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153
제153화. 우리의 목표는(2)
프랑스 M호텔.
파리에서 가장 유명한 호텔이었고, 에펠탑이 바로 내려다보이는 명당이라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숙박업소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관광객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제노베세와 그랑드 길드의 길드원들이 이곳을 점령하면서 행패를 부린 덕에 객실이 텅텅 비었다.
심지어 그들은 호텔 직원들에게도 협박을 일삼았다.
“계속해서 M호텔에 있으면 재미없을 줄 알아.”
“왜 이러세요. 이러시면 길드에 연락을 취할 수밖에 없어요.”
“길드? 하! 레몽 길드를 말하는 모양인데. 그 녀석들은 알면서도 방치를 하는 거야. 벌써 몇 명 그만두었잖아? 우리가 좋은 일자리 소개해 줄 테니까 그쪽으로 옮기라고. 레몽 길드에는 미래가 없대도.”
“만지지 마세요!”
제노베세 간부 프레일은 여직원의 머리를 톡톡 건드렸다.
예전 같았으면 경비가 출동하고 심지어 경찰까지 와서 체포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탈리아 지존이 뒷배라는 소문 때문인지 프랑스 정부조차 그들을 건드릴 수가 없었다.
제노베세 길드원들은 호텔에 포진하여 이곳에 들어오려는 손님을 겁박하여 돌려보냈고, 아예 입구에 진을 치고 앉아 술을 마시기도 했다.
기가 막히는 광경.
여직원의 눈에서 눈물이 고일 즈음.
와장창!
정문 쪽에서 회전문이 박살나며 제노베세 길드원들이 날아와 처박혔다.
“컥!”
“하, 이 새끼들 보게. 이거 영업방해야. 알아 몰라?”
“헉! 소, 소환사?”
거물이 찾아왔다.
소환사는 세계 랭킹 8위에 랭크되어 있는 랭커였다.
세계 랭커의 등장에 아무리 마피아 출신이라고 해도 저도 모르게 몸이 위축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제노베세 간부 프레일은 소환사 앞에 당당하게 섰다.
“우리가 누군 줄 알아?”
“누군데?”
“이탈리아 지존이시자 세계 랭킹 6위에 랭크된 안데라오 님의 직속이다!”
“아, 그래?”
“이러면 재미없어.”
꽈직!
커어억!
프레일은 마치 돌망치에 얻어터지는 듯한 느낌과 함께 저 멀리 날아가 처박힌다.
이곳이 지들 안방인 것처럼 눌러 앉아 있던 자들이 슬금슬금 일어났다.
심지어 소환사는 혼자 찾아오지 않았다.
프랑스 언론에서까지 사람들을 데려왔고 지금의 광경을 모두 촬영하고 있었다.
“어디 양아치 새끼가 이딴 식으로 영업을 방해해?”
“양아치!? 당신 지금 안데라오 님께 양아치라고 했어!?”
“그래. 양아치.”
퍼억!
소환사는 그렇게 말한 길드원의 머리를 쳐서 날려 리더니 카메라를 정면으로 노려보았다.
“안데라오인지 뭔지 하는 양아치 새끼야. 좋은 말로 할 때 당장 튀어 와라. 딱 하루 준다. 이 형님이 좀 바쁜 사람이거든. 내일 이 시간까지 파리 시민공원에 나타나지 않으면 그냥 꼬리 내린 것으로 간주한다.”
“……!”
소환사의 폭탄선언.
프레일은 정신이 혼미한 와중에도 몸을 떨었다.
‘저런 미친! 지금 안데라오에게 선전포고를 한 건가!?’
대형사건이 터졌다.
소환사는 얼마 전 중국의 지존의 마나 홀을 박살내버리고 아시아 지존이 되었다.
물론 중국의 지존 왕만춘은 악신의 권속이었다고 하지만.
그 역시 엄청난 사건으로 다루어졌다.
이번 사건은?
역시 전 세계에서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중국을 깬 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제는 헌터 강국 이탈리아에 정면도전을 한 것이다.
게다가 기한까지 정했다.
내일 이 시간까지 오지 않으면 겁먹은 개가 꼬리를 만 것처럼 대결을 회피한 것으로 알라고 이야기를 하였으니 안데라오가 극대노 할 것은 빤한 일.
‘소환사 저 인간. 목숨이 두 개라도 되는 건가?’
M호텔은 한 방에 정리되었다.
뿐만이 아니다.
이탈리아계 보조 길드들은 레몽 길드의 다른 사업체에도 완전히 손을 떼고 물러났다.
물론 프랑스를 완전히 떠난 것은 아니었고 우선은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지금 상태에서 설쳤다가는 내가 직접 방문하여 놈들을 탈탈 털어버릴 수도 있었기에 자중하는 중이었다.
“이거 아쉽군요. 더 설쳤어야 소환수들까지 동원하여 다 털어버리는 건데.”
“이거 정말……. 시원하군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괜찮으시겠습니까?”
“무슨 말씀이신지?”
“안데라오와 대결을 벌이는 것이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이렇게 빨리 대결을 벌여도 되는 것인지.”
오세춘의 걱정은 그것이다.
충돌은 어쩔 수 없다고 쳐도 최소한 몇 주 정도는 시간을 가지고 발전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나는 피식 웃었다.
“걱정 마시죠. 다 생각이 있으니.”
“지존께서 그러시다면 그런 것이겠으나…….”
마리아도 걱정을 마지않는다.
“안데라오가 악신의 권속이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워낙에 치사한 방법으로 싸우기로 유명해요. 분명 암살기술을 사용할 텐데 소환술을 사용하시는 지존이 조금 불리한 것이 아닐까요?”
마리아는 나름대로 상황을 분석한 모양이었다.
그녀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렇게 생각을 할 수 있는 일.
하지만 나는 걱정하지 않았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거리가 꽤 있으니 오늘 저녁에 당장 도착하지는 않을 것이다. 최소한 내일은 되어야 했고 나는 아예 대결 시간도 못 박았다.
그러니까 하루는 시간이 있는 셈.
그 안에 유물 던전을 클리어 하면 된다.
나름 유물 아이템으로 무장을 하고 있었기에 하루면 클리어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24시간 안에 클리어 하지 못하면 잠깐 나와서 대결을 하고 다시 들어가면 된다. 그런다고 던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일이 좀 쉽게 풀려 유물 두 개를 보유하게 된다면?
내가 알기로 유물 아이템은 상상을 초월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유물을 몸에 두르고 패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일.
그 때문이라도 마리아와 오세춘의 걱정은 기우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대대적인 홍보를 좀 하시고 어떻게 해서든 놈의 속을 긁어 내일 바로 오게 해야 합니다. 아시죠? 이틀 후에는 저도 바로 영국으로 넘어가 보아야 합니다.”
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프랑스에서 바다만 건너면 영국이었으니 이틀 후에 출발을 해도 시간은 넉넉하다는 점이다.
***
이탈리아 로마.
거대한 로마 문명이 시작된 유서 깊은 도시.
로마 시내 한복판에는 이탈리아를 상징하게 된 건축물이 있었다.
과거 귀족 가문의 개인저택을 개조하여 호텔이 탄생하였는데, 이곳을 쉐도우 길드가 인수하여 본부로 만들었다.
콜로세움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
루프탑에는 길드장만 이용할 수 있는 연무장이 있었다.
최근 여기저기서 어마어마하게 성장하고 있는 헌터들 덕분에 안데라오 역시 수련에 매진할 수밖에 없었다.
하루 일정을 제외하면 하루 종일 수련에 매달렸고 지금도 침식을 잊고 수련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스스슷.
세계 탑 급의 움직임.
속도만큼은 그 누구도 안데라오를 쫓아올 수 없었다.
그에게 질풍의 암살자라는 칭호가 붙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세계의 어떤 랭커들도 안데라오의 암살기술에는 혀를 내둘렀다.
그런 이유로 웬만하면 안데라오와 척을 지려 하지 않았다.
정면승부라면 모르겠지만 급작스럽게 튀어나와 마나 홀을 파괴해버리면 도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쉐도우 길드는 빠른 속도로 확장을 해나가고 있는 중이다.
누구도 건드릴 수 없었기에 닥치는 대로 이권을 먹어 치우며 성장했다.
“길드장님!”
퍼억!
콰광!
허수아비 한 마리를 박살낸 안데라오는 길드원들이 달려오자 수련을 멈추었다.
“지금 수련하는 것 안 보여?”
“잠시 뉴스를 보셔야겠습니다!”
“뉴스? 그렇게 너희 눈엔 내가 한가해 보이냐?”
“소환사가 길드장님께 선전포고를 했습니다!”
안데라오의 눈살이 절로 찌푸려졌다.
선전포고라니?
이제야 성장하고 있는 애송이 따위가 감히 누구에게 선전포고를 한다는 말인가.
안데라오는 검을 내려놓았다.
[안데라오인지 뭔지 하는 양아치 새끼야. 좋은 말로 할 때 튀어 와라. 딱 하루 준다. 이 형님이 좀 바쁜 사람이거든. 내일 이 시간까지 파리 시민공원에 없으면 그냥 꼬리 내린 것으로 간주한다.]“……!”
안데라오의 눈동자가 찢어질 듯이 확장되었다.
이게 지금 선전포고인가, 시비인가.
단순히 싸우자는 것이 아니라 안데라오의 인성까지 깎아내리고 있었다.
지금껏 이런 대우를 받아 본 적이 없었기에 안데라오의 분노가 폭발하고 말았다.
“와, 미친 것 아니야!? 목숨이 여러 개라도 된다는 거야, 뭐야.”
“어찌합니까? 이걸 무시하면 세계적으로 비웃음거리가 될 겁니다.”
“가뜩이나 심심하던 차에 잘됐어. 이번에 이 질풍의 암살자가 움직이면 어찌 될지 각인을 시켜 줘야지. 안 그래?”
뭔가 중2병스러운 말이었으나 다들 긍정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안데라오가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자정이 되어가는 시각.
프랑스 파리의 거리는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불이 켜켜이 밝혀져 있었다.
거리에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나는 모자를 눌러쓰고 파리의 시내를 거닐었다.
카타콤으로 가는 길.
굳이 사람들에게 광고를 할 필요가 없었기에 관광객으로 위장을 하여 거닐고 있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내일 대결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바빴다.
“내일 소환사와 질풍의 암살자가 정말로 대결을 벌이나봐.”
“바로 출발한다고 난리를 쳤다지?”
“그렇다는데?”
누가 한국인에게 성질 급하다는 인식을 심어 주었는가.
내가 보기에는 이탈리아 사람도 만만치는 않아 보인다. 아니면 안데라오가 특별한 것이거나.
놈은 소식을 듣자마자 펄쩍 뛰었다고 한다.
인터뷰를 통해서 내 선전포고를 받아들이고 내일 약속 장소에서 박살을 내버리겠다고 선언했다.
그 이후에는 바로 짐을 쌌다고.
안데라오와의 대결은 파리 시민들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중이었다.
내가 안데라오를 꺾으면 세계 랭킹이 뒤바뀐다.
지금도 어마어마한 속도로 세계 탑 랭커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일부에서는 안데라오를 꺾은 이후의 행보까지 신경 쓰고 있었다.
카타콤 입구.
사실 카타콤의 입구는 여러 군데에 있었다.
역사학자들조차 카타콤으로 쓰인 이 터널들이 언제 만들어졌는지에 의견이 분분했다.
터널 자체는 로마제국 시절 쓰이던 폐 채석장이지만, 고대 로마인들도 이 터널을 우연히 발견하여 활용한 것에 불과하다고.
기원전에 만들어졌다는 설이 유력한 만큼이나 연대를 측정할 수 없고 그 안에 무엇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현재 카타콤은 폐쇄되었다.
한때는 프랑스의 주된 관광지 중 하나였으나 최근 들어 언데드 몬스터들이 종종 출현하는 바람에 아예 입구를 봉쇄해버린 것이다.
입구에는 폴리스라인이 길게 쳐 있었으며 사람들의 흔적은 없다.
감시를 위한 CCTV만 덩그러니 돌아가고 있을 뿐.
CCTV를 무력화 시키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가볍게 입구로 들어오자 강렬한 사기가 느껴졌다.
카타콤 전체가 던전처럼 변해버린 느낌.
추정하기로, 이곳에 묻힌 유골이 대략 500~600만 구라고 하던가.
끼릭! 끼리리릭!
넘쳐나는 스켈레톤들.
가볍게 박살내며 카타콤 안으로 이동한다.
얼마나 들어왔을까.
호텔에 있을 때부터 미리 보내 두었던 엘라임이 날아와 보고했다.
-말씀하신 재단을 찾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