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17
제17화. 별의 전령
고급 리무진 안.
오세춘을 태운 차량이 부드럽게 도로를 가로지른다.
차량은 레몽 서울 지부를 향해 출발했다.
그는 깊은 상념에 잠겨 있었다.
소문만 무성한 소환사를 오늘 만났다.
그와 인연이 닿은 것은 완전한 우연이었다.
S대 교수의 소개로 이하나와 연결되었고, 그는 한눈에 그녀가 내미는 마석의 질이 남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경매로 팔아 치운다면 최소한 시가의 두 배는 받아낼 수 있었고, 그녀에게는 순이익 중에서 30%를 떼어 주었다.
그러나 오늘 만난 길드장은 추가로 15%를 더 요구했다.
시가에서 45%를 더 챙기겠다는 것이었으며 마석을 처리하는 비용도 들었기에 레몽에서 얻는 수익은 15%가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고민스러운 조건이었지만 강한성 길드장은 박리다매를 내세웠고 오세춘은 그걸 수용했다.
“지부장님. 오늘의 거래는 저희 레몽에겐 수익이 그리 크지 않을 걸로 예상돼요.”
오세춘의 비서인 임서희는 오늘 거래가 썩 만족스럽지 않은 표정이었다.
마석의 거래만 놓고 봐도 그리 큰 수익이 나는 건 아니었으니까.
“앞으로 마석의 양은 늘어날 것이고 그보다는 강화 아이템을 판매하여 큰 수익이 날 것이니 상관없지.”
“강화 아이템……. 이해했습니다.”
+3까지 강화된 아이템은 부르는 것이 값이다.
판매가 완료되면 적절한 수익을 분배하여 강한성과 나눌 것이다.
오세춘은 강화 아이템을 꾸준하게 얻을 수만 있다면 큰 이익이 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런 정직한 거래는 레몽의 방식이 아니다.
임서희는 그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본부에서 알게 된다면 차라리 강한성 씨를 납치하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이 나올 것 같은데요.”
“그건 아니 될 일이지. 이런 아이템을 쏟아내고 있다는 것은 배후에 큰 세력이 존재한다는 뜻이야.”
“과연 그럴까요?”
“크라운 길드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봐서는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길드와 연관이 되어 있거나 암흑세력과 연관이 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아. 정확하게 파악이 되지 않는 이상 괜한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다.”
임서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의 아이템을 분배할 수 있는 길드라면 감히 레몽에서 건들지 못할 만큼 강한 세력이 배후에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다면 이걸 어떻게 이용할 수는 없을까?
“어쩌면 소환사로 인하여 우리의 계획이 완성될지도 모르지.”
레몽을 집어 삼키겠다는 계획.
강한성의 배후를 이용할 수 있다면 충분히 가능할지 모른다고 그는 생각했다.
굳이 강한성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무난하게 보스의 자리까지 올라가는 오세춘이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미래를 알 수가 없었다.
테이블 위에 음식이 한 가득이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아직까지는 유일한 길드원인 이하나와 식사를 하기로 했다.
이곳은 호텔 뷔페로,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멸망한 이후의 지구에서는 겨우 통조림을 먹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때가 많았다.
과거로 돌아온 이상, 식도락은 즐길 수 있을 때 즐겨야 한다.
접시가 빠르게 비워져간다.
“와, 뱃속에 아귀가 들었나 보네요. 왜 그렇게 전투적으로 드세요?”
“인간의 3대 욕구 중 하나니까요. 즐길 수 있을 때 즐겨야지.”
한동안 내가 먹는 것을 지켜보던 이하나도 식사를 시작했다.
어느 정도 배를 채우자 그녀와 대화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여유가 생겼다.
그녀도 궁금한 것이 많을 것이다.
특히나 오늘 금괴를 60kg이나 매입한 것에서 말이다.
“금괴가 왜 필요하나 싶겠죠?”
“정확해요. 재테크를 목적으로 하신다면 차라리 주식이나 땅에 투자를 하시는 것이 낫지 않나요? 그리고 금에 투자를 한다고 해도 굳이 현물일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고.”
“이건 제 특수능력과 관계가 있어요.”
“특수능력이요?”
반드시 금이나 보석이 있어야 하는 정당성이 필요하다.
그녀가 길드의 사무장이 된 이상은 모든 자금의 흐름을 관리하게 될 것이다.
조금씩 빼돌리는 것도 한계가 있고 언젠가는 설명을 해주어야 하는데 차라리 대놓고 나를 지원하게 만드는 것이 낫다.
“저는 일반 각성자들이 사용하는 상점 이외에도 다른 상점을 이용할 수가 있거든요. 그곳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아이템들과 스킬, 그밖에도 성장에 가능한 물건들이 존재하죠. 신들이 이용하는 상점이라고 해야 하나. 캐쉬상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
“캐쉬상점에서 필요한 것이 금과 보석이죠.”
“그런……. 설마 특수능력인 건가요?”
“그렇다고 봐야죠.”
“그럼 강화를 비롯해서 순수 마나 결정체를 얻으신 경위가.”
“네. 그 시스템의 일종이라고 봐야죠.”
“와. 어찌 그런 일이.”
이하나는 꽤 놀랐고 그걸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그 사이에 나는 몇 번이나 음식을 더 가져와 먹었다.
그녀의 머릿속이 정리될 즈음.
“그 정도의 특수상점이라면 스킬이나 아이템도 있을 것이고, 그걸 길드원들에게 매각한다면.”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겠죠. 선순환이 가능할 겁니다.”
이하나는 지혜의 현자라고 불렸던 만큼 내가 계획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눈치 챘다.
막대한 자금을 필요로 하는 스킬이나 아이템까지 길드원들에게 풀 수는 없었지만 S급 스킬이나 레어 아이템 정도는 풀 수 있다.
이런 스킬이나 아이템들을 시중에서 판매하는 것보다 10~20%만 싸게 판매해도 길드원들의 사기를 고취시킬 수 있을 뿐만이 아니라 길드 자체가 강해지는 효과를 낳는다.
당연히 여기서도 상당한 이익을 얻을 수 있고 순환경제가 완성된다.
“그래서 그렇게 인성을 강조하셨던 거군요. 다 함께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이 있기에 인성이 중요한 거였어요. 거기에 더하여 ‘독기’를 강조하셨죠.”“헌터 사회 밑바닥에 있던 사람들은 기득권층에 상당한 불만을 가지고 있죠. 그들에게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면 어떻게 될까요?”
“미친 듯이 노력하겠네요.”
“바로 그겁니다.”
헌터 사회 하층민들로 이루어진 길드가 중견 길드까지 성장하는 것도 몇 달이면 충분할 것이다.
이하나의 눈동자가 빛나기 시작했다.
“S급 스킬이나 레어 아이템으로 무장을 하게 된다면 1년 안에 검제의 길드를 뛰어넘을 수도 있겠어요.”
“네. 그렇게 되겠죠?”
“그럼 그 과정에서 저도 헌터가 될 수 있나요?”
“가능하죠.”
그녀는 갑자기 내 손을 덥석 잡았다.
“열심히 할게요.”
“하하……. 그러셔야죠.”
“높은 등급의 스킬을 구매할 수 있다면 목숨까지 바칠 준비가 되어 있어요.”
“무슨 그런 말씀을. 목숨까지는 필요 없고 열심히만 해주세요.”
“네!”
“그리고 이건 비밀이어야 합니다. 길드원들이 들어온다고 해도 마찬가지죠. 하나 씨에게 알려드리는 이유는 사무장이 모든 자금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죠.”
“어떻게든 금을 구하도록 할게요. 어쩌면 길드장님 덕분에 금값이 오를 수도 있겠네요?”
“언젠가는 그렇게 되겠죠?”
금과 보석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금과 보석류의 가격이 급등할 것이다. 어쩌면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올 수도 있지만…….
내 알 바가 아니다.
어차피 3년 후면 각국의 정부는 무너질 테니까.
길드 창설 선포는 일주일 후로 정해졌다.
지하 단칸방으로 돌아왔다.
이하나는 내 체면도 있으니 가능하면 내일 길드본부로 이사를 하라고 권유했다.
딱히 여기서 가지고 갈 것은 없었다.
세간들은 모조리 이하나가 준비하겠다며, 가능하면 길드장의 권위에 걸맞은 생활을 유지했으면 하고 바랐다.
이하나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었기에 내일 이사를 예정하면서 그녀에게도 돈을 주었다.
무려 20억.
사무장의 체면이라는 것도 있으니 사무실 가까운 곳에 집이라도 한 채 구하라고 강제로 쥐어 주었다.
그 정도 돈은 하루만에도 충분히 벌 수 있으니까.
집에 도착해서 씻고 잠옷을 입으니 8시다.
시스템을 이용하거나 현질을 하기 전에 나는 별의 전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성좌 퀘스트를 완료하였고 탐욕의 근원은 오늘 별의 전령을 파견하기로 했다.
과연 별의 전령은 어떤 모습일까.
딩동.
집 앞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로 붐볐지만, 야밤에 벨을 누를 만큼 예의 없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문을 열자 금발벽안의 외국인 여자가 서 있었다.
그녀에게서 성스러운 기운이 흐른다.
마력, 신성력이 아닌 뭔가 근본적인 힘.
한눈에도 그녀가 별의 전령임을 알아보았다.
“들어오세요.”
인세에 보기 힘든 아름다움을 보이고 있는 여자.
당연히 인간은 아닐 것이다. 그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을 뿐.
그녀는 매우 공손하게 손을 모으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플레이어님? 저는 얀데스 님을 모시고 있는 에밀리아라고 해요.”
“얀데스?”
“비록 저희 신께서 욕심이 많으셔서 탐욕의 근원이라는 별명이 붙기는 하셨지만 소문만큼 나쁜 분은 아니랍니다. 오히려 중립 신으로 여러 분쟁을 중재해 주고 계시죠.”
“그렇군요.”인간은 알 수 없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신들의 세계에서도 분쟁이 발발하는데 얀데스는 그들의 분쟁을 해결해 주는 해결사라고.
다만 그 대가는 철저하게 받는다고 했다.
얀데스의 입장에서는 그저 일을 한 만큼의 대가를 받고 계산을 정확하게 한 것뿐인데 다른 신들은 칼 같은 얀데스의 모습을 보고 ‘탐욕의 근원’이라는 별명을 붙였다고 말했다.
어쨌거나 그건 별로 중요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에밀리아는 내가 ‘권속’이 되면 어떤 혜택이 있는지 알려 주었다.
“……권속이 되신다면 여러 가지 보너스가 있어요. 이 게임에서 승리자가 될 수 있도록 충분히 도움을 주실 수 있어요. 예를 들면 아이템의 드랍율을 조정해 주신다거나 스킬과 스탯 포인트도 남다르게 성장하실 수 있죠. 신께서 내려 주시는 특별 퀘스트를 통해 막대한 보상도 얻으실 수 있고 말이에요.”
“그렇게 해서 신께서 얻으시는 건 뭔가요?”
“게임의 승리겠죠? 막대한 카르마가 걸려 있는 이 게임에서 승리하시면 그만한 이익이 없어요. 그 카르마의 일부를 플레이어님께서 배분 받으신다면 바로 영격이 상승하여 데미갓에 오르실 수도 있죠.”
그녀의 말에 따르면 권속이 된 자와 아닌 자의 차이는 성장에서 몇 배의 차이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권속이 되고자 한다면 친밀도를 올려야 하며 이는 신의 선물이나 퀘스트를 해결하면서 달성할 수 있었다.
상당히 매력적인 조건들이 제시되었고, 그녀는 내게 보따리 하나를 내밀었다.
“이건 뭔가요?”
“선물이에요. 명색이 신의 전령인데 빈손으로 올 수는 없잖아요?”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에 만나는 날까지 강건하시기를 바랄게요.”
온갖 유혹을 던진 에밀리아가 돌아갔다.
그리고 내 앞에는 탐욕의 근원이 선물한 커다란 자루가 놓여 있었다.
[탐욕의 보따리 x1]하늘의 별 탐욕의 근원이 자신의 마력을 담아 선물한 보따리.
당신에게 가장 필요한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다.
내게 가장 필요한 아이템.
도대체 뭐가 들었나?
바로 개봉해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