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193
제193화. 해츨링 알
“3개월짜리 정보라!”
이 자식이 대체 뭘 믿고 이런 소리를 할까?
3개월짜리 정보?
내 생각에는 지금 상황에서 형기를 1개월 정도 감형을 시키는 것만 해도 어마어마한 일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놈은 3개월을 제시하였다.
내가 온갖 신화 아이템과 유물, 그리고 빵빵한 스킬로 무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 누구보다 놈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대체 무슨 정보이기에 그런 내게 3개월을 걸었다는 말인가.
“흥미가 돋나?”
“별것 아니면 재미없을 줄 알아라.”
“전생에서는 내가 검객이었기에 별로 필요가 없었는데 말이야. 네놈이라면 분명히 흥미가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전설 펫이라면 어떨까?”
“……!”
“전설 펫을 판매하지는 않지. 너도 잘 알고 있을 거야. 기껏해야 엘라임을 정령왕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겠지. 드래고니안을 타고 다닌다는 것은 알지. 하지만 네놈의 상태를 보면 굳이 뭔가를 타고 다닐 필요는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드래고니안이 좀 불편한 것은 사실이지.”
드래고니안 펫은 타고 다닌다기보다는 그저 소환수의 일종으로 생각하고 전투에서나 활용한다.
날개까지 얻었고 비행술을 배운 시점에서는 그다지 큰 메리트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용 펫이라면 어떨까?”
“뭐라고!?”
나는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비록 내가 온갖 스킬들로 중무장을 하고 있었지만, 소환사라는 본분을 잊은 것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내 정체성은 소환사다.
“구미가 당기나?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온갖 버프에 능력치 증가를 누릴 수 있지. 네가 하기에 따라서는 해츨링이 진화할 수도 있는 것이고.”
“진화? 어떻게?”
“거기까지는 나도 모르지. 그 당시에는 그냥 팔아치웠거든. 보석과 금이 워낙에 후달리던 시절이라.”
“그런 이야기는 못 들었는데?”
“그건 네놈이 죽고 난 이후의 이야기니까.”
지금까지 간과하고 있기는 했다.
나보다 놈이 더 오랜 세월을 살아왔다는 사실을 말이다.
당연히 내가 살아갔던 미래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해츨링도 그중 하나였고.
“해츨링의 알이라니.”
“충분히 3개월짜리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해츨링 알이라고 해도 3개월이라니. 너무 과한 것 아니냐?”
“해츨링이 사용하는 마법이나 브레스를 생각하면 전혀 과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텐데. 나도 이제 합리적인 거래를 제안하는 거다.”
존재만으로도 버프와 능력치의 증가.
여기에 더하여 해츨링은 마법과 브레스를 사용한다.
전투 능력도 탁월하다는 뜻이었다.
그렇게 본다면 놈의 제안이 꽤나 합리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네놈이 어쩌다가 합리적인 인간으로 바뀌었는지 모르겠는데.”
“나도 멸망의 전조를 느끼고 있거든.”
“제소자들도 같은 생각인가?”
“멸망론이 대두되고 있고 더욱 빠르게 전조증상이 오고 있지. 이대로라면 교도소에서 죽음을 맞고 말 거야.”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와서 놈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일은 의미 없다.
이미 온 세상이 알고 있는 일을 부정하는 것도 웃긴 일이었고.
“그러니 최대한 빨리 나가야 해. 그뿐이다.”
“3개월이라. 너는 시간을 좀 더 당길 필요가 있겠는데.”
“다음에 네놈이 찾아 올 때까지 생각을 해보도록 하지. 3개월을 버텼다가 그나마 남아 있는 것이라도 주워 먹어야 할지, 아니면 그걸 내어 주고 바로 출소를 할지.”
“잘 생각했다.”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놈의 말을 해석하면 여전히 털어 먹을 것이 있다는 뜻으로 들렸기 때문이다.
“그럼 정보를 풀어 보시지.”
“약속부터 해라.”
“내가 언제 약속을 지키지 않았던 적이 있냐. 나는 네놈과 같은 쓰레기가 아니거든.”
“큭큭. 자존심 긁는 말이지만 믿어 보도록 하지.”
그날 저녁.
나는 길드 본부로 돌아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서울이라.”
하필이면 던전이 지하철 선로에 있다고 한다.
5호선 서대문역에서 충정로역 사이의 선로.
미래의 서울은 당연히 폐허가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지하철역에서 숨어 살았다.
도시 단위로 살아남은 사람들도 있었지만, 최악의 상황에서는 간신히 지하철역을 오가며 살아가는 것이다.
세상이 멸망하였을 때, 어쩌면 가장 안전한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곳에서 몬스터를 만나면 그대로 사망 각이 나오기는 하지만.
백승후는 그 당시에 이 정보를 헐값에 구매하였다고 한다.
던전에 대한 정보는 지금이야 어마어마한 값을 자랑하지만 세상이 완전히 망한 상태에서는 즉석밥 몇 개에도 거래가 되었다고.
그렇게 입수한 정보를 토대로 조사에 들어갔고 놈은 그곳에서 해츨링 알을 얻었다.
다만 본인이 소환사는 아니었고 조련사도 아니었기에 막대한 양의 금괴와 교환을 했다고 한다.
그런 거래가 가능했던 이유도 백승후에게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힘이 없었다면 바로 강탈을 당할 수도 있었을 만큼이나 해츨링 알의 가치는 높았다.
그런 상황에서 미래에는 가치가 제로인 금괴로 거래를 한다고 하니 실로 막대한 양이었을 것이다.
“그걸로 백승후는 현질을 했을 테고. 어쩌면 그게 남는 장사였을 수도 있지.”
전문 소환사가 아닌 이상 소환수를 다루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이었다.
2차 각성을 하고 보니 또 다른 세계가 열렸으니까.
그 당시에는 3차 각성자들이 즐비하였으니 소환술에 힘쓰는 것보다는 검술을 하나 더 얻는 것이 나은 판단이었을 것이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다만 여기에는 함정이 하나 있었다.
전생의 일이었고 지금보다 헌터들의 레벨이 훨씬 높았다.
그런 상황에서 클리어를 하였다고 하니 그곳의 레벨이 100 이상이라는 것쯤은 짐작할 수 있었다.
도대체 어느 정도의 레벨일지 짐작이 되지 않는다.
백승후 놈도 그 부분까지는 가물가물하다고 하니.
“거 참. 믿을 수가 있어야지.”
나를 일부러 함정에 빠뜨리려 하는 건지, 아니면 진실을 말한 건지, 정말로 까먹은 건지.
까먹은 것이라면 실로 멍청한 놈이 따로 없었다.
“아무리 봐도 엿 좀 먹어보라는 뜻인 것 같은데.”
한참을 생각해보고 나는 결론에 도달했다.
“상관없지.”
가 보고 도저히 안 될 것 같으면 그냥 나오면 된다.
분명히 들어가기 전에 적정 레벨이 표시된다.
그 레벨을 보고 판단하면 되는 것이다.
던전에 들어가지만 않으면 일회용 던전이라고 해도 없어지지는 않는다.
이렇게까지 생각이 정리되자 이하나를 호출하였다.
“지존. 이런 야심함 밤에 어쩐 일이세요?”
이하나는 나를 보며 눈을 빛냈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해외에서 원정을 왔던 사람들이 밤에 돌아갈 때, 레일라와 이하나가 굉장한 신경전을 벌였다는 사실을 말이다.
나로서는 연애는 생각할 수도 없이 바빠서 무시를 했지만.
‘조금 부담스럽기는 하네.’
“다름이 아니라 제가 며칠 휴가를 좀 가려고 하는데요.”
“휴가요? 어디로요? 저도 같이 가면 안 돼요?”
“허험. 혼자서 머리를 좀 식히고 스킬도 정리를 하려고요.”
“같이 가면 안 되는 거고요?”
“다음에. 다음에 같이 가요.”
“약속이에요! 다음 휴가는 함께 가는 걸로!”
“…….”
그걸 또 이렇게 받아들인 건가.
다음에 같이 가자는 말은, 다음에 언제 밥 한 끼 하자 정도의 의미 아닌가.
그녀는 다음 휴가에 함께 여행을 가자고 못을 박아버렸다.
이하나 정도면 좋은 여자였지만.
‘모르겠다. 어떻게든 되겠지.’
“그러니 제가 며칠 안 보여도 걱정 말라고 전해 주세요. 수련을 겸하는 일이니 말입니다.”
“네! 걱정 마세요!”
이 아름다운 여자의 시선이 부담스러운 날이 올 줄이야.
생각해 보면 이하나와의 인연은 굉장히 깊었다.
“길드는 걱정 마세요! 지존께서 수련을 겸한 여행을 가신다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어요? 다만 독일로 가기 전까지만 오시면 돼요.”
“물론입니다.”
“한국 멸망의 탑도 사라졌으니 최소한 한 달은 생기지 않겠죠.”
지금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그녀의 생각은 틀렸다.
시간이 흐르면 중구난방으로 멸망의 탑이 생겨날 것이니까.
그때가 되면 한국에 생긴 멸망의 탑을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허리가 휠 것이다.
어쨌든 지금 당장 일어날 일은 아니었기에 그것도 신경을 끄기로 한다.
이하나를 보낸 후에, 바로 움직였다.
폐인처럼 모자를 눌러쓰고 배낭에 여러 가지 물건들을 꾹꾹 눌러 담았다.
펑퍼짐한 옷 안에는 모든 아이템을 착용하였다. 어쩔 수 없이 투구를 비롯한 몇몇 아이템은 아공간에 보관을 해야 했다.
나름 아공간도 알뜰하게 채우고 바로 출발한다.
서대문역과 충정로역 사이라면.
‘서대문역 전체를 정전시키는 것보다는 충정로역을 정전시키는 것이 낫겠지.’
5호선 환승역에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게다가 요즘에는 철로가 개방되어 있지 않았다. 개방은 오직 지하철이 도착하였을 때에만 가능하다.
CCTV도 깔려 있었고 여러 가지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잠깐 정전을 시키는 것이 나았다.
“엘라임.”
-네, 주인님.
엘라임은 몸을 투명화 시킬 후에 어디론가로 이동하였다.
엘라임은 물의 정령이다.
메인 전기회로에 물만 끼얹어도 충분히 역 전체를 정전시킬 수 있었다.
오래 정전시킬 필요도 없다.
단 1분.
빠지지직!
“어? 뭐야. 정전이야?”
“요즘 때가 어느 때인데 정전이야?”
아직 몬스터들이 활보하는 세상은 아니었다.
곧 그렇게 되기는 하겠지만, 한국에서는 각 도시들의 방어를 철저하게 하고 있었다.
혹시나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나거나 가끔 몬스터가 발견되면 그 즉시 헌터들이 출동하여 진압한다.
그 때문에 사람들은 아직까지는 평화로운 삶을 유지하는 것이었고.
그래도 정전은 가끔 일어나는 일이다.
닫혀 있는 방화문을 열고 선로로 뛰어내린다.
역을 벗어나 선로로 들어왔을 때, 바로 전력이 복구된다.
저벅저벅.
천천히 선로를 걷는다.
선로에도 CCTV들이 있었기에 위장막을 치고 걸어야 했다.
간단한 위장 마법이야 당연히 배웠다.
상점에 존재하는 하급 마법들이나 생활 마법들은 대부분 익혔다고 봐야 한다.
심지어는 간단하지만 아공간까지 열어 사용할 정도였으니, 돈이 있을 때 필요한 모든 것을 익혀야 했다.
그래야 미래에 대비할 수 있을 테니까.
마침내 도착한 던전.
정말로 선로 구석에 던전이 존재하고 있었다.
미약하지만 마나가 새어 나오고 있었고 콘크리트를 뚫어내자 던전이 튀어 나온 것이다.
[신룡의 대지에 입장합니다.] [추천 레벨: 105] [공략 실패 시 사망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입장하시겠습니까?]“하.”
절로 나오는 탄성.
추천 레벨이 105?
그렇다면 보스는 110이라는 뜻이었다.
지금까지 잡아 본 보스 중 가장 강력한 놈이 107이었으니 그보다 3레벨이나 높았다.
그렇다고 해도.
나 역시 그때보다 훨씬 발전하였으니 클리어 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