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172
제172화. 망자의 지옥(1)
고대 보물지도
신화 급 이상의 던전의 좌표가 표시된 지도.
신화 급 던전 발견확률: 90%
유물 급 던전 발견확률: 9.9%
초월 급 던전 발견확률: 0.1%
나는 다시 한 번 눈을 감았다가 떴다.
잘못 본 것이 아니었다.
분명히 유물 급 던전과 초월 급 던전이라는 단어가 있었다.
초월 급 던전은 발견확률이 0.1%에 불과하여 그냥 넘긴다고 쳐도.
유물 급 던전 확률이 10%에 육박한다니?
다른 사람 같았으면 이걸 그냥 신화 급 던전 보물지도로 볼 수도 있었을 거다.
구매를 하는 자체가 도박이었으나 10%도 안 되는 확률에 기댈 수는 없었을 테니까.
하지만 나에게는?
베타테스터 보정에 운이 상승하는 부적과 여신의 축복까지 함께하고 있었다.
여신이 개입하기만 한다면.
‘초월 급은 무리더라도 유물 급은 충분히 가능할지도 모른다. 게다가 지금 남아 있는 유물 던전은 런던의 것이 유일할 것이고.’
과연 더 이상의 유물 던전이 존재할까?
그건 아니라고 보았다.
회귀자들이 한둘도 아니었고 그들은 먼저 유물 던전부터 공략하려 들었을 것이다.
특히나 그랜드 마스터 라이젠.
그녀라면 몇 개의 유물 던전을 확보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녀를 직접 만나본 적은 없었지만, 전생보다 빠르게 강해지고 있는 것을 보면 회귀자가 아닐까 싶었다.
마지막 유물 던전은 좌표를 몰라 찾지 못하고 있을 것이 뻔했다.
그나저나 100만 코인이라니.
“미친 수준이긴 한데.”
신화 급 아이템도 좋은 옵션을 지닌 것은 100만 코인 정도 한다지만, 이건 그래도 도박성까지 개입되어 있었다.
여신이 손을 써도 운이 없으면 신화 급 던전이 발견될 것이다.
물론 신화 급 던전이 우습다는 뜻은 아니었다.
사냥을 하다 보면 중간에 떨어지는 아이템이나 스킬도 있을 테니까.
경험 상, 이런 1인 던전이야말로 파밍에 최적화가 되어 있는 장소였다.
“인생 뭐 있나.”
[고대 보물지도를 구입하였습니다.] [남은 잔고: 30만 코인]최근 들어 돈을 갈퀴로 쓸어 담고 있는 수준이었지만 금괴와 보석들을 쓸어 담는데 한계가 있었다.
아무래도 한국으로 돌아가면 국내에 존재하는 금을 모조리 쓸어 담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대통령과의 면담을 추진하여 전 세계의 금이나 보석을 공식적으로 쓸어오는 절차도 밟아야 한다.
사회 기능이 남아 있는 몇 개월 안에 최대한의 준비를 마치는 것이 목표다.
숨을 들이마시고 바로 감정에 들어간다.
유물지도
해당 구역을 통하여 유물 던전으로 입장할 수 있다.
던전 레벨: 102
“하!”
갑자기 몸에 한기가 어린다.
던전 레벨이 100이 넘는다니?
과연 지금 수준에서 솔플로 던전을 클리어 할 수 있나?
물론 수많은 아이템으로 무장을 하고 있었고 스탯도 대단한 수준이기는 했다.
소환수들도 강해졌고.
하지만 레벨 102 던전이라니?
그랜드 마스터 라이젠도 100층 탑을 공략하는데 목숨을 잃을 뻔했다고 한다. 간신히 클리어를 하였다고.
그녀가 한 달 전에 클리어를 했던 탑보다 레벨이 높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두고 한국으로 갈 수는 없다.
또 언제 영국으로 돌아온다는 말인가?
무턱대고 놀러간다는 이유로 영국으로 갈 수도 없는 처지다.
일국의 지존이라는 자리가 그랬으니까.
게다가 나는 아시아의 지존이기도 했다.
욕심이라는 것이 꿈틀거린다.
“클리어가 가능한가?”
나는 곰곰이 따져 보았다.
괜히 들어갔다가 살해당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도 되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어떻게든 내 한 몸은 뺄 수 있지 않나?”한 번 들어가 보고 할 만하면 전진하는 것이고, 도저히 클리어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면 퇴각하면 된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소환수들이 죽어 나가겠지만 거기까지는 내가 신경을 쓸 바가 아니었다.
“못 먹어도 고다.”
유물 던전의 레벨이 높을 것이라고는 충분히 생각하고 있었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지만.
지금이 아니라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지도 몰랐다.
나는 조용히 이하나를 호출했다.
“길드장님, 이런 야심한 밤에 어쩐 일이세요?”
“잠시 어디를 좀 다녀왔으면 합니다.”
“어디를 갔다 오신다고요?”
“네.”
“아니, 내일 11시까지는 오셔야 할 텐데. 지금 자정이잖아요?”
이하나는 걱정이 앞서는 모양이었다.
그녀에게는 이유를 밝혀야 할까?
아니다.
그래도 유물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사람들이 최대한 모르는 편이 좋았다.
“급한 일이라서요. 개인적인 일이기도 하고.”
“길드장님께서 그렇게까지 말씀을 하신다면야. 제가 무엇을 하면 되나요?”
“혹시 제가 늦게 되면 잘 설명을 해주세요. 개인적인 사유로 좀 늦는다고.”
“불안감이 상당할 거예요.”
“어떻게든 그 전까지는 올 예정이지만 몇 시간 늦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건 어떻게든 해 볼게요.”
“감사합니다.”
“우리 사이에 뭘 그래요? 나중에 밥 한 끼 하시면 되죠.”
“한국으로 돌아가면 반드시!”
“약속이에요!”
이만하면 만약의 사태에도 대비했다고 볼 수 있었다.
행여나 내가 늦게 된다면 그녀가 알아서 설명을 해줄 테니까.
혹시나 모르는 사태에 대비하여 식량과 식수는 넉넉하게 준비를 하도록 한다.
재수가 없으면 고립되어 상당히 오랜 시간을 허비해야 할지도 몰랐으니까.
모자를 눌러쓰고 밖으로 나온다.
장비는 모두 착용했지만 허름한 코트를 입어 가렸고 모자를 깊게 눌러썼다.
여기에 더하여 큰 배낭까지.
동료들인 바바와 이루나가 문제이기는 했지만, 그들 역시 어떻게든 허름한 차림으로 함께했다.
“그나저나 런던 브릿지라니.”
대표적인 관광명소가 아닌가.
그나마 타워 브릿지가 아닌 것이 다행이기는 했다.
관광지라고는 해도 자정이 넘어간 지금 사람들이 많이 오가지는 않을 테니까.
“이루나. 가능하겠지?”
“네. 입수를 할 때까지만 일루전 마법을 사용하면 되는 거죠?”
“그렇지.”
가능하면 내가 런던의 던전에 들어간다는 것이 밝혀지지 않는 것이 좋았다.
던전에 들어간 것이 알려지면 섭섭해 할 사람들이 많았다. 아무리 1인 던전이라고는 해도 말이다.
기밀유지가 가장 중요하다.
“쯧. 무슨 유물 던전들이 죄다 지하에 있는 건지.”
최근에는 카타콤에 다녀왔다.
그나마 카타콤보다는 런던 브릿지 아래 존재하는 것이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택시를 잡아 탄 후에 런던 브릿지에 도착했다.
여전히 이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돌아다녔다.
영국 치안이 그렇게 좋았던가?
어쩌면 관광지라 사람들이 아직 돌아다니는 것일 수도 있고.
나는 몇 달 후면 사라질 광경을 잠시 눈에 담는다.
많은 사람들이 평화롭게 오가고 있었다. 세계의 멸망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듯한 눈치.
연인, 가족, 친구들이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자정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은 치안이 제법 잘 확립되어 있다는 뜻이었다.
몇 달 후에는?
당연히 불가능해진다.
밤에는 몬스터의 힘이 강해졌으니까.
우리는 템즈강 한쪽에 자리 잡았다.
다리를 건너다가 뛰어내리면 경찰이 출동하고 난리가 날 것이다.
이루나는 CCTV들을 확인하고 사각지대에 마법을 펼쳤다.
스스슷.
우리는 어둠과 마법에 동화되었다.
동시에 동료들에게 해신의 축복이라는 아이템을 나누어 주었다.
해신의 축복
수중에서 호흡을 할 수 있다.
지속시간: 30분
당연히 값은 좀 나간다.
그밖에 장비가 젖지 않도록 방수 마법은 엘라임이 걸었고 우리는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그 이후에는 엘라임이 간단하게 던전 앞까지 데려다 주었다.
그녀는 물의 최상급 정령.
물속에서는 최고의 효율을 발휘한다.
다리 아래, 깊숙한 곳.
바위를 하나 들추자 이계와 연결되어 있는 통로가 보였다.
이곳이 바로 유물 던전이다.
던전에 발을 들이려고 하자 들리는 살벌한 경고들.
[망자의 지옥에 입장합니다.] [추천 레벨: 102] [공략 실패 시 사망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입장하시겠습니까?] [Y/N] [경고!] [캐릭터의 레벨이 낮습니다!] [경고!] [다시 한 번 고려를 권장합니다.] [1인 던전입니다……]확실히 추천 레벨이 102라는 점에서는 다소 머뭇거리게 만들었다.
지금 세계 랭킹 1위인 라이젠이 이곳에 온다고 해도 과연 클리어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한 번 클리어 하면 사라지는 던전이었으며, 저 안에서는 어떤 아이템이 떨어질지 알 수 없었다.
만약 내게 시간이 좀 더 있었다면 무리를 하지 않았을 테지만.
‘여기까지 와서는 어쩔 수가 없는 노릇이지.’
[망자의 지옥에 입장하였습니다.] [경험치 보너스 +50%] [드롭 보너스 +50%]잠시 후 드러나는 어마어마한 광경.
망자의 지옥 던전은 마치 미래의 지구를 보는 것 같은 배경이었다.
반쯤 무너진 런던 브릿지, 반파된 타워 브릿지. 녹이 슬어 방치된 차들과 세월에 풍화된 건물들.
휘이이잉
안전구역 너머에는 무너진 도시들을 배경으로 삭막한 모래바람이 불고 있었다.
그 속에 섞여 있는 붉은 기운들은 이곳이 현대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던전이라는 것을 짐작케 하였다.
그것도 미래에 실제로 있었던 배경을 그대로 따서 붙여놓았다.
-킥킥킥킥!
허공에는 유령들이 날아다닌다.
영화에서 보던 귀여운(?) 유령들이 아니라 지옥에서 기어 올라온 끔찍한 망자들이다.
이곳이야말로 지옥.
그것도 현실을 배경으로 한 망자들의 지옥이었다.
결국에는 날아다니면서 전투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상에 존재하는 망자들도 있었으나 공중에서 공격을 하는 망자들은 굉장히 죽이기 힘들어 보인다.
“후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수도 있다고는 생각했다.
던전의 종류는 수도 없이 많았다.
용암이 깔려 있는 극양지, 사기와 음기로 가득한 사지, 북극처럼 살벌한 극음지, 수중 던전까지.
그중에는 분명 공중을 배경으로 하는 던전도 있었다.
지금처럼 말이다.
이런 때를 위하여 봐두었던 아이템들을 구매하였다.
[천사의 날개를 20만 코인에 구매하였습니다.] [천계 비행술 스킬을 10만 코인에 구매하였습니다.] [잔고: 2310 코인]실로 살벌한 수준.
최근 이렇게까지 코인이 바닥을 보였던 적이 있었던가?
이래서야 무슨 급박한 일이 발생하면 코인이 없어 상점을 이용하기 불가능한 일에 직면할지 모른다.
천사의 날개.
말 그대로 천계의 천사들이 사용하는 날개를 원할 때 소환할 수 있는 아이템이었으며, 천계 비행술은 천사들이 사용하는 비행술을 말한다.
플라이 마법보다는 효율적이지만 가격이 너무 극악했다.
그 때문에 지금까지 구매하지 않고 있었는데, 이런 던전에 입장을 하였고 그게 유물 던전이라면 투자를 할 수밖에 없었다.
텅 빈 잔고에 허전하기는 했지만.
“어디 한 번 본전 뽑아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