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163
제163화. 리더는 정해야지?
M호텔 스카이라운지.
영국 멸망의 탑 공략은 내일 다시 재개가 될 예정이었다.
이미 레드 나이츠 길드와 미국의 워메이지 길드가 함께 60층까지 공략을 끝냈다. 그리고 내일부터는 우리까지 합류를 하여 쭉 뚫고 올라갈 것이다.
특별하게 작전이라고 할 것은 없었지만 그래도 친목을 다지고 대략적인 상황을 전달 받기 위하여 저녁 식사를 함께하기로 하였다.
세 길드가 한자리에 모였다.
히드로 공항에서부터 레드 나이츠 길드와 을들의 반란 길드는 으르렁거렸다.
그나마 공항에서는 보는 눈이 많이 정면충돌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바로 칼을 뽑아 들 정도로 분위기가 험악했다.
“너희들, 우릴 물로 보냐! 랭킹이라면 우리 지존도 지지 않아!”
“하! 신생 길드 놈들이 말이 많네. 우리 같이 뼈대 있는 길드와 같나.”
“뼈대는 개뿔! 그 뼈 추려서 사골을 만들어 주랴?”
“사골이 뭔데?”
웅성웅성!
양측 길드가 감정싸움을 벌이고 있다.
나와 이하나는 그 꼴을 보며 긴 한숨을 토했다.
“저게 지금 세계를 짊어지고 있는 자들의 싸움인지 원.”
“원래 헌터들은 단순하잖아요? 그럴 바에는 차라리 서열 정리를 하고 가는 것이 좋아요.”
“하나 씨가 보기에는 어때요? 길드 싸움으로 번지면 이길 것 같아요?”
“우리 길드에는 한국 랭커들이 많아요. 거의 통합이 되었다고 볼 수 있죠. 그에 비해서 영국은 레드 나이츠 길드가 아직 국내를 통합하기 전이라서 여러 길드로 나뉘어져 있어요. 길드전은 자신 있어요.”
“그렇다는 말이지요?”
“네.”
밀리는 것은 내 랭킹뿐라는 말이다.
그마저도 완전히 밀릴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충분히 찍어 누를 수 있다.
그렇다면.
망설일 이유는 전혀 없다.
나는 무심한 얼굴로 턱을 괴고 앉아 있는 레일라의 맞은편에 앉는다.
짝! 짝!
모든 사람들이 자리하자 모든 사람들의 중재자와 다름없는 레베카가 회의의 시작을 알렸다.
“바쁘신 가운데 이렇게 모여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해요. 이제 우리들은 동맹이니 친목을 다지고 내일부터는 한마음 한뜻으로 탑을 올랐으면 해요.”
“한마음은 개뿔.”
“저 인간들과는 한마음이 되지 않을 것 같은데.”
웅성웅성!
다시 분위기가 개판이 되려 하였다.
“이번에 생긴 멸망의 탑은 90층이에요. 즉 권장레벨이 90이라는 뜻이고, 마지막 층은 지금까지 출현한 보스 중에서도 가장 강력할 것이라고 봅니다. 이런 상황에서 싸우면 답이 없겠죠?”
“그럼 어쩝니까? 도저히 손발이 맞지 않을 것 같은데.”
“서열을 정리하고 가면 어떨까요?”
“서열 정리라면?”
“우리 워메이지 길드는 그냥 후방지원이고, 중립을 지킬게요.”
레베카의 말에 워메이지 길드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길드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대부분이 마법사로 이루어져 있었다.
레드 나이츠 길드는 대부분이 전사였기에 나름대로 궁합이 잘 맞았었다. 그들은 오래 전부 동맹이기도 했고, 원래 마법사들의 성격이 대부분 남 일에는 신경을 잘 안 쓰는 주의라 알력다툼에 끼어들 필요가 없다고 여겼다.
그렇다면 갈등은 레드 나이츠와 우리 을들의 반란이다.
“서열 정리, 좋죠.”
이 말을 기다렸다.
먼저 나서기에는 좀 그래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레베카가 판을 깔아 주었다.
역시 헌터들은 서로의 힘을 확인해야 굴복하는 경향이 있었다.
레베카의 워메이지 길드가 좀 특이한 것이다.
“레일라 님은 어때요?”
“서열 정리?”
“누군가는 리더가 되어야 하고 지시를 내려야 하잖아요? 우리는 누가 이기든 지시를 받을 생각이 있어요.”
“저 머저리가 내 상대가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그건 모르죠?”
그제야 어딘가 정신이 팔려 있는 것 같이 보였던 레일라가 나를 바라봤다.
“안 봐준다.”
“너는 좀 맞아야겠다. 앞으로 동맹으로 관계를 유지하려면 제대로 된 교육이 필요하겠어. 설마 패하고 나서 말을 바꾸는 것은 아니겠지?”
“내가 이기면?”
“누님으로 모시지.”
그제야 레일라의 표정이 처음으로 변했다.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띠는 것이, 아름답지만 매우 섬뜩하게 보인다.
“그거 재밌겠네.”
“단, 네가 지면 오라버니로 모셔라.”
“나이는 내가 더 많지 않나.”
“자신 없으면 그냥 닥치고 있던가.”
“공증을 하도록 하지.”
***
을들의 반란 변호사와 레드 나이츠 변호사가 만났다.
양측 모두 국제변호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었고, 공증을 서기에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었다.
변호사들은 서로의 계약내용을 확인하며 한 치의 틈도 없는 공방을 벌였다.
“분명히 호칭에 대한 조항을 넣었습니다. 양측도 길드장도 동의를 한 것이고요.”
“그건 알겠습니다. 하지만 이 조항을 보시죠. 계약의 내용은 탑을 오르고 난 후에도 유효하다? 모호한데요.”
“자신 없으면 말든가.”
“아니죠. 재대결을 할 수 있다는 조항도 넣어야 합니다.”
“바로 재대결은 무리죠.”
“3개월로 합시다.”
“이 양반이 장난하나. 최소한 1년은 되어야지.”
“…….”
양측 길드원들이 모두 모여 변호사들이 어떻게 발언을 하고 있는지 확인하기에 바빴다.
레베카는 그저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길드장님. 조약 내용이 무슨 애들 싸움을 공증 받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뭐, 틀린 말은 아니지.”
“중재는 안 하십니까?”
“내가 뭐 하러?”
레베카는 어깨를 으쓱했다.
헌터들은 강함으로 자신을 증명한다.
같은 신의 사도로서 모인 것인지라 반강제로 동맹을 맺었지만 서열은 확실하게 해야 한다.
그녀 역시 레일라에게 패한 후에 열세를 인정하지 않았던가.
그녀에게 패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고분고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헌터가 싸움 구경을 지나칠 수는 없는 노릇.
“만약 소환사가 패하면 우리와는 어찌 되는 건지.”
“그때에는 나와 대결을 하겠지?”
“이미 계획을 세우셨군요?”
“지금은 괜히 나설 필요가 없잖아. 생각해봐. 만약 소환사가 이기면 우리를 좋게 볼 것 아니야. 끝까지 중립을 지키고 있었으니까.”
“그렇……죠?”
“지금 날을 세웠다가 소환사가 이기면.”
“곤란해지겠네요.”
“그러니 급할 것 없어.”
“역시 길드장님이십니다.”
레베카도 바보는 아니었다.
전부 계산을 하고 움직였고, 최대한의 이익을 얻기 위해 노력하였다.
이런 때에는 그저 둥글게 움직이는 것이 나았다.
“그리고 내가 보기에 이번 싸움은 소환사가 이길 것 같아.”
“네? 어째서 그런 결론입니까?”
“안데라오를 박살낸 것을 보면 충분히 답은 나오지. 그리고…… 나도 저 붉은 마녀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걸 보고 싶기도 하고.”
이것이 그녀의 진심이었다.
어쩐지 소환사라면 이 동맹의 구심점이 되어 붉은 마녀를 잘 컨트롤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니까.
M호텔 옥외 주차장.
M호텔 직원들은 변호사들이 공증을 하고 있는 동안 주차장의 모든 차들을 빼고 간이 연무장을 만들어 놓았다.
주차장에는 우리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고 BCC의 관계자들과 외신들도 몇 불렀다.
특히나 한국의 강소라 기자를 불러 오늘 대결을 대대적으로 알리고자 하였다.
그녀가 개입되었으니 오늘 싸움은 아시아에 대대적으로 홍보될 것이다.
오늘 싸움은 나와 레일라의 승부가 될 것이지만 번외로 길드원들을 순위에 따라 위에서 3명을 추려 출전하기로 했다.
그건 레일라와의 싸움이 끝난 후에 이루어질 것이다.
레일라는 자신이 가진 아이템으로 풀로 무장을 하고 의자에 앉은 채 대검을 바닥에 꽂고 있었다.
나 역시 무장을 완료한 상태.
강소라가 달려온다.
“소환사님! 팬으로서 응원할게요!”
“든든하군요.”
“이번에 승리하시면 단숨에 세계 4위로 올라서시네요! 이 대결은 공증까지 하셨다면서요?”
“그건 저 여자가 요구한 거죠.”
“패하면 누님이나 오라버니로 모시자는?”
“덕분에 나이 많은 여동생이 생길 것 같습니다.”
“저런 미인 여동생이라니. 좋으시겠어요?”
“명령에 잘 따르는 소나 말이 생긴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계약의 내용이 그래요.”
“승리를 기원합니다!”
“승부는 이미 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나는 패할 것이라고 전혀 생각지 않았다.
지금 상태라면 레일라가 아니라 세계 랭킹 2위까지는 무난하게 올라갈 수 있지 않나 싶었다.
아직 랭킹 1위까지는 무리가 아닐까 싶어도.
‘아니야. 랭킹 1위도 가능할지 모르지.’
연무장 가운데 서 있는 레베카가 앞으로 나온다.
“양측 앞으로 나오세요.”
저벅 저벅.
투구 사이로 흘러내리는 금발.
무장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아름다움은 독보적인 수준이었다.
하지만 역시 타인을 온몸으로 거부하는 것 같은 분위기라서 쉽게 접근할 수가 없는 기세를 풍긴다.
“오늘 교육 받고 나면 표정 풀고 다녀라.”
그녀는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매우 냉소적인 미소였으며 패하면 어마어마한 일을 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직감적으로 들었다.
물론 그건 졌을 때의 이야기.
‘이긴 후에 내가 지면 어떻게 할 작정이었냐고 물어봐야겠어.’
레베카의 손이 올라간다.
“시작!”
후우웅!
콰앙!
그녀의 검이 묵직하게 강타한다.
결계가 아니었다면 바로 주차장이 무너졌을 수도 있을 법한 강렬한 타격이었다.
힘으로 압살을 하는 느낌.
예전 같았으면 이 한 방에 나가 떨어졌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 스탯은 이미 4,000이 넘어간다.
힘도 마찬가지.
여러 가지 버프를 넣는 동시에 힘으로 후려쳤다.
콰앙!
“컥!”
그녀가 단발마의 비명을 지르며 나가떨어진다.
어떤 기술도 들어가지 않은 힘 대 힘의 싸움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그녀는 힘에 밀린 것이다.
레일라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다시 달려들어 날아오른 후, 그대로 검을 찍어 눌렀다.
-앱솔루트 베리어가 발동합니다.
여신의 갑옷 옵션인 확률적 앱솔루트 베리어 발동이었다.
콰앙!
“꺄아아악!”
이번에는 실로 무시무시한 공격이었다.
단순한 힘이 아니라 붉은 오러가 가득 담겨 있었으니까.
그녀가 붉은 기사라고 불리는 이유는 바로 이 붉은 오러 때문이었다.
기술은 랭킹 1~2위를 하고 있는 랭커들에게 밀릴지 모르겠지만 오러의 농도나 파괴력만큼은 세계 제일이라는 평을 들었다.
그만큼이나 강력한 파괴력을 자랑하였다.
그러나 이 오러는 앱솔루트 베리어에 막혔고, 그녀는 반탄력에 튕겨 나가며 나가 떨어졌다.
털썩!
“…….”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이 입을 쩍 벌렸다.
이런 식의 무식한 대결은 본 적도 없을 뿐더러 힘과 파괴력으로 대변되는 레일라의 일격을 이렇게 받아 낸 헌터는 역사상 존재하지 않았다.
특히나 그녀의 일격은 세계 1~2위의 랭커도 꺼릴 만큼 단순하고 무식했다.
스쳐도 사망이라는 것이 뭔지 제대로 알려주는 공격이다.
그런 공격이 막혔다.
우리 측에서 터지는 함성.
“역시, 형님! 그럴 줄 알았지!”
“저는 믿고 있었습니다!”
“와! 형님의 왼팔이 되기를 잘했지!”
그에 비하여 레드 나이츠 쪽은 사색이 되었다.
“도대체 저 인간……, 뭐야?”
저벅 저벅.
나는 천천히 널브러져 있는 레일라에게 걸어갔다. 그리고는 그녀의 발치에 섰다.
“참교육 당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