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198
제198화. 국회연설(1)
던전 공략을 마치고 나왔을 때에는 해가 중천이었다.
체감 상으로는 하루 정도 지난 것 같았는데 하루 반이 지나가 있다.
그래도 워낙에 체력 스탯이 높기 때문인지 피로감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스탯이 늘어나면서 육체 피로 저항력과 정신적인 피로 저항감도 커진 느낌.
나쁘지 않은 변화다.
여기에 더하여 마이우스의 방패를 강화하여 스탯이 더 높아지면 피로감은 사라지지 않을까.
물론 아이템을 착용하고 있을 때의 이야기였지만.
오후 1시.
금요일에 레이드에 들어갔고 지금은 토요일이다.
분명히 휴일이었지만, 길드 내에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오셨어요?”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래요?”
로비에 넘쳐나는 사람들.
기자들의 모습이 보이기에 나는 급하게 몸을 뺐다.
도대체 무슨 질문이 날아올지 알 수 없어서다.
괜히 잡히면 시간을 허비할 것 같기도 했고.
그 대신, 이하나에게 무슨 일인지 물었다.
그녀는 별일 아니라는 듯이 대답했다.
“우리 길드의 위상이 달라져서 그래요.”
“위상이라……. 그렇겠군요.”
“지존이 상상하시는 것 이상으로 사람들은 우리에게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이유가 있습니까?”
“우선 우리 길드가 세계 최강이라는 인식이 박혔고, 곧 있으면 지존께서는 아시아 지존이 아니라 세계 지존이 되실 테니까요.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고 있어요.”
“일반 길드원들에게도 말이군요?”
“네. 대부분이 지존과 탑을 오르던 순간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데, 경험담이 돈이 되기는 하죠.”
“인터뷰를 돈 받고 한다고요?”
“워낙에 경쟁이 심하니까요. 요즘 들어 멸망론이 더욱 대두되기도 했고.”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지금 세상은 급변하고 있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멸망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몇몇 국가들은 무너지기도 했다고 한다.
비교적 헌터 약소국인 아프리카의 많은 국가들이 몬스터 웨이브를 막지 못하고 대량학살이 발생되고 있었다.
물론 주변국에서 도움을 주어 간신히 막아내고는 있었지만,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한국 정부에도 요청이 올 것 같은데요.”
“아직 지존을 호출할 정도는 아니어서 미루고 있는 것 같아요. 아니면 아프리카 여러 국가들의 정치적인 관계 때문일 수도 있고.”
“쯧쯧.”
혀가 절로 차 진다.
권력이 부패하면 여러 가지 문제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
헌터를 동원하는 것도 마찬가지.
지금 상황에서도 멸망론을 이용하는 정치인들이 있었고 무리하게 지금은 안정적이라고 이야기 하는 권력자들도 있었다.
내가 보기에 아프리카부터 멸망이 시작될 것 같다.
“그밖에는 별다른 일이 없나요?”
“오늘 특별 임시국회가 열린다고 해요.”
“오늘이요?”
“추경예산안 때문인데, 아무래도 시국이 시국이다 보니.”
“하필이면 주말에.”
“그만큼 대통령이 시급하게 생각을 한다는 거죠.”
“대통령의 요청이었나요.”
“대통령 특별 요청이었고, 그 때문에 여당이 움직였어요. 오늘은 반드시 관철을 시키려고 하는 것 같아요. 마침 강원도에서 작은 웨이브가 발생하여 마을 하나가 몰살을 당하는 일이 있었거든요.”
“아, 그래서.”
“빠르게 진압하기는 했는데, 출동했을 때에는 이미 많은 사상자가 났어요.”
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내가 없는 동안에 소규모 웨이브가 발생하였고 이하나가 바로 진압을 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대규모 웨이브이거나 도저히 길드 차원에서 막을 수 없는 일이 발생을 하였다면?
어마어마한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다.
강원도에서 발생한 웨이브.
물론 이건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소규모 웨이브는 늘어나고 있는 추세였고 곳곳에 경보기들이 설치되고 있었다.
또한 정부에서는 가급적 도시로 이주를 권고하고 있었다.
시골에 형성되어 있는 마을들은 웨이브를 막기에는 부적절했다. 몬스터가 튀어 나왔을 때 대처를 하기에도 곤란했고.
이 때문에 시골이 텅텅 비어가고 있었지만, 굳이 남겠다는 사람들을 강제로 끌어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고령층 숫자가 빠르게 줄어들어 가고 있는 이유는 이 때문이기도 했다.
‘고령화 사회는 옛 말이 되지.’
진정한 멸망이 시작되면 체력이 약한 사람들부터 죽음을 맞고 만다.
버틸 수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대도시를 제외한 모든 지역이 소멸한다.
시간이 얼마 없었다.
“형님!”
“수철이냐.”
“대통령께서 오셨는데요?”
“대통령께서?”
“웨이브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국회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요.”
이제 보니 강원도 웨이브 때문에 주말에 휴가를 나갔던 헌터들이 대거 복귀를 한 것이었다.
정부와 연계를 하여 처리를 하였지만, 내가 돌아왔으니 본격적인 대책을 세우고자 대통령이 왔을 수도 있다.
그게 아니면 국회 연설 때문일 수도 있고.
곧 이한진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낸다.
“또 뵙습니다.”
“대통령님. 오늘은 휴일 아닙니까? 여기에는 어쩐 일로 오셨는지.”
“허허허. 그야 감사의 인사를 드릴 겸, 부탁드릴 일도 있고 해서 왔습니다.”
“감사의 인사를 받을 정도는 아닙니다.”
“아니요. 빠르게 헌터들을 투입한 덕분에 조기에 사태를 진압할 수 있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하여 감사드립니다.”
이한진은 더욱 정중해졌다.
나도 마주 인사를 한다.
우리들은 자리를 옮겨 마저 이야기를 나누었다.
길드 응접실.
예전에 비하면 길드에도 인원이 꽤 늘어났고, 비서 역할을 하는 직원들도 뽑았다.
비록 커피 심부름이었지만, 헌터들을 시키는 것보다는 나았다.
“여기 죄송하지만 커피 두 잔만 부탁드립니다.”
“죄송하실 필요 없어요, 지존. 바로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나는 정중하게 부탁했다.
지금까지의 습관이라고 해야 할지.
남들을 부리는 것이 아직은 익숙하지가 않았다.
그 모습을 보더니 이한진 대통령이 웃음을 터뜨린다.
“허허허! 역시 지존입니다. 일반 직원들에게도 이렇게 친절하시니 말입니다.”
“지금까지 을로만 살아왔기에 그들의 기분을 잘 알고 있죠. 물론 이곳 직원이 을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신경 쓰지 마세요.”
커피를 내어 주는 여직원은 은근하게 미소를 지으며 물러난다.
비서를 뽑으라고 했더니 이런 미인들이 지원을 했다. 비서를 얼굴 보고 뽑는 것도 아니었는데.
대통령이 찾아온 이유는 대략 짐작이 된다.
가볍게 커피를 음미하고 있는데, 이한진이 간곡한 어조로 부탁했다.
“임시 국회가 열립니다. 부디 참석해 주실 수 있으신지요?”
“어째서 주말에 열리는 겁니까?”
“강원도의 한 마을이 몰살당했습니다. 그에 대한 법률제정을 겸하여 의원들을 모은 것이죠.”
“들었습니다. 매우 안타까운 사고지요.”
“문제는 앞으로 이러한 사고들이 주기적으로 일어날 것이라는 점입니다. 통계를 보면 명확하죠.”
통계청이 괜히 있는 건 아니다.
이 세상이 신들의 게임장이 된 이후부터 꾸준하게 통계가 작성되어 왔었고, 통계청에서는 시간이 갈수록 몬스터들이 날뛰고 있다는 증거를 잡아냈다.
그 이후, 대통령 명령으로 통계청에 시간이 흐르면 세계가 멸망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는 증거를 잡아내라 지시했다.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독일만 해도 급작스럽게 탑이 솟아오르지 않았습니까? 이렇게 멸망은 시시각각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해서…… 오늘 연설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그게 오늘이군요.”
“죄송합니다. 어제부터 줄기차게 연락을 드렸었는데 답이 없으셔서 직접 찾아오게 됐습니다.”
“수련을 쌓고 있어서 말이죠.”
그래도 시간이 맞춰 온 것이 다행이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연설을 하지 못할 뻔했다.
나는 남아 있던 커피를 모두 비웠다.
“다만 우려되는 부분은 있습니다.”
“무엇인지요?”
“이는 정치의 일환인데 제가 이렇게까지 정치에 깊게 관여를 해도 될지 모르겠군요.”
“허허허허. 별말씀을. 이미 권력은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통령의 한마디가 뼈를 때린다.
권력은 이동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국회의원들이, 그리고 일부 정치인들이 독점을 하고 있었다면 슬슬 지각이동이 시작된 것이다.
각국 지존들의 발언권은 상당한 수준이다.
한 대륙의 지존은 해당 대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세계 지존은 더더욱 그러했다.
실로 지대한 영향.
그러므로 국회에서도 내 말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우리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제가 도움이 된다면 마땅히 도움을 드려야지요.”
“분명히 도움이 될 겁니다.”
***
대한민국 국회의사당.
바로 어제, 강원도의 한 마을이 몰살되는 사건이 있었다.
이에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었고 대통령의 소집을 의원들은 무시할 수가 없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명령을 받은 여당 의원들이 움직였고, 모두 ‘권고’에 의하여 모인 것이었다.
하지만 이게 정말로 권고일까?
국민들의 시선이 집중되어 있는 이때에 대통령 권고를 무시한다면 다음 총선에서 참패할 수밖에 없었다.
해외에 나가 있는 의원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모였다.
총 의석 수 300석 중에서 280석이 찼으니 국민의 관심이 얼마나 뜨거운지 알 수 있었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을 강타한 이슈.
대통령은 국회에 2차 추경안을 전격적으로 발표하였다.
국회에서 심사가 되어야 하는 일이었으나 아직까지 지지부진하다.
연설에서, 대통령은 도대체 왜 천조 원 규모의 2차 추경안이 통과되어야 하는지 당위성을 설명하였다.
“통계가 작성된 이래로, 이렇게까지 큰 위협에 직면한 사례는 없었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는 멸망의 때를 대비해야 하며 이미 각국에서 강을 방어선으로 하여 성벽을 쌓고 있습니다. 우리도 동참해야 합니다.”
“하지만 대통령님. 너무 규모가 크지 않습니까.”
“전혀 크지 않습니다. 오히려 부족합니다. 필요에 따라서는 3차 추경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
웅성웅성!
술렁거리는 장내.
이한진의 말은 막대한 파장을 만들어냈다.
3차 추경이 필요할 수도 있다니?
천조 원 규모로 부채가 확대되면 경제적으로 막대한 출혈이 일어난다.
인플레이션은 기본에, 경제 자체가 휘청거릴 수도 있는 것이다.
의원들 역시 상황이 변하고 있다는 것에는 공감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대한민국 경제를 도탄에 빠뜨리는 것은 옮지 않다고 말했다.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의견들.
의원들은 한참동안이나 갑론을박을 이어간다.
거의 30분 정도는 고성이 오갔을 것이다.
여당에서는 당연히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었고, 야당에서는 반대한다.
대한민국 정치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
점점 고성이 커진다.
“지금 말 다했습니까!? 그럼 다 죽자는 말이요!”
“적당히 추경을 해야지요. 천조가 뉘 집 똥강아지 이름입니까!?”
“그럼 침공이 올 때 강북 너머에 있으시던가.”
“뭐요?”
그 모습을 본 대통령이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죄송합니다. 지존께 못 볼꼴을 보여드렸습니다.”
“지금 저는 반대하는 사람들을 하나씩 눈에 담고 있는 중입니다. 지금 추경에 반대하는 분들은 국가의 보호가 필요 없다는 뜻으로 보이니 길드 차원에서 블랙리스트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헉!”
더 큰 파장이 국회에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