한다는 의미였으니까.
길드 본부 여기저기서 하역이 이루어지고 있었고, 요시요키는 직접 수량을 체크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 때문일까.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눈 밑에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앉아 있을 뿐만 아니라, 얼굴도 며칠 사이에 폭삭 늙어버린 것 같은 모습이다.
어쨌든 손님을 그냥 세워둘 수는 없었기에 응접실로 데려왔다.
길드 직원이 커피를 두 잔 가져왔고, 나는 여유롭게 잔을 들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 많은 양의 금과 보석을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요.”
“그게……. 문제가 좀 있습니다.”
“문제요?”
나는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러면 그렇지. 장관이 아무런 이유도 찾아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문제가 있다고 말을 할 정도면 내게는 이익이 될 수도 있다는 뜻.
요시요키는 식은땀까지 뻘뻘 흘리며 말했다.
“저번에 말씀하시기를, 출처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하셨지요.”
“그랬죠.”
“금이나 보석들의 출처가 확실하지가 않습니다.”
“그래요?”
“이 문제 때문에 20%는 가산을 했습니다.”
“20%라니요? 제가 출처가 불분명한 보석과 금도 받아온 것은 사실이지만 장물일 경우에는 40%를 가산했습니다만.”
요시요키는 더욱 식은땀을 흘렸다.
지금 시점에서 보면 일본에서 내 행보를 조사하지 않는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레몽 길드를 보조 길드로 두고 있고, 그들을 통하여 어마어마한 양의 보석과 금이 공급되었다는 사실도 보고를 받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장물에 40%의 프리미엄(?)을 붙인다는 사실도 이미 알았을 것이다.
더욱 몸을 낮추는 요시요키.
“해서, 협상을 위해 왔습니다.”
“그대로 넘어갔으면 입을 닦았을 것이고요.”
“면목 없습니다.”
무려 120억 달러에 달하는 액수였다.
그중 20%면 24억 달러에 달하는 금액.
실로 무시무시한 액수였고, 일국의 장관이라고 해도 쉽게 다룰 수가 없는 금액이었다.
거기서 20%를 후려치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그래도 최소한 저희 물건들은 도난품은 아닙니다.”
“도난품이라도 상관없는데요.”
“허험. 도난품은 너무 위험하죠. 이런저런 사정이 있는 물건이기는 하나…….”
“저는 상관없습니다.”
“예……?”
“도난품이라도 상관없다고 했습니다.”
나는 다시 여유를 찾았다.
그러자 장관은 더욱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하면 지금의 상황을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 눈알만 굴리고 있는 중이다.
“40%를 주시죠.”
“곤란합니다. 25%까지는…….”
“30%. 마지노선입니다. 관철되지 않는다면 그냥 도로 가져가세요.”
“후우. 그리 하시지요.”
협상을 마치고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요시요키 장관은 이미 30%에 달하는 현물을 더 가져왔었다.
애초에 20% 정도의 현물을 더 가져온 것으로 퉁칠 생각은 없었다는 거다.
요시요키는 협상을 마치고 사인까지 받은 후에야 헛웃음을 지었다.
“허허. 지존께서는 협상에도 일가견이 있으신 모양입니다. 제가 이렇게 협상에서 밀린 경우는 또 처음입니다.”
“어쩌겠습니까? 갑과 을이 명확하니 말입니다.”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장관이 돌아가고 창고를 확인했다.
물자 점검에는 많은 사람들이 달라붙었는데, 지휘는 이하나가 총괄했다.
15조원 정도라고 해 봐야 2~3일 안에 벌어들일 수 있는 금액이지만 현물, 그것도 금과 보석이 이렇게 창고를 차지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영롱하네요.”
“일본에서 무리를 했죠.”
“이번에는 일본에서도 장물들을 모두 처리해 넘어갔지만 다음부터는 정품을 가져올 수밖에 없어요. 그리 되면 금값이 꽤 오르겠죠.”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아직도 각국에는 남아 있는 장물들이 꽤 있었다.
개인적인 장물뿐만이 아니라 각국이 숨기고 있는 장물이 상당부분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장물을 모두 털어버리기 전까지는 금값이 그렇게까지 가파르게 오르지는 않을 것이다.
“상관없죠. 앞으로 일주일 후면 아시아에서는 저를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없게 될 겁니다.”
“네! 그렇게 되겠죠?”
이하나는 나와 마주 웃었다.
중국의 지존 왕만춘과의 대결.
대련이라고는 말을 했지만, 누구도 그리 생각하지는 않았다.
각국의 자존심이 걸려 있는 일이었고, 패하는 순간 세계 랭킹이 떨어진다. 뿐만 아니라 국가의 헌터 경쟁력도 떨어지게 되므로 해당국은 막심한 손해를 입게 된다.
승리를 하는 쪽은 당연히 어마어마한 혜택을 받게 된다.
내 위상이 올라가는 것은 여러 혜택 중 극히 일부일 뿐이다.
금과 보석들이 모두 쌓아올려졌고, 바로 환전을 진행했다.
[오늘은 시세가 좋네요. 5%가 가산됩니다.] [총 215만 코인을 획득했습니다.]안도의 숨이 절로 새어 나온다.
환전을 할 때마다 긴장이 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시스템 환전에도 일종의 시세가 있었는데, 이는 초 단위로 변한다. 운이 좋으면 10%까지 가산되지만 운이 좋지 않으면 -10%까지 떨어지기도 한다.
5% 가산이라면 꽤 시세가 좋은 편.
이번에 일본에서 받은 금과 보석들뿐만이 아니라 며칠 사이 길드로 유입된 금과 보석까지 모두 환전하여 215만 코인을 얻었다.
실로 어마어마한 양.
내일 바로 8급 SS랭크 던전에 들어갈 것이었으므로, 오늘 어떻게든 그곳을 공략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지금 보유하고 있는 코인을 이용하여 신화 급 스킬이나 아이템 하나는 구매를 하고 들어갈 예정이었다.
환전을 마쳤기에 바로 방으로 올라가려 하는데 이하나가 좋은 소식을 들려주었다.
“전국의 길드가 뭉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요.”
“반란이라도 꿈꾼답니까?”
“그게 아니라 우리 길드를 중심으로 뭉치려는 거죠.”
“좋은 소식이군요.”
“이번에 중국만 제쳐버리면 바로 단일 길드가 탄생할 수도 있어요.”
“꼭 이겨야겠군요?”
“네! 그러면 좋죠.”
“걱정 마세요. 반드시 이깁니다.”
“믿을게요.”
지금 시점에서라면 왕만춘과의 전투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유물 급 스킬이나 아이템을 습득하고 난 이후라면?
그때는 왕만춘과의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방으로 돌아온 나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오늘 남한산성 교도소에서 백승후를 만났고, 놈을 통하여 유물 급 던전에 대한 정보를 빼낼 수 있었다.
그 대가는 컴퓨터.
우스운 일이었지만, 교도소에 갇혀 지내는 사람에게는 그 무엇보다 그리운 물건일 것이다.
미래의 검성을 통하여 알아낸 정보는 유물 급 던전의 보스가 화염의 악마 데우스라는 것. 그리고 던전 자체가 사람을 태워 죽일 정도로 고온이라는 점이다.
이것만으로도 위협적이었는데, 전체폭발이라는 스킬 때문에 소환수 전체에 대미지가 들어갈 수도 있었다.
여러모로 까다로웠고, 데우스를 상대하는 것도 내가 직접 해야 할 것 같았다.
즉, 내가 버티는 동안 소환수들이 공격을 쏟아 부어야 한다는 뜻이다.
여러모로 악조건이었다.
하지만 내게는 현질이라는 수단이 있다.
내일을 위하여 오늘 최대한 코인을 환전을 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어떻게 해서든 화염을 막고 놈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스킬이나 아이템을 고르면 된다.
모든 자금을 쏟아 붓는다고 해도 유물 던전을 클리어 할 수만 있다면 전혀 아깝지 않았다.
딩동!
벨이 울린다.
분명히 오늘은 수련 때문에 바쁘니 어떤 방문객도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찾아왔다는 것은.
“안녕하세요, 사도님?”
헐렁한 로브로 전신을 가리고 있는 마법사.
여기에 더하여 거대한 날개가 압권인 별의 전령이다.
그녀는 내게 허리를 깊게 숙였다.
“지혜의 여신을 모시고 있는 천사 가렘이라고 해요.”
“반갑습니다. 안 그래도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사도님을 만나 뵙게 되어 영광이에요. 천계에서도 사도님에 대한 이야기는 유명하거든요.”
“그렇습니까?”
“어쩌면 이번 기수에 데미갓을 넘어 신격이 탄생할 수도 있다고 소문이 자자하거든요.”
“이번 기수요?”
“아차! 제가 말실수를 했네요!”
희미하게 웃어 보이는 전령.
‘아무래도 일부러 말을 흘린 것 같은데.’
그거야 어쨌든.
신들이 다른 곳에서 또 이런 게임에 투자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야 별로 신선하지도 않았다.
그보다는 여신이 내려 줄 선물이 중요하다.
지혜의 권속이 되면서 나는 상당히 강해졌지만, 여신이 직접 주는 선물은 별개다.
그녀는 내게 상자 하나를 내밀었다.
그리고는 바로 발길을 돌렸다.
“조만간 다시 뵈었으면 좋겠네요. 그럼 무운을 빌어요!”
팟!
그녀는 눈앞에서 바로 사라졌다.
찾아왔을 때에는 나름 예의를 차린다고 노크를 한 것이었지만, 돌아갈 때에는 그럴 필요가 없어 그냥 순간이동을 하듯 사라진 것이었다.
나는 작은 상자를 감별했다.
지혜의 상자
여신이 사도에게 내리는 선물.
당신에게 필요한 물건이 담겨 있다.
영롱한 빛을 내고 있는 상자다.
내가 성좌를 선택하기 전에도 여러 별들이 선물을 주었지만, 그것들과는 근본부터가 달랐다.
상자 안에는 내게 도움이 될 만한 물건이 반드시 들어 있을 것이다.
바로 확인해 보기로 한다.
[지혜의 상자에서 화염저항의 부적을 획득하였습니다.]화염저항의 부적
소지 시, 화염저항력이 30% 상승한다.
“와!”
이거야말로 내일 전투에서 가장 필요한 물건이었다.
화염저항력이 30% 상승하였다는 말은 화염으로 인한 모든 대미지가 3할은 줄어서 들어온다는 것을 뜻했다.
게다가 이건 슬롯을 먹는 아이템이 아니라 소지만 하고 있으면 되는 부적이었으므로 오히려 아이템보다 좋았다.
이만한 옵션이라면 유니크 급 이상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여신의 선물이라고 하더니 상당히 통이 컸다.
“여신님! 감사합니다!”
하늘을 향해 손을 흔든다.
-…….
물론 어떤 대답도 들리지 않았지만, 지혜의 여신은 나를 살펴보고 있을 것이다.
여신으로부터 상당한 선물을 받았으니 이제 아이템이나 스킬을 살펴보아야 한다.
아무래도 아이템보다는 패시브 계열의 스킬이 낫지 않나 판단했고, 쭉쭉 스크롤을 내려갔다.
“오호. 이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