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187
제187화. 학살 한계점
서울 멸망의 탑 앞은 수많은 천막으로 점령되어 있었다.
이는 한국 지존이 단순히 탑을 오르기 때문은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이런 일에 지존이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헌터는 새로운 귀족층이었고 그 정점인 지존이 자국을 지키는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강한성이 들어간 지 하루 만에 독일에도 100층의 탑이 생긴 것이 문제였다.
이번에 탑이 클리어 되면 강한성은 라이젠에게 도전한다.
승리하면 세계 지존이 바뀌게 되는 것이었다.
실로 헌터계의 근간이 흔들리게 되는 일.
지금까지 수많은 랭커들이 라이젠에게 도전했었지만, 불과 5분을 버티지 못하고 패했다.
인간들 중에서는 라이젠을 이길 수 있는 존재가 없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소환사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확산되었다.
당연히 자국민들은 소환사를 응원하고 있었으며 세계의 많은 사람들도 소환사를 응원하고 있는 중이었다.
라이젠은 너무 독선적이었고 많은 비용을 뜯어갔다.
도움을 한 번 받을 때마다 국가가 휘청거리기를 다반사.
이런 가운데 소환사가 세계 지존의 자리에 오르면 좀 더 싸게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물론 그건 기대일 뿐이고, 실제로 소환사가 어떻게 나올지는 두고 보아야 한다.
한국 내에서는 국민들이 월드컵을 뛰어넘을 정도로 응원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각 방송사에서는 어떻게든 현장의 상황을 빨리 받아 보기 위해 각 층마다 인원을 둘씩 배치하였다.
입구에 한 명, 출구에 한 명.
비록 실시간으로 중개는 되지 않아도 영상을 받아 각 층으로 빠르게 보내는 정도는 가능하였다.
비록 이 과정에서 전파수신기가 10개 중 5개는 망가졌지만 그래도 간단하게 부품만 교체하면 되었기에 망설임 없이 전파수신기를 사용했다.
그 결과 빠르게 영상이 전달되었다.
각 방송사에서는 이 과정을 중개하기 위해 경쟁했다.
“선배! 방금 새로운 동영상이 수신됐어요!”
“어떤 동영상?”
“벌써 70층을 돌파했다고 해요.”
“와!”
강소라도 탄성을 내질렀고 주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매 시간마다 소환사는 신기록을 갱신하고 있었다.
기존에 존재하였던 라이젠의 기록을 계속 갈아 치우고 있는 것이다.
“독일에서는?”
“이제 48층이라고 하는데, 소환사보다 몇 층 느려요.”
“세계 지존도 어쩔 수 없다는 거잖아?”“네!”
이는 어마어마한 사건이었다.
비록 한국 멸망의 탑에는 세계 랭킹 몇 포함되어 있다지만 그들의 활약은 크지 않았다.
소환사의 뒤를 쫓아가기에 바빴던 것이다.
사람들은 조심스럽게 의견을 냈다.
“최소한 사냥 능력에 있어서는 강한성 씨가 라이젠을 앞서고 있다는 사실이 증명된 사건이 아닐까요?”
“그래. 확실하지.”
두 세계 랭커의 독주.
한 명은 세계 지존이었고 또 한 명은 세계 랭킹 4위다.
아직 소환사의 전략이 낱낱이 파악된 것은 아니었기에 조심스러운 감이 있었지만.
“나는 PVP에서도 소환사님이 강하실 거라고 예상하고 있어.”
“그건 팬으로서의 예상인가요?”
“아니. 객관적인 해석이지.”
“앞으로가 더 중요할 것 같은데요.”
“두고 보자고. 라이젠과 소환사의 격차는 더 벌어질 테니까.”
***
70층을 돌파한 후, 사람들의 얼굴에는 환희가 어리고 있었다.
이제 30층 남았다.
이만하면 세계기록이었고, 아무리 라이젠이 발버둥을 쳐도 이렇게까지 빠르게 탑을 오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는 곧 길드 랭킹이 올라가는 효과를 낳는다.
내 기여도가 90% 이상이었지만, 사람들은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법이었다.
“역시 형님이십니다. 이대로라면 오늘 80층까지 가능하겠는데요?”
시간을 보면 당연히 그렇게 생각된다.
나 역시도 80층까지는 아무런 무리가 없다고 봤다.
70레벨 대 몬스터라고 해도 대량학살이 가능했다.
진짜는 90층부터라고 할까.
80층부터 버거워하는 헌터들이 생기기는 하겠지만.
나야 전혀 문제없다.
80층을 목표로 올라가려는데 주변이 어두워지면서 달이 떴다.
바깥이 대낮인 것을 생각하면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지만 이곳은 이계와 연결된 곳이다.
지구의 시간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사방에 널려 있는 묘지들.
한국의 미(?)가 살아 있는 묘가 아니라 전형적인 서양의 묘지로 십자가가 즐비하게 꽂혀 있었다.
석관을 뚫고 수많은 언데드들이 튀어 나온다.
“분위기 하나는 압권인데요?”
박수철이 몸을 떨었다.
71층에 올라오자 분위기가 급변하였다.
몬스터가 체인지 되었기 때문이다.
최소한 75층까지, 어쩌면 80층까지 쭉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지 모른다.
그렇다면.
“대량학살이 가능하겠어.”
“그러게 말입니다. 하필이면 언데드 몬스터라니. 형님 전문이잖아요?”
내게는 신성력 기반의 여러 가지 수단이 있었다.
그걸 이용하면 어렵지 않게 대량학살이 가능하였던 것이다.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오늘은 85층까지 간다!”
“오오오!”
“오라버니?”
“왜?”
몬스터가 체인지 되었으니 소환수들도 체인지 되어야 한다.
소환수들은 모두 신성 계열로 바꾸었다.
천계의 존재들이 나타나면 어렵지 않게 토벌할 수 있다. 이 때문에 85층을 거론한 것이다.
그 이후에는 천천히 올라갈 수밖에 없겠지만.
최소한 80층까지는 고속으로 돌파가 가능하였으며 85층까지도 별 문제 없이 오늘 안에 돌파할 것이라고 봤다.
다만 레일라는 너무 무리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아무래도 85층은 무리 아닐까요? 너무 서두르다 다치면 안 되잖아요.”
쿵!
“잊었어?”
나는 신검 이디스를 땅에 꽂았다.
사방 5km 범위에 신성한 권역을 설치합니다.
신성한 권역으로 선포된 지역의 몬스터 약화 20%
신성한 권역으로 선포된 지역의 언데드 약화 100%
신성한 권역으로 선포된 지역에서 시전자의 신성력 60%
신성한 권역으로 선포된 지역에서 시전자의 신성 공격력 60%
“……!”
신성한 권역.
이 스킬이 있었기에 빠른 속도로 이동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유물 던전에서 신궁을 얻었고, 그로 인하여 스탯이 40%나 증가되었다.
말이 40%이지 실로 어마어마한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이로 인하여 지혜의 영향을 받은 소환수들은 더욱 강력해졌다.
여기에 더하여 신성한 권역까지.
사실상 이건 치트키나 다름없었다.
언데드 몬스터에 한해서는 어마어마한 속도가 보장된 것이다.
“꾸물거릴 시간에 이동하자고!”
“네!”
오후 3시.
80층에 도착한 우리는 리치 킹을 상대했다.
사실 80층도 손쉽게 처리할 수 있다.
이만한 구성으로 80층을 돌파하지 못한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일.
운 좋게도 언데드 대지는 80층까지 쭉 이어졌다.
그 때문에 어마어마한 속도로 뚫고 올라온 것이다.
탑에 오른 지 며칠 되지 않은 시점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초유의 기록이었다.
“축하드립니다, 형님! 이제 라이젠은 쫓아올 엄두도 내지 못하겠는데요?”
“그러게 말입니다. 그 여자를 압살한 것이나 다름없죠!”
“우리가 최강이라는 거지.”
“맞습니다!”
80층은 소환수들이 달려들어 완전히 뭉개버렸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숫자의 폭력.
이런 엄청난 모습에 사람들을 혀를 내둘렀다.
특히나 해외에서 들어온 사람들은 소환수들이 이렇게 강력한 힘을 내는 것인지 처음 알았다고 난리였다.
리치 킹은 그야말로 뼈도 추리지 못하고 죽어버렸다.
우리들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일어난다.
바로 81층에 도착한다.
이번에는 숲 지형이었는데, 자이언트 오우거들이 사방에 깔려 있었다.
자이언트 오우거는 사실 몬스터계(?)의 끝판 왕이다.
4미터에 이르는 키와 큰 덩치에 강철 몽둥이로 무장하고 있었으며 가죽은 질기기 그지없었다.
“돈!”
“이렇게 운이 좋을 수가!”
일명 ‘돈전’이라고 불리는 던전들이 있다.
돈을 갈퀴로 쓸어 담을 정도로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는 던전들이 있는데 주로 트롤, 오우거가 돈 되는 사체 끝판으로 불린다.
그중에서 가장 질기고 강력한 가죽으로 유명한 자이언트 오우거는 잡기도 힘들었고 한 번 출몰했다 하면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사체가 상당한 가격을 자랑했다.
그런 자이언트 오우거들이 사방에 널린 것이다.
물론 돈이 된다는 것과는 별개로 상당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오라버니. 이번에는 무리가 아닐까요?”
자이언트 오우거에 한 번 잘못 맞았다가는 골로 간다.
그건 세계 랭커들이라고 해도 마찬가지.
“어째서 그리 생각하냐.”
“학살 한계점이라고 봐야죠.”
거의 신조어에 가까운 개념이다.
“학살 한계점이라니.”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 길드원들은 웃었다.
아직 내가 사용하지 않은 버프가 있다는 것을 그녀가 미처 깨닫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무얼. 아직 버프 코인은 사용하지도 않았는데.”
파아앙!
[최상급 버프 코인을 사용합니다.] [모든 스탯 +100%] [HP/MP 회복력 +100%] [방어력 +100] [모든 대미지 +100] [스펠파워 +30] [지속시간: 60분]“와아.”
“드디어 길드장님께서 돈을 푸셨다!”
사람들은 강력해진 자신들의 힘을 실감하였다.
지금 상태에서 버프 코인의 버프를 받는다면?
“이제 문제없지?”
“85층까지는 아무런 문제없겠어요.”
“그럼 출발해 보자고.”
***
스걱!
카가가각!
“꾸에엑!”
“꾸어어억!”
비명소리가 난무한다.
탑에는 수도 없이 많은 자이언트 오우거가 있었고 놈들은 몬스터의 왕이라고 불리는 만큼이나 굉장한 힘을 자랑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행들은 거침없이 나아갔다.
레일라는 온몸에 힘이 넘쳐흐르는 것을 느꼈다.
‘이게 버프라고?’
모든 스탯이 두 배나 증가하였다.
소환사가 굉장한 수준의 버프를 사용한다는 말은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서걱!
통째로 목을 베어낸 사무장이 피를 닦으며 전율했다.
“제가 일검에 자이언트 오우거의 목을 벨 줄은 몰랐습니다.”
“나도 놀랐어.”
서걱!
그녀는 간단하게 검을 휘둘러 오우거를 베어낸다.
사방팔방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마치 광전사가 된 것처럼 갑자기 헌터들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무려 두 배나 되는 스탯을 갖추게 되었으니 이렇게 움직이는 것은 전혀 무리가 아니었다.
전 세계가 한국 멸망의 탑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주시하고 있는 지금.
실수는 용납되지 않는다.
어차피 소환사와 레일라, 레베카는 한 배를 탄 사이다.
지금이야 국적이 갈려서 어쩔 수 없이 멀리 떨어져 있어야 했지만, 때가 오면 함께 전장에 서야 한다.
소환사의 버프는 전 파티원에게 적용된다.
아군으로 인식되어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이 되었으며 신성한 권역이나 다른 버프들도 마찬가지였다.
함께하면 시너지가 날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레일라는 자연스럽게 합류를 생각하고 있었다.
‘어차피 추후 지구가 복원된다면 내 조국은 망해도 되는 것이 아닐까? 나 혼자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