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165
제165화. 멸망의 탑(1)
영국 멸망의 탑.
1층부터 60층까지는 쭉 걸어서 올라가면 된다.
오늘은 50층을 목표로 이동할 것이고 도착을 하면 하루를 푹 쉬고 다음 날부터 전투에 돌입한다.
멸망의 탑 60층까지는 완벽하게 몬스터들을 없애 놓았다고 하니 별 위험 없이 이동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나는 탑의 넓이를 살폈다.
‘멸망의 때가 다가오면 올수록 탑이 넓어지고 있다. 짧은 층은 수십 미터에 불과하지만 넓은 곳은 3~4km라고 하였으니……. 시간은 좀 더 줄었다.’
멸망이 가속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보통의 탑들은 이렇게 넓지 않았다.
기껏해야 평균 수백 미터 단위였는데, 사회가 붕괴되기 전에는 한 층이 5km 정도로 커졌다.
그 이후에는 본격적인 멸망이 시작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략 6개월 정도 남아 있을 것이라고 예상을 했었는데 지금 상태를 보니 고작해야 4~5개월 안에 세상이 무너질 것으로 보인다.
미래를 생각하자 가슴이 짓눌린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사체청소부들은 탑에 들어와 끊임없이 몬스터 사체들을 실어 나르고 있었다.
별 위화감 없이 등산을 하는 느낌으로 탑을 오르고 있는 일행들.
그들은 분위기만큼은 압권인 탑 내부를 들여다보며 감탄했다.
“귀신이라도 튀어 나올 것 같은 분위기네요.”
“누님. 여기 몬스터가 없는 게 맞기는 합니까?”
누님이라는 단어에 레일라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겉으로 보기에게는 20대 중반 정도에 불과하였으니까.
그렇지만 실제로는 10살 정도 더 많았다.
나보다도 나이가 많았으니 박수철이 누님이라고 부르는 것은 당연한 일.
물론 어떤 여자가 누님이라는 말을 좋아할까.
독왕이나 이하나 등이야 성격이 좋아서 그냥 넘어가는 것이다.
“다 쓸어버렸는데, 문제 있어?”
“하하하! 문제라니요? 그냥 분위기가 너무 압권이라서 하는 말이죠.”
“당신은 입조심을 하는 것이 좋아. 누님이라니?”
“그럼 형수님이라고 부를까요?”
“형수……님?”
“형님과 굉장히 친한 것 같은데.”
그 말이 나오는 순간 몇몇 여자들의 눈이 번뜩인다.
박수철은 순식간에 여자들에게 밉상으로 등극했다.
그러나 정작 레일라는 그 표현이 굉장히 마음에 든 것 같았다.
“좋아. 눈치는 있네.”
“예, 형수님! 앞으로는 깍듯하게 모시겠습니다!”
레일라는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를 지었다.
헌터 생활로 스스로 만들어내 냉철함이 습관이 된 그녀에게 이 정도면 감정 표현이 아주 과하게 된 편이었다.
정말로 형수님이라는 말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
“오라버니. 우리가 부부로 보이나 봐요.”
“아서라. 가족끼리 이러는 거 아니야.”
“가족이요? 부부도 가족 아닌가요.”
“부부가 이렇게 붙어 다니면 불륜인 줄 알아.”
가정을 가진 몇몇 사람들이 껄껄 웃었다.
내 대답에서 전혀 빈틈을 찾아 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40층.
저녁 무렵이었지만, 여전히 우리는 탑을 오르고 있었다.
이곳 탑은 밤낮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았기에 단순히 등반하듯 탑을 오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다만 마기가 점점 짙어지고 있었다.
이제 40층에 불과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짙은 마기가 바닥에 깔리면서 여기서부터 일반인은 출입이 제한되었다.
여기부터는 마나를 가진 헌터만 들어올 수 있었으며 사체 청소부들도 마찬가지였다.
“마기가 이렇게 짙게 깔렸다는 건 악마형 몬스터라는 뜻인데.”
“맞아요. 요즘 들어 악마형 몬스터들이 많이 발견되고 있어요.”
“이미 가속화된 거야.”
내 말에 여신의 사도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의 내가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하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멸망의 시작.
탑을 오르면 오를수록 그 흔적이 많이 보인다.
특히나 미래를 알고 있는 나는 상당한 위화감을 느꼈다.
우리는 목표한 50층의 안전구역에서 짐을 풀었다.
“자, 하루 종일 탑을 오르는데 지쳤을 테니 여기서 하루 쉬었다가 갑니다. 다들 든든하게 배를 채워주세요.”
“네!”
곧 간단하게 텐트를 치고 식사가 준비된다.
불침번을 설 필요는 없었다.
안전구역은 완벽하게 안전을 보장한다.
보통은 12시간의 안전을 보장하였기에 충분히 자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알람만 잘 맞춰 놓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다.
사람들은 든든하게 배를 채웠다.
치이이익!
곳곳에서 고기가 구워지는 소리가 난다.
내일부터는 좀 간단한 식재료들로 요리를 하겠지만 지금은 체력도 상당히 남아 있었고, 지금은 조금 부담이 되게 먹어도 상관없었다.
간단한 고기 파티.
물론 운치가 있다고는 볼 수 없었다.
안전구역이라 마기를 좀 덜했지만 그래도 음산함을 지울 수는 없었으니까.
“다들 소주 한 잔씩 합시다. 내일 전투에 들어가야 하니 많이는 못하지만 한 잔씩만 마시자고요.”
“오오!”
고기에는 역시 소주가 진리.
헌터들은 취할 수 없는 몸을 가지고 있었으니 한 잔 정도는 상관없었다.
잔을 채우고 건배까지 한다.
“탑의 정복을 위하여!”
“위하여!”
취할 수는 없어도 술이 들어가니 그래도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다.
길드장들의 사이가 좋아지니 딱히 길드원들의 사이도 나쁘지 않다.
어제는 각 길드에서 몇 명씩 뽑아 전투를 벌이려 하였지만 레일라의 판단으로 중지되었다. 깔끔하게 패배를 인정했고 레드 나이츠 길드가 을들의 반란에 이길 수 없다고 선언했다.
레드 나이츠 길드원들도 내심은 인정했다.
우리 길드에는 랭커들이 즐비하였다.
비록 국내 한정 랭커이기는 해도 싸우면 분명히 승리할 것이었다.
굳이 또 패배를 하여 사기를 떨어뜨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 레일라의 생각이었다.
“오라버니께서는 멸망의 때에 어떻게 대처를 하실 건가요?”
“……!”
분위기가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꽤 태연했다.
각국에서는 인정하지 않고 있었지만, 깨인 사람들은 이미 멸망의 때를 대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으며, 공식적으로는 세계멸망을 쉬쉬하고 있는 각국 정부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민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어느 정도 이상한 기류를 감지하고 각자 살 길을 찾고 있는 중이었다.
못 할 말을 한 것도 아니었다.
이렇게 전투도 없고 한가할 때에 미리 이야기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
“일단 섬을 하나 개발하고 있는 중이지. 요새로 말이야. 너는 어쩌고 있는데?”
“저도 섬 하나를 매입해서 개발하고 있어요. 하지만 과연 각국의 헌터들이 모이지 않으면 막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어요.”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각국의 헌터들은 뭉쳐야 한다.
멸망이 시작되고 국가 기반이 무너지면 각자도생에 들어간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한곳에 인류가 뭉치고 헌터들도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국익이 얽힌 일이라 실현 가능성은 없었지만.
“그때가 되면 각국이 말 그대로 각자도생을 하겠죠. 저도 최선을 다해 조국을 방어하겠지만 그래도 멸망을 하면…….”
“너무 무거운 이야기인데.”
“그때에는 한국으로 가도 될까요?”
“물론이지.”
레일라 정도의 고위 헌터가 한국으로 와준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다.
“아무래도 한국이 가장 오래 버틸 것 같은 느낌이에요. 그리고 최후에는 오라버니의 섬이 살아남겠죠.”
“그건 모르지.”
“오라버니는 이미 군단을 보유하고 있잖아요?”
사실, 나 역시도 내가 가장 오래 버틸 것이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을 뿐이지.
“다 함께 살아남으면 가장 좋은 것이지만 그게 안 된다면……. 언제라도 와라.”
“고마워요.”
점점 잘 시간이 되어간다.
지금부터는 자유시간.
단, 내일 6시에는 바로 기상을 하여 움직이기로 했다.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움직이려 했다.
“길드장님!”
뒤를 돌아보니 익숙한 얼굴의 여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강소라였다.
“여긴 촬영금지 아닙니까?”
“촬영 때문에 온 게 아니에요.”
“그렇다면?”
“한국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져서 알려드리기 위해 왔어요!”
“심상치 않은 일이요?”
이곳은 전파가 차단되어 있었다.
어떤 소식을 들으려면 1층에서부터 사람이 올라와야 한다.
그녀의 얼굴은 땀범벅이다.
내게 한국에서 일어난 일을 알리기 위해 밤새도록 탑을 오른 것이 틀림없었다.
어차피 내려가면 알 수 있는 일이겠지만 그녀가 여기까지 직접 왔다면 본인이 생각을 하기에도 심각한 일이라는 뜻이었다.
“북한산이 반파됐어요.”
“……!”
“지형이 뭉개지고 거대한 크레이터가 만들어지기 시작하였는데, 정확하게 멸망의 탑이 생기기 전의 전조증상과 일치해요. 다만…….”
“다만?”
“생각보다 큰 규모로 솟아오를 것이라고 예상되고 있어요!”
한국인들의 얼굴이 구겨진다.
요즘 시국이 시국인지라 어디에든 멸망의 탑이 솟아날 수 있었다.
그래도 한국만은 아니었으면 했는데 역시 안전한 곳은 없었다.
강소라에게 말을 전해야 하기는 하다.
그때, 레일라가 말했다.
“영국의 탑이 정리되면 바로 한국으로 날아가도록 하죠. 레베카 님도 가실 거죠?”
“어……. 그래야죠?”
동맹이 생기니 좋은 점도 있었다.
한국에서 일이 터졌을 때 발 벗고 나설 사람들이 있었으니까.
“고맙군.”
“뭘요? 우리는 동맹이잖아요?”
***
대한민국 청와대.
바로 어제, 서울 북한산이 반파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야말로 한국에서는 초유의 사태로 대혼란이 벌어졌다.
멀쩡한 산이 망가지거나 평지에서 크레이터가 파이는 현상은 멸망의 탑 생성 전조증상으로 여겨졌다.
실제로 이런 식의 전조증상이 나타난 국가들에는 하나같이 멸망의 탑이 솟아났다.
멸망의 탑이 솟아나면 어떻게 될까?
해당국의 헌터들이 처리할 수 있으면 하고, 그게 불가능하면 타국에 지원을 요청해야 한다.
멸망의 탑은 클리어에 제한시간이 존재하였으며 그 안에 클리어하지 못하면 터진다.
탑이 터지면 반드시 대량 학살이 벌어지기 마련이었으며 해당 장소가 일국의 수도라면 말할 것도 없었다.
서울에만 천만에 가까운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워낙에 대한민국은 영토가 좁고 인구밀도가 높은 국가.
그 파장이 아마 경기도까지 미칠 것이며 잘못하면 대한민국 인구의 반이 날아갈 수 있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할 수 있었다.
상황이 그 지경까지 가면 해당국은 멸망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하필이면 한국 지존 강한성이 없는 상태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기에 국민들은 매우 불안해하고 있었다.
그건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아직 연락이 없습니까?”
“가장 먼저 연락을 받은 강소라 기자가 탑을 올라갔습니다.”
“겨우 기자에게 일을 맡겨요?”
“영국과 연락하여 특수부대를 파견해 달라 요청했습니다.”
“그건 또 그것대로 문제인데.”
“면목 없습니다.”
정부를 통하는 경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마련.
처리 시간이라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초조한 시간이 흘러가던 그때.
“각하! 지존의 지시가 내려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