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178
제178화. 도전(1)
공항에서 여러 가지 질문을 받고 외무장관과 상담까지 했다.
외무장관의 걱정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는 매우 간절한 표정이었다.
“지존. 이번에 반드시 탑을 클리어 해야 합니다. 만약 그리하지 못한다면 한국은 멸망기로를 걷게 될 겁니다.”
아직까지는 탑이 터져서 한 국가가 멸망한 사례는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막지 못한다면 한국이 최초의 사례가 될 수도 있다고 굉장히 신경을 썼다.
내 입장에서는 탑을 클리어 하지 못한다는 것이 전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보았지만.
일국을 이끌어 나가는 장관에게는 이것이 무엇보다 큰 문제였다.
내가 실패할 가능성이 1%라도 존재를 한다면 그것은 곧 대재앙이 될 수도 있다고 말이다.
“불안해하시는 것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문제없습니다. 그래서 여러 헌터들을 데려 온 것이고요.”
“100층은 혼자 클리어 하시겠다고 들었습니다.”
“그게 라이젠의 조건이었으니까요.”
“좀 무리가 아닐까요? 전문가들은 혼자서 클리어 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하던데요.”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걱정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문제없어요.”
“만약 무리가 되신다고 생각이 드시면 바로 다른 헌터들이 투입되었으면 합니다.”
“그러죠.”
“그렇다면 안심입니다.”
그는 흐르는 땀을 훔쳤다.
지금 한국에 닥친 상황들을 살펴보면 긴장을 하는 것도 전혀 무리는 아니다.
외무장관은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굽혔다.
“지존이 한국의 희망입니다.”
“…….”
장관도 멸망의 때를 짐작하고 있는 걸까.
이쯤 되니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최근 국회에서는 대규모 추경안을 통과시켰다.
2차 추경을 위하여 국회에서는 내게 연설을 요청하였고, 그것도 수락을 한 상태.
아마도 이번 예산이 집행되고 난 직후가 아닐까 싶다.
현재 정부에서는 2차 추경을 앞두고 대규모 채권 발행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밖에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중이다.
나름대로 대통령도 노력을 하고 있는 모양.
이번에 여러 국가에 순방을 간 것도 원자재를 어떻게든 싸게 수입하기 위하여 협상을 위해 갔다고 한다.
‘전생과는 좀 다른 모습인데.’
이러니 내가 의심을 할 수밖에.
나는 일어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질문을 했다.
“대통령께서는 멸망론자이신가요?”
“그건…….”
“괜찮습니다. 저도 멸망론자거든요.”
“예! 멸망까지는 아니더라도 준비를 하지 않으면 국가가 망할 것이라고 이야기 하셨습니다.”
“장관께서는 어찌 생각을 하시는지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만하면 되었다.
대한민국의 멸망은 전생보다는 좀 늦어질 것 같다.
멸망의 탑 등반을 하루 앞두고 있는 저녁.
나는 곧바로 임서희를 호출했다.
식사를 함께하며 임서희에게 부탁했다.
“급전이 필요합니다.”
“급전이요?”
임서희의 얼굴이 굳어진다.
이제 레몽 길드는 명실상부 우리 하위 길드다.
정확하게 말하면 인수합병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길드 합병을 추진한 이후, 프랑스에는 상당한 수준의 자치권을 주었지만, 한국에서는 내가 큰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그에 따라 임서희가 하는 일도 꽤 늘어났다.
그렇지 않아서 창백하던 임서희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졌다.
“기, 길드에 자금이 풍부하던데요. 왜 급전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시는 건지…….”
“레몽에서 꿍쳐둔 금괴와 보석들이 있을 겁니다.”
“그건 아직 집행이 되지 않았어요.”
“지금 집행하죠.”
“하……. 어느 정도 절차는 거쳐야.”
“레몽 한국 지부에 있잖아요? 그렇죠?”
“…….”
임서희의 눈동자가 떨렸다.
물론 보석과 금괴가 존재하기는 하겠지만, 나름대로 처리 과정이라는 것을 거친다.
그걸 하려면 임서희의 업무량이 증가하는 것이다.
“최소한 내역이라도 작성하고 수량을 확인해야…….”
“인력을 총동원하여 부탁드립니다.”
“얼마나 말씀인가요?”
“전부요.”
“지금 금값이 오르고 있어요. 아시나요?”
나는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당연히 올랐을 것이다.
한 번 현질을 했다 하면 수 조원은 기본에 미친 듯이 금과 보석을 빨아들이고 있었으니까.
내가 하도 금과 보석을 끌어 쓰고 있는 터라 여러 국가에서 경고가 들어오고 있는 중이었다.
물론 아시아 지존에 오른 이후, 최소한 아시아에서는 나를 직접 압박하지 못하였지만 전통적인 강대국들이 문제였다.
지금까지는 눈치를 보느라 마음껏 전 세계에 깔려 있는 금괴와 보석들을 가져오지 못했지만.
이제는 다를 것이다.
“저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아시죠?”
“그럼요. 잘 알죠.”
“그렇다면 멸망의 탑을 클리어 하고 세계 지존의 자리에 오른다는 것도 아시겠네요?”
“흠흠. 당연히 그렇게 예측을 하고 있어요.”
“그러니 부탁드립니다. 타국은 신경 쓰지 마세요. 막나가도 됩니다. 이제는 아무도 우리를 무시하지 못하게 될 테니까요.”
“후우. 지존께서 모두 책임을 지시는 거죠?”
“서류 주세요.”
임서희는 즉석으로 서류를 꾸몄다.
일단 12조원 상당의 금괴를 가져오기로 했다.
요즘에는 장물도 거의 존재하지 않았지만 만약 장물이라면 출처를 불문하고 현 시세에 맞게 매입하기로 했다.
이는 꽤나 파격적인 일이었다.
“진심이세요?”
“진심이죠.”
“곧 난리 나겠네요.”
“아마 더 큰 난리 때문에 덮일 겁니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한 달 안에 멸망하는 국가들이 생기며 그쪽으로 시선이 모두 몰릴 것이니 말입니다.”
달빛이 어스름한 밤.
나는 연무장에 나와 대궁을 쥐었다.
나름대로 길드원들도 수련을 하고 있는 중이었지만, 내가 어떤 수련을 하려 하는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었다.
내가 굳이 오늘 이렇게 대궁을 쥔 이유는 하나다.
내일 탑을 오르면서 숙련도를 올릴 것인데, 나름대로 스킬을 연습하며 익숙해져 보기 위해서다.
궁술서는 이미 배웠다.
궁신 아르미스의 궁술서
궁술 숙련 LV. 180
초집중 LV. 180
연사 LV. 180
헬 파이어 에로우 LV. 180
스톰 에로우 LV. 180
신화 급 스킬답게 어마어마한 내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헬 파이어 에로우나 스톰 에로우는 여기서 사용할 수 없었다. 썼다가는 길드 건물이 무너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강철로 만들어진 허수아비가 연무장에 세워져 있다.
연무장 전체는 대마법사 레베카가 몇 겹이나 결계를 쳤다.
배우기는 했는데 그냥 단순한 활질을 해본 것 빼고는 활을 쏴본 적도 없었다.
던전에서 활을 쐈을 때에도 벽이 무너진 정도로 큰 충격이 일었으니 당연히 결계는 쳐야 한다.
검을 꺼내 대궁으로 변환시킨다.
“오오! 저게 뭐지?”
“검이 무슨 활로 변해? 아까 그거 길드장님이 사용하던 신검 이디스 아니었나?”
웅성웅성!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모여든다.
내가 대궁을 사용한다고 하니 궁금해서 모인 것이다.
“그런데 정말 지존이 활을 쏘나?”
“반쯤은 장난으로 쏘는 것 아니야?”
심지어 랭커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 만큼이나 내가 여러 가지 스킬들로 무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지금까지 부실했던 것이 궁술이었는데 여기서 궁술까지 사용을 한다고 하니 기가 막혔던 것이다.
가볍게 대궁을 쥐고 활줄에 손가락 두 개를 걸었다.
이 대궁에는 활줄도 사실 달려 있지 않았나.
레이저 포인터처럼 빛으로 이루어져 있는 선이 있었고, 그걸 당기면 발사된다.
물론 나에게는 강한 탄성이 느껴진다.
다른 사람이라면 당기지도 못했겠지만, 내게는 별다른 저항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힘이 그 만큼 늘어났기 때문일까.
활을 쥐자 자연스럽게 자세가 잡힌다.
나는 활을 익혀 본 적이 없었지만, 스킬이 완벽하게 자세를 제어하고 있었다.
스킬 포인트 때문에 현질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괜히 무리를 한 것이 아니다.
꽈드드득!
파아앙!
어마어마한 파공성과 함께 빛의 화살이 형성되어 소닉붐을 일으킨다.
동시에 강철 허수아비가 박살난다.
콰아아아앙!
“……!”
후두두둑
허수아비는 조각조각 찢겨 나갔고 연무장 한 부분은 완전히 뜯겨 나갔다.
그 충격 때문에 건물 일부가 흔들릴 정도.
레베카의 결계가 아니었다면 십중팔구 길드본부가 박살났을 것이다.
사람들은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형님! 도대체 이게 뭔가요? 정말 활질 하신 것 맞아요?”
“오라버니! 그거 신화 스킬이죠?”
사실 나도 좀 놀랐다.
허수아비가 서 있는 부분은 물론이고 연무장 전체가 박살나 금이 갔다.
이만하면 살인병기가 확실했다.
‘신화 스킬과 유물 아이템의 조합인가.’
게다가 내가 들고 있는 활은 무려 유물 두 개와 신화 두 개가 조합된 무기였다.
강력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할 지경.
확률적으로 발생하는 라이트닝 에로우가 형성되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이건 수련하면서 쓰지는 못할 것 같다.
‘내가 어쩌다 이런 괴물 같은 무기를 만들었지?’
헌터계에서는 일명 ‘템빨’이라는 것이 존재하였다.
하지만 동시에 아이템은 소모품으로 취급되었다.
그런 이유로 내구도가 닳지 않는 액세서리는 천문학적인 가격에 거래되었으며 나머지 아이템들의 가격도 만만치가 않았다.
여기에 올 +4강을 하였다면?
아이템만으로도 압살하는 것이 가능했다.
어쩌면 템빨로 랭킹 1위에 오르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탑에서 내려오면 백승후 그놈을 좀 더 털어내야겠는데.’
미래의 검성 백승후.
놈은 내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였다.
첫 번째 유물도 그놈 덕분에 얻지 않았던가.
아무래도 좀 더 정보를 뽑아내야 할 것 같았다.
이른 아침.
멸망의 탑 입장은 오늘 오후다.
어제는 여행의 피로를 풀어야 했기에 쉬었고 오늘은 탑에 오르기 위한 준비를 한다.
최소한 오후 3시 정도에는 탑에 들어갈 생각이었다.
무려 탑이 100층에 이르렀기에 얼마나 오래 머물게 될지는 모른다.
탑의 넓이에 따라 다르지만 전투를 하지 않고 100층을 올라가는 데만 2주는 걸릴 거다.
만약 맵이 생각보다 넓거나 예상보다 강력한 몬스터와 중간보스들이 출현한다면?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 때문에 외무장관이 그렇게도 걱정을 했던 것이다.
대통령도 순방을 하다 말고 걱정을 할 지경이었으니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식량은 넉넉하게 챙기고 각종 포션과 야영을 위한 장비 등이 마련되어야 한다.
나는 알아서 챙겨주는 길드원들이 있었기에 딱히 할 일은 없었다.
며칠 잠을 잘 못 잤기에 그냥 사우나나 하고 잠을 자는 정도.
오늘 오전은 편하게 지낼 예정이었다.
다만 배는 채워야 했기에 식당에서 전투적으로 식사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길드장님!”
이하나가 달려왔다.
그녀도 밥을 먹으러 왔나 싶었는데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왜 그래요?”
“에로우 길드 사람들이 찾아왔어요.”
“에로우 길드라면?”
“네. 길드장님께서 그렇게도 영입을 하려고 애쓰셨던 국내 길드죠.”
“갑자기 왜 찾아왔답니까?”
“그쪽 길드장이 궁술로 대결을 하고 싶다는데……. 어쩔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