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150
제150화. 새로운 준비(2)
공군 비행장에는 국가 원수이자 대통령인 이한진이 직접 마중을 나와 있었다.
상당히 놀라운 일이다.
아무리 내가 잘나가는 헌터라고 해도 대통령이 마중을 나오다니?
“예정됐던 일인가요?”
“아니요. 전혀 연락을 못 받았습니다. 설마하니 대통령님이 나오실 줄이야.”
이세철 국장도 예상을 하지 못했던 일인 것 같다.
비행기에서 내리자 대통령이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축하드립니다, 지존.”
“대통령님께서 직접 나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허허허. 귀하는 한국의 지존이 아니라 이제 아시아의 지존이 아니십니까. 게다가 각국 지존들과도 긴밀하게 관계를 맺고 계시니 마땅히 축하를 드려야지요.”
“그래도 대통령께서 나오실 일은 아닌데.”
“드릴 말씀도 있고요.”
“그러시다면야.”
나는 억지로 납득을 하고 넘겼다.
아무리 할 말이 있다고 해도 그냥 비서들을 시키면 된 일이지 가뜩이나 바쁜 사람이 직접 행차하는 것이 말이 될까.
이렇게 되니 굉장히 출세를 한 느낌도 들었다.
‘곧 사회 시스템이 무너지기는 하겠지만.’
내가 가급적 정치세력과 엮이지 않으려는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다가올 미래는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사회가 붕괴할 것이고 세상은 헌터들을 중심으로 재편된다.
게다가 내가 알고 있는 미래보다 더 빠르게 세상이 붕괴할 조짐을 보이고 있었으니 앞으로 몇 개월 안에 정치권과는 손절해야 할 각이 나온다.
나름대로 심정이 복잡했는데 대통령이 내게 간곡히 부탁한다.
“부디 한국을 버리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
솔직히 깜짝 놀랐다.
나는 주변을 둘러본다.
사람들은 조금 떨어져 걷고 있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저는 멸망론을 믿는 사람입니다. 점점 세상이 붕괴하고 있고, 그에 따라서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는 중이지요.”
“그렇다고 세상이 망하기야 할까요.”
“저는 망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새삼스러운 눈으로 대통령을 봤다.
단순히 국제관계에서의 우위를 점하기 위하여 노력한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예상보다는 훨씬 깨어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한 심중을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탄핵되실 겁니다.”
“그러니 공개적으로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 거죠.”
“제가 아무리 잘나가는 헌터라고 해도 혼자 힘으로 한국을 지켜내는 건 어려워요. 물론 최선을 다하겠지만.”
“하다못해 수도권이라도 지켜 주실 수는 없겠는지요? 이미 귀하가 멸망에 대비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지금도 인천의 부속 섬에서는 대대적인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나는 오래 전부터 미래에 세상이 멸망한다는 사실을 알았고, 그 때문에 레몽 길드를 통하여 개발을 지시했었다.
기반시설은 물론이고 거대한 성벽의 축조, 물자의 저장, 자급자족 시스템 등이 갖추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요새를 구축하고 있었으니 내가 특별한 건 아니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내 행동에서 미래의 멸망을 확신한 것 같았다.
“음.”
“잠시 모셔다 드리면서 말씀을 나누어도 될까요?”
“그러시죠.”
차량에 탄 후에는 잠시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대통령이 설마하니 이렇게 적극적으로 멸망을 저지하겠다는 생각으로 나올 줄이야.
미래에도 이랬던가?
그건 알 수 없었다.
그 당시의 나는 고작해야 사체청소부일 뿐이었고, 고위 헌터들의 속사정까지는 잘 몰랐다.
알았다고 해도 멸망 직전 한국 지존이었던 백승후가 대통령이 같은 말을 했더라도 무슨 대답을 했을지는 뻔하다.
쌍욕이나 하지 않았으면 다행.
“최근 한국의 길드들이 하나로 뭉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들으셨겠지만.”
“우리 길드가 몸집을 불리고 있는 것은 맞습니다.”
“아시아 지존이 되셨으니 단일 길드로 묶으실 수도 있을 겁니다. 그리 된다면 한국의 모든 헌터들이 귀하의 명령에 따르겠지요.”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아까 말한 그대로입니다. 저는 근시일 안에 세상이 멸망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때가 되면 귀하가 주축이 되어 저희를 이끌어 주셨으면 합니다.”
“음.”
저절로 한숨이 새어 나온다.
굳이 이한진이 그렇게 말을 하지 않아도 최선을 다해 막아 볼 생각이기는 했다.
그러다가 멸망하면 별수 없겠지만, 하는 데까지는 해 본다.
그 이후에 요새로 이동할 계획이었다.
물론 혼자 준비를 하는 것보다는 국가 차원에서 준비를 하는 것이 낫기는 하다.
내가 천문학적인 자금을 벌어들이고는 있었지만 국가에서 자금을 사용하게 되면 차원이 다를 것이 확실했으므로.
“그럼 당장 한강을 기준으로 방어선을 구축하도록 하세요.”
“한강이요?”
“멸망이 시작되면 강북지역 위로는 다 버려야 할 겁니다. 전조가 시작되면 시민들을 대피시키고 최종적으로는 서울만, 그것도 한강을 중심으로 하는 방어선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여기셔야 합니다.”
“허어.”
“이는 선택과 집중의 문제입니다.”
“그렇게 상황이 어렵습니까?”
“오죽하면 제가 요새를 구축했을까요. 최악의 경우도 상정하셔야 하니 섬에 요새를 만드셔야지요.”
“제주도면 적당할지요?”
“글쎄요. 제주도는 너무 면적이 넓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만……. 최근 많이 발전하기는 했으니.”
이제 제주도의 인구만 해도 100만이 넘는다.
그 정도면 최후의 요새로써 충분히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달리 지시하실 사안이 있으십니까?”
“지시라니요. 저는 그저 조언을 할 뿐인데요.”
“곧 사령관이 되실 분이니 말입니다.”
그 말에는 눈살이 살짝 찌푸려진다.
이 양반은 정말로 나를 중심으로 정치계를 변화시키려 작정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세상이 망하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그리 될 것이었지만 이한진은 그 전부터 체계를 잡으려 했다.
‘깨어 있는 사람이군. 회귀자이거나.’
꼭 헌터만 회귀자라는 법은 없었다.
정치인이나 재계에도 충분히 회귀자는 있을 수 있다.
나 같은 사체청소부도 회귀를 했는데 대통령씩이나 되는 거물이 회귀를 하지 않았다고 확신할 수는 없는 것이다.
다만 대통령에게는 헌터 특유의 아우라가 없어 회귀자라는 사실을 확신할 수는 없었다.
‘아닐 수도 있고.’
“굳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나는 숨을 들이켰다.
이 사람에게 진심으로 한국을 지켜내고자 하는 생각이 있다면 어떻게 해서든 내 말에 따르려 할 것이다.
안 되면 별수 없는 일이고.
“지금 당장 모든 물자를 집약시키고 채권을 발생해서라도 방어선 구축에 최선을 다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건.”
“최대 6개월. 그 안에 국가 체계는 붕괴됩니다.”
“허어!”
“그러니 알아서 준비를 해 주세요. 그 정도도 못해 주신다면 제 도움을 바라지 않는 것이 좋으실 겁니다.”
대통령의 얼굴이 굳어졌다.
말이 쉽지, 채권을 발행하여 멸망에 대비한다고 정부에서 나서면 국민 불안이 가중된다. 정치적으로 공격을 당하기 쉬운 행보였으며 최악의 경우 탄핵을 당할 수도 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덧 길드 본부에 도착했다.
본부 앞.
어마어마한 인파가 모여들어 있었으나 군인들이 나서서 제지를 하고 있었다.
대통령까지 함께하고 있었으니 당연한 일.
이한진은 내게 손을 내밀었다.
“귀하의 말씀은 잘 들었습니다.”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통과를 시켜보겠습니다.”
“예?”
“무슨 수단을 동원해서라도요.”
이한진의 눈이 빛났다.
나는 얼떨결에 악수를 했다.
방으로 돌아가는 내내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대통령이 이렇게 애국자였던가?”
방으로 돌아온 나는 가볍게 샤워를 하고 또 다시 외출 준비를 했다.
이하나가 의아한 표정으로 묻는다.
“좀 쉬지 그래요?”
“가볼 곳이 있어서요.”
“오늘 저녁 파티까지는 오시나요?”
“물론이죠.”
교도소 방문은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
***
남한산성 육군교도소.
백승후는 컴퓨터를 받아 감방 안에 있을 때에는 편하게 지냈지만 밖으로 나가면 항상 문제가 생겼다.
그렇다고 일과에 참여하지 않을 수는 없는 일.
소환사의 친구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괴롭힘이 심해졌다.
교도소 식당.
식판에 밥을 받아 걸어가는데 한 재소자가 발을 걸었다.
콰당!
“이런 개새끼가! 너, 내가 누군지 알아!”
“누구기는? 병신이지.”
“감히!”
백승후는 주먹을 들고 휘둘렀다.
그래도 나름 검성으로 수많은 전장을 전전해왔기에 싸움에는 일가견이 있었다.
문제라면 두 명 이상의 재소자들이 달려들면 백승후라도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꽈직!
“아아악!”
한 놈은 작살을 냈지만, 그 뒤로 다른 재소자들이 달려들어 백승후를 밟아댔다.
퍽! 퍽! 퍽! 퍽!
삑삑!
교도관들이 달려오고 있었지만, 재소자들은 멈추지 않았다.
어쩐지 교도관들도 한 발 늦게 말리는 눈치.
백승후는 씩씩거렸다.
“이 새끼들. 밖에서 나 만나면 마주치지 마라. 죽여버리는 수가 있어.”
“으헤헤, 무서워라. 이거 무서워서 지려버렸네?”
“하하하하!”
백승후는 웃음거리로 전락했다.
이게 다 소환사 놈 때문이었다.
그동안 소환사의 위세를 빌려 호가호위하였으나 친구가 아닌 단순 정보제공자였다는 이야기가 흘러 들어가자 재소자들은 평소 밥맛처럼 굴었던 백승후를 틈만 나면 괴롭혔다.
문제는 교도관들도 일부러 늦게 달려와 말린다는 것이다.
전부 한통속이 틀림없었다.
독방으로 돌아왔을 때, 누군가가 천천히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4885!”
백승후는 밖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소환사 자식이 싱글벙글 웃으며 서 있었다.
“이 씨부랄 새끼! 똥물에 튀겨 죽일 새끼야!”
예상은 했다.
백승후의 성격 상, 그냥 평범하게 교도소 생활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교도소도 사람 살아가는 곳.
인간실격인 백승후가 소환사의 절친이라는 뒷배를 잃었으니 두들겨 맞는 것이 순리였다.
백승후의 독방 앞에는 의자까지 마련되어 있었다.
아시아 지존이 되었더니 대우가 더 좋아졌다.
이제는 아예 청와대에서 내 편의를 봐 달라고 전화가 오는 모양.
어쨌든 나쁜 일은 아니다.
시한부 권력이라고 해도 이렇게 이용할 수 있었으니.
“살만하냐?”
“씨발, 이게 지금 살만해 보이냐?”
“그러게 인성을 곱게 써야지.”
“놀리러 왔냐!”
백승후의 눈은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었다.
코도 퉁퉁 부었고 콧구멍엔 휴지가 꽂혀 있었다.
방금 전에도 시원하게 구타를 당한 모양이다.
“안마 대신이라고 생각하면 되지 뭘 그래.”
“조롱하러 온 거라면 꺼져라.”
“내가 좀 도와줄 수도 있어.”
“그걸 내가 믿을 것 같아?”
“이런. 아시아 지존을 뭐로 보고. 내가 언제 거짓말을 한 적이 있었나? 내가 알기로는 없었던 것 같은데.”
“…….”
백승후는 할 말을 잃은 표정이다.
그러고 보니 내가 거짓말 한 적은 없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서로 윈윈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뭐, 씨발 어쩌라고.”
“유물을 더 뱉어야겠는데.”
“하! 유물이 뉘 집 개 이름인 줄 아나. 내가 말했지. 유물은 총 5개가 전부라고. 그리고 회귀자들이 그냥 두었을 것 같냐!”
“하나 정도는 너만 아는 유물이 있잖아. 유물이 총 5개라고 누가 그러든? 모르는 일이지.”
“그렇다고 내가…….”
“형기를 6개월로 줄이고 네놈의 대외 활동을 줄여준다. 어때?”
백승후의 동공이 미친 듯이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