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20
제20화. 지옥의 땅
던전에 들어갈 준비를 한다.
보급품이나 아이템의 무장은 확실하게 하였기에 이제 소환수를 뽑을 차례다.
몇 번 소환수를 뽑아 보았지만, 이때가 가장 긴장된다.
레어 아이템도 하나 더 늘었고 함께 던전을 공략할 동료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던전 레벨이 꽤 높았으므로 어떤 소환수가 뽑히느냐에 따라 공략의 난이도가 판이하게 달라질 것이다.
[강렬한 행운이 솟구칩니다!] [유니크 소환수, 엘프 저격병 x6이 소환됐습니다.]오색의 찬연한 기운이 터져 나왔다.
자이언트 베어는 레어 소환수였다. 최소한 그 정도는 되어야 공략이 가능하다고 봤었는데 유니크 소환수가 튀어나왔다.
무려 엘프 저격병.
그들은 소환이 되자마자 나를 발견하고는 경례를 올렸다.
오른 주먹을 왼쪽 가슴에 댄 채로 고개를 숙이는 모습은 내게 복종을 하겠다는 의사표현 같았다.
“에, 엘프?”“어떻게 엘프들이 소환될 수 있지?”
사실 나도 꽤 놀랐다.
여기서 엘프들이 튀어나오다니.
하지만 사람들은 엘프들에게 말조차 걸지 못했다. 어차피 언어가 달라서 알아듣지도 못한다.
가능한 것은 오직 나의 의지다.
그들과 내 정신은 연결이 되어 있었으니까.
나는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는 박수철의 어깨를 툭툭 쳤다.
“뭐 하고 있어? 들어가자고.”
“아, 예!”
멍 때리고 있는 놈의 표정이 가관이다.
던전 입장 전에 들리는 시스템 메시지.
[지옥의 땅 던전에 입장합니다.] [주의! 4인 파티를 권장합니다.] [현재 전력으로는 사망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입장하시겠습니까?] [Y/N]“형님. 어쩌죠?”“뭘 어째? 시스템이 협박하는 거 어디 한두 번이냐.”
우리는 망설임 없이 던전에 입장했다.
헌터 관리국 경기지부.
서울과 더불어 가장 많은 헌터들과 던전들을 관리하고 있었으며 중요도로 따진다면 서울보다 우선시된다고 볼 수 있다.
지부장실로 한 건의 급보가 도착한다.
“지부장님! 양평에서 신규 던전이 발견됐다고 합니다!”
“양평에서?”
지부장의 눈살이 살짝 찌푸려진다.
신규 던전이 발견되는 경로는 언제나 비슷했다.
던전에서 떨어져 나온 몬스터들에 의해 민간인 피해가 발생하면, 해당 지역으로 수많은 길드들이 몰려가 쟁탈을 벌인다.
지금까지의 일로 미뤄 보아서는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양평은 수많은 길드들로 인하여 전쟁터가 될 것이다.
잘못하면 길드전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하필이면 양평에서.”
길드들에서 피해가 발생하면 국력이 깎여 나가는 문제가 발생하므로 당연히 지부장에게도 문책이 온다.
하지만 비서의 보고는 좀 의미심장했다.
“일반적인 양상은 아닙니다.”
“일반적인 양상이 아니라니?”
“신규 길드에 누가 제보를 한 모양입니다. 이미 공략에 들어갔다네요.”
“공략? 던전 규모는 어떻고 대체 어떤 길드에서 공략을 한다던가?”
“던전 규모는 4급 A랭크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번에 새롭게 발족한 ‘을들의 반란’에서 공략을 시작했다고.”
“응? 그 소환사가 있다는? 혼자 힘으로는 무리일 텐데.”
“유령기사가 오늘 소속됐고 둘이서 공략에 들어갔습니다.”
“하……. 미친 것 아닌가? 4급 A랭크 길드를 어떻게 둘이서 공략한다고? 바로 구조팀 구성해! 드론 띄우고.”한영수는 직접 움직이기로 했다.
안 그래도 이틀 동안 소환사에 대한 이야기로 전국이 떠들썩하다.
신화 급 스킬을 얻었으니 검제 만큼은 성장을 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렇게 앞길이 창창한 신화 급 헌터가 성장도 못하고 사망해 버리면?이건 100% 문책감이다.
그는 헬기에 올라타며 혀를 찼다.
“쯧. 하여간 헌터들은 이래서 문제야. 아주 기고만장하다니까.”분명히 헌터는 귀족이다.
하지만 누구나 그들을 귀족으로 대우하는 건 아니었다.
지옥의 땅.
회귀하기 전에도 지옥의 땅에 대한 악명은 전국에 자자했다.
레벨 40의 뱀파이어들이 지천에 깔려 있었는데, 민첩하게 움직이며 머리나 심장이 터지지 않는 이상은 죽지 않는다.
여기에 흑마법은 덤.
상대하기가 까다롭지만 많은 헌터들이 찾아다녔다. 힘든 만큼이나 경험치나 아이템들이 쏠쏠했기 때문이다.
이제 곧 있으면 랭커들의 평균 레벨은 상향된다.
지옥의 땅은 상당한 수익을 창출할 것이기에 반드시 공략을 할 필요가 있었다.
만약 공략에 실패하면?
죽 쒀서 개 주는 꼴이 될 것이다.
“분위기가 살벌한데요?”
박수철은 투구의 챙을 내렸다.
장검 한 자루를 들고 천천히 전진한다.
엘프들도 사방을 경계한다.
쿠구구구!
저 멀리 보이는 뱀파이어 로드의 성채에서는 뭉클뭉클 마기가 솟구쳐 오르고 있었고, 고요한 땅에서는 기분 나쁜 울림이 전해지고 있었다.
“긴장 유지하고 혹시 전투가 잘 풀린다고 해도 너무 튀어나가지 않도록 주의해.”
“걱정 붙들어 매시죠, 형님. 저도 저번에 죽을 뻔한 만큼 깨달은 것이 많아요.”
“퍽이나.”
유령기사 박수철의 성향은 절대선에 가깝다.
밝은 성격을 지니고 있어 친해지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비록 한 살 차이밖에 나지 않지만 원래 사회에서는 한 살 차이가 더 무섭지 않던가.
놈은 깍듯하게 나를 형님으로 모시고 있는 중이다.
여기에 생명의 은인이라는 버프까지 있으니 정신을 잃고 튀어나가 개죽음은 당하지 않으리라고 본다.
-먹이! 먹이들이 왔다!
-피! 저놈들에게서 맛있는 냄새가 나!
쐐애액!
곧이어 뱀파이어들의 파상공세가 시작됐다.
나와 박수철은 정면으로 치고 나갔다.
엘프들은 원거리에 특화되어 있었다. 장검으로 무장하고 있기는 했지만 허리춤에 꽂혀 있는 것으로 봐서는 장궁이 주 무기로 보인다.
그들은 잘 훈련된 군인들처럼 동요하지 않고 장궁에 화살을 장착하여 쐈다.
퍽! 퍽!
-꺄아아악!
“끄아아악!”
정확하게 여섯 마리 뱀파이어들의 머리통이 꿰뚫렸다.
나머지 네 마리 중 세 마리는 내가 막아섰고 한 마리는 박수철이 막아낸다.
콰광!
대검과 놈들의 손톱이 부딪치자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된다.
금강불괴 스킬이 있었으므로 자잘한 공격들은 무시한 채로 놈들의 심장을 공략하는데 주의를 기울였다.
위험하지 않은 공격은 그대로 무시해버린다는 것.
전투에 있어 이보다 강력한 무기가 있을까.
꽈직!
“케엑!”
“이런 괴물 같은!”
꽈직!
대검만이 무기는 아니다.
건틀렛으로 머리를 뭉개버리기도 하였고 대검의 손잡이로 턱을 날려 버리기도 했다.
박수철은 뱀파이어보다도 빠른 움직임으로 유령처럼 급소를 공략한다.
순식간에 열 마리가 쓸려 나간다.
“이햐, 형님! 아주 콤비가 환상입니다.”
“쯧. 이제 시작인데 자만하지는 마라.”
“물론입지요.”
소리를 듣고 수많은 뱀파이어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우리는 순식간에 뱀파이어들에게 포위된다.
족히 수십 마리는 되어 보이는 놈들.
사방에서 공격이 날아온다.
콱!
한 놈이 어깨를 물었다.
어떻게든 피를 빨아보겠다는 심산이었지만, 내 몸은 고무보다 질겨져 있는 상태다.
어깨에 놈의 이가 박힌 상태로 단검을 들어 머리통에 쑤셔 박았다.
“켁!”
엘프들은 정신없이 화살을 날렸고 운디네는 사방으로 치료마법을 뿌렸다.
[HP가 5% 치유되었습니다.] [HP가 5% 치유되었습니다.] [경험치가 1,000 올랐습니다.] [경험치가 1,000 올랐습니다.] [경험치가 1,000 올랐습니다.] [500 칼츠를 획득합니다.] [500 칼츠를 획득합니다.] [A급 마석을 획득하였습니다!]……
“와! 형님! 이거 너무 짭짤한 거 아닙니까?”
“정신 차려라.”
“하하! 걱정 마십쇼!”
걱정과는 달리 박수철은 진형을 붕괴시키며 튀어나가지는 않았다.
이곳 지옥의 땅은 악명만큼이나 대단한 위험성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엘프들을 소환하지 않았다면 공략이 불가능하였을 정도로 말이다.
온몸에 생채기가 나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지만.
‘할 만하다.’
강해진 것을 체감한다.
회귀 전에 연구했던 검술을 펼치면서 신성마법으로 보조를 해봤다.
정신이 더 없어졌지만 영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좀 더 적응되면 마법까지 써 봐야지.’
분명히 나는 사냥을 하면서 더 강해지고 있었다.
신규 던전 앞.
경기 지부장 한영수가 헬기를 타고 근처에 내려섰다.
곧이어 군인 헌터들도 자리를 잡는다.
“충성! 양평 사령부의 오준철 대령입니다.”
“오 대령. 상황은 어떤가?”
“드론을 띄웠고 곧 있으면 화면이 들어올 겁니다.”
“신화 급 헌터가 위험에 빠지면 바로 진입한다.”
“예.”
한영수는 여전히 불만이 가득한 상태였다.
그걸 대놓고 표출하지는 못하였지만, 이제 막 길드를 창설한 강한성이 실수를 저질렀다고 생각했다.
대형 스크린은 설치가 완료되었고 곧 내부의 상황이 스크린에 뜨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콰과과광!
-끼에에엑!
-끄아아악!
끊임없이 비명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바로 진입을 해야 하나 싶었다.
4급 A랭크 던전을 단 둘이 공략한다니, 그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상황은 한영수의 생각과는 딴판이었다.
“뭐야 저건.”
두 눈을 의심할 지경이다.
수많은 뱀파이어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두 사람.
탱커 역할을 하는 남자들이 뱀파이어들을 정면에서 막았고, 뒤에서 엘프들이 원거리 사격을 하고 있었다.
여기에 더하여 사방으로 힐이 뿌려진다.
가히 압권이다.
강한성은 무식하게 돌격을 하면서 신성마법과 백마법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었다.
검술과 마법, 신성마법과 정령술을 몸에 두른 남자.
근처에 대기하고 있던 언론인들은 미친 듯이 그 광경을 묘사하기에 바빴다.
오준철 대령도 그 광경을 바라보며 식은땀을 흘렸다.
“웬 괴물이 한국에 나타난 모양입니다.”
홀로 빛나고 있는 헌터.
그 무지막지한 광경을 보며 한영수는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직감했다.
지옥의 땅 체크 포인트.
일명 안전구역에 들어선 우리들은 체력과 마력을 회복했다.
헐떡거리던 호흡은 진정되었고 미칠 듯이 박동하였던 심박도 제자리를 찾아간다.
비싼 마력 포션을 털어 넣자 마력도 빠르게 회복되고 있었다.
여기에 더하여 나는 신성력도 회복해야 했기에 신성력 포션도 마셨다.
“형님. 대체 직업이 뭡니까?”
“보면 몰라?”
“소환사라는 건 알겠어요. 그런데 웬 마법하고 신성력을 함께 쓰세요?”
“대충 익힌 거지.”
“검술은 대충이 아니던데요?”
“그냥 열심히 하면 이렇게 돼.”
“하하, 뭐 그리 말도 안 되는 말씀을 하시는 건지. 직업이 4개라고 해도 믿겠습니다.”
“좋잖아? 여러 가지에 능하면 길드원들도 안심하고 더 몰려오지 않을까 싶은데.”
“그건 맞는 말씀입니다.”
박수철과 쓸데없는 잡담을 나누며 휴식을 취한다.
그러다가 박수철의 검에 금이 가 있는 것을 보았다.
“검 다른 건 없어?”
“좀 더 좋은 걸 산다고 미루던 것이 내구도가 다 되어가네요. 뭐, 사냥하다 보면 괜찮은 아이템이 떨어지지 않을까요?”
“하……. 너 원래 이렇게 계획성이 없냐?”
“헤헤, 천성입니다요.”박수철은 환하게 웃으며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놈이 왜 비명횡사했는지 100% 이해하게 되었다.
박수철은 옆에서 챙겨주는 사람이 없으면 도저히 안 되는 인간이었다.
툭.
나는 오늘 지옥마경에서 주운 매직 장검을 +2강까지 강화하여 던져줬다.
“어, 어? 형님! 이, 이건?”
“써라. 괜히 죽지 말고.”
“감사합니다! 형님 아이러뷰!”
“저리 꺼져, 징그러운 자식아.”
박수철은 뛸 듯이 기뻐했다.
그래, 내가 지원만 잘해주면 박수철은 랭커까지 쭉쭉 치고 올라갈 수 있다.
어설픈 준비성과 다르게 놈이 가지고 있는 재능과 실력은 진짜였으니까.