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175
제175화. 망자왕
온몸이 부서지는 것 같은 충격이 전해진다.
나름대로 나는 세계 랭킹 4위의 랭크된 헌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진다는 것은.
콰과과과!
냉기폭풍이 소환수들에게 작렬한다.
그대로 휩쓸려 죽지는 않았지만, 움직임이 느려졌고 망자왕은 엄청난 속도로 쇄도하며 한 번에 열 명 이상 역소환을 시켰다.
쩌저저정!
“죄, 죄송…….”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했습니다! 끄아아악!”
소멸은 아니겠지만 상당히 충격적인 광경이다.
그나마 레벨이 높은 테이밍 된 망자들이 버텨내고 있었다.
문제는 그런 망자들조차 점차 움직임이 느려지며 타격을 입고 저 멀리 처박힌다는 것이었다.
퍼어억!
-허억! 역시 망자왕…….
벌떡 일어나 망자왕을 막았으나 5분을 채 버티지 못하고 튕겨져 나갔다.
그대로 몸이 박살날 처지였으나 소환수들이 몸을 날려 간신히 막아냈다.
나 역시 엄청난 방어력과 스탯이 아니었으면 5분이 아니라 1초도 버티지 못하였을 것이다.
점점 느려지는 움직임.
기온은 더욱 떨어져 영하 150도는 되지 않을까 싶었다.
‘방법을 찾아야 한다.’
거의 모든 소환수들이 나가떨어졌을 때, 나는 바로 소환을 시도하였다.
지금부터는 소환을 했다가 캔슬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안전구역에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다시 안전구역에 들어가려면 한 시간은 있어야 한다. 포기를 하려면 안전구역에서 해야 했으므로 사망해서 죽지 않고서야 나갈 수 있는 방법도 없었다.
그래도 여신이 직접 개입하여 쓸 만한 소환수들이 뽑힌다.
[행운의 여신이 미소를 짓습니다.] [천계 화염술사 x200이 소환됐습니다.] [2급 천사 x50이 소환됐습니다.] [치유 천사 x50이 소환됐습니다.]화르르륵!
화염이 폭발한다.
사방이 화염으로 일렁거렸는데, 당연히 그 화염은 내게도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나는 화염 계열에 상당한 면역이 있었다.
얼어 죽는 것보다 타 죽는 것이 낫다고 여길 정도.
막대한 화염이 쏟아지고 사방을 뒤덮자 놈의 움직임도 아까보다는 느려졌다.
조금씩 들어가는 대미지.
나도 바짝 붙어 다른 소환수들에게 신경을 쓸 수 없도록 압박한다.
신성력을 머금은 화염계 마법은 망자왕 에쉬드와 상생이 좋지 않다.
전생에서도 그랬다.
놈이 등장을 할 때마다 수많은 헌터들이 죽어나가기는 했지만, 그래도 버틸 수가 있었던 것은 화염술사들 때문이었다.
지금 내가 뽑은 소환수들은 단순한 화염술사가 아니라 천계 화염술사다.
쾅!
“새끼야! 본격적으로 해보자!”
쾅! 콰과과광!
각종 장비의 내구도가 하락하고 엄청난 충격이 체내에 전해진다.
나는 HP를 20% 정도 유지하고 있었다.
포션은 쿨타임이 돌아오는 대로 마셨고 성수도 마찬가지.
엘라임과 치유천사들이 끊임없이 힐링을 넣었고 나 역시도 틈이 날 때마다 힐링을 시도하였다.
만약 HP가 간당간당하게 내려간다면 어쩔 수 없이 천사의 축복을 사용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최후의 수단.
보스의 HP가 5% 이하로 내려가는 순간, 광폭화에 들어갈 것이었기에 아껴야만 했다.
그야말로 나는 죽을 맛이다.
무려 107레벨에 도전을 하는 자체가 엄청난 도전.
망자왕은 한 달 전, 그랜드 마스터 라이젠이 도전을 했던 100층 탑의 보스보다 레벨이 두 개는 높았다.
즉, 여길 클리어 한다면 나는 증명해 내는 것이다.
라이젠을 충분히 쓰러뜨릴 수 있다고 말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때가 왔다.
[망자왕이 광폭화에 접어듭니다.]놈의 HP가 5% 이하로 줄어들었다.
지금까지 나는 악으로, 깡으로 버텼고 온갖 수단을 다 사용했다.
소환수들을 던져 넣으면서까지 버틴 것이다.
내가 지금까지 비장의 수로 아껴 두었던 스킬.
[고대 영웅이 강림합니다.] [천계 부사령관 알차스가 당신의 몸에 깃듭니다.]“……!”숨이 멎을 듯이 놀랐다.
천계 부사령관?
물론 능력치가 상당히 너프되어 강림을 하였겠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을까.
-아그람에게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천계의 모든 천사들이 당신을 응원하고 있으니, 부디 이번 위기를 잘 넘기시기를 기원합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알차스는 화염계 마법을 사용한다.
신성한 화염으로 적들 쓸어내는 천계의 선봉장.
쾅!
화르르륵!
막대한 신성 화염이 망자왕의 몸을 뒤덮는다.
그러나 그걸 무시하고 망자왕의 스태프가 내 몸을 때렸다.
-여신의 개는 돌아가라!
화염폭풍과 냉기폭풍이 뒤섞였다.
천지가 뒤집히는 듯한 광경.
어차피 내 몸이 아니었기에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한다.
꽈직!
최초로 망자왕의 몸에 금이 갔다.
이에 망자왕도 응수하려 하였으나 2차 각성 당시에 배운 ‘희생’을 사용한다.
최대한 강림상태를 유지해야 했으므로 상당한 부분의 타격은 소환수를 던져 넣어 해결한다.
콰아아앙!
-커어억! 부디 망자왕에게 복수를!
슬슬 놈의 심장 부근이 깨지기 시작했다.
남아 있는 망자왕의 HP는 고작 3%.
내게 강림 스킬이 없었다면 도전을 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였을 것이다.
대검으로 놈의 깨진 가슴을 친다.
쩌저저적!
놈의 HP가 2% 남짓 되었을 때.
쿠구구구구!
대지가 요동치며 막대한 파동이 일어났다.
“모두 내 뒤로!”
남아 있던 소환수들과 신성한 망자들이 내 뒤로 늘어섰다.
쿠아아아앙!
엄청난 냉기폭발.
지반이 무너지며 그 파편들이 조각조각 날아와 몸에 틀어박혔다.
강림을 하여 몸의 면적도 커졌기에 조금씩 천계 부사령관의 몸도 무너지고 있었다.
꽈직!
강림이 풀리기 전에, 놈의 몸에 마지막 일검을 찔러 넣었다.
콰아아앙!
-끄아아아악!
몸부림치는 망자왕.
이대로 클리어인가 싶었다.
남아 있는 놈의 HP는 고작해야 1%다.
이만하면 끝장이 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망자왕은 질겼다.
과연 전생에서도 악명이 자자했던 망자의 왕다웠다.
쿠구구구구!
망자왕의 마지막 스킬.
그렇다고 접근조차 할 수 없었다. 강렬한 냉기폭풍이 놈을 감싸고 있었으니까.
알차스가 미안하다는 듯이 한마디를 남기고 사라졌다.
-조금 더 버텨주었어야 하거늘…….
냉기폭풍 속의 망자왕은 온몸의 뼈가 부서지고 끔찍한 몰골이었다.
그러나 마지막 한 방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여기서 버티지 못하면 내가 죽는다.
버텨내면?
기적에 가까운 전투로 승리하게 되는 것이다.
-성불하자!
-망혼벽을 만들라!
어떻게 마지막 공격을 막아야 하나 고심하고 있을 때였다.
신성한 망자들이 몰려들어 망혼벽을 만들었다.
그들은 회전하며 한 겹의 방어막을 둘렀고, 남아 있던 소환수들이 모조리 몰려와 거대한 기류를 만들었다.
망자왕의 한마디.
-진정한 죽음을 맞으리라!
“지랄 말아라!”
콰과과과!
나 역시 달려 나간다.
모든 소환수들이 방어막을 만들어 주었으니 마지막 한걸음을 내디뎌야 하는 것이다.
폭발과 함께 검을 찔러 넣었고 바로 모든 소환수들이 부서져나간다.
망혼벽을 만들었던 망자들도 흩어진다.
-부디 승리하시기를…….
-감사했습니다.
스아아아.
강렬한 냉기폭풍이 작렬하는 것이 느껴진다.
빠르게 떨어지는 HP.
“천사의 축복!”
거의 죽기 직전, 천사의 축복을 사용했다.
콰과과과광!
나의 검이 놈의 심장에 닿았다.
그와 동시에 대폭발이 일어나며 냉기폭풍에 휘말렸다.
***
도대체 얼마나 시간이 지난 걸까.
몸에는 힘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으며 마치 바닥에 몸이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온몸이 조각나버린 것 같은 느낌.
설마 죽은 걸까?
전혀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님.”
“…….”
“주인님!”
“허억! 허억!”
간신히 눈을 떴다.
눈을 떴을 때 보이는 것은 동료들의 얼굴이다.
엘라임도 보였고 천사 펫도 보인다.
그들의 HP도 거의 바닥이 나 있었는데, 엘라임이 광역 힐로 천천히 회복을 시키고 있는 중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대폭발의 순간.
이루나와 바바는 죽기 직전에 안전구역으로 대피를 하여 살았다고 한다. 다만 HP는 거의 바닥이 났다고.
천사 펫과 엘라임도 마찬가지였다.
그게 아니었다면 폭발에 휘말려 장시간 소환해제가 되었다가 내가 소환을 해야 돌아왔을 것이다.
그렇게 되었다면 나는 어찌 됐을까.
“폭발 직후 상태이상에 걸리셔서 돌아가실 뻔했어요.”
“정말?”
“HP가 3%인 상태에서 온몸에 동상이 심했거든요.”
“와.”
정말 죽을 뻔했다.
지금도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는데, 다함께 역소환이 되었다면 꾸준하게 힐을 넣어줄 수가 없어 나는 사망했을 것이 틀림없었다.
또한 마지막에 천사의 축복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죽을 뻔했다.
조금씩 몸이 회복되자 앉을 수 있을 정도는 됐다.
“시간은?”
“오전 10시 30분이에요.”
“그런가.”
다행스러운 일이다.
혹시나 모르는 사태에 이하나에게 이야기를 해두기는 하였지만, 정말로 내가 실종되면 큰 문제가 발생했을 수도 있었다.
몇 시간 정도 늦는다고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니었으니 이하나가 잘 대처할 것이다.
여러 가지로 운이 좋았다.
주변을 둘러본다.
완전히 폐허가 되어 있었고 내부는 천천히 붕괴되고 있었다.
물론 내가 나가기 전에는 완전히 붕괴가 안 되겠지만 그것도 시간제한이 있기는 했다.
남은 시간은 30분.
30분 이후에는 내 상태가 어떻게 되던 붕괴가 된다는 뜻이었으며 아공간에 빠져 영원히 갇힐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실제로 그런 식으로 클리어를 하고 나서도 실종이 되는 사태가 종종 있었다.
‘섬뜩한데.’
내가 그렇게 될 수도 있었다고 생각을 하니 싸한 느낌이 들었다.
힘을 어느 정도 회복하고 일어난다.
“그보다. 떨어진 아이템은 없나?”
“스킬 북 하나가 떨어졌어요!”
“스킬 북?”
천사 펫이 스킬 북을 내밀었다.
아직 보상을 선택할 수 있었기에 이건 일종의 보너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실망을 금치 못했다.
궁신 아르미스의 궁술서.
“이거 궁술 관련 스킬 북이잖아.”
“신화 급이죠.”
“하!”
절로 머리를 짚었다.
신화 급 스킬이 뜨기는 했는데, 지금까지 그렇게 기피를 하였던 궁술이다?
물론 궁술을 기피하였던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활질에 관련되어 있는 아이템이 하나도 없다는 뜻이었는데.
이루나가 말했다.
“신화 급인데, 지금부터라도 배우면 되지 않을까요? 지금 주인님의 민첩은 4,000 대에요. 여기에 각종 버프까지 들어가면 8,000을 넘기죠. 좋은 활 하나만 더해지면 어떻게 될까요?”
“음.”
“만능이 되는 것 아니겠어요? 솔직히 지금까지 그 좋은 민첩을 몸을 움직이는 데만 사용을 하였는데, 궁술은 민첩과 관련이 깊거든요. 높은 민첩을 활용하실 수 없었다는 뜻이니 이번에 배우시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봐요. 거기에 장비들도 활을 제외하면 상관없기도 하고요.”
“하늘의 계시인가.”
어쩔 수 없이 활질도 해야 할 것 같았다.
무려 활질을 하라고 신화 스킬 북이 떨어지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이번 유물은.
“아무거나 상관없다.”
이제는 정말 상관없었다.
오히려 신화 궁술을 얻었기에 활이라도 하나 떨어지라고 바랄 정도.
나는 우주의 기운을 담아 상자 선택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