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184
제184화. 속전속결
독일 베를린에 급작스럽게 솟아난 멸망의 탑.
여기에는 어떤 전조증상도 없었다.
그래도 이전까지는 땅이 갈라진다거나 산이 통째로 사라진다거나 하였지만, 이번에는 시내 한복판에 전조도 없이 지진이 일어나더니 갑자기 탑이 우뚝 솟아났다.
다행히도 지진이 일어나고 20분 정도는 시간이 있었기에 주민들이 대피를 하기는 했지만 건물들이 무너지고 주변 시설들이 파괴되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
독일 정부에서는 바로 라이젠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타국으로 파견도 가는 판국이니 라이젠은 곧바로 출격했다.
우연이 겹치는지 한국의 멸망에 탑에 들어간 소환사와는 하루 차이로 들어가게 됐다.
여기서 발동하는 묘한 경쟁심리.
그녀는 여전히 소환사가 혼자 100층을 돌파할 것이라고는 여기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탑을 오르는 것은 경쟁심리 때문이었다.
‘건방진 놈. 본때를 보여주지.’
그녀는 검집에 손을 댔다.
척!
촤아악!
검집에서 뽑혀나간 장검이 휘둘러졌다.
그 순간, 검에서 나선형의 검강이 탑 5층 끝까지 쭉 뻗어 나갔다.
한 방에 모든 몬스터들의 허리가 잘려 나간 것이다.
“…….”
그녀의 뒤를 쫓아온 길드원들은 물론이고 종군기자들까지 침묵에 휩싸였다.
라이젠이 강하다는 사실이야 자타공인이다.
세계1위라는 랭킹은 도박으로 딴 것이 아니었고 실로 어마어마한 위력을 선보이고 있었다.
다만 조금 과하게 힘을 쓰기는 했다.
고작 5층에서 이런 기술을 선보이고 있었으니까.
콰과과과과!
발도에서 뿜어진 검강은 모든 몬스터의 허리를 자른 것은 물론이고 벽에 부딪쳐 긴 상흔을 남겼다.
뒤늦게 터지는 함성.
“역시 지존이다!”
“그랜드 마스터가 괜히 그랜드 마스터가 아니지.”
“소환사 따위가 지존에게 대적을 한다니. 10년은 멀었다!”
실제로도 그랬다.
소환사가 각성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이름을 날린 것도 고작해야 몇 달.
그 안에 세계 랭킹 4위로 올라섰다.
라이젠은 이걸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었다.
그녀 본인은 10년 이상 피와 땀을 흘리며 수련을 하여 이 자리에 올라왔다.
세계 정상급에 오르게 되면 더 이상은 스킬이 아닌 깨달음으로 올라가는 순간이 있었는데, 그 짧은 시간에 깨달음을 얻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고 소환사가 그 전까지 실력을 숨겼을 가능성은 없다.
과거 이력에는 사체 청소부였다고 버젓하게 기록이 되어 있었으니까.
고작 사체 청소부 출신에게 밀린다면 그녀는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을 것이다.
“지존! 지금 방송에서 소환사에 대한 소식이 도배되고 있습니다.”
“어째서?”
“번외대결이라면 받아주겠다고…….”
“하! 건방진!”
그래도 라이젠은 속으로만 경쟁이라고 생각을 했다.
사실 경쟁상대라고 입에 담는 것도 탐탁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환사는 아예 전 세계 방송에 대놓고 그녀를 저격했다.
“하는 짓이 꽤 귀여운데.”
그녀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어졌다.
사무장들은 몸을 떨었다.
라이젠이 이런 표정을 지을 때에는 반드시 사달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멍청한 소환사 놈! 가만히 있었으면 중간이라도 갔을 것을.’
라이젠의 생각은 무엇일까.
사무장들은 어쩌면 그녀가 오만한 소환사의 마나 홀을 파괴해버릴 수도 있다고 여겼다.
***
콰과과광!
꽈드드득!
나는 여전히 궁술을 연습하고 있었다.
나름 라이젠과 대결을 하고 있는 와중에 연습을 한다는 것이 아이러니 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해도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특히나 아르미스의 궁술서는 대량살상에 특화되어 있었다.
연사도 그렇고, 헬 파이어 에로우와 스톰 에로우의 조합은 웬만한 몬스터들을 손쉽게 박살냈다.
물론 아직도 의문은 있다.
도대체 언제까지 대량살상이 가능할 것이냐는 점.
그래도 나는 50층까지는 쉽게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명색이 신화 스킬인데 그 정도도 못할까.
여기에 더하여 모든 신화 스킬은 만렙이다. 라이젠이 나를 쫓아온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비록 경험이야 내가 적겠지만 현질은 모든 것을 압도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짝짝짝짝!
이번에도 한 층의 모든 몬스터를 쓸어버리자 박수갈채가 쏟아져 나왔다.
어느덧 20층 돌파.
우리는 목표한 지점을 향하여 빠르게 올라갔다.
그리고 22층에 도착하여 점심식사를 했다.
“형님! 유래가 없는 기록입니다! 벌써 22층이라니요?”
“당연한 일 아니냐. 아직 본격적으로 탑을 오르는 것도 아닌데 호들갑 떨 필요는 없어.”
박수철의 말에 나는 의연하게 답했다.
사실은 나 스스로도 스킬의 위력에 계속 놀라고 있었지만 그걸 밖으로 드러내는 것만큼 없어 보이는 일도 없었다.
점심식사도 든든하게 먹는다.
아직은 저층에 속해 보급이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그 덕분에 점심에도 삼겹살 파티를 열 수 있었다.
또 한 시간 쉬고 미친 듯이 올라가기 위해서라면 고칼로리 음식으로 배를 든든하게 채워 놓아야 한다.
“지존!”
강소라가 뒤늦게 달려왔다.
그녀는 숨을 헐떡거렸다.
“왜 그러세요?”
“1층에서 소식이 왔어요. 라이젠에 대한 건이에요.”
“그래요?”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보인다.
라이젠은 나보다 하루 늦게 탑을 올랐다.
급작스럽게 생긴 독일 멸망의 탑을 오른 것이다.
여기서 나는 멸망의 전조가 더욱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겠지만. 사람들은 그보다 나와 라이젠의 대결이라는 것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이걸 보세요.”
강소라가 1층에서 올라온 동영상을 틀었다.
2차 보급이 되면서 딸려온 것이라고.
화면 속의 라이젠은 어마어마한 속도로 탑을 오르고 있었다.
1층에서부터 거의 달려가는 속도로 올라가고 있었는데, 우리 못지않았다.
콰과과과과!
화면 속에서는 라이젠이 발도로 모든 몬스터를 맵 끝까지 쓸어버린 후에 올라가고 있었다.
“…….”
실로 어마어마한 절삭력.
검강을 이런 식으로 사용하며 올라갈 수 있는 검객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
신화 급 검술을 얻었다면 모르겠지만 그 정도는 아니었기에 라이젠과 같은 신기는 발휘할 수 없었다.
“하. 괴물이네.”
“강력한 상대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혀를 내둘렀다.
라이젠은 과연 강했다.
100층을 힘겹게 돌파를 했다고 해서 내 나름대로는 한 수 아래로 여기고 있었지만, 모든 것을 쓸어버리는 절삭력을 보자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고 여겨졌다.
‘아니야. 저렇게 보여도 고층에서도 한 방에 쓸어버릴 수는 없을 테니.’
나 역시도 한 방에 모든 것을 쓸어버리면서 올라가고 있지 않던가.
나는 피식 웃었다.
“걱정 없습니다.”
“이거 패하는 것 아닌가요?”
“잊지 않으셨겠죠. 저는 아직 소환을 하지 않았습니다.”
“아!”
지금까지는 궁술을 연습한다고 소환을 하지 않았다.
소환수들이 이리저리 날아다니는데 범위 스킬을 난사할 수는 없었으니까.
연습은 이만하면 됐다.
“궁술 연습을 종료하고 소환수들을 이용하여 빠르게 올라가겠습니다.”
“오오!”
“역시 지존이십니다!”
“라이젠 따위 엿이나 먹으라지!”
“우리는 승리합니다.”
나는 그렇게 확신하고 있었다.
21층부터는 소환을 사용하기로 했다.
좀 더 연습을 했으면 좋았겠지만, 라이젠이 그렇게까지 필사적으로 나오는데 어쩔 수가 없는 노릇이다.
‘하여간 그 여자도 성질이 급해.’
좀 더 천천히 올라갔으면 나도 궁술 연습을 더했을 것 아닌가.
물론 여기서 소환수를 뽑는다고 해서 궁술을 연습할 수 없는 건 아니다.
대단위 마법을 뿌리지 못한다는 것이었지 오히려 아군과 적이 뒤섞인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는지 연습할 수 있을 것이다.
무기를 변환시켜가며 여러 가지 공격을 퍼부으면 라이젠이 도대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해졌다.
‘아마 혼이 빠지겠지.’
그런 확신과 함께 몇 번 정도 소환과 해제를 반복한다.
[행운의 여신이 미소를 짓습니다.] [최상급 전투천사 x100이 소환됐습니다.] [최상급 용기병 x100이 소환됐습니다.] [2급 천사 x50이 소환됐습니다.] [치유 천사 x50이 소환됐습니다.]“이햐, 역시 대단한 군단입니다.”
신화 급 소환수들이다.
이들은 무려 레벨이 107에 이르는 괴물을 상대할 때에도 어느 정도는 버텼다.
비록 마지막에는 하나씩 던져주며 재물로 삼아야 했지만.
소환수들과 함께라면 더욱 빠르게 탑을 오를 수 있다.
짝! 짝!
손뼉을 쳐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 모은다.
“자, 자! 승리를 위해 전진합시다!”
“예, 지존!”
***
콰과과광!
어마어마한 속도로 천사계열 소환수들이 적들을 쓸어나간다.
20층부터는 하급 좀비나 스켈레톤 등을 비롯한 언데드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는데 그들은 말 그대로 녹아내리고 있었다.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녹아 사라졌으며 전역이 신성력으로 덮여 있었다.
무려 300명에 이르는 소환수들이다.
그 하나하나가 웬만한 상급 헌터에 이르는 수준이었고 지상이 아닌 하늘을 날아다니기도 했다.
그러면서 신성 마법을 뿌려댔으니 고작 하급 언데드 따위가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 덕분에 사람들은 달려가기 바빴다.
“허억! 허억!”
레베카는 달리다 지치면 마력을 사용하여 허공에 둥둥 떠다녔다.
메이지 길드 대부분 길드원들도 마찬가지다.
몬스터들을 죽여 나가는 속도가 달려가는 속도보다 빠르다.
아무리 빨리 달려도 날아가는 것보다는 빠르지 않았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휴우.”
레베카의 심박이 점점 떨어진다.
마법사라고 너무 마법에만 의지를 했더니 체력이 상당히 떨어진 것이 느껴진다.
그녀는 나름 운동을 해야겠다고 다짐하면서 숨을 고르고 정면을 주시했다.
그야말로 전쟁터가 따로 없었다.
“아니지. 전쟁이 아닌 학살이야.”
소환사가 왜 PVE에서 최강으로 불리는지 충분히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런 강력한 스킬을 두고 소환사는 지금껏 랭커들을 상대할 때, 소환은 사용하지 않았다.
마력만 사용하면 순식간에 300명의 소환수를 부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 하지 않은 것이다.
아마 라이젠을 상대할 때에도 소환술은 사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퉁퉁!
강한성은 달려가면서 속사를 했다.
미처 녹아내리지 않은 언데드가 화살에 맞아 녹는다.
그의 화살에는 신성력까지 담겨 있었다.
‘마력과 신성력, 강기, 정령까지 다룬다니.’
저 정도면 만능이 따로 없었다.
누군가는 잡탕 캐릭이라고 말을 하겠지만.
그녀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마침내 30층.
오늘 목표한 곳에 도착하였다.
아주 당연한 일이었지만 30층은 순식간에 정리됐다.
고작 오크 족장 따위가 300마리에 이르는 소환수들을 감당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압도적인 숫자의 폭력으로 한 층을 쓸어버린다.
“저 괴물.”
30층을 돌파하자 모든 헌터들이 보상을 받는다.
물론 그녀는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30층 보상이라고 해 봐야 매직 아이템이나 스킬이 아닐까. 그냥 팔아치우는 것이 상책.
그때, 소환사의 눈앞에서 황금빛이 터졌다.
순간 떨리는 레베카의 눈동자.
“저 인간 대체…….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