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154
제154화. 사령왕의 대지(1)
백승후가 말을 한 그대로다.
지하 깊은 곳에 악신을 숭배하는 재단이 있다고 한다.
표식도 정확했다.
놈 역시 자신의 목숨이 경각에 처하지 않고서는 이런 정보를 뱉어 냈을 리가 없었다.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으니 나와 거래를 한 것이겠지.
“안내해.”
-예, 주인님.
카타콤 깊숙한 곳.
몇몇 소환수를 이용하여 카타콤 내부를 밝힌다.
완전히 폐쇄가 되어 있는 카타콤의 분위기는 굉장히 살벌했다.
엘라임이 길을 안내하지 않았다면 미아가 되었을 정도로 복잡했고, 여기저기에 뼈 무더기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기원전에 만들어져 지금까지.
오랜 시간 동안 보수가 되었으며 원래 뼈들도 이런 식으로 정리가 되어 있지는 않았다고 한다.
수십 년 동안 프랑스 정부에서 정리를 한 것이라고.
다만 보수를 하는 과정에서 여러 통로들이 봉쇄됐다.
봉쇄된 길을 뚫고 들어가자 해골들이 산처럼 쌓여 있는 광경들이 보였다.
공포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음습함.
여기에 실제로 언데드 몬스터들이 돌아다니고 있어 일반인들이 들어왔다면 그 광경을 보자마자 기절했을 것이다.
“바바, 이루나.”
“우오오!”
꽈직!
퍼어억!
바바는 거대한 도끼로 스켈레톤을 부수었고 이루나는 화살을 날려 핵만 부쉈다.
내가 나설 필요는 없었다.
웬만하면 바바와 이루나 선에서 정리가 되었고, 그래도 안 되면 엘라임이 나서서 처리를 하였으니까.
지하로 내려가면 갈수록 널려 있는 유골의 양은 증가하였고 사기 역시 증가한다.
몬스터들도 강력해지고 있었다.
이제는 강화 스켈레톤도 등장하고 있었으며 해골마에 탑승한 해골 기마병도 출현하고 있었다.
물론 아무리 사기가 강해 봤자 일반 잡몹일 뿐이었으며 가볍게 처리되고 있었다.
가만히 보니 카타콤 전체의 사기가 지하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느낌이었다.
거의 두 시간 동안 지하로 내려왔는데, 이동 속도가 굉장히 빨랐고 엘라임이 정확하게 길을 안내해 주고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카타콤의 넓이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지하 미궁을 방불케 할 정도.
마침내 도착한 지하 깊숙한 곳에 자리한 재단 앞에는 강렬한 사기가 모여들고 있었다.
온갖 언데드가 리스폰 되는 지역.
재단 아래를 드러내자 검은 기운이 더욱 휘몰아친다.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어마무시한 마기가 일렁거렸으며 한눈에 보기에도 심상치가 않아 보인다.
“보기에는 살벌하지만.”
[사령왕의 대지에 입장합니다.] [추천 레벨: 95] [공략 실패 시 사망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입장하시겠습니까?] [Y/N] [경고!] [캐릭터의 레벨이 낮습니다!] [경고!] [다시 한 번 고려를 권장합니다.] [1인 던전입니다……]“…….”
아니, 보기에만 살벌한 것이 아니다.
보스의 방도 아닌데 추천 레벨이 95를 찍고 있었다.
일전에 클리어 했던 유물 던전의 보스가 95였던 것을 생각하면 실로 어마어마한 수치.
일개 개인이 클리어 할 수가 없을 것 같아 보인다.
그럼에도 1인 던전이라고 하니, 백승후도 여길 클리어 하던 당시에는 죽을 만큼 고생을 했지 않을까 싶다.
발을 들이자마자 환경이 휙 바뀌었다.
검게 물들어 있는 대지.
사령왕의 대지라는 던전은 맵 자체가 거대한 묘역이었다.
끝도 없이 펼쳐져 있는 묘지들.
지하납골당들도 보였고 어마어마한 숫자의 언데드가 묘역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안전구역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살벌한 정도의 사기가 느껴진다.
나야 소환사니까 그럭저럭 해볼만 하다고 생각을 했던 거지, 혼자 싸워야 하는 클래스가 온다면 숫자의 폭력에 압도가 되어 죽지 않을까.
[경험치 보너스 +50%] [드롭 보너스 +50%]여기에 보이는 보너스들.
워낙에 레벨 차이가 났기 때문인지 상당한 보너스가 표시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여기서도 파밍이 가능할까?
유물 던전이라지만 꼭 보스에게서만 좋은 아이템이 떨어지는 건 아니었다.
저번처럼 부적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고 전용 아이템이 떨어질 수도 있다.
가능하기만 하다면 이곳에 있는 몬스터들을 모조리 쓸어버리는 것이 좋았다. 그러다가 만약 시간이 오래 걸리면?
잠시 나가서 이탈리아 지존인 안데라오를 처리하고 돌아오면 된다.
그렇게 계획을 세우자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곳은 언데드가 깔려 있는 던전이었고, 신성력을 다루는 병종이 소환될 때까지 반복하여 소환수를 뽑아낸다.
[행운의 여신이 미소를 짓습니다.] [3급 천사 x60이 소환됐습니다.] [최상급 천계 군단병 x60이 소환됐습니다.] [최상급 천계 창기병 x60이 소환됐습니다.] [치유 천사 x20이 소환됐습니다.]소환수로는 이만하면 충분히 보인다.
그 이후에는 각종 버프 작업이다.
코인과 스킬을 사용하는 버프들.
무형의 파동과 신성 마법까지 더해지자 더 이상 몸을 압박하는 사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안전구역을 나가면 말이 좀 달라지겠지만.
“자, 그럼 시작해 볼까?”
바로 디버프가 쏟아졌다.
[사령왕의 저주가 깃듭니다.] [공격속도가 35% 감소합니다.] [이동속도가 40% 감소합니다.] [모든 스탯이 35% 감소합니다.]……
“미쳤네.”
디버프의 수준이 어마어마하다.
물론 나는 그 이상의 버프를 몸에 두르고 있었기에 운신에 큰 무리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다른 헌터들이 들어왔다면 한 발을 내딛는 것만으로 포기를 했을지도 모르겠다.
최소한 이 던전은 레벨 100은 찍고 들어와야 할 수준이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신검 이디스를 소환하고 신성한 권역을 선포하자 적들에게 더 많은 디버프가 들어간다.
애초에 나는 언데드 몬스터를 잡는데 특화되어 있었다.
만약 사령왕의 대지가 언데드 몬스터 구역이 아니었다면 바로 클리어 할 생각은 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바로 소환수들부터 적들과 부딪치게 했다.
[엘라임이 최상급 치유를 시전합니다.] [엘라임이 프리징 블리자드를 시전합니다.] [엘라임이 아쿠아 실드를 시전합니다.] [엘라임이 아쿠아 레인을 시전합니다.]콰과과광!
그밖에 소환수들이 이리저리 날뛰며 적들을 격살한다.
물론 나름대로 진영을 형성하였다.
부리는 소환수가 200마리쯤 되다 보니 이 정도면 사냥이 아니라 전쟁이라고 보아도 무방하였다.
생각보다 언데드의 몸은 단단했고 공격력도 높았다.
군단병을 앞세워 방어를 하고 후방에서 대미지를 넣는 식의 공격이 이어지고, 조금 버겁기는 하지만 워낙에 HP를 채우는데 특화가 되어 있어 잘 버티고 있었다.
이후에 쏟아지는 경험치들.
[경험치 30,000이 올랐습니다!] [경험치 30,000이 올랐습니다!] [경험치 30,000이 올랐습니다!]……
“장난이 아닌데.”
살벌할 정도의 경험치였다.
잘하면 오늘 레벨 업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바닥에 떨어지는 마석들.
그리고 아이템.
천사 펫이 날아다니며 부산물을 수거하였고 천계의 군단은 천천히 전진했다.
여기에 나까지 가세를 하자.
콰과과광!
순식간에 전방이 텅 비었다.
내가 보기에도 신검 이디스는 사기적인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여기에 유물이 추가된다면?”눈에 저절로 욕심이 자리 잡는다.
하지만 최대한 마음을 비웠다.
지금은 사냥에만 집중을 해야 할 때였다.
“꾸에에엑!”
“꾸어어어!”
“이건 뭔.”
이디스를 꽉 쥔 채로 휘두른다.
우수수 열 마리에 달하는 강화 좀비들의 목이 잘렸지만, 곧바로 다른 놈들이 그 자리를 채웠다.
사방이 적이다.
언데드들이 끝도 없이 밀려들고 있었으며 이래서야 단순히 막아내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이곳은 사령왕의 분지 한복판.
안전구역을 약 10km 정도 남겨두고 전진조차 하지 못한 채로 갇히고 말았다.
어마어마한 언데드의 파도.
이대로 시간이 흐른다면 몬스터 때문에 압살을 당하고 말 것이다.
더 이상은 전진이 불가능하였기에 방패 벽을 구성하기로 한다.
“군단병들은 사각방진을 구성하라!”
“예!”
진형이 변화하기 시작한다.
소환수의 격이 상승하자 그들이 생각하는 수준도 높아졌다.
로마의 군단병들처럼 커다란 사각방패를 앞세우고 방진을 구성하였으며 소환수들은 그 뒤에서 원거리 공격이나 신성력을 머금은 창으로 찔러댔다.
엘라임은 광역 힐을 넣기에 바빴으며 나 역시 올 힐링을 연신 시전하며 군단병의 숫자가 줄지 않도록 하고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조금씩 소환수의 숫자가 줄어가고 있었다.
그렇다고 역소환을 하고 다시 소환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역소환을 하는 순간 거대한 공백이 생기고 바로 언데드에게 둘러싸여 압살을 당할 테니까.
아무리 신검 이디스의 성능이 좋다고 해도 이곳은 내 레벨을 한참이나 오버하는 던전이다. 위험한 도박은 할 수가 없다.
“주인님! 곧 있으면 진영이 붕괴될 것 같아요!”
“젠장!”
손발이 바쁘게 움직인다.
여기에 연신 캐스팅을 하느라 눈코 뜰 새가 없었다.
이미 소환수는 풀 버프 상태.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밀리는 것을 보니 사령왕의 분지는 개미지옥처럼 헌터를 잡아먹기 위해 만들어진 던전이 아닐까 착각이 들 지경이었다.
물론 백승후도 위험도에 대해 경고는 했었다.
‘거기 들어가려면 최소한 레벨이 100은 넘겨야 한다. 지금 상태로 들어가면 털리고 말 거야.’
‘걱정 마라. 나 소환사야.’
‘크큭. 미련한 소리 하지 말고 형 말 들어라. 거기는 어지간한 꼼수로는 이길 수가 없어.’
‘그러는 너는 어떻게 클리어를 했나.’
‘구석진 지형에서 존버를 했지. 죽을 고비를 넘겼다. 거기 있는 몹을 전부 잡으려 해서는 안 돼. 그래서는 답이 없거든.’
나름대로 소소한 팁.
나 역시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처음 이곳에 들어왔을 때만 해도 어떻게 해서든 레벨을 올리고 좋은 아이템이나 스킬이 나올 때까지 버티려 했다.
가능하면 몬스터를 전멸시킨다.
처음 유물 던전을 클리어 하였을 때처럼 말이다.
지금껏 스킬이나 아이템이 하나도 나오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대게 쓸모가 없는 것들뿐이었다.
지금 와서 갑자기 궁술을 익힐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궁수 관련 스킬이나 아이템은 수집을 해두었다.
궁술보다는 검술이나 마법, 소환사 계열의 스킬이 나와 주었으면 했지만, 그렇게 갑자기 필요한 아이템이 떨어지지는 않았다.
‘소환수들을 모두 던져버리고 퇴각을 해야 하나.’
그렇다고 해도 10km는 너무 멀었다.
차라리 되돌아가는 것이 낫지, 앞으로 더 전진을 했다가는 고립이 되어 정말 죽을 수도 있었다.
선택의 순간이다.
‘기회는 또 있을 테니.’
오늘만 날이 아니다.
하나둘 중상자들이 생기고 있었고 사망자도 생긴다.
이래서야 더 뚫고 나갈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천천히 퇴각을 결심할 무렵.
쨍그랑!
눈앞에서 떨어지는 레어 스킬 북 하나.
나는 잠시 하늘을 올려다본다.
여신은 내가 위기에 빠질 때마다 개입을 했었고, 이번에도 도움을 준 것이 아닐까 싶었다.
바로 스킬 북을 감정해 본다.
“오호, 이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