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151
제151화. 새로운 준비(3)
어마어마한 갈등의 눈빛.
당연한 일일 것이다.
지금 백승후는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고 일과에 따라 활동하면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내 제안은 달콤하다 못해 눈이 돌아가버릴 지경이 틀림없다.
여기에 형기를 줄여준다고 하니.
“그, 그게 가능한 일이냐.”
“나 아시아 지존이야. 너도 알 텐데? 아시아 지존이면 그만한 힘이 생긴다는 걸. 오늘은 대통령이 직접 찾아와서 잘 부탁한다고 인사를 하던걸.”
“…….”
백승후도 귀가 있으니 들었을 것이다.
내가 아시아 지존이 됐고 국가에서 어떤 대우를 해주는지.
또한 백승후는 전생에서 세계 랭킹에 랭크가 될 만큼 강력한 헌터였다.
재소자 하나의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것?
대통령 특별사면이라는 것도 있으니 광복절이 되면 특사로 나올 수도 있다.
교도소 내에서의 생활반경을 조절해 주는 것이야 교도소장에게 부탁하면 끝난다.
“6개월 동안 너는 편하게 쉬고 있으면 돼.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게임이나 하면서 말이야.”
“후우. 악마 새끼.”
“너만 할까.”
내가 보기에 백승후는 도저히 인간 같지 않은 심성을 가지고 있었다.
세상이 망하기 전에 사회에 방출되면 별의별 미친 짓을 벌이고 다닐 것이 뻔했다.
하지만 세상이 망하고 난 이후라면?
어차피 교도소가 의미 없어지는 날이 온 후다.
“약속을 받아야겠다. 그래야 해줄 수 있겠어.”
“그런 거야 대통령에게 부탁해서 사면장이라도 가져 오면 되지. 거기에 교도소장의 약속이면 되려나?”
“그러면…… 되지.”
“그래서. 거래를 할 테냐, 말 테냐?”
백승후는 굉장히 괴롭다는 표정이었다.
뭔가 알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비장의 수로 남겨두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여기에 팩트를 꽂았다.
“네놈이 당장 나와서 헌터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잘 생각해라.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니야.”
“하. 내가 어쩌다가.”
“양민 새끼와 엮였냐고?”
백승후도 사람이다.
아무리 성질이 더러워도 뇌가 달려 있으니 협상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그 전에 약속부터 받아와라. 그러면 입을 열 테니까.”
“그래?”
나는 바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한진은 나와 헤어지기 전에 명함을 한 장 주었는데 부탁할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개인적으로 연락을 하라고 했다.
그게 오늘이었는데 하루 만에 말을 바꾸지는 않겠지.
-지존! 이렇게 전화를 먼저 다 주시고 감사한 일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부탁할 일이 있어서 이렇게 전화를 했습니다.”
-제 선에서 처리할 수 있는 일이라면 당연히 최선을 다해야지요!
“제 정보원 중에 백승후라는 재소자가 있는데 6개월 후에 특별사면을 할 수 있도록 문서를 꾸며 주실 수 있는지요?”
-그 탈영병 말이군요.
“맞습니다.”
-어렵지 않은 일이지요. 바로 법무부와 협조하여 공문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또 뵙겠습니다.
전화를 끊는다.
지금까지의 내용은 스피커폰으로 백승후에게도 똑똑히 들렸다.
놈은 부러워 죽겠다는 표정이었다.
“이 새끼, 출세했네.”
“누구 덕분에 말이야.”
으득!
백승후는 더욱 깊은 생각에 잠긴다.
일국의 대통령까지 좌지우지할 정도였으니 교도소장을 구워삶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아니나 다를까.
채 30분이 되지 않아 교도소장이 헐레벌떡 달려왔다.
“지존! 청와대에서 연락을 받고 이렇게 왔습니다.”
“공문은요?”
“여기 있습니다!”
법무부 인장이 선명하게 찍혀 있는 문서.
아주 일처리가 빨랐다.
권력이 이래서 좋은 걸까?
나도 권력을 휘둘러보기는 처음이었는데 대통령과 직접적으로 관계를 맺다 보니 마치 대한민국 공권력을 손에 넣은 기분이었다.
“아, 그리고 소장님.”
“예!”
“만약 제가 이 녀석과 이야기가 잘되면 앞으로 편의 좀 부탁드립니다.”
“이를 말씀이십니까. 명령만 하십시오.”
“명령이라니요. 어디까지나 부탁이지요.”
“예, 예. 부탁이지요.”
교도소장은 그런 약속과 함께 사라졌다.
백승후는 기가 막힌다는 표정이었다.
“뭐 이렇게 일처리가 빨라. 내 기억과는 좀 다른데?”
“네 녀석은 쓰레기였고. 나는 국가에 좀 협조적인 편이지.”
“크큭.”
백승후도 부정하지는 못했다.
자신이 생각을 하기에도 별의별 쓰레기 짓을 했다는 걸 인지하는 거다.
이제야 놈은 백기를 들었다.
“별수 없나.”
“유물 정보. 내가 유물을 얻게 되면 약속은 실행이 될 거다.”
“갔다가 뒈지면?”
“첫 번째 유물도 얻었는데?”
“끄응.”
막상 말을 하려니 입이 잘 떨어지지 않는 듯했다.
하지만 백승후도 유물을 어찌 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었다.
유물은 그야말로 세계 최상급의 헌터가 되어야만 얻을 수 있었고, 지금의 백승후에게는 무용지물이었다.
이제야 백승후는 현실을 자각하였는지 자포자기 심정으로 말했다.
“이건 씨발, 나만 아는 건데.”
“그러면 더 좋지.”
“약속은 꼭 지켜라.”
“당연하지.”
“프랑스 카타콤 깊은 곳에 던전 입구가 있다.”
“카타콤?”
“일반적인 통행로는 아니야. 아는지 모르겠는데, 카타콤은 길을 잃을 만큼이나 복잡하거든.”
“길은 알고?”
“너는 정령도 다루니 이 표식만 발견할 수 있다면 어떻게든 들어갈 수 있을 거다. 벽을 뚫든지 지하를 파든지 그건 알아서 하고.”
백승후는 메모지에 그림 하나를 그렸다.
육망성 안에 들어가 있는 해골표시.
“그런 모양의 재단이 있는데, 아무래도 중세 프랑스에서 행해지던 악신숭배 의식이 아닐까 한다. 재단을 들추어 보면 유물 던전이 나오지.”
“그에 대한 정보는?”
“누굴 개호구로 보나.”
백승후는 손가락을 오므렸다.
정보를 원하면 돈을 내놓으라는 뜻이다.
어차피 넘쳐나는 것이 돈 아닌가.
금과 보석 수급에 문제가 있어서 그렇지 현금이야 차고 넘칠 만큼 돌고 있었다.
“통 크게 10억 쏜다.”
“씨부랄, 고작 10억? 아시아 지존이라는 새끼가.”
“20억. 더 이상은 안 돼.”
“하…….”
백승후는 질렸다는 듯이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불기 시작했다.
육군 교도소 앞.
교도소장은 감방에서부터 여기까지 직접 나를 안내하였다.
손바닥을 비비면서 저자세를 취하는 것이, 분명히 부탁할 것이 있어 보인다.
“하실 말씀이 있으면 하세요.”
“실례가 안 된다면 윗선에 말을 좀 흘려주실 수 있으실지…….”
“당연히 그래야죠.”
“……!”교도소장도 내게 뜯어갈 것이 있으니 잘하는 거다.
물론 대통령과 직접 연줄이 있었기에 그 점이 두려워서라도 뭐든 해주겠지만, 사람 일이라는 것이 그렇게 단순해서는 안 된다.
어디까지나 상호 도움이 되어야 한다.
앞으로 몇 개월 동안은 줄기차게 백승후에게 정보를 뜯어 먹어야 하는데 교도소장에게 작은 혜택을 주는 정도야 어렵지 않았다.
“다음 달 승급심사 있으시다면서요?”
“예, 예!”
“제가 법무부 장관께 말씀을 드려보겠습니다.”
소장은 넙죽 엎드렸다.
“분골쇄신을 다하겠습니다.”
“제가 오기 전까지 백승후는 따로 관리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물론입지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만하면 되었다.
소장이 직접 약속을 하였으니 백승후는 내가 돌아올 때까지 며칠 정도는 편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다.
어쩐지 공권력 남용 같았지만 뭐 어떤가.
지금은 어떻게든 백승후가 알고 있는 정보를 털어내야 한다.
***
교도소장 강성진은 소환사가 돌아갈 때까지 엎드려 있었다.
차량이 사라지자 교도관이 말을 걸었다.
“소장님. 갔습니다.”
“후우. 그러냐?”
강성진은 옷을 탁탁 털고 일어났다.
교도관은 그런 강성진이 못 마땅한 모양이었다.
“너무 저자세 아닙니까?”
“뭐가?”
“아무리 소환사라고 해도 이렇게까지 저자세로 나오시면 공권력이 뭐가 되겠어요?”
빠악!
“컥!”
소장은 교도관의 뒤통수를 쳤다.
“이 새끼가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되는 모양이네. 세상이 망해가고 있는데 그걸 헌터들이 막을 수 있네? 그럼 어떻게 될까?”
“그건…….”
“권력 재편이 이루어진다는 그 말이야. 게다가 소환사는 아시아 지존이고 대통령과도 선이 있어. 너도 출세하려면 소환사에게 잘 보여라.”
“뭐 그렇게까지…….”
“만약 세상이 망하면? 소환사가 모르는 사람까지 신경을 써 줄까?”
“……!”
교도관은 갑자기 소름이 돋는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래도 내 행동이 과하냐?”
“다음에는 아예 무릎을 꿇어야겠습니다.”
“하, 아부도 적당히 해야 하는 거지.”
“그렇습니까?”
하지만 정작 소장도 그다지 아부를 잘하는 편이 아니었다.
요즘 누가 이렇게 과한 아부를 좋아한다는 말인가.
***
다음날 아침.
나는 바로 프랑스로 날아갈 준비를 했다.
밤늦게까지 파티를 벌이고 이른 아침에 일어난 것이었지만, 그다지 피곤하지는 않았다.
스탯이 이렇게까지 높은데 피곤하면 그게 더 이상한 일.
이하나는 일찍부터 해장하고 있는 나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도대체 어디를 또 가세요?”
“별일은 아닙니다. 교통정리를 좀 해야 해서요.”
“교통정리요?”
“레몽 길드의 오세춘 길드장이 요즘 입지가 불안하다고 하네요.”
“아……. 말은 들었어요.”
이하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들어 오세춘은 다른 암흑가 출신 길드에게 공격을 당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사실 지금 오세춘에게까지 신경을 쓸 시간은 없었지만, 어떻게 해서든 프랑스에 갈 구실이 필요했다.
내가 가려는 곳은 1인 던전이었고 굳이 그런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릴 필요는 없었다.
그 때문에 머리를 짜내서 레몽 길드와 연관시킨 것이다.
물론, 레몽 길드의 일도 언젠가 정리를 해야 하기는 했다.
그게 이렇게 일찍일 줄은 몰랐지만.
프랑스에 가는 겸, 대외적인 명분도 필요했으니 레몽 길드를 이용하려는 것이었다.
“그럼 길드원들을 모을까요?”
“아니요. 거긴 저 혼자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소환수들을 이용할 것이니 걱정 마시고요.”
“저는 어쩔까요?”
“준비를 해서 바로 영국으로 날아가도록 하세요. 프랑스에서 일을 끝내고 바로 가겠습니다.”
“굉장히 빡빡한 일정이시네요.”
“사는 게 다 그렇죠, 뭐.”
이 정도면 되었다.
식사를 마친 후에는 배낭 하나를 짊어지고 본부 주차장에 대기하고 있던 리무진에 실었다.
그 앞에는 처참한 몰골의 임서희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지존.”
“임 실장님. 대체 얼굴이 왜 그럽니까?”
“아시잖아요? 일도 바빠 죽겠는데 최근 들어 이상한 놈들이 설치기 시작하는 바람에.”
임서희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프랑스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이고 있는 레몽 길드가 조금씩 밀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것도 다른 국가에서 들어온 암흑가 출신 길드 둘이 연합하여 레몽 길드의 사업을 갉아먹고 있는 것이다.
오세춘은 오세춘 나름대로, 임서희는 그녀 나름대로 고생을 하고 있는 중이다.
나는 가슴을 팡팡 두드렸다.
“걱정 마세요. 시원하게 정리해 드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