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147
제147화. 아시아 지존을 가르는 대결(2)
베이징 천화 길드 본부.
왕만춘은 오늘 저녁의 대결에 앞서 마지막으로 마음을 다잡고 있었다.
편안한 마음으로 여러 가지를 점검한다.
정좌를 한 채로 앉아 있는데 사람이 찾아온다.
“지존. 컨디션은 어떠십니까.”
“최상입니다.”
왕만춘은 눈을 떴다.
중국 헌터관리국장 이우춘이 직접 찾아왔다.
그는 허리를 굽힌 후에 용건을 이야기했다.
“소환사가 정부의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그럴 줄 알았지요.”
왕만춘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오히려 놈이 귀화를 하겠다고 말하면 어쩌나 걱정하고 있었다.
마신에게서 내려온 명령은 절대적이다.
만약 소환사 놈이 중국으로 귀화를 결심했다고 해도 어떻게 해서든 죽여야 한다는 말이다.
마음이 오히려 편안해진 왕만춘이었다.
“상부에서는 폐기하라는 명령입니다.”
“그래요?”
“가능하시겠습니까?”
왕만춘은 끓어오르는 웃음을 애써 참았다.
중국 정부에서는 소환사를 죽이든지 마나 홀을 날려버리든지 하라고 종용하는 것이다.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으나 그런 내심을 밝힐 수는 없다.
왕만춘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시죠. 그놈은 내일의 태양을 보지 못할 테니까. 그보다, 중국 정부에서 결과에 책임을 지실 수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한국 따위야.”
왕만춘을 바라보며 국장도 마주 웃었다.
***
국립 베이징 실내경기장.
한국으로 치면 올림픽 주경기장과 비슷하다고 보면 되었으나 관중수용력은 2만 정도로, 무리를 하면 3만까지는 수용할 수 있다고 한다.
들은 바에 의하면 이미 며칠 전부터 표는 매진이 되었다고.
사람 생각은 거기서 거기가 아닐까 싶다.
가능하면 중국 언론인들과는 마주치고 싶지가 않았다.
딱히 좋은 꼴을 보지 못할 것은 자명했으니까.
하지만 정문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생겼다.
실내경기장 정문에 거대한 플랜카드가 휘날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환사님에게는 우리가 있어요!] [소환사 파이팅!] [소.사.모 일동]“저거 보이세요?”
“와아. 팬클럽 회원들 아닌가요? 어마어마한데요?”
길드원들의 말에 나는 고개를 들어 창밖을 보았다.
정말이다.
단순히 수십 명 단위가 아니라 족히 수백은 되어 보이는 인원이었다.
이하나의 결정타.
“한국인들은 예매하기가 힘들었다고 해요. 아마 중국 당국에서 해외에서 구입하는 표를 의도적으로 줄인 것 같아요.”
“뭐 이렇게까지.”
“지존은 잘 모르시겠지만 국내에서 인기가 대단해요.”
“팬클럽이 있다는 소리는 들었습니다.”
“단순한 팬클럽 수준이 아니에요. 거의 목숨 걸고 응원하는 수준이죠.”
이하나의 말이 맞았다.
단순 팬클럽 회원들이 적지나 다름없는 곳까지 올까.
몇몇은 이미 계란을 맞기도 했고 밀가루 범벅이 된 회원들도 보인다.
차량이 정문에 멈춰 섰다.
정확하게는 팬클럽 회원들 앞이다.
내가 내리자 여기저기서 소란이 일어난다.
“꺄아아악! 오빠~!”
“사인해 주세요!”
나는 어색함에 머리를 긁적거릴 수밖에 없었다.
마치 연예인이 된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그렇게 내가 인기 있는 사람이었나?
얼굴은 제법 준수하다고 할 수 있었지만, 연예인들에 비한다면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마어마한 인기를 실감한다.
지금까지는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있었지만.
타국까지 응원을 와 주었으니 신경이 쓰였다.
그들의 앞에는 강소라 기자가 서 있었다.
몇몇 회원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강소라와 마주한다.
“강 기자님?”
“아! 오늘은 기자가 아니라 팬클럽 부회장으로 온 거예요! 물론 그렇다고 촬영을 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지만. 팬심은 알아주실 거죠?”
“놀라운 일이군요. 팬클럽 부회장이셨습니까?”
“제가 1호 팬이었는데. 모르셨구나.”
강소라는 환하게 웃었다.
나는 그녀의 옆에 있는 회장과도 악수했다.
“아, 안녕하세요!”
“당신이 회장님이시군요. 이렇게 팬클럽도 만들어 주시고. 얼마나 든든한지 모릅니다.”
“아니에요!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인 걸요!”
20대 초반의 귀여운 인상을 가진 여성이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소사모는 내가 등장한 직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러니까 그녀는 선견지명이 있었던 셈.
강소라가 처음 팬클럽에 가입하여 부회장이 되었고, 지금은 수십만의 회원을 보유하게 되었다고.
심지어는 이제 팬클럽이 전 세계로 확대되고 있는 중이란다.
내게는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를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겨 줄 수는 없는 노릇.
“하나 씨.”
“네!”
“여기까지 찾아오신 회원님들의 호텔 숙박과 식사를 책임지도록 하세요.”
“물론 그래야죠.”
“와아아아!”
환호하는 사람들.
그들이 얼마나 극성인지 중국 기자들이 뚫고 들어오지를 못하고 있었다.
회원들이 내 주변을 둘러싼다.
그 덕분에 나는 편안하게 입장할 수 있었다.
그들과는 대기실 앞에서 헤어진다.
“반드시 승리해 주세요!”
“물론입니다.”
회원들이 몰려가자 길드원들이 혀를 내둘렀다.
특히나 박수철이 호들갑을 떨었다.
“와, 형님! 인기 정말 많으시네요. 나한테도 팬클럽이 생길 법한데…….”
“쯧쯧. 수철 씨는 거울이나 보고 그런 말을 하세요.”
“예? 누님. 그렇게 말씀하시면 저 섭섭합니다. 제 얼굴이 뭐가 어때서 그런데요?”
“자자, 그만 소란 떨고 나갑시다. 곧 있으면 대결이니까요. 지존도 마음을 다잡으셔야 하니.”
이세철 국장의 배려로 나는 혼자가 될 수 있었다.
전투에 들어가기 전, 병장기를 점검하고 머릿속으로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 보아도 지금의 왕만춘은 내 상대가 아닐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편안하게 마음을 먹기로 한다.
세계 랭킹 1위와 대결하는 것도 아니고 고작(?) 왕만춘 따위를 상대로 겁먹을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똑똑.
“들어오세요.”
“준비 끝났습니다.”
경기장 직원의 말에 눈을 떴다.
“가시죠.”
드디어 결전이다.
경기장 한복판에는 연무장이 마련되어 있었다.
그 가운데에는 왕만춘이 대검 한 자루를 들고 서 있었다.
신룡이라고 불릴 만큼이나 빠른 성장을 한 사람이었으며, 회귀자로 짐작하고 있는 인물이다.
서로는 서로를 알아본다.
왕만춘은 나와 마주하자마자 눈을 가늘게 떴다.
“역시 그랬나.”
“못 봤던 얼굴인데.”
“그건 너도 마찬가지 아니던가.”
왕만춘은 확실히 20인의 회귀자 중 한 사람이었다.
백승후가 제거되었으니 이제 19명이 남았고, 오늘 왕만춘이 제거되면 18명이 남는다.
그들 중 누가 악신의 권속인지, 천신의 권속인지는 알 수가 없는 상태.
하지만 이렇게 직접 대면을 하면 알 수 있다.
“악신의 개였군.”
“네놈은 여신의 개였던가.”
온통 경기장에는 놈을 환호하는 목소리로 가득하다.
다행히 연무장 위에는 마이크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기에 이곳에서 하는 이야기가 밖으로 새어나가지는 않는다.
우리들의 대화는 여기까지였다.
사회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양측은 물러나 주시기 바랍니다. 대결 10초 전입니다.
저벅 저벅.
우리는 천천히 물러난다.
왕만춘이 악신의 권속이라면 반드시 나를 죽이려 들 것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마나 홀을 파괴할 것이 분명하였으며 그 이후에는 사람을 보내 암살을 할 것이 뻔했다.
그러니 여기서 왕만춘을 확실하게 망가뜨려야 한다.
-시작!
파아앙!
시작과 동시에 버프 코인을 터뜨렸다.
[최상급 버프 코인을 사용합니다.] [모든 스탯 +100%] [HP/MP 회복력 +100%] [방어력 +100] [모든 대미지 +100] [스펠파워 +30] [지속시간: 60분]최상급 버프 코인은 실로 어마어마한 스탯의 증가량이 있다.
내 스탯이 증가하면 할수록 더 많이 증가하였고 그것은 곧 내 기본적인 능력을 향상시켜 주는 길이 되었다.
검 하나만으로도 HP가 12,000이었는데 버프 코인의 도움을 받으면 순간적으로 24,000까지 올라간다.
HP가 24,000이라는 것.
그 어떤 탱커들도 이 정도의 HP를 가지고 있지는 못할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각종 아이템의 효과들까지.
30,000은 가뿐하게 넘어갔고 특히나 힘 스탯은 더욱 높다.
왕만춘은 엄청난 속도로 쇄도하였으나 그의 움직임이 훤하게 보일 정도였다.
스탯이 올라가니 동체시력도 향상이 된 모양.
콰앙!
“끄아아악!”
“……!”
수천 대의 힘이 선보여진다.
왕만춘은 엄청난 타격을 받으며 저 멀리 날아갔다.
놈이 악신의 권속이 아니었다면 저 정도는 아니었을 테지만, 신검 이디스에 붙어 있는 옵션이 크게 효과를 발휘했다.
무려 악마의 권속에게 100%의 대미지를 더 넣는 것.
검의 공격력 자체도 1,200이 넘어 행성파괴 급 무기라는 말이 잘 어울렸다.
왕만춘의 검에 금이 가더니 그대로 부서져버렸다.
“와아아!”
소사모 측에서 환호성이 일어났다.
그에 비하여 다른 쪽은 조용해졌다.
의외의 결과.
설마하니 한 방에 왕만춘이 나가떨어질 것이라고는 누구도 생각지 못하였던 것이다.
“바, 방심했다!”
웃기지도 않는 변명.
놈은 악신의 권속이었으니 신성한 권역을 선포하면 더 큰 대미지를 입힐 수 있을 것이다.
쿵!
사방 5km 범위에 신성한 권역을 설치합니다.
신성한 권역으로 선포된 지역의 몬스터 약화 20%
신성한 권역으로 선포된 지역의 언데드 약화 100%
신성한 권역으로 선포된 지역에서 시전자의 신성력 60%
신성한 권역으로 선포된 지역에서 시전자의 신성 공격력 60%
주변이 신성력으로 채워진다.
왕만춘은 크게 당황하는 기색이었다.
지금 내게는 몇 가지 버프가 중첩되어 있었다.
기본적인 패시브인 얼음여왕의 축복과 무형의 파동까지.
거기까지만 해도 놈에게는 엄청난 디버프일 텐데 여기에 신성한 권역을 설치하니 상당히 당혹스러워했다.
‘설마 신성한 권역이 놈을 몬스터나 언데드로 인식하나?’
살아 있는 놈이었으니 언데드는 아닐 테지만 아무래도 악신의 권속이니 몬스터로는 인식하는 것 같다.
무려 20%의 약화 저주.
내게는 축복이지만 놈에게는 저주가 확실하다.
신성 마법을 몸에 두르고 천천히 놈에게 다가간다.
“흥! 운 좋게 한 번 날려버렸다고 기고만장이냐!”
쐐애액!
놈이 다시 이동을 해온다.
이번에는 공격을 거울의 방패로 막아 주었다.
콰앙!
“커억!”
놈은 주춤거리며 밀려났다.
자신이 가한 대미지의 50%를 그대로 돌려받았을 테니 많이 아플 거다.
퍼벅! 퍼버버벅!
“아아악!”
놈이 주춤거리자 이번에는 내가 움직였다.
칼등으로 이리저리 가격을 하며 움직인다.
모든 스탯이 수천으로 올라간 덕분에 나조차도 컨트롤하기가 버거울 정도로 몸이 빠르게 움직인다.
여기에 신성 마법을 조금 섞어 타격하니 왕만춘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강해진 것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빌어먹을!”
왕만춘의 코에서는 피가 흘렀고 머리통은 반쯤 깨졌으며 눈도 퉁퉁 부었다.
그러면서도 결코 본체는 드러내지 않았다.
악신의 권속이라면 마땅히 변신(?) 이후에 강해질 테지만 초인적인 인내로 자제하고 있는 것이다.
악신의 권속임을 드러내면 놈은 승리를 하더라도 곤란해질 테니까.
꽈직!
“아아아악!”
나는 구마의식을 행하는 사제의 마음으로 외쳤다.
“정체를 드러내라, 악신의 권속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