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189
제189화. 화염의 악마 벨가누스(1)
멸망의 탑 98층.
탑에 오른 지 8일째였다.
처음에는 어마어마한 속도로 탑을 올랐지만, 90층을 넘기고 나서는 그럴 수가 없었다.
특히나 96층부터는 단순히 몬스터만 강한 것이 아니라 환경 자체가 극악이었다.
96층부터 여기까지 화염은 더욱 강렬해졌다.
그나마 96층에서는 용암이 실드를 뚫지 못하였지만, 98층에서는 실드를 뚫고 들어와 자체적으로 화염 저항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1군 길드 중에서도 많은 길드원들이 탈락하였다.
이제는 최정예 인원만 데리고 전진했다.
세계 랭킹이나 각국 국내 랭커들만 모였다.
콰과광!
사람들은 용암에 신경이 쓰여 정작 몬스터를 상대할 때에는 소극적이었지만 소환사는 달랐다.
쩌저저정!
소환사는 이 상황에서도 앞으로 나가며 적들을 정면에서 상대하고 있었다.
소환수들과 함께 메인탱커의 역할을 수행한다.
소환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존재는 레일라와 안데라오 정도였다.
마법사인 레베카는 후방에서 지원을 해주었다.
콰르르르릉!
땅거죽이 뒤집히고 천지가 진동한다.
끊임없이 냉기가 내려앉았다.
얼마나 강력한 냉기인지, 용암 일부가 식으며 끊임없이 튀어 오르려는 것을 억제하고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막아낼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우리들도 분발하자고요!”
“네, 사무장님!”
이하나 역시 나름대로 한국의 랭커였다.
그런 랭커가 손 하나 쓸 수 없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
이하나는 블리자드를 연신 시전하였다.
이런 극악한 환경에서는 냉기폭풍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전투에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쾅! 콰과과광!
그 시각.
전방에서는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소환사가 메인 탱커로, 안데라오와 레일라가 보조 탱커로 활약하고 있었다.
말이 탱커이지 적들을 죽이는 딜러의 역할도 한다.
그런데 여기에 더하여 강한성은 신성력과 버프까지 상용했다.
그뿐이랴.
정령이 끊임없이 힐을 넣어주고 있었다.
엘라임은 강렬한 냉기를 사방으로 발산하여 용암을 최대한 억제하는 역할까지 하였다.
그밖에도 소환수들까지.
‘혼자 다 해먹는다는 것이 이런 의미일까?’
강한성은 PVP만 강한 것이 아니었다.
PVE에서는 더 강력했다.
최근에는 궁술까지 배우면서 사방에 무형의 화살까지 뿌린다.
그의 무기는 다채롭게 변환되었다.
필요에 따라 검, 도, 활, 창, 메이스, 방패에 이르기까지.
더욱 놀라운 사실은 소환사가 모든 종류의 무기를 자유롭게 다룬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거기에 맞는 스킬까지 있었다.
쩌저정!
창을 뻗어 몇 마리의 몬스터를 박살낸 강한성은 그 짧은 틈에 활로 전환하여 폭풍의 화살을 사용하였고 또 대검으로 전환하여 무지막지하게 적을 썰어버렸다.
그에 비하여 레일라는 간신히 소환수를 쫓아가는 것이 한계였다.
‘무조건 오라버니에게 미래가 있어!’
다시 한 번 그녀는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가졌다.
***
탑에 들어온 지 10일 차.
우리들은 드디어 99층을 돌파할 수 있었다.
“고생하셨습니다!”
“고생 많으셨어요!”
“와아!”
탄성이 쏟아졌다.
99층을 10일 차에 돌파한 것은 세계신기록이었다.
지금까지도 신기록은 매일 경신되고 있었는데 라이젠의 기록보다 4일을 앞당겼다.
물론 보스에서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예상할 수가 없는 상황이지만, 지금의 내 실력이라면 몇 시간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었다.
86층부터 지금까지 쭉 화염 계열 몬스터들이 등장하였다.
심지어 99층까지도 그랬다.
그 말은 100층의 보스도 화염계일 수 있다는 뜻이다.
‘잘된 일이지.’
이보다 좋을 수는 없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탑에서 상당한 이익을 보았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화염 원소 저항력이 추가로 증가한 것이다.
거의 70%에 근접하였다.
기본적인 저항력이 있었으므로 이만하면 화염 계열 공격에는 큰 대미지를 입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또한 화염계 몬스터에게 강력한 추가 대미지가 있었다.
100층 보스가 화염계라면 순식간에 죽일 수 있다.
신궁 아테스를 얻기 전에도 107레벨 보스를 죽인 전적이 있다. 그 이후로 신궁을 얻고 스탯이 40%나 증가했다.
이제 와서 105레벨로 짐작되는 놈을 죽이지 못할 리가 없었다.
“좀 쉬었다가 올라갑시다.”
“오라버니. 좀 쉬는 것이 낫지 않아요? 그냥 내일 가요.”
“맞습니다, 형님. 여기까지만 해도 신기록이잖아요.”
나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굳이 그럴 이유는 없지. 다치지도 않았는데 쉴 필요 있나.”
“역시 형님은 상남자입니다! 이 안데라오, 감탄했습니다.”
“오라버니. 정말 괜찮겠어요?”
“하루라도 빨리 나가서 좀 씻자. 맛있는 것도 먹고.”
간단한 샤워는 엘라임으로도 가능하였지만, 따듯한 물에 몸을 푹 담그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100층에 입장하기 전.
주르륵 메시지가 뜬다.
[벨가누스의 대지에 입장합니다.] [추천 레벨: 105] [공략 실패 시 사망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입장하시겠습니까?] [경고!] [캐릭터의 레벨이 낮습니다!] [경고!] [다시 한 번 고려를 권장…….]메시지가 뜨자 사람들은 기겁했다.
랭커들의 레벨은 90대다.
세계 랭킹 1위인 라이젠이 유일하게 100을 찍었을 것으로 짐작되고 있었다.
비록 헌터의 강함이라는 것이 레벨에 의한 것이 아닌 스킬을 얼마나 알차게 찍었느냐가 중요했지만 레벨 또한 무시할 수 있었다.
벨가누스의 레벨은 105.
지금 상황에서 일대일 대결을 펼치는 것은 무리라고 사람들은 생각한 것이다.
“오라버니. 아무래도 일대일은 힘들지 않겠어요?”
“무얼. 별것 아니야.”
“너무 객기를 부리는 건 아닌지.”
“내기할까?”
“네?”
“내가 이기는지 지는지 말이야.”
“오라버니. 이건 장난이 아니잖아요? 목숨이 걸린 일이에요. 그년에게 좀 지면 어때요? 조금만 더 수련하면 충분히 이기실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번에는 욕심 부리지 말고 넘어가는 것이 좋지 않아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사실 걱정은 그녀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모든 사람들이 걱정을 하는 중이었다.
정말 나 혼자 벨가누스를 상대해도 좋을지 말이다.
하지만 나는 패할 것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예상대로 100층은 화 속성 특화 던전이다.
다른 속성이라고 해도 무리 없이 클리어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되었는데 고작(?) 화 속성이다.
화염 저항이 70%에 달하는 상황에서 패할 것이라는 가정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것이다.
그걸 모르는 사람들은 나를 만류하는 것이었지만.
“문제없다.”
“만약 조금이라도 위험하겠다 싶으면 바로 나오셔야 해요. 아시겠죠?”
“알겠다니까.”
“이햐, 열녀 나셨네. 형님. 형수님 말씀대로 조심하셔야 합니다.”
“누가 형수님이야!?”
뜬금없이 이하나가 버럭 화를 냈다.
처음부터 이하나는 내게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랭커인 레일라가 접근을 하니 부담스러운 것이었고.
“통과하자고.”
쿠구구구!
안전지대임에도 느껴지는 어마어마한 열기.
그냥 서 있는 것만으로도 열상을 입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가까운 곳에 화염의 악마 벨가누스가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키는 3미터 정도에 푸른 불꽃이 전신을 휘감고 있었으며 몸은 전체적으로 붉었다.
단순한 악마가 아니라 온몸에 갑옷까지 두르고 있었다.
벨가누스라면 화염을 사용하는 악마들의 사령관이다. 보통은 자신들의 외피로 몸을 보호하였는데 놈은 이중이었다.
방어력 자체가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것이다.
그래도 무기는 사용하지 않는다.
사마귀처럼 양팔이 검이었으며 날카로운 낫의 형태였다.
나는 천천히 걸어 안전구역을 나온다.
아직까지는 벨가누스가 나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때에 바로 신성한 권역을 설치하였다.
사방 5km 범위에 신성한 권역을 설치합니다.
신성한 권역으로 선포된 지역의 몬스터 약화 20%
신성한 권역으로 선포된 지역의 언데드 약화 100%
신성한 권역으로 선포된 지역에서 시전자의 신성력 60%
신성한 권역으로 선포된 지역에서 시전자의 신성 공격력 60%
신성한 버프가 사방으로 번진다.
놈은 언데드 몬스터가 아니다.
그 때문에 언데드 약화는 적용이 되지 않았지만, 신성력 부분에서 많은 메리트가 있었다.
특히나 몬스터 약화 버프는 보스에게도 적용이 되었기에 싸움을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신성한 권역을 설치해야 하는 것이다.
더불어 각종 버프와 무형의 파동도 시전한다.
여러 가지 버프가 중첩되며 상당한 효과를 낸다.
한 발 더 내딛자 살갗이 타들어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분명히 내가 승리할 것이라고는 예상을 하고 있었지만, 조심은 해야 한다.
상대는 여전히 나보다 레벨이 높았으며 방심을 하는 순간 골로 간다.
그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한다.
“엘라임.”
“네, 주인님.”
[엘라임이 최상급 치유를 시전합니다.] [엘라임이 프리징 블리자드를 시전합니다.] [엘라임이 아쿠아 실드를 시전합니다.] [엘라임이 아쿠아 레인을 시전합니다.]엘라임의 스킬들이 적용되었다.
몰아치는 냉기폭풍과 몇 겹의 실드, 그리고 기온 자체를 내리는 효과까지.
또한 광역 치유는 모든 소환수들의 HP를 회복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여기에 중첩으로 들어가는 지속적인 대미지까지.
그러한 대미지가 들어가자 벨가누스가 눈을 떴다.
-이곳은 지옥의 땅. 산 자는 결코 살아서 나가지 못하리라.
쐐애액!
벨가누스가 쇄도한다.
거대한 낫이 휘둘러지며 동시에 강력한 화염의 불꽃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1차로 아쿠아 실드가 막아 주었지만, 사정없이 뚫고 들어온다.
나는 신검 이디스를 들어 각종 빙결 마법으로 몸을 휘감았다.
지금부터는 어떤 보조 마법이라도 빙결계라면 모조리 사용한다.
아쿠아 계열, 빙결 계열이 쏟아진다.
쩌저저정!
치이이익!
냉기와 화염이 정면으로 충돌하였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수증기가 퍼져 나갔으며 천사 펫은 정화를 사용하여 수증기를 날렸다.
죽음의 불이 날아와 검에 수직으로 내리꽂힌다.
[화염 대미지를 입었습니다!] [HP가 15% 감소합니다.] [충돌 대미지를 입었습니다!] [HP가 5% 감소합니다.]……
동시에 쏟아지는 메시지들.
105레벨 화염계 보스였지만 쉽게 상대할 수 있으리라 생각지는 않았다.
상당히 어마어마한 충격과 함께 HP가 쭉쭉 빨려 나갔다.
하지만 동시에 강렬한 힐링이 들어와 피가 차올랐다.
예전 같았으면 분명히 기겁했을 것이다.
빠르게 줄어드는 HP는 사기를 꺾기에 충분한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나름대로 목숨을 건 혈투를 이어왔다. 특히나 유물 던전에 들어갔을 때에는 이보다 강력하고 위험한 적들을 상대했었다.
그에 비하면 지금은 상황이 훨씬 낫다고 말할 수 있었다.
‘이 정도면 할 만하다.’
쾅! 콰과과광!
화염과 냉기가 뒤섞인 전장.
시야가 복잡하고 어지러울 지경이었으나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