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181
제181화. 한국 멸망의 탑(1)
촤륵! 촤르르륵!
사방에서 플래시가 쏟아진다.
애초에 이 대결은 공개적이었다.
에로우 길드에서 기자들을 모았고 대결을 공개했다.
강성진은 이번 대결을 통하여 자신이 궁술만큼은 밀리지 않는 것을 증명하려 하였으나.
‘이렇게 될 줄 알았지.’
나는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간신히 참았다.
이것으로 인하여 내 궁술 수준이 증명된 것이었다.
궁술의 ‘궁’도 모르는 내가 어떻게 승리할 수 있었을까.
그건 바로 신화 스킬 때문이었다.
궁신 역시 신화 급에 가까운 스킬을 얻었겠지만 진정한 신화 스킬은 아니었다.
그저 어려서부터 오랜 시간 궁술을 연마하였고 청소년 대표까지 하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이다.
기본적인 실력에 상당히 높은 등급의 스킬까지 뒤를 받쳐주니 자연스럽게 궁신이라는 칭호를 달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역시 신화 스킬은 재능마저 찍어 눌렀다.
물론 내게는 사기적인 상점이 존재하기도 했다.
스킬 포인트를 금이나 보석으로 구매할 수 있었기에 만렙을 쉽게 달성하여 오늘 선보일 수 있었다.
애초에 강성진의 도전은 내게 패배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었다.
예정된 결과.
강성진은 무릎을 꿇고 머리까지 조아렸다.
“약속은 약속이니 에로우 길드를 합병하겠습니다.”
“와아!”
짝짝짝짝!
쏟아지는 박수갈채.
우리 길드의 중진들이 상당히 좋아했다.
에로우 길드를 끌어 들이기 위하여 지금까지 얼마나 노력을 해왔던가.
그놈의 자존심과 신념 때문에 매번 거절을 했었다.
그러다가 내가 궁술을 선보이니 달려와 자신을 증명하려 했다가 합병당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딱히 강성진에게는 아쉬움이 보이지 않았다.
“앞으로 형님께 견마지로를 다하겠습니다.”
“굳이 견마지로까지는.”
“저는 남자입니다! 남아일언중천금!”
살짝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보이기는 하지만.
‘여자들, 특히나 고위 랭커들에게 좀 두들겨 맞다 보면 정신 차리겠지.’
에로우 길드를 흡수함에 따라 앞으로 사냥이 좀 더 수월해질 전망이었다.
지금까지 비주류로 존재하던 궁수들이 재조명될 것이며, 지금껏 독고다이로 활동하던 궁수들을 끌어 들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었다.
이만하면 대단한 성과다.
“오늘 같은 날에는 파티라도 열어야 하지만 곧 멸망의 탑을 올라야 해서 여의치가 않다.”
“무슨 말씀을. 저도 애국자는 아니지만 조국의 위기를 모를 척할 만큼 파렴치한은 아닙니다. 함께 갈 수 있는 영광을 허락하시죠.”
“어……. 그래. 같이 가자.”
“감사합니다!”
“다 좋은데 그 말투 좀 어떻게 할 수 없냐? 조금 오글거려서.”
“저는 궁을 수련하는 자입니다. 주군을 모시는 심정으로 섰으니 그런 말씀 마시죠.”
“…….”
어디 조선시대를 찢고 나왔나.
한숨이 절로 내쉬어졌지만 뭐 어떤가.
말투가 어쨌든 사냥만 잘하면 되는 거다.
***
인천국제공항.
대한민국 대통령 이한진이 해외순방을 마치고 귀국했다.
사실, 몇몇 국가들을 더 돌고 오려 하였지만 강한성이 생각보다는 빠르게 귀국을 하는 바람에 바로 달려왔다.
오늘은 매우 중요한 날이었다.
한국 멸망의 탑에 헌터들이 들어간다.
아직 탑이 터져서 국가가 망했다는 말은 들어보지 않았지만, 시스템의 무시무시한 메시지 때문에 밤잠을 설쳤다.
무려 100층.
세계 지존 라이젠도 탑을 클리어 하는데 애를 먹었다고 인터뷰를 했다.
그 인터뷰만 몇 번을 돌려 보았던가.
‘나는 내 역할을 다해야지.’
“대통령님. 착륙했습니다.”
“갑시다.”
대통령의 행보를 알리기 위하여 일부러 국제공항으로 들어온 것이었다.
상당한 숫자의 기자들이 출국장에 있기는 했지만, 일국의 대통령이 해외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것치고는 관심이 적었다.
“아니, 다들 어디 갔답니까?”
“그게……. 아무래도 시선이 지존에게 쏠릴 수밖에 없습니다. 세계 랭커들도 세 명이나 들어와 있는 바람에요.”
“벌써 들어갔습니까?”
“그건 아니고 에로우 길드 궁신과 궁술 대결을 펼쳤다고 합니다.”
“허어. 궁술이요?”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예전 같았으면 헌터계에 신경을 크게 쓰지는 않았지만, 멸망론이 대두되고 나서는 그들의 행동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심지어 국정원 요원들까지 헌터들의 활동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었다.
지금 세계 각국에서는 헌터들을 빼가기 위하여 각축을 벌이고 있었다. 그런 공작을 막아내고 헌터들을 감시하는 것이 국정원의 주요 업무가 될 지경이었다.
당연히 강한성의 움직임은 곧바로 대통령에게 보고되었다.
“그래서…… 이겼답니까?”
“지존께서 승리하셨고 에로우 길드가 충성을 맹세했다고 합니다.”
“그것 참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강한성은 빠르게 국내 헌터들을 흡수하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매우 위험한 느낌이었지만 따지고 보면 그렇지도 않았다.
강한성 덕분에 몇몇 요주의 인물만 집중감시를 하면 되었다.
강한성이 타국으로 귀화를 하지 않는 이상, 헌터계는 하나로 통합이 되어 있을 테니까.
“대충 인터뷰 마치고 갑시다.”
“예! 바로 멸망의 탑으로 모시겠습니다.”
***
한국 멸망의 탑.
북한산이 무너지고 그 자리에 100층짜리 거대한 탑이 솟아올라 있었다.
한국 최고층 빌딩보다도 훨씬 높았다.
지대가 높은 곳에 솟아난 것은 물론이고 한 층의 높이가 외부에서 보기에도 대단했다.
그 덕분에 마치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오른 탑이었다.
실제로 구름을 뚫을 지경이다.
넓이도 대단히 넓었고, 벽돌로 만들어진 외장이 도저히 현대적인 건축물로는 보이지 않았다. 겉보기에는 상당히 낡기까지 했다.
북한산 주변의 주민들은 이미 소거됐다.
정부에서 권고를 하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쭉 빠져나갔으며, 심지어 서울을 벗어나 남쪽으로 피난을 간 시민들도 있었다.
이 덕분에 서울의 집값이 요동치고 북한산 인근의 집값은 반 토막이나 버렸으니 멸망의 탑이 경제적으로도 상당한 타격을 입히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자들의 열기는 대단했다.
내가 도착을 하기도 전에 이곳에서 텐트를 치고 자리하는가 하면, 아예 숙식을 하고 있는 자들도 보인다.
“지존이다!”
“빨리 카메라 잡아!”
기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심지어 이곳에는 대통령까지 기다리고 있었는데 스포트라이트가 이쪽으로 비춰지고 있었다.
“지존! 지금 서울 시민들은 물론이고 대한민국 국민들이 모두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존! 클리어는 가능한가요?”
“지존!”
웅성웅성!
여러 가지 질문들이 쏟아진다.
졸지에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된 대통령에게 걸어간다.
아무리 그래도 일국의 수장이 직접 응원을 했는데 인터뷰부터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는 이한진과 악수를 나누었다.
그제야 기자들의 카메라가 이쪽을 향했다.
“안녕하십니까, 각하.”
“아이고, 각하라니요. 요즘에 그렇게 말씀하시면 돌 맞습니다. 허허. 그냥 대통령이라고 불러주시죠.”
“해외순방 중이었던 것으로 아는데요.”
“대한민국의 운명이 걸린 일이 아니겠습니까? 순방도 중요하지만 대통령으로서 목숨을 걸고 조국을 구하는 일에 투입되신 여러분들을 응원하는 것이 먼저라고 여겼습니다. 해외순방이야 다시 가면 되는 것이고요.”
“역시, 애국자이시네요.”
“무슨 말씀을. 귀하들이 애국자이지요.”
대통령은 상당히 저자세로 나왔다.
그 역시 멸망의 때가 다가오고 곧 정부가 무너질 수도 있음을 직감하는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세계의 지존을 향해 다가가고 있는 나와 친분을 다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고 있었다.
“지존. 반드시 탑을 클리어해 주세요. 탑이 터지면 사태가 걷잡을 수가 없어집니다.”
“물론이죠. 걱정 마세요. 탑을 클리어 하는 것은 문제없습니다.”
촤륵! 촤르르륵!
다시 쏟아지는 플래시.
기자들은 침을 삼키며 우리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그들이라고 해서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탑이 터지면 언론인이라고 해서 무사할 수는 없었으니까.
언론인들을 넘어 이곳에 폴리스라인을 치고 지키는 경찰들이나 군인들의 얼굴도 꽤 굳어 있었다.
앞으로 한 달 안에 클리어를 하지 못하면 다 죽은 목숨일 것이다.
한국 전체가 요동칠 것이고 그 후에는 대재앙이 일어난다.
한국 인구가 5천만이 넘었는데 그 인구를 도대체 어디서 받아 줄 것인가.
사람들의 걱정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안심을 시킨 후에 나는 손뼉을 쳤다.
짝짝!
“자자, 자들 이렇게 걱정을 하고 있으니 바로 들어가도록 합시다.”
“무운을 빕니다.”
“거듭 말씀을 드리지만 걱정은 접어 두시기를 바랍니다.”
입이 조금 근질거리기는 한다.
며칠 전에 유물 던전을 클리어 했다는 말이 튀어 나올 뻔했다.
레벨 105 보스가 아니라 107에 이르는 보스를 죽였다고 말이다.
그 상태에서 유물 아이템을 얻었으니 클리어 하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물론 그런 이야기는 속으로 삼켰다.
멸망의 탑 1층.
탑 밖에서는 온갖 기대와 우려가 이어졌지만 실상 지금부터 95층까지는 별다른 무리 없이 올라갈 수 있었다.
100층에 올라간다고 해도 마찬가지.
걱정과는 다르게 쉽게 클리어가 될 것이다.
앞으로가 문제였지 고작(?) 100층짜리 멸망의 탑은 내게 문제가 아니었다.
일반인도 밟아 죽일 수 있는 슬라임의 모습에 심신이 평안할 지경이다.
우리들의 뒤에는 종군기자들도 따르고 있었다.
사체를 처리하기 위한 기술자들까지.
전투인력이 아니더라도 줄줄이 많은 사람들이 들어왔다.
그들은 안전구역에 있다가 움직일 것이며 사체의 처리와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바깥에 알리는 역할을 한다.
무리 없이 올라가는 모습들을 보면 국민들도 안심할 것이니 이는 당연한 조치다.
“자자, 빨리 올라갑시다! 오늘은 15층이 목표입니다.”
“예!”
탑의 넓이는 랜덤이었기에 오늘 15층까지 갈 수 있을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한 층이 꾸준하게 4km 넓이라면 당연히 오늘은 무리일 것이고 수십 미터, 혹은 수백 미터 규모의 층이 이어지면 하루에 20층도 올라갈 수 있다.
어쨌든 저층에서는 빠른 속도로 탑을 오르지만, 고층으로 올라갈수록 신중을 기하며 올라간다.
물론 이 정도 저층에서는 사체를 처리하는 사람들도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었다.
“10층까지는 빠르게 뚫고 올라가고, 몬스터들은 하부 길드에서 처리해 주시기 바랍니다.”
“예, 지존!”
어느덧 나도 능숙하게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그런 명령을 사람들은 아무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하였던가.
명령을 내리는데 거리낌이 없어졌다.
빠르게 이동을 하는 도중, 3층에서 슬라임 밭이 펼쳐졌다.
꾸물거리는 젤리들이 온 천지에 깔려 있었고 보행을 방해하고 있었다.
“이거야 원. 질척거려서 이동이 불편하네요.”
“저층이 다 그렇죠.”
사람들은 빨리 탑을 올라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있었다.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가 발동되었는지도 모르고.
나는 대검을 궁으로 변환시켰다.
대궁의 유려한 모습이 드러났으며 사람들은 감탄을 마지않았다.
“이햐, 형님! 죽이네요. 근데 그걸로 뭐 하시게요? 여긴 슬라임 밭인데.”
지극히 당연한 박수철의 물음.
나는 어깨를 살짝 으쓱였다.
“실험해 볼 것이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