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171
제171화. 그랜드 마스터
독일 베를린.
현 세계 랭킹 1위는 그랜드 마스터라고 불리는 라이젠이다.
그랜드 마스터라는 별명은 몇 년 전에 생겼다.
검의 마스터에 오른 것은 물론이고, 그중에서도 왕이라는 뜻으로 그랜드 마스터를 붙였다.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그녀는 명예와 권력을 추구하지는 않았다.
애초에 명예와 권력을 맹목적으로 추구하였다면 이 자리에 오르는 것은 불가능하였다.
그저 검이 좋았고 검에 재능이 있었으며 매일 취미생활처럼 즐기다 보니 이 자리에 오른 것뿐.
지금은 더 높은 경지에 오르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는 중이었다.
라이젠이 길드장으로 있는 길드 소드 엠페러.
처음 소드 엠페러로 이름을 붙였을 때에는 검의 황제가 되겠다는 그녀의 일념이 깃들어 있었다.
지금에 와서는 검의 황제는 충분히 되고도 남았으나 길드의 이름은 그녀가 무명이던 시절에 붙여졌다.
그랜드 마스터라는 별칭이 생겼지만, 그녀는 딱히 길드의 이름을 변경할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다.
다른 일들은 사무장들이 알아서 한다.
그녀는 그저 검의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길드장님.”
“…….”
사무장 하일러가 그녀를 불렀다.
라이젠은 조용히 눈을 떴다.
“영국에서 일이 좀 있었습니다.”
“제가 신경을 써야 하는 일인가요?”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무섭게 세계 랭커들을 치고 올라오고 있는 헌터가 곧 길드장님에게 도전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도전이요?”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지독한 수준의 수련을 매일 하고 있는 그녀였으나 사실 이건 고독한 싸움이었다.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는 해도 동기부여가 조금 부족했다.
이미 라이젠은 검의 극의에 올라 더 이상 대련을 받아 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한 방에 나가떨어지기 일쑤.
가뜩이나 고독한 감각을 느끼고 있었는데 자신에게 도전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났다고 하니 기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감정을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지만.
“기사 보시겠습니까?”
“그러죠.”
라이젠은 아날로그 감성을 좋아했다.
심지어 휴대폰도 인터넷 용도로는 사용하지 않았다.
아니, 인터넷 검색을 할 시간에 검이라도 한 번 휘두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여 세상 소식은 뉴스와 신문을 통해 들었다.
아침에 막 인쇄된 신문이었고 그 안에는 소환사에 대한 내용이 일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소환사, 라이젠에게 선전포고.] [과연 소환사가 세계 랭킹 1위 라이젠을 꺾을 수 있을 것인가?] [라이젠에게서의 반응은 아직 없는 상태.] [전문가들. 결코 소환사가 라이젠을 뛰어 넘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이게 사실인가요?”
“조금 과장된 면이 있기는 합니다만…….”
라이젠은 살짝 인상을 썼다.
이래서 그녀는 기자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왜곡 보도가 넘쳐나는 것이 현실이었으며, 실제로 소환사가 직접 선전포고를 언급하지는 않았을 거다.
그저 언론사에서 자극적인 기사를 낸 것일 가능성이 높다.
사무장은 단호하게 말했다.
“세계 지존에 오르겠다는 뉘앙스를 풍긴 것은 사실입니다. 이게 원본입니다.”
그녀는 소환사가 직접 한 이야기만 믿었다.
보도라는 것이 편향되기 마련이었고 그러다보면 왜곡된다.
굳이 왜곡된 기사를 읽을 필요가 있을까?
원본을 보니 왜 이렇게 편향되어 있는 기사들이 넘쳐흐르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소환사가 실수한 것이 아니라면 분명히 빠른 시일 안에 자신의 자리에 오르겠다고 선언한 격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대결을 시사하는 것이었다.
“좋네요.”
“저희 측에서도 공식입장을 발표해야 하는데……. 지존께서는 어찌 생각을 하시는지요?”
“지금 한국에 100층짜리 탑이 생겼다고 했죠?”
“네. 그 때문에 한국 내에서도 말이 많은 모양입니다. 지존께 부탁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말입니다.”
“클리어가 굉장히 어렵기는 하던데. 소환사가 가능하다면.”
“그때라면 도전의 자격이 있겠죠.”
“그럼 그렇게 발표하세요.”
“어떻게 말입니까?”
“100층을 단독으로 격파하면 도전을 받아 주겠다고. 저 역시 100층은 혼자 깼으니, 그 정도는 되어야 급이 맞지 않겠어요?”
***
M호텔 스위트룸.
늦은 시간이었지만 오늘 함께 싸웠던 헌터들을 모아 축배를 들기로 했다.
퍼엉!
요란한 소리를 내며 터지는 축포.
식사와 함께 샴페인을 마시며 오늘의 승리를 자축하였다.
이 자리에는 영국의 헌터국장도 다녀갔고 정치권의 몇몇 사람들도 감사의 인사를 하고 돌아갔다.
물론 이곳에 오래 있지는 않았다.
영국 지존 레일라가 눈치를 주기도 하였지만 피로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사람들은 돌아가며 내게 잔을 채워주었다.
“오늘 고생 많으셨습니다.”
“하나 씨도 고생 많았어요.”
“형님! 도움을 못 드려서 죄송합니다. 빠르게 강해지겠습니다!”
“오냐.”
축배를 들고 마시기를 한 시간.
슬슬 돌아갈 채비를 했다.
아무래도 보스 레이드를 하였으니 쉬어야 하는 것이다.
육체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도 정신적으로는 꽤 피로했으니까.
출발은 내일 오후 1시 비행기다.
호텔에서 11시에 나서게 되며 먼저 공항에 도착을 하게 되면 딜레이 할 필요 없이 바로 출발한다.
비행기는 영국 정부에서 마련해 주었다.
나름대로 그들도 우리들에게 꽤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이제 동맹이었으니까.
하나둘 길드원들이 돌아가고 있는 그 시각.
레베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소환사님. 한국의 탑은 100층인데 가능하시겠어요?”
“아마 혼자서도 클리어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정말이요?”
“아마도 그렇겠죠?”
가능은 할 거다.
사령왕을 상대했던 정도로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기는 하겠지만.
그 전에 가지고 있는 코인을 전부 사용하여 현질하면 어떻게든 더 강해지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클리어 할 수 있으리라고 봤다.
“만약 클리어를 하지 못한다면 어쩌나요?”
“그때에는 그랜드 마스터를 불러야겠죠. 하지만…… 아마 지금쯤 그쪽에서 반응이 나왔을 겁니다. 도전을 하겠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으니.”
“그냥 뉘앙스만 풍긴 건데 그걸 곧이곧대로 믿을까요?”
“글쎄요. 반응을 보면 알겠죠.”
자고 일어나면 어떻게든 결론이 나 있을 것이다.
지금은 독일도 밤이었으니 오전 중에 결론이 나지 않을까?
“지존!”
그때 호텔 스카이라운지로 강소라 기자가 방문하였다.
그녀는 탑에서 여기까지 올 때 이미 나를 인터뷰했었다.
아직 할 말이 남아 있었나?
“강 기자님. 할 말은 다 한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왔어요. 이것이야말로 기자의 사명 아니겠어요!?”
“소식이요?”
“라이젠 측에서 성명을 발표했는데…….”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된다.
대충 대결을 하겠다는 식으로 말을 하기는 했다. 그런데 벌써 결과가 나온 것이다.
대결이라는 뉘앙스가 그렇게 충격이었나?
“홀로 100층을 클리어 하면 도전할 자격을 주겠다고 해요.”
“혼자서요?”
“말도 안 돼요!”
레일라가 소리를 쳤다.
지금 수준에서 100층을 혼자서 클리어 한다니. 그녀로서는 그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강소라는 식은땀을 흘렸다.
“캐나다에 생겼던 멸망의 탑 100층 역시 라이젠 혼자서 클리어를 했다고 해요.”
“……!”
“증인도 있고 그 당시 기록도 있어요.”
“만약 제가 혼자 클리어 하지 않는다면?”
“도전의 자격이 되지 않는 거겠죠.”
“그렇게 되면 사람 우습게 보일 텐데.”
“오라버니. 그건 안 돼요. 혼자서 100층을 어떻게 클리어 하시려고요?”
레일라가 생각하기에는 상당히 무리라고 본 것이다.
분명히 그녀는 내게 패했다는 것을 인정하였다. 하지만 그랜드 마스터 라이젠과 싸우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한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검술. 거기에 검을 찔러 넣으면 부드럽게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았어요. 정신을 차리고 보니 패해 있더라고요.”
“검술이 통하지 않는다?”
“네. 오라버니의 실력은 알겠지만 조금은 더 경험을 쌓고 도전해야 하지 않을까요? 굳이 그리 급하게 갈 필요는 없지 않아요?”
“이번 기회를 놓치면 상당히 오래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겠는데.”
“그렇게 급하게 가려고 하면 체해요.”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차라리 패하는 것이 낫지, 이번에 도전을 하지 않는다면 추후에도 도전의 자격을 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건 내가 초래한 일이다.
여기 와서 발을 뺄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한국의 탑을 클리어 하고 나오는 보상, 그리고 현질을 타이트하게 하면.
“가능할지도.”
“정말 자신 있으세요?”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자신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다.
“그보다. 너, 정보는 좀 없냐?”
“정보요?”
“영국에 유물 던전이 존재한다거나.”
“그런 것이 있었다면 제가 클리어 했겠죠?”
“그냥 소문이라도 좋아.”
“음……. 일명 카더라 통신에서 나온 말이기는 한데요.”
“카더라 좋지. 뭔데?”
“런던 어딘가에 유물 던전이 있다고는 해요. 그런데 그 위치는 아무도 모른다고.”
“정말로 카더라네.”
“유물 던전이라면 모든 헌터들이 눈에 불을 켤 텐데 진짜 좌표가 공개되겠어요? 그렇게 되면 목숨 걸고서라도 클리어를 하려 할 텐데.”
그녀의 말이 맞다.
그런 던전이라면 목숨을 거는 것이 맞다.
일종에 장보도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어쨌든, 너무 걱정은 하지 말라고. 대결에서 패한다고 내게 실이 될 것이 있나.”
“그보다는 100층에 혼자 도전을 하려고 하는 것이 문제죠.”
“정 안 되면 부를 테니까 너무 걱정은 말고.”
“아무래도 걱정이 되는데…….”
강소라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붉은 기사님. 혹시 우리 소환사님 좋아하세요?”
“네.”
“정말요!?”
“우리는 가족과 같은 사이인데 싫어할 리가 없잖아요?”
“그런 거죠?”
괜히 대립각을 세우는 강소라였다.
나는 그 사이에 끼어들었다.
“자자, 오늘은 그만 쉽시다. 다들 피곤할 텐데. 강 기자님도 제게 소식을 전하느라 꽤 피곤하실 텐데 가서 쉬세요.”
“그럼 내일 뵐게요!”
우리들은 이만 자리를 파하기로 했다.
자정 무렵.
파티까지 끝내고 오니 시간이 꽤 늦었다.
어차피 잠은 비행기에서 자도 충분하였으므로 오늘은 쇼핑을 제대로 해보기로 하였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바로 탑 공략에 나설 것이다.
지금의 우리 실력이라면 90층까지는 순식간에 올라갈 수 있을 것이고 그 때부터는 천천히 진군하여 100층에 도달할 것이었다.
마지막 보스는 나 혼자 해결해야 한다.
그렇다면.
“뭐 좋은 아이템이나 스킬이 없나?”
강해져야 한다.
단시간에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은 현질을 하는 것.
나는 코인 잔고를 확인했다.
[남은 잔고 : 130만 2310 코인]기존의 2310코인과 레몽길드 영국지부에서 받은 보석으로 환전한 130만 코인.
이만하면 충분하다.
신화 아이템이나 스킬 하나만 얻을 수 있다면.
한참 동안 아이쇼핑을 하던 나는 믿을 수 없는 정보에 눈을 비볐다.
“이거…… 실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